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 힘으로 회귀자들의 세계를 무쌍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다짜요
작품등록일 :
2024.07.31 17:12
최근연재일 :
2024.09.15 17:42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498
추천수 :
2
글자수 :
161,290

작성
24.08.25 20:15
조회
14
추천
0
글자
18쪽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 (4)

DUMMY

{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 (4) }



쾅!



급히 집으로 들어온 나는 대문을 있는 힘껏 닫아 커다란 걸쇠를 잠갔다.



"후..."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 후, 마당 구석으로 들어와 밖에서 안을 보지 못하는 위치로 옮겨 앉았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조금 더 신중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 동갑합니다 )


"뭐야, 깨어있었어?"


( 나머지 두 사람도 깨어있어요.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뿐. )


"일어났으면, 쓴소리 좀 해주지 그랬냐."


{ 쓴소리 할 것도 없었다. 우리도 같은 선택을 했을테니깐 }



보시다시피 나는 해리성 정체성 장애. 즉, 다중인격(多重人格)이다.


아직 인격이 하나로 정해지기 전인 6년 전.


12살 때 이렇게 되었다.


기억이 떠오를거 같지만, 얼마 안 있어 두통이 몰려와 스스로 기억을 꺼버렸다.



"애초에 나한테는 없는 기억이니."


( 괜찮아졌나요? )


"어, 좌절한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건 아니잖아."



이렇게 말해도 가슴이 쓰린건 피할수 없지만, 참지 않으면.

다른 녀석의 짐만 늘어날 뿐이다.



"일단 집에 들어가자. 서현이 안전도 확보해야 해."



서현이한테 문을 다 잠그라고는 했지만, 나보다 오래 이 집에서 산 엄마도 모르는 집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하나 있다.


다락방은 2층 창고를 통해서 들어가야 하지만, 쌓여있는 짐들을 치우면 1층 마당과 통하는 비밀문이 있다.


게다가 마당에 있는 통로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못 들어간다.


다락방에서 나올 때는 그냥 버튼을 누르면 잠금이 열리지만, 밖에서는 마당 어딘가에 숨겨진 줄을 일정한 세기로 한 번에 일정 길이만큼 들어올리고 3초간 유지해야 잠금이 풀린다.


이런 설계를 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것만큼 좋은건 없다.



{ 다락방으로 갈 건가? }


"그래야지."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철퍽.



최근에 비가 내린적도 없는데 물 웅덩이가 왜..


나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시선을 곧장 바닥으로 내렸다.


피가 고인 웅덩이. 굳지도 않아서 신발 바닥을 그대로 적신 것을 보아, 얼마 지나지 않았다.


천천히.


천천히. 피 웅덩이가 이어진 길을 보자.


더 이상 나의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도 전에 나의 발은 이미 핏자국을 따랐다.


숨을 한 번 들이킬 때, 나는 마당 구석에서 마당의 중간에 도착했고. 한 번의 숨을 내쉴 때, 나는 마당의 끝에 도착했다.


몸을 돌려 마당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문에 도착하자, 나의 심장은 내려 앉았다.


시선을 잇지 못 하는 눈동자가 바닥의 깨진 유리를 향했고 이어서 깨진 유리문으로 바뀌었다.


발이 유리문과 가까워지며, 확장된 시야가 유리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유리문과 바닥을 적신 대량의 피.


방 한가운데에 보이는 늙은 할아버지 좀비. 그의 양손은 작은 여자아이의 신체를 붙들었고 그의 지저분한 이빨은 아이의 목을 뜯어먹고 있었다.


작은 여자아이... 그 아이는 내 동생 서현이었다. 눈에는 빛이 사그라들었고 작은 몸은 물리지 않은 곳이 없다.


멈춰버린 심장은 과부화 된 기계처럼 뛰었고 시야는 눈물에 흐려졌다.



"야... 야, 이 개XX야!!"



당장이라도 혈관이 터질거 같이 꽉진 주먹으로 나는 집 안을 뛰어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유리로 녀석을 찔러죽일 생각도 없이 그저 감정적인 판단이 앞섰다.


그랬기에 나는 몸의 통제권을 잃었다. 우리의 몸은 서로의 합의 하에 통제권을 넘겨주는 식이고, 보통은 내가 몸을 차지하고 있다.


특이사항은 우리 4명은 각기 느끼는 큰 감정이 다르다.


몸의 주도권을 대부분 차지하는 나를 서로의 합의 하에 공허라고 불렀으며, 이외에는 슬픔, 분노, 쾌락으로 나뉘어져있다.


그렇기에 만약 한 감정을 이 몸이 가장 크게 느끼고 있다면, 서로의 합의가 없어도.


나오고 싶지 않다고 해도.


강제로 인격이 바뀌게 된다.



쾅.



