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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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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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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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DUMMY

로건은 별장 2층 전체를 썼다.

서재, 응접실, 거실이 있고 큼지막한 방도 2개 있다.

1층에는 중앙에 적당한 홀과 좌우로 방이 2개씩 있었다.

좌측은 식당과 부엌.

우측은 리안과 케인이 머무는 방으로 썼다.

별채는 부엌과 방 2개가 있었는데 용병들에게 내주었다.

케인은 별장의 하인 3명과 농노들을 관리했다.

하인 3명은 마을에서 데려왔고 아침 일찍 와서 해가 지면 마을로 돌아간다.

장원에서 농사를 짓는 농노는 2가족 7명.

이 농노들은 장원 옆에 작은 집 2채를 지어, 거기서 살며 장원을 경작하고 틈틈이 케인의 잔심부름을 했다.

리안은 용병 6명을 이끌며 별장의 경비를 담당했다.

2명은 항상 별장을 지키고, 나머지는 교대로 쉬거나 인근을 정찰하고는 한다.

모두는 이렇게 할 일이 있어서 별장은 꽤 활기가 있었다.


* * *


“그래서? 마나를 느끼려고 찬물에 들어갔다가 뜨거운 물에 들어갔다가 그런단 말이야?”

“제가 섬겼던 기사는 그랬습니다.”

로건과 리안은 한창 대화 중이었고.

케인은 한편에서 커피 원액을 만들고 있었다.

“혈액 순환?”

“예?”

“몸에 활력이 생기고 피도 활발하게 돌겠지. 뭐······ 나름의 방법일 수도 있겠네. 너는 안 해봤어?”

“땔감이 부족해서 못했습니다.”

“아이고.”

리안은 씁쓸하게 말했다.

“전 안 될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 30살, 40살에도 마나를 느낀다잖아? 네가 종자로 뽑힌 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로건은 이 두 사람을 거두었을 때 생각이 있었다.

자신의 땅이 생기면 리안은 기사단장의 역할을, 케인은 집사장의 역할을 맡길 것이었다.

그래서 케인은 약간의 공부만 더 하면 되고.

리안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로건님, 제가 정말 마나를 느낄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넌 아직 가능성이 충분해. 웃통 한 번 벗어봐.”

리안은 고분고분 벗었다.

로건은 손가락 끝에 마나를 모았다.

“마나는 어디 모이지? 네가 모신 기사는 뭐라고 했어?”

“마나는 몸 전체에 퍼져 있지 않습니까? 기사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마법사는 심장에 모이는데? 고급 기사와 A급 용병도 심장에 모인다더라.”

“······.”

“그러니까 너도 한곳에 모아 보자.”

케인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심장에요?”

“아니. 여기에.”

로건은 리안의 배를 가리켰다.

“배꼽에서 손가락 두 마디 아래 정도. 뱃속으로는 세 마디 정도 들어간 위치. 어딘지 가늠했어? 확실하게 인식해야 해.”

그곳은 단전이었다.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를 느끼지 못해도 상관없다.

이 세상에 누가 있어 이런 것을 베풀까.

“예. 인식했습니다.”

“그래, 난 지금부터 거기에 마나를 불어넣을 거야. 오늘은 마나가 무엇인지만 느껴봐. 숨을 편안하게 쉬면서 마나를 느끼도록 해. 눈 감고 집중해.”

“예.”

리안은 눈을 감았다.

“내가 끝났다고 할 때까지 말하지 마. 시작한다.”

로건의 손가락 끝이 리안의 단전에 닿았다.

손가락에 모인 마나 농도는 점점 진했다.

“!”

리안은 뱃속 전체가 끈적끈적한 무엇으로 꽉 차는 것을 느꼈다.

솜털처럼 가볍고 융단처럼 부드러운 기운이었다.

‘옳지. 마나를 느꼈군.’

로건은 리안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다가 마나를 줄였다. 리안의 배 속을 가득 채운 마나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아!’

리안은 바짝 매달렸다.

이것이 마나였구나.

마나를 갖기 위해 얼마나 애썼던가.

‘리안이 계속 느낄 수 있도록 천천히······.’

배 속을 꽉 채운 마나는 서서히 줄어 한곳에 머물렀다.

바로 단전.

이제 마나는 오직 그곳에만 있었다.

리안은 단전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때 로건은 마나량을 더 줄였다.

‘아, 안 돼!’

리안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분명 붙잡고 있는데 왜 희미해질까?

로건은 마나량을 더욱 줄였다. 그럴수록 리안은 처절하게 매달렸다.

