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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빙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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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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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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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영마선

DUMMY

# 27화









『은인님, 보고 싶었어요』


천지혜가 설현우의 등을 껴안는 순간.

요가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천지혜씨?』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든 이들의 동작이 정지했다.

어느새, 이곳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뭐, 뭐야. 이 상황은?”


모두의 시선은 천지혜와 설현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혼란과 의문,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흥분된 기색까지 어려 있었다.


"야, 정미야."


적막 속, 장원삼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 둘... 아는 사이였어?"


강정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설현우씨가 천지혜와 아는 사이라고? 말도 안 돼."


한편, 김종태는.


“응? 왜 이렇게... 조용하지?”


고개를 돌린 종태는 자신의 눈에 들어온 광경을 보고, 그만 숨이 멎을 뻔했다.


"헉! 저, 저 여자. 와이스틴의 천지혜 아냐? 그런데... 왜 현우를 껴안고 울고 있는 거지? 으잉?"


종태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함께 약간의 질투심마저 스쳐 지나갔다.


"이건 뭐지? 아무리 봐도 저 분위기. 천지혜가 설현우를 짝사랑하는 것 같은데? 말도 안 돼! 그런데 두 사람은 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이 놈이 나에게 천지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없었는데?"


최칠순과 강경두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칠순아, 이게 무슨 상황이냐?"


강경두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그, 글쎄요. 이거 혹시 설현우 저 놈이 우리 몰래 연예인을 대상으로 PT 알바라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하지만.

이 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가장 놀란 건 바로, 매니저인 유지나였다.


“어, 어떻하지?"


그녀의 머리가 하얘졌다. 가슴이 죄여왔다.


“안 돼! 이러다 스캔들 나겠어! 그만! 그만! 제발 카메라 꺼주세요!"


그 순간.

유지나의 머릿속엔 내일 조간 신문에 나올 다양한 헤드라인들이 스쳐 지나갔다.


『충격! 천지혜, 헬스장에서 눈물의 고백. 상대는 무명 트레이너?』

『와이스틴 천지혜, 비밀 연애 포착! 상대는 일반인 PT 강사』

『천지혜의 숨겨진 사랑, 그 주인공은 동탄의 미남 헬스 트레이너!』


유지나는 즉시 천지혜의 앞으로 달려가 말했다.


“지혜야, 일단 그 손 좀 풀자? 응? 여기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


천지혜의 손을 잡은 유지나의 손은 벌벌벌 떨리고 있었다.


"지혜야, 정신 차려봐. 무슨 일이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응? 지혜야. 부탁이야. 일단 이 손을 좀 풀면 안 될까?"


한편, 강정미는 장원삼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원삼아, 못 들었어? 지금 당장 촬영 중지시켜!"

"일단 스톱! 모두 촬영 중지!"


하지만 장원삼의 얼굴엔 어딘가 모르게 흥분이 묻어 있었다.


'꿀꺽, 이거 진짜... 대박. 대박이야!'


원삼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이 장면을 어떻게 편집할지, 완벽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우선 천지혜의 눈물을 클로즈업, 이어 현우씨의 당황한 표정을 ECU(익스트림 클로즈업)로 전환. 그 다음 둘의 투샷을 와이드 앵글로 잡아 전체 상황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현장음 볼륨을 높여... 긴장감을 높이자! 크흐! 대박!’


그는 은근슬쩍 김남수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의 눈빛에는 은근히 계속 찍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원삼아, 걱정마라. 오케이. 나, 김남수다. 김남수.’


잠시 후, 모든 카메라가 꺼졌다.

하지만 김남수는 조용히 카메라를 계속 돌리고 있었다.


'이게 바로 내가 찾던 거야. 진짜 리얼 로맨스. 이런 걸 놓칠 순 없지!'


남수가 자신의 손으로 불빛을 가린 카메라는 여전히 천지혜와 설현우를 정확히 포착하고 있었다. 이런 집요함이 그를 업계 최고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이거 찍어두면 분명 시청률 대박 날 거야. 나의 주가도 더욱 올라가겠지. 아이돌과 일반인의 리얼 고백영상! 너튜브 1000만 조회는 껌이지 껌!'


김남수의 눈은 흥분으로 반짝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이 영상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훤히 그려지고 있었다.


“은인님.”


천지혜의 목소리가 떨렸다.


"은인님. 왜 그때 그냥 가셨어요... 왜?

“사정이 있었습니다.”

“저, 그래도 이렇게라도 만나서 너무 좋...”


말을 하던 천지혜의 눈동자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천지혜의 몸이 휘청거렸다.


“지혜야 왜 그러니? 괜찮아?”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어이 촬영장에 왔다.

하지만 은인을 만난 지금.