온 몸에 힘을 끌어다 한 주먹에 몰아넣어서 녀석을 때렸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거지?


녀석은 단 1의 미동조차 없이 제자리에서 동생을 뜯어먹고 있었고, 오히려 녀석을 얼굴을 가격한 나의 오른손 주먹만 부러졌다.


아까 만난 좀비랑은 다른 느낌의 피부.

마치, 콘크리트 벽을 때린 충격이다.



( 분노! 피해요! )



"어?"



쾅.


쨍그랑. 쿵.



한 순간에 날아온 주먹, 슬픔의 외침에 나도 모르게 닿기 직전에 주먹을 흘렸지만. 아직 깨지지 않은 유리를 부수고 날아가 담장에 박혔다. 고작 흘린 주먹에도 이 정도 충격이라는 것에 머리에서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 멍청아, 정신 차려 >



쾅. 쾅. 쾅. 쾅.



죽을 뻔...했네..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녀석은 서현이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 나에게 달렸들었다. 제어되지 않을 정도의 힘이 터지듯 뛰어오르자, 녀석은 나의 옆의 담장을 뚫고 빠르게 지나갔다.


만약, 녀석이 인간의 절반만큼이라도 판단을 했다면, 난 방금 일격에 죽었다.


머리가 판단조차 못 내릴 충격에 빠져나간 정신이 돌아오는 느낌이다.



( 무기라도 주우세요 )


나는 어지러운 머리를 한 손으로 지탱하며 바닥을 기어가듯 집 안으로 들어왔다.

어지러운 머리가 안정되는 느낌이 들자, 일어나서 방을 넘어 부엌으로 넘어갔고. 식칼 거치대에서 집에서 가장 날카로운 칼을 꺼내, 녀석이 날아 올 방향으로 겨눴다.


( 상체는 낮추고 부러진 손은 버리고 팔로 칼등을 누를 준비 하세요 )


"알았다."


( 아까 그 속도면 반응하는 것도 기적이예요. 시야에 잡히는 순간, 저희 기준 오른쪽 목 뒷부분부터 정면 좌측 하단까지.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베듯이 깊숙하게 찔러 넣고. 고정되면 오른팔은 버릴 각오로 칼등을 내려 찍어요 )


"그렇게 되면 한 번의 실수로 물린다."


( 서현이가 죽은 지금 그런게 의미가 있나요? )


"하."



입은 어이없는 듯이 웃었지만, 그것은 녀석의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였다.



쾅.



지금.


멀리서 녀석이 뚫고나간 길에 녀석이 다시 보이자. 나는 하단에 온 힘을 집중하고 오른팔로 칼을 든 왼손을 지탱했다.


그리고 녀석이 도착할 방향의 뒷 부분으로 칼을 찌르고 대각선으로 내려찍듯이 베어내리자, 거짓말처럼 허공을 가르는 느낌이 아닌 생 살을 베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한 번 깜빡이니 나의 눈 앞에는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큰 체구의 좀비가 나에게 손을 뻗으려 하고 있었고 팔로 칼등을 치며 칼을 목 안 깊숙히 박아 넣었다.


( 그대로는 잡힙니다 )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거지?"


( 틈을 벌려요. 그 다음은 제가 알아서 할테니깐 )


"여기서 까딱하면 저 손에 죽는다. 책임은 너에게 돌리지."


( 징징거리지말고 하기나 해요 )



좀비의 손이 닿기 전 팔을 아래로 재빠르게 내리면서 동시에 몸을 낮추고 식탁 아래로 숨었다.



"잘하면 좋겠군."



눈을 한 번 깜빡이자.



"알아서 하겠습니다."



콰직.



식탁이 부서지자 나는 작은 연기에 손을 가리며 부엌의 아랫 서랍을 열어 뜯어진 작은 밀가루 포대를 두 개 집어 녀석의 얼굴에 던졌다.


밀가루로 생긴 연기는 녀석의 시야를 가렸고 나는 칼 거치대에 꽂힌 칼의 개수를 세어보았다.


3개.


4개라면 더 편했겠지만, 지금은 이걸로 만족해야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이라면, 부서진 손을 쓰지는 않을 거다.


근데 내가 어디 정상적인 인간인가. 통증을 언제부터 신경 썼다고.


나는 아픈 손으로 칼 하나를 잡아, 천장에 날려 박아 넣었다.



{ 뭐하는 짓이지? }


"입 다물고 지켜보기나 해요. 공허, 내가 빈 공간에 칼을 박을테니 발로 마무리 해줘요."


< 알았어 >



내 몸의 힘이 빠진 지금은 칼 하나로 녀석의 목에 박아넣는건 성공 확률이 희박하다. 그러니, 부서진 손이라도 써야지.


