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님 피티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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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빙환상
작품등록일 :
2024.07.31 14:34
최근연재일 :
2024.09.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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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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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DUMMY

# 23화









『화르르르르!』

『끼이이이익-』


불길에 휩싸인 예산 시장 건물의 지붕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한 남자가 불타는 건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 저기!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지고 있어!”

“아니야! 저 사람, 마치 날고 있는 거 같은데?"

“어 뭐지? 저 사람! 게다가 여자를 들쳐 메고 있어!”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설현우는 안전한 착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예산 시장 외부는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이었다.


'착지할 때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해.'


그는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천지혜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의 등은 지면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 그게 있었지. 내공이 없어도 쓸 수 있는 무공.'


설현우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계산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근육이 긴장하며 곧 있을 충격에 대비했다.


『초근비장(超筋秘藏)!』


외침과 함께,

설현우의 온 몸의 근육은 폭발하듯 팽창하기 시작했다.

근육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외부로 재배치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그의 몸은 라이더들이 입는 에어백 수트처럼 부풀어 올랐다.


『콰당!』

“으아! 저 사람들 저러다가 죽겠어!”


두 사람의 몸이 지면을 따라 구르기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

설현우는 자신의 몸으로 천지혜를 감싸며 모든 충격을 흡수했다.


“머, 멈췄어!”


자리에 일어난 현우는 천지혜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의 호흡은 거칠었지만, 눈빛은 또렷했다.


'궁금해도 참아. 눈을 뜨면 안돼.’


천지혜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식은 무척 선명했다.


'눈을 뜨면 안 돼. 이 분이 말했어, 눈을 뜨면 눈이 멀 수도 있다고...'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느꼈다. 갑자기 커지고 단단해진 설현우의 근육, 그의 따뜻한 체온, 그리고 착지 순간의 격렬한 충격까지.


‘참자. 천지혜.’


천지혜는 필사적으로 눈을 감은 채 버티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고 있었지만, 누가 보면 마치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

설현우는 천지혜의 상태를 살폈다.


'천지혜씨. 충격이 컸나보군. 하지만, 숨소리와 맥박은 정상이야. 다행이군.'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곧 긴장으로 굳어졌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하아, 이제 어쩐다?'


설현우는 또다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내공을 쓰지 않으면서 이 상황을 타개해야 했다.


'그래! 전음이 있었지, 하지만··· 이 많은 사람에게 먹힐까?'


그는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맨 앞에는 소방관들이 그에게 달려오고 있었고, 그 뒤로는 폴리스 라인을 지키고 있는 경찰 몇 명이 보였다.


‘큭, 사람이 너무 많아.’


게다가 폴리스 라인 밖에는 수많은 일반 시민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아니야. 안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설현우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전음을 사용하면 이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전음이 실패한다면... 그는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정말 귀찮아지겠지. 난 조용히 트레이너로 살고 싶을 뿐인데. 분명, 국가 차원에서 날 조사하려 할 거야.'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설현우는 고개를 들어 상황을 파악했다.


『괜찮으십니까!』


소방관들이 무거운 장비를 착용한 채 설현우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설현우는 순간 망설였다.

천지혜를 들고 도망칠까? 아니면 이대로 상황을 받아들일까? 아님?


'그래, 우선 이 여자부터 기억을 조작해야 해.'


그는 천지혜의 호흡을 체크하는 척하며 몸을 숙였다.

그리고 그 즉시 그녀의 뇌리에 전음을 보냈다.


『천지혜씨. 당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당신을 구한 사람은 없었고. 당신은 혼자 탈출했다.』


하지만.

현우의 예상과는 달리, 천지혜의 눈꺼풀이 잠시 떨리더니··· 그녀가 서서히 눈을 떴다???


"저기요. 뭐... 뭐하세요?"


설현우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말도 안 돼. 전음이 통하지 않다니!'


현우는 다시 한번 시도했다. 이번엔 더욱 강력하게.


『천지혜! 지금 일은 모두 잊어라! 당신은 혼자 탈출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천지혜의 눈빛은 더욱 또렷해졌다.


"저기요, 왜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저를 보세요? 그리고 방금 저를 구해주신 거 맞죠? 은인님! 정말 감사합니다."


설현우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중원은 물론이고 현대에서도 전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데!?'


바로 얼마전.

설현우는 예산의 한 헬스클럽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회원들 30명과 조폭 50명을 전부 전음을 통해 기억을 조작했다.

하지만... 으응? 지금은 도대체 왜 안 되는 거냐고!