천지혜가 겨우겨우 붙잡고 있던 모든 긴장의 끈이 일시에 풀려버렸다.


“언니. 저 괜찮...”


천지혜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천지혜씨!”


천지혜가 바닥에 닿기 직전.

설현우가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그녀를 부축했다.


“크흐!”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던 김남수의 눈이 반짝였다.

그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크흐! 이건 완전 한국 로코의 클리셰야! 클리셰!"


김남수의 흥분된 목소리가 조용하던 요가실 안에 울려 퍼졌다.


“저, 저 미친놈! 이봐요, 김남수씨! 씨발, 제발 카메라 끄라구요!”


강정미는 시선을 장원삼에게 돌렸다.


"야, 너 친구새끼 왜 저래. 저 새끼도 변태네! 넌 시청률 변태. 저 새끼는 촬영 변태. 원삼아! 저 미친놈, 카메라 빨리 끄라고 해!"

“꺼? 이 아까운 걸? 이거... 진짜 대박인데? 정미야. 이건 시청률 20%도 가능하다고!”

"야! 장원삼! 정신 차려! 우리가 이걸 방송에 내보낼 수 있을 거 같아?"


김남수는 역시 프로. 극도로 집요했다.

강정미와 장원삼의 다툼을 봤음에도 그는 여전히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그의 눈은 뷰파인더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흥분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그는 이제 아예 대놓고 찍고 있었다.


"현역 아이돌이 기절하는 장면! 크흐, 이런 장면은 내 평생 한 번 찍을까 말까겠지... 어? 어어?"


갑자기 뷰파인더 앞으로 갑자기 누군가 다가왔다. 김남수의 눈 앞이 깜깜해졌다.


“어어? 이거 왜, 왜이래?”


김남수는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앞을 바라봤다. 설현우였다.


"그만 찍으라고 했잖아!"


설현우의 눈에 분노가 번쩍였다.


"그만!"


『파직!』


외침과 함께 플라스틱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났다.

장원삼이 놀라 소리쳤다.


"헉! 뭐야, 설현우씨. 카메라를... 한 손으로 부순다고?"


모두의 시선이 설현우의 손에 집중됐다. 그의 손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 내, 내 카메라... 아아악! 이게, 이게! 얼마짜린데!"


잠시 후.


"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해서... 그만."


김남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설현우와 유지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설현우 씨 죄송해요. 내가 괜히 이런 걸 하자고 해서..."


강정미도 황급히 다가와 사과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설현우의 손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주었다.

설현우는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다들 나가주세요.”


그의 말에 모두가 움찔했다.


“특히, 카메라분들은 전부 나가 주세요.”


사람들이 나가자 조연출 홍수아가 재빨리 요가실의 블라인드를 모두 내렸다.

안에는 장원삼, 강정미, 홍수아, 유지나만 남았다.

설현우는 천지혜를 조심스럽게 필라테스 베드 위에 눕혔다.


“잠시 제가 촉진을 좀 하겠습니다.”


그의 손가락이 천지혜의 맥을 짚었다. 설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빈맥과 서맥이 반복을 하는군. 게다가 지금 이 눈빛, 분명 섬망 같은데? 천지혜씨. 이런 몸상태로... 이 곳까지 촬영을 하러 온거야?'


설현우의 시선이 유지나에게로 향했다.


“매니저님이시죠?”

“네, 제가 지혜 매니저입니다.”

“도대체 이 지경이 되도록... 왜 천지혜씨를 방치했습니까!”


유지나는 쩔쩔매며 그간의 천지혜의 병력을 말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던 설현우의 눈썹이 크게 찌푸려졌다.


“네? 스테로이드를... 그냥 끊어버렸다고요? 그깟 오디션을 보겠다고? 사람이 이렇게나 고통스러워하는데?”


설현우는 고민했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 제독을 할 수도 없었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약물 문제라기 보다는 금단 증상이기에 제독을 하면 오히려 더 악화될 게 뻔했다.


'큰일이군. 지금 내 내공으로는 천지혜씨를 회복시키기가 힘들어.'


설현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누가 119 좀 불러주세요! 당장요! 아주 급한 상황입니다!"


설현우가 긴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모두가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우는 품안에서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꺼냈다.

쇠로 만든 정교한 철선. 바로 혈영마선이었다.


'제길, 아직도 작동법을 모르겠어.'


현우의 눈에 고민의 빛이 어렸다. 이 도구는 중원에서 오로지 그의 스승인 태허진인만이 다룰 수 있던 것이었다.

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지? 119가 오려면 아직 10분은 더 걸릴 텐데.”


금요일 오후, 동탄은 정체가 심하기로 유명한 곳.


'이대로 가다간... 정말 위험해질 수도 있어.'


상황이 점점 더 위급해지고 있었다.