로건은 어느 순간 배에서 손가락을 뗐다.

“됐다. 눈 떠.”

“아······.”

“그게 마나야. 내일도 하자. 모레도 할 것이다. 그렇게 마나를 체험하면서 수련해. 마나를 그곳에 모은다는 의지를 일으켜.”

“예.”

로건은 검지를 치켜세웠다.

“보통은 육체의 수련으로 어느 날 우연히 마나를 느끼고. 또 수련하다가 느끼고. 그 반복을 통해 결국 마나를 깨닫는 것 같더라.”

리안과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로건은 빙긋 웃었다.

“비효율적이야. 숨을 들이마실 때 마나도 같이 마신다고 생각해라. 그 후 들이마신 마나를 몸속에서 돌린다고 생각해라. 회전하면서 주변에 마나를 빨아들인다고 생각해라. 시작은 입이다.”

로건의 손가락은 리안의 입을 가리켰다.

“숨과 같이 들어 온 마나. 그냥 두지 마라. 들이마신 마나가 이렇게 움직인다고 생각해.”


로건은 입 근처에 있던 손가락을 수직으로 쭉 내렸다.

목과 가슴을 거쳐 명치, 배꼽까지.

그러고도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성기를 지나 가랑이 사이 회음부를 거쳐 뒤로 돌아서 척추를 거슬러 올랐다.

그리고 정수리에 머물렀다가 앞쪽으로 넘어왔다.

눈썹 사이를 거쳐 콧날, 인중.

마지막에는 입술에서 끝이 났다.


“이렇게 한 바퀴. 기억했어?”

리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게 기억했습니다.”

“그래. 그렇게 한 바퀴 돌린 마나를 배에 저장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다시 한 바퀴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럼 마나는 회전력이 생겨서 주변에 마나를 빨아당긴다.”

로건은 혈도나 기의 운행 같은 걸 모른다.

그저 인터넷에서 경락도에 화살표를 해 놓은 것을 얼핏 본 것이 전부였다.

“될지 안 될지는 미지수야. 그래도 해볼래?”

리안은 ‘예!’라고 힘차게 대답했다.

“네가 섬겼던 기사 말이야. 그 기사가 말한 냉온욕도 괜찮은 것 같아. 그러니까 모두 다 해보자.”

로건은 자리에 앉았다.

“리안.”

“네, 로건님.”

“넌 지금부터 수련에만 집중해. 케인도 가르치지 마라. 죽을 각오로 오직 너 자신에게만 집중해. 알았어?”

리안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로건은 미소 지었다.

“표정이 좋아. ······오전에 2시간 수련, 오후에 2시간 수련. 잠들기 2시간 전에 명상. 이른 새벽에 2시간 명상. 나는 중간중간 들러서 네 단전에 마나를 쏘아주마. 그리고 육체 수련이 끝날 때마다 냉온욕을 하고. 케인?”

“예.”

“리안의 수련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워줘.”

로건은 창가로 다가가 야외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 장원에서 농노들이 풀을 뽑고 있었다.

완연한 봄이었다.


* * *


그로부터 한 달이 흘렀다.

쪼르르.

케인은 커피 원액이 담긴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향긋한 내음이 퍼져나갔다.

“요즘 리안이 식사를 잘 안 한다고?”

“네. 육체 수련도 점점 줄이고 명상만 해요.”

로건은 흐뭇하게 웃었다.

“절대 방해하면 안 된다. 너는 욕조에 물이 식지 않도록만 신경 써. 언제든지 냉온욕을 할 수 있게 준비해둬.”

“예.”

로건은 케인의 애타는 표정을 보고 말했다.

“너도 하고 싶구나? 해볼래?”

“저기······ 로건님.”

“그래.”

케인은 로건의 다정한 말투에 용기를 냈다.

“저는 마법은 배울 수 없는 겁니까?”

“마법? 재능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르쳐 줄까?”

“아!”

로건은 빙긋 웃었다.

케인은 집사로 쓰려고 데려왔다.

그런데 마법사?

정말 좋지.

성공하면 로또가 따로 없다.

“마법사는 기사보다 백 배는 더 어려워. 심장에 마나를 쏘이는 거야 해줄 수 있어. 그러나 리안처럼 마나를 돌리고 뭐 그런 건 불가능해. 내가 벌써 해봤거든.”

“······.”

“그래도 도전하고 싶다면 가르쳐주지.”

“마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로건님께서 보시기에 저의 재능은 어떤 것 같으십니까?”