“죄송한데... 은인님. 우리 둘, 얼굴이 너무 가까운 거 아닌가요. 아, 싫은 게 아니라. 제가 좀 어, 어색해서...”


설현우의 동공이 흔들렸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망했다! 이대로 가다간...'


그의 머릿속에서 수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저, 부, 부끄러워요. 은인님. 제발 우리 조금만 거리를... 그리고.”


천지혜가 입을 열어 뭔가 말하려는 찰나, 그의 손이 번개처럼 그녀의 목 뒤로 향했다.


"아!"


천지혜의 눈이 크게 떠졌다가 이내 감겼다.

현우는 그녀의 목의 혈도를 눌렀고, 천지혜는 그대로 기절했다.


'미안해요. 천지혜씨. 하지만 이럴 수밖에 없어.'


설현우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그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다시 천지혜의 맥박을 짚는 척하며 상황을 가늠했다.


“괜찮으십니까?”


그때, 소방대장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세요? 그나저나... 도대체 어떻게 한 건가요? 그 엄청난 불길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던 겁니까? 그리고 어떻게 사람까지 들쳐 업고 탈출을? 게다가.”


소방대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그 높은 허공에서··· 뛰어내린 겁니까?”

“······”


현우는 침착하게 상황을 관찰했다.

주변에 모인 구경꾼들, 경찰들, 모두가 그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래. 역시, 전음밖에 없어.'


설현우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남아있던 약간의 내공이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게, 그의 능력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와이스틴의 천지혜다! 천지혜가 여기 있다!』


설현우의 전음이 공기를 가르며 퍼져 나갔다.


“뭐? 천지혜?”


가장 가까이 있던 소방대장이 제일 먼저 반응했다.

그의 눈동자가 순간 멈췄고, 얼굴 근육이 경련하듯 떨렸다.


"천지혜? 그··· 와이스틴의 메인 보컬?"


소방대장은 갑자기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와, 와이스틴의 그 천지혜? 여, 여기에 있다고?"


주변의 소방관들과 경찰들이 소방대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와이스틴의 천지혜다! 천지혜가 여기 있다!』


현우는 더욱 더 강한 전음을 경찰관들과 소방관들을 향해 날렸다.


"네? 대장님. 어? 뭐? 뭐라고? 천지혜?"


다른 소방관들 역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역시 다른 사람에게는 먹히는군!’


설현우는 전음에 내공이 거의 필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좋았어. 이건 정말 개꿀! 치트키 무공이야.’


그는 다시 한번 전음을 준비했다.

이번엔 더 넓은 범위로, 더 강하게. 그는 온 힘을 다해 전음을 내질렀다.


『천지혜다! 바로 여기! 와이스틴의 천지혜가 누워 있다!』


이번엔 폴리스 라인을 지키고 있던 경찰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눈에서 이성의 빛이 사라지고, 대신 멍한 빛이 가득 차 올랐다.


"천, 천지혜가 있다고?"


한 경찰이 중얼거렸다.


"와, 와이스틴? 천지혜? 내 이상형이 여기에 왔다고?"


다른 경찰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폴리스 라인 밖에서 경찰과 소방관들의 이상한 행동을 본 군중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저기 봐, 경찰들이 왜 저래?"

"와! 천지혜가 왔다나 봐. 와이스틴의 메인 보컬?"

"뭐? 진짜 천지혜가 여기 있는 거야?"


설현우는 다시 한번 전음을 준비했다.

그는 남은 내공을 모두 쥐어짜내 듯 모으고 모았다.


『천지혜를 보러 가자! 지금 당장!』


그의 전음이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백 미터 반경의 모든 이들에게 전해졌다.

누구도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어?”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순간에 정지했다.

마치 누군가가 거대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천··· 지혜?”


마치 좀비들이 태어나는 것처럼, 그들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군중들의 눈에 멍한 빛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어? 여기가 어디지? 어라? 폴리스 라인이!”


하지만 모두가 같은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한쪽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어 전음이 빗나간 한 명의 경찰이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뭐... 뭐지?"

"이봐! 정신 차려!"


폴리스 라인 근처에 있던 박 경위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그는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다들 정신 차려! 모두 제자리로! 폴리스 라인을 지켜야 해!"


하지만 박 경위의 외침에 동료들은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뒤로 물러나세요! 여러분, 위험합니다!"


박경위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전음의 영향 아래 있었다.


“이번엔 진짜, 더 강력하게.”


설현우는 마지막 전음을 준비했다.


『천지혜가 홀로 용기 있게 불길을 빠져나왔다!』

『대단해. 역시 와이스틴의 천지혜야!』

『천지혜는 정말 대단해! 영웅이야! 타고난 스타!』

...