##

과거, 중원.


“헉, 허헉, 허억.”


설현우는 거친 숨을 내쉬며 마교의 본거지인 적혈곡 입구에 섰다.

피처럼 붉은 안개가 산등성이를 감싸고 있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


한 달 전, 그는 마교에 입문하기로 결심했다.

그 긴 여정 동안 그는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겼다.

설현우는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곳에 도착했다.


"뭐라? 너 같이 선한 눈을 가진 녀석이... 마교가 되겠다고?"


태허진인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웠다.

현우는 고개를 들어 진인을 똑바로 쳐다봤다.


"네, 맞습니다."

"뭐? 그리고 네깟 녀석이... 천마가 되고 싶다고?”


『으하하하하하하!』


태허진인의 목소리가 적혈곡을 가득 메웠다.

그의 웃음소리에 현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네 이 녀석. 천마가 뭔지 알고는 있는게냐?"


천마? 되고 싶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 곳에선 모두들 천마를 두려워 했다.

현우 자신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


"꺼지거라."


태허진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하지만 설현우의 의지도 단호했다.

현우는 무릎을 꿇은채로 고개를 내리 깔았다.


날이 지나고 또 지났다.

현우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그 자리를 지켰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았고, 해가 뜨면 뜨거운 햇볕을 그대로 받았다.


일주일째 되는 날.


"허허, 참으로 고집이 대단한 녀석이로구나."


태허진인이 무릎 꿇고 있는 현우에게 다가왔다.


"끈기는 제법 있는 놈이구나. 그래 이놈아, 네 놈은 도대체 왜 천마가 되고 싶은 게냐?"


현우는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잘 먹고 잘 살고 싶습니다."


태허진인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내가 보기엔 네 놈의 진의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은데?”


현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리고, 날 무시하던 놈들에게 복수하고 싶습니다!"


태허진인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넌 절대 될 수 없다."

"왜... 왜 입니까?"

"넌 본성이 너무 착하다."


현우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증명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태허진인은 비웃듯 말했다


"아니라고? 허허, 그럼 어디 한번 해보자. 건넛 마을, 병풍산 자락에서 살인을 일삼는 도적놈들의 목이라도 하나 따오거라. 할 수 있겠느냐?"

"목, 목이요?"

"왜? 못하겠나?"


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까짓 것! 당장 따오겠습니다!"


다음날 밤. 깊은 산속.


'쿵, 쿵, 쿵'


현우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그의 손에 들린 낡은 단검이 달빛에 희미하게 반짝였다.

그는 어둠 속에서 한무리의 도적들을 발견했다.


'저기다...'


그는 숨을 죽이고 도적들에게 다가갔다.

때 마침 그중 한 명이 소변을 누기 위해 외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꿀꺽’


설현우는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조용히 녀석의 뒤로 다가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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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베이징 수도 국제공항 NEW +2 22시간 전 218 8 13쪽
50 중국 출장 +2 24.09.16 294 11 15쪽
49 천관우의 방문 +2 24.09.15 312 11 13쪽
48 압살(壓殺) (2) +2 24.09.14 357 13 15쪽
47 압살(壓殺) (1) +2 24.09.13 390 16 13쪽
46 디아나볼(Dianabol) +3 24.09.12 426 13 14쪽
45 연예인 라이프 +2 24.09.11 452 13 13쪽
44 CF 촬영 +3 24.09.10 486 12 15쪽
43 최칠순의 과거 +2 24.09.09 528 12 16쪽
42 코어원 +2 24.09.08 558 15 13쪽
41 팀장 회의 +4 24.09.07 596 16 13쪽
40 자객과의 데이트 +1 24.09.06 635 20 13쪽
39 금괴의 용도 +2 24.09.05 654 17 13쪽
38 팀장 승진 +1 24.09.04 697 16 15쪽
37 부산 직관(2) +2 24.09.03 737 14 15쪽
36 부산 직관(1) +1 24.09.02 775 16 17쪽
35 우수사원 +1 24.09.01 792 15 15쪽
34 선금 입금 +3 24.08.31 807 14 15쪽
33 크라이오 테라피 +3 24.08.30 824 15 13쪽
32 재활 드림팀 결성 +2 24.08.29 838 14 14쪽
31 내공 업그레이드 +2 24.08.28 877 14 13쪽
30 후폭풍 +1 24.08.27 855 13 15쪽
29 다음주 예고 +1 24.08.26 857 15 14쪽
» 혈영마선 +1 24.08.25 879 14 12쪽
27 재회(3) +1 24.08.24 878 14 14쪽
26 재회(2) +1 24.08.23 896 17 16쪽
25 재회(1) +1 24.08.22 932 15 16쪽
24 역주행 +1 24.08.21 958 1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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