로건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글쎄다. 마법사는 3가지가 중요한 것 같아. 첫째 마나 재능. 이거는 거의 타고 나야 하는 거야. 방법은 있지만 그 방법이란 게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모호하거든. 난 처음 읽었을 때 사기 치는 것 같더라니까?”

“그, 그렇군요.”

“둘째는 기억력. 외워야 할 것이 많고 외운 것은 절대 잊어먹으면 안 돼. 뭘 알아야 마법을 하지. 기초 지식 말이야. 어쩌면 마나 재능보다 더 중요해.”

“기초 지식······.”

“셋째는 똑똑해야 한다. 외웠으면 그걸 제대로 써먹어야겠지? 기초 지식을 잘 버무리고 발전시켜서 말이야. 즉 머리가 좋아야 해.”


로건은 아공간에서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냈다.

기초 마법서.

에반 레스터의 유산으로 루덴어로 적힌 책이었다.

“마나 재능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두 번째 재능을 한번 보자. 이 책을 외워 봐라.”

“······.”

케인은 뚫어지게 책을 쳐다보았다.

“오늘부터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이 책을 외워봐. 욕조의 물도, 커피 원액도 관둬라. 기한은 한 달. 한 달 뒤에 어디까지 외웠는지 보자꾸나.”

로건은 늘어진 줄을 잡아당겼다.

곧 농노 소년 허드슨이 들어왔다.

“네가 욕조의 물을 데우는 걸 도왔지?”

소년은 엎드린 채로 말했다.

“예. 주인님.”

“앞으로는 네가 맡아.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 알았느냐?”

“예.”

“두 사람 모두 물러가.”


그리고 한 달 뒤.

로건은 리안의 등을 팡팡 쳤다.

“해냈구나! 해낼 줄 알았어!”

“가, 감사합니다.”

“이렇게 빨리 마나를. 정말 노력 많이 했구나.”

리안은 쑥스럽게 웃었다.

로건은 그의 수련 과정을 들으며 몇 번이나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매일 마나를 쏘아주면서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리안의 뒤를 받쳐주었을 뿐이다.

“······배에 마나를 쌓았고 명상할 때마다 마나가 조금씩 는다? 아주 좋아! 됐어! 넌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거야.”

리안도 그것을 알았다.

효율이 얼마나 좋은지, 어떨 적에는 섬뜩할 정도였다.

배에 마나를 모으는 자체는 특별할 게 없다.

심장에도 마나를 모으니까.

하지만 재능이 낮은 자신이 이렇게 빨리 마나를 깨우치다니, 정말 대단한 비전이었다.

로건은 리안의 등을 팡팡 치며 너스레를 떨었다.

“자, 그럼 일해야지? 내가 너 대신 용병들 뒤치다꺼리하느라 볼일 볼 시간이 없었어요.”

리안은 가슴에 손을 올리고 로건을 바라보았다.

그가 바로 자신의 주인이고.

주군이었다.

“한동안 주변 정찰을 못 했어요. 산에도 다녀오고 싶습니다. 멧돼지라도 한 마리 잡아 오겠습니다.”

“그래! 오랜만에 맛있는 고기 좀 먹어 보자.”

로건은 씩씩하게 나가는 리안을 보며 한시름 놓았다.

이젠 어딜 가도 제 앞가림은 할 것이다.


별장 2층.

응접실에서 리안, 케인 등 사람들을 만나고.

서재와 거실, 방 1개는 자신이 쓰고.

나머지 방 1개는 커피 원액을 제조한다.

커피를 제조하는 방.

케인은 여기서 기초 마법서를 외우고 있었다.

로건은 고깔모자를 쓰고 모습을 감춘 상태에서 케인을 지켜보았다.

약속한 한 달이 지났다.

케인은 아직도 기초 마법서를 외우고 있었는데 괴로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로건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군······. 안 되겠어.’

에반의 마법서는 2천 장이 넘으니 4천 페이지.

글자도 숨이 막히도록 빽빽하게 적혀 있다.

이 많은 분량을 에반 레스터의 아들 로건은 2일 만에 다 외웠다.

그 정도면 읽는 족족 바로바로 외우는 수준.

에반은 8일 만에 외웠다.

로건이 생각하기에 적어도 20일 안에는 다 외워야 마법사를 할 정도의 기억력이라고 보았다.

마법어는 루덴어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우니까.

마법 입문 커트라인은 마법어 10만 자.

기억력이 나쁘면 애초에 마법에 ‘마’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너도 책에 적힌 거 봤지? 초급 마법사 평균이 마법어 30만 자야. 루덴어로 적힌 마법서 한 권도 못 외우면 평생 가도 마법을 못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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