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님 피티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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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빙환상
작품등록일 :
2024.07.3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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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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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의 용도

DUMMY

# 38화












"1억? 1억이라고?"


박영숙은 놀란 눈으로 통장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박영숙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곧 고개를 저으며 통장을 도로 내밀었다.


"현우야, 정말 고맙다. 엄마는 너무 기뻐. 하지만 엄마는 우리 아들 마음만 받을게."


설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 이제는 좀 쉬셔도 돼요. 저 이제 돈 잘 벌어요. 제발 받아주세요."

"아니다. 현우야 난 내 먹을 건 내 손으로 벌 수 있어. 아들 돈은 절대 손 안 댄다. 이건 너 결혼할 때 써라."


설현우는 모친 박영숙의 고집 센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엄마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어머니, 평생 제게 주기만 하셨잖아요. 이제는 제가 엄마께 드릴 차례예요. 부디 받아주세요."


박영숙은 아들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녀의 눈에 따뜻한 미소가 어렸다.


"현우야, 그게 무슨 소리니. 넌 항상 나에겐 효자였어. 이 에미가 집을 나갔다 돌아왔을 때도 아무 원망도 안 했고, 대학도 네 힘으로 갔잖니.”

“어머니.”

“현우야, 오히려 내내 난 네게 빚진 느낌이었단다. 넌 평생 나를 위해 참고 견뎌 주기만 했는데, 이제 와서 또 왜 이러니..."


이야기를 듣던 설현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과거, 자신은 어머니를 미워했었다.

집을 나간 어머니에 대한 원망, 그리고 혼자 남겨진 자신에 대한 분노... 그래서 용돈 한 번 드리지 않았던 것인데.


"어머니, 저... 사실은."


설현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목이 메어왔다.

박영숙은 아들의 눈빛을 읽은 듯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에는 이해와 용서가 담겨 있었다.


"현우야. 에미가 살아보니까... 인생 짧더라. 후회 없이 살아야 해."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아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현우야. 좋은 여자 생기면 꼭 결혼해라. 그게 엄마에겐 제일 큰 효도야. 돈보다도 아들 장가보내는 게 이 에미 소원이다. 들어줄 거지?"

"결혼이요? 전 아직...”


박영숙은 아들의 말을 자르며 웃음을 지었다.


"현우야, 혹시라도... 애인 생기면 국밥집으로 한 번 데리고 와. 내가 최고로 맛있는 소고기 국밥 만들어 줄테니까."


현우의 머릿속에 문득 와이스틴의 천지혜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뭐야, 뭔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다음 날.

설현우는 예산 읍내의 한 부동산 앞에 서 있었다.


“현금 대신 집을 사드리고 같이 살자고 말씀드려야겠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모셔야지.”


[예산 황금부동산]


"어서 오세요, 손님. 무슨 일로 오셨나요?"

"혹시 예산 시내에 좋은 아파트 있을까요? 어머니와 함께 살 집을 찾고 있습니다."


중개인의 눈이 반짝였다.


"아, 마침 딱 좋은 매물이 들어왔어요."


그녀는 컴퓨터를 몇 번 두드리더니 화면을 설현우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보세요. 예산 신동양 파밀리에라고, 백중원 거리에서도 가깝고 국밥 거리와도 멀지 않아요. 예산에서는 가장 최신 아파트라 시설도 좋습니다."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대략 30평형이 2억 5천 정도입니다. 어떠세요? 한 번 보러 가실래요?"


그는 중개인을 따라 나섰다.


“어떠세요. 고객님.”

“생각보다 괜찮네요.”

"고객님! 생각보다라니요! 앞으로 10년 이내에는 예산에서 이보다 좋은 아파트를 찾기 힘들 겁니다."


아파트 구경을 마친 현우는 근처 카페에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천관우 회장의 비서 김상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비서님, 안녕하세요. 설현우입니다. 혹시 잠시 시간 되실까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아, 설현우 씨. 네, 괜찮습니다. 그럼 어디서 만날까요?』


30분 후.

김상중은 설현우가 있던 카페로 찾아왔다. 창밖은 이제 제법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김비서님.”


설현우는 들고온 가방에서 어제 받은 금괴를 꺼내 김상중에게 정중히 건넸다.


"이거, 받으십시오. 회장님께 다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건 회장님께서 주신 건데..."

"산삼은 잘 먹었습니다.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하지만 이 금괴는... 너무 과분합니다."


김상중은 잠시 망설이다 금괴를 받아들었다.

침묵이 흘렀다.

설현우는 시계를 힐끗 보며 화제를 전환했다.


"김 비서님, 혹시 저녁 식사는 하셨나요?"

"네? 아, 아직 못 했는데요."


설현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럼 제가 이 근방에서 가장 맛있는 식당으로 모시겠습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현우네 소고기 국밥’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서 오세요. 어머, 우리 현우 왔니?"