.....

.........


"맞아. 그래 맞아. 천지혜는 정말 대단해!"


갑자기 한 시민이 커다란 환호성을 질렀다.


"불길 속에서 살아남다니! 역시 우리 천지혜야!"


『우와아아아아아!!!』


멈춰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들의 눈빛이 달랐다.

스타를 보겠다는 광기 어린 흥분이 아닌, 존경과 감탄으로 가득 찬 눈빛.


"천지혜! 천지혜! 천지혜!"


군중들의 함성이 하늘을 찔렀다.

박경위는 홀로 필사적으로 상황을 통제하려 했지만, 흥분한 군중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두 뒤로 물러나세요! 위험합니다!"


설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의 발걸음은 고요했지만 빨랐다.


잠시 후.

정신이 든 소방대장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지? 어? 어라? 이봐, 김팀장! 왜 폴리스 라인이 무너진 건가!”


김 팀장이 멍한 눈으로 대답했다.


"네? 아,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장님."


소방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잠깐만. 응? 뭔가 중요한 것이 있었는데... 어? 그게 뭐였더라?”



잠시 후.

예산시장의 불길을 시장 뒤편을 통해 제압하고 이곳으로 달려온 대전 소방서의 주진만 대원이 소방대장을 향해 다가왔다.


"대장님! 불길은 이제 다 잡혔습니다. 대장님 명령대로 살수차를 시내 쪽 방향으로 우회해서 보낸 것이 먹혔습니다!”

“그, 그런가? 수고했다. 진만아.”

“대장님, 돌아가려면 경위서를 써야 합니다. 우선, 저기 저 천지혜 씨가 어떻게 탈출했는지부터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소방대장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천지혜? 아, 그래, 천지혜... 그게..."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그래, 천지혜! 맞아. 내가 봤어. 그 분 혼자 용기 있게 탈출하셨지! 정말,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소방대장의 눈에 확신의 빛이 어렸다. 마치 그가 직접 목격한 것처럼.



###


다음날.

SNS 타임라인이 폭발했다.

예산 시장 화재 현장에서 천지혜가 홀로 탈출했다는 소식이 번개처럼 인터넷에 퍼져 나갔다.


『천지혜 대단해! 불길 속에서 혼자 탈출하다니!』

『제가 직접 봤어요! 정말 용감했어요!』

『역시 천지혜! 스타는 역시 달라도 너무 달라!』


수많은 게시물이 올라왔지만, 정작 사진은 바닥에 누워 있는 천지혜의 모습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예산시장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천지혜가 불길을 뚫고 나오는 영웅적인 모습이 각인되어 있었다.

그건 비록 가짜였지만.


한편.

송파구에 위치한 JSM 엔터테인먼트 회의실.


"역주행? 세곡이나? 도대체···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죠?"


JSM의 수장 민준석.

그는 한국 연예계에서 '걸그룹 킹메이커'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그의 한 마디에 스타가 탄생하고, 그의 한 번의 결정으로 연예계가 뒤흔들렸다.

그가 다시 한번 날카롭게 물었다.


"성팀장님. 천지혜가 왜 갑자기 화제의 중심이 된 겁니까?"

"네, 그게..."


마케팅팀장 성진철이 머뭇거렸다.


"그게··· 예산 시장 화재 사건 이후로 천지혜 씨에 대한 여론이 급변했습니다. 그녀의 용기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어요."

"용기라고요? 우리 지혜가 뭘··· 했다는 거죠?"

"사실 저희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SNS에서는 지혜양이 화제현장에서 홀로 불길을 뚫고 탈출했다고 합니다."

“홀로?”

“네, 엄청난 불길이었다고 합니다.”


타고난 사업가인 민준석의 눈이 갑자기 번뜩였다.


"팀장님, 지금 지혜는 어디에 있죠? 당장, 회사로 복귀 시키세요!"



##

[음원사이트 망고멜론 실시간 차트]


1위 [천지혜 - Unbreakable]

2위 ... ...

8위 [천지혜 - Starlight]

9위 [천지혜 – 시간의 여행자들]


갑자기 천지혜의 과거 솔로곡들이 차트를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3년 전 발매된 곡들이 갑자기 상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한편, JTBS 100분 토론 스튜디오.


"오늘의 핫이슈, 천지혜 신드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가 말했다.


"네, 천지혜 씨의 용기 있는 행동이 재조명되면서, 과거 그녀가 겪었던 어려움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JSM 엔터테인먼트의 무리한 미국 진출 시도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도마에 올랐는데요."