박영숙이 반갑게 맞이했다. 그녀는 김상중을 보고 살짝 놀란 듯했지만, 곧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 이분은 김상중 씨예요. 제 지인이세요."

"안녕하세요, 어머님. 실례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고, 곧 김상중 앞에 뜨끈한 국밥이 놓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한 숟가락을 떠 입에 넣었다. 그의 눈이 커졌다.


"와, 이거 정말 맛있네요!"


김상중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국밥을 흡입했다.


"어머님, 여기 수육이랑 국수사리 좀 더 주세요."


어느새 김상중은 무려 세 그릇의 국밥을 비웠다.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야! 진짜 맛있었습니다. 온통 조미료에 육개장이랑 다름없는 요즘 소고기 국밥이 아닌 옛날 방식의 구수한 소고기 국밥! 아, 정말 간만입니다."


박영숙은 흐뭇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우리 현우 지인분. 언제든 드시러 오세요."

“물론입니다. 앞으로 최소 매주 두 번은... 아!”


그때, 김상중의 눈이 반짝였다.


"저기... 어머님, 실례지만 한 가지 부탁할 게 있는데요."


박영숙과 설현우가 동시에 그를 바라보았다.


"혹시, 이 국밥 좀 싸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그럼, 몇 인분을 싸 드릴까요?"

"삼인분 정도 부탁드릴게요."


박영숙이 주방으로 향하는 동안, 김상중은 설현우를 향해 말했다.


"사실은 말이죠... 저희 회사의 신규 계열사인 대산 글로벌 푸드에 한 번 이 국밥의 제품화를 건의해 보고 싶습니다. 이런 정통 방식의 국밥이 요즘 홈쇼핑이나 해외에서 인기 있을 것 같아서요."


주방에 있던 박영숙은 이 이야기에 놀라, 들고 있던 그릇을 하마터면 떨어뜨릴 뻔했다.


"네? 우리 국밥을... 제품으로 만든다고요?"


김상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어머님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형태로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저희 회장님이 이 맛을 특히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어떠세요, 엄마? 한번 도전해 보실래요?"

"정말... 그래도 될까?"


김상중이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이죠! 어머님의 이 소고기 국밥의 맛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10분 후.

설현우는 김상중을 배웅하고 다시 가게로 돌아왔다.

모친 박영숙은 남은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어머니, 제가 할게요."


설현우가 다가가자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아이고, 괜찮아. 우리 아들 얼마나 바쁜데. 그냥 가서 쉬어."

"어머니도 참, 저도 아들인데... 이거라도 하게 해주세요."

"그럼 같이 하자. 현우야."


설현우는 앞치마를 둘러매고 어머니 옆에 섰다.

그의 큰 손이 그릇을 잡자 어머니의 주름진 손과 대조를 이뤘다.


‘우리 아들, 언제 이렇게 컸지? 어려선 그릇 한개도 지 손으로는 못 들더니.’


설거지를 마치고 두 모자는 함께 가게 청소를 시작했다.

설현우가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어머니는 걸레로 탁자를 닦았다.


"아들, 요새 그 무슨... 극혐야구? 그거 때문에 바쁘지?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 봤다더라."

"별거 아니에요. 그냥 잠깐 나온 건데요 뭐.”

"에이, 그래도 TV에 나왔으면 대단한 거지. 우리 아들, 이제 연예인 되는 거 아냐? 어휴, 내가 연예인 아들 뒷바라지를 할 수 있을까?"


설현우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어머니, 제가 무슨 연예인이에요. 그냥 트레이너일 뿐이에요."


청소를 마치고 둘은 함께 집으로 걸어갔다. 늦은 밤이었지만 거리엔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어? 저기 봐. 저 사람 극혐야구에 나왔던 그 남자 아냐?』

『맞다! 와, 실제로 보니까 더 잘생겼네. TV보다 훨씬 멋있어!』

『아, 그 미니코너에서 와이스틴 천지혜랑 찍은 영상 봤어? 진짜 핫했는데. 둘이 사귄다는 소문도 있더라고. 어디 한 번 물어볼까?』


주변의 시선이 설현우에게 쏠렸다. 박영숙은 아들의 팔짱을 끼며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그렇게 두 모자의 행복한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

대산제약 본사 최상층 회장실.

천관우 회장은 소고기 국밥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후르릅. 오오! 이 맛. 정말 그립구만. 40년 전 우리 대산제약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요 앞 시장 장터에서 먹던 딱 그 국밥 맛이군! 화학 조미료가 전혀 안 들어간 건강한 맛! 호오, 이런 맛은 요즘 찾아보기 힘들지."


비서 김상중이 곁에서 공손히 대답했다.


"회장님. 이 국밥은 설현우 씨의 어머님이 운영하시는 국밥집에서 가져온 겁니다."


천관우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국물 한 모금을 더 들이켰다.


"후룹, 크허! 이거 진짜 진국이군. 김비서, 이게 현우군 어머님께서 하시는 가게라는 건가?"

"네, 맞습니다.”


천관우는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이 맛을 보니 어머님도 인품이 훌륭하시겠어. 요리엔 그 사람의 인생, 인품이 느껴지는 법이지.”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불쑥 말을 꺼냈다.


"여보게 김비서."

"네, 회장님."

"설현우군... 우리 지혜 사위감으로 어떤가?"


김상중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네? 회장님, 그게 무슨..."


천관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돈에 욕심도 없으니 내 재산을 물려주기에도 딱이고, 게다가 현우군은 요즘 젊은 것들처럼 허영심 가득한 사람도 아니잖는가. 안 그런가?”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설현우가 돌려준 금괴로 향했다.

천관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김비서, 자네 그때 분명 들었지?"

"네?"

"현우군이 금괴를 잘 받겠다는 그 말."


김상중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천회장의 의도가 전혀 읽히지 않았다.


"아, 네. 들었습니다만..."


천관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김비서, 그럼 이 금괴는 설현우군이 실소유주가 맞나?"

"네? 아니 그게... 회장님."


김상중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 지금 자네가 가져온 이 금괴는 내 별장을 구매하겠다고 현우군이 자네에게 준 돈인게지?"


김상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잠시 놀란 얼굴로 생각하다가 급히 입을 열었다.


"아아! 그렇군요. 맞습니다! 이 금괴는 별장을 구매하라고 설현우 씨가 제게 준 돈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했습니다."


비서의 말에 천관우 회장은 껄껄껄 웃으며 만족해했다.

김상중은 재빨리 덧붙였다.


"회장님! 별장 매매의 건 지금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법무팀에 연락해서 당장 서류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장실에 홀로 남은 천관우의 얼굴에 깊은 감회가 어렸다.


"흐음..."


다들 그를 재벌이라고 부러워했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았다.


“희연아.”


불행하게도.

천관우의 모든 자식들은 일찍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손녀 천지혜 뿐이었다.

하지만 그 손녀마저 아이돌 가수의 길을 걷고 있었다.

회사를 물려줄 적임자를 찾지 못한 천관우는 늘 불안에 시달렸다.


"내 딸 희연아, 이 애비가 우리 지혜를 위해 드디어 좋은 사위감을 찾았단다."


그는 책상 위의 사진 액자를 바라봤다.

그 안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딸 천희연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설현우... 그 녀석이라면 우리 지혜를 잘 보살펴줄 수 있을 거야. 내 회사도, 내 손녀도."


그의 입가에는 오랜만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설현우군, 자네가 바로 내가 찾던 사람이었군. 후르룹. 아! 시원하다."


그는 소고기 국밥을 한 숟가락 더 떠먹었다.

이 맛있는 국밥처럼, 앞으로 자신과 천지혜 그리고 대산제약의 미래도 따뜻하고 든든할 것만 같았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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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중국 출장PT 계약 NEW +2 22시간 전 194 10 15쪽
49 천관우의 방문 +2 24.09.15 255 11 13쪽
48 압살(壓殺) (2) +2 24.09.14 304 13 15쪽
47 압살(壓殺) (1) +2 24.09.13 353 16 13쪽
46 디아나볼(Dianabol) +3 24.09.12 388 13 14쪽
45 연예인 라이프 +2 24.09.11 417 13 13쪽
44 CF 촬영 +3 24.09.10 451 12 15쪽
43 최칠순의 과거 +2 24.09.09 495 12 16쪽
42 코어원 +2 24.09.08 529 15 13쪽
41 팀장 회의 +4 24.09.07 567 16 13쪽
40 자객과의 데이트 +1 24.09.06 598 20 13쪽
» 금괴의 용도 +2 24.09.05 619 17 13쪽
38 팀장 승진 +1 24.09.04 660 16 15쪽
37 부산 직관(2) +2 24.09.03 698 14 15쪽
36 부산 직관(1) +1 24.09.02 735 16 17쪽
35 우수사원 +1 24.09.01 750 15 15쪽
34 선금 입금 +3 24.08.31 767 14 15쪽
33 크라이오 테라피 +3 24.08.30 784 15 13쪽
32 재활 드림팀 결성 +2 24.08.29 797 14 14쪽
31 내공 업그레이드 +2 24.08.28 806 14 13쪽
30 후폭풍 +1 24.08.27 818 13 15쪽
29 다음주 예고 +1 24.08.26 821 15 14쪽
28 혈영마선 +1 24.08.25 840 14 12쪽
27 재회(3) +1 24.08.24 843 14 14쪽
26 재회(2) +1 24.08.23 861 17 16쪽
25 재회(1) +1 24.08.22 897 15 16쪽
24 역주행 +1 24.08.21 922 15 17쪽
23 와이스틴 천지혜 +2 24.08.20 935 18 13쪽
22 화재 +3 24.08.20 942 2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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