"맞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JSM의 경영 방식을 비판하고 있어요. '아이돌을 기계 취급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리고 이 시각 논현동.

천지혜의 아파트.


“후우···”


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병원에서는 화재로 인한 어떠한 신체적 이상도 없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왜, 은인분은... 말도 없이 사라진 거지?"


천지혜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름도 모르고..."


그녀의 눈앞에 설현우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깊고 진중한 눈빛, 강인한 팔뚝, 그리고 그 따뜻한 품.

그를 생각하던 지혜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다.


'아냐, 생각하지 말자. 나쁜 사람. 인사도 안하고 그냥 사라지다니. 흥.'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은인의 모습은 마치 잉크가 물에 번지듯 그녀의 의식 전체로 퍼져 나갔다.


“아! 그래도··· 역시 감사하다고 좀 더 말했어야 했는데.”


떨쳐내려 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그의 모습.

천지혜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띵동!]


갑자기 현관 벨소리가 들렸다.


"지혜야, 나야."


매니저 유지나의 목소리였다.

천지혜는 천천히 일어나 문을 열었다.


“지혜야, 몸은 좀 괜찮니?”

“네, 언니. 푹 쉬니까 이제 좀 괜찮아 졌어요.”

“그런데... 이 밤에 갑자기 왜?”


유지나의 얼굴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흥분이 묻어났다.


"지혜야. 좋은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이요?”

“지혜야, 너 극혐야구 알지? 극혐야구! JTBS!"

"네, 그럼요. 지금 최고의 인기 예능이잖아요. 지나 언니, 그런데... 왜요?"


유지나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더 올라갔다.


"지혜야! 너···. 거기 장피디가 크흐, 내일 당장 만나 잔다!"

"네? 저, 저를요? 내일 당장?"


천지혜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너에게 부산 직관 때! 시구를 맡기겠대!"

"네? 시구요?"

"그뿐인 줄 아니?"


유지나의 눈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애국가도 너에게 부르게 한대! 이건 극혐야구 역사상 처음이야!"

"네? 정, 정말요?"


이야기를 들은 천지혜의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그때였다.


[띠리리리-]


유지나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네, 여보세요? ...아? 대표님이세요? 아, 네? 네네. 알겠습니다. 아! 정말요. 그럼 저희는 정말 좋죠. 감사합니다!"


[딸깍-]


전화를 마친 유지나는 천지혜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우는듯, 웃는듯... 뭔가 묘해져 있었다.


"언니. 이 시간에... 무슨 전화예요?"

"지혜야.”

“네, 언니?”

“지혜야, 너 방금 전화 온 곳이 어디인 줄 알아?"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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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중국 출장PT 계약 NEW +2 22시간 전 192 10 15쪽
49 천관우의 방문 +2 24.09.15 255 11 13쪽
48 압살(壓殺) (2) +2 24.09.14 303 13 15쪽
47 압살(壓殺) (1) +2 24.09.13 353 16 13쪽
46 디아나볼(Dianabol) +3 24.09.12 388 13 14쪽
45 연예인 라이프 +2 24.09.11 417 13 13쪽
44 CF 촬영 +3 24.09.10 451 12 15쪽
43 최칠순의 과거 +2 24.09.09 495 12 16쪽
42 코어원 +2 24.09.08 529 15 13쪽
41 팀장 회의 +4 24.09.07 566 16 13쪽
40 자객과의 데이트 +1 24.09.06 597 20 13쪽
39 금괴의 용도 +2 24.09.05 618 17 13쪽
38 팀장 승진 +1 24.09.04 659 16 15쪽
37 부산 직관(2) +2 24.09.03 698 14 15쪽
36 부산 직관(1) +1 24.09.02 734 16 17쪽
35 우수사원 +1 24.09.01 749 15 15쪽
34 선금 입금 +3 24.08.31 767 14 15쪽
33 크라이오 테라피 +3 24.08.30 784 15 13쪽
32 재활 드림팀 결성 +2 24.08.29 796 14 14쪽
31 내공 업그레이드 +2 24.08.28 806 14 13쪽
30 후폭풍 +1 24.08.27 817 13 15쪽
29 다음주 예고 +1 24.08.26 821 15 14쪽
28 혈영마선 +1 24.08.25 839 14 12쪽
27 재회(3) +1 24.08.24 842 14 14쪽
26 재회(2) +1 24.08.23 861 17 16쪽
25 재회(1) +1 24.08.22 896 15 16쪽
» 역주행 +1 24.08.21 922 15 17쪽
23 와이스틴 천지혜 +2 24.08.20 935 18 13쪽
22 화재 +3 24.08.20 941 2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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