남은 두 개의 칼을 잡아, 몸을 한 번 돌려 정신을 못 차리는 좀비의 오른쪽 목에 양칼을 내려찍듯 한 부분에 박아 넣었다.


곧바로 한 칼을 빼고는 서랍에 약간 삐져 나온 밀가루 포대를 위로 올려 손으로 잡고는 녀석의 얼굴에 다시 던졌다.



"캬야야약!!!"



지금까지 고요히 싸우던 녀석이 처음으로 괴성을 질렀고 나는 식탁 의자를 밟고 녀석의 어깨를 밟은 다음 천장에 꽂힌 칼을 한 손으로 잡았다.


힘을 주어도 한 번에 칼은 뽑히지 않았다.

그만큼 세게 박았으니깐.


양발을 천장에 가져가 거꾸로 서서 나는 온몸에 힘을 주어 칼을 뽑았다. 그 반동으로 몸이 떨어지게 되었지만 그 또한, 노림수다.


그는 몸을 거꾸로 돌려 눕히고는 빠르게 반 바퀴 돌아, 첫 번째와 똑같이 왼쪽에 칼을 박았다.



"공허, 지금입니다."



유한 눈빛이 빛을 잃은 눈빛으로 변하며, 그는 바닥에 발을 내딛었다.


그는 곧바로 오른발을 들어 올리고는 궤도를 바꿔 내려찍듯 칼등에 과감히 내질러 칼을 더 깊숙히 박은 후, 오른발을 어깨에 걸치고 왼발을 들어 똑같이 칼등을 걷어찼다.


동시에 오른발을 빼고 몸 안으로 접은 후, 왼발을 빼고 공중에서 반바퀴 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중앙에 박힌 칼을 걷어찼다.



텅.



사람의 몸을 자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소리. 하지만, 녀석의 목 부분은 터졌다.


박힌 칼들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지고 나는 바닥에 착지했다. 목이 잘리며 생긴 반동으로 녀석의 몸은 뒤로 넘어졌고 그것을 조용히 지켜보다 나는 숨을 고루 내쉬었다.



"후우..."


( 기계랑 싸운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은 싸움이었네요 )


{ 흥분해서 미안하군 }


"됐어, 어차피 너 아니었어도 우리들중 누구라도 똑같이 했을테니깐."



그러면서 나는 감각을 일부 옅게 느끼며 몸 상태를 살폈다.


너무 저려서 움직이는게 불가능한 오른손, 칼등을 있는 힘껏 차서 양발은 움직이기도 힘들다.



"그래도.. 할 거는 해야지."



나는 바닥에 떨어진 칼 한 자루를 왼손으로 쥐고, 잔해 속의 부엌을 걸어 동생이 있는 방으로 넘어왔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차라리 깔끔하게 멍청이처럼 도망치다 물려 죽는 삶이 좋았을텐데.


왜 살겠다고 여기까지 돌아왔을까.


나는 한건우 18살.


특이사항은 다중인격.


그리고 난 6년 전, 엄마와 동생을 죽이려 했다.


나의 아빠는 도박과 알코올 중독이였다. 폭력은 늘 일상이였으며, 긴 시간 집을 담보로 빚까지 억대를 넘기는 일까지 벌였다.


그 날, 비가 오던 어느 날.


몇 년만에 취한 상태에서 깨어난 그 인간은 억대의 빚과 이후에 있을 일들에 두려움을 느끼고 유서와 함께, 외출하고 돌아온 우리 셋을 거실 천장에서 맞이했다.


다급히 엄마는 우리의 시야를 막았지만, 이미 돌이키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동생은 내가 끌어 안아 뒤만을 바라보았고 너무나도 어려서 어떤 기억도 없었다.


하지만, 그 기분 나쁘고 불쾌한 냄새를 풍기고 얼굴은 기묘하게 추잡한 그 남자의 모습을 정면으로 본 나는 정신이 버티지 못 하게 되었다.


엄마는 나를 재빨리 2층으로 보냈고 홀로 침대에 앉은 나는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 하고 짧지 않은 시간 안에 기절하듯 잠들었다.


다시 일어났을 때는 밤 11시 쯤이었을까.


아침에 있었던 일은 이유도 모른채 기억에서 지워진 나는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로 내려왔고 잊지 못 할 두 번째 충격을 마주했다.


아기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서현이.


그 옆에서 천장에서 발버둥치는 엄마. 날 발견한 엄마는 다급히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줄을 끊고 내려왔다.


바닥을 기듯 나의 앞에 온 여자는 나를 안으며 미안하다고 연신 울며 한참을 사과했다.


인간답지 않은 아빠라는 인간. 그런 인간이 더 좋았던 건지, 아니면 빚이 무서웠던 건지 우리를 버리려 한 엄마.


무엇 하나 정상적이지 않았고 나 또한, 정상적일수 없었다.


엄마는 나를 다시 내 방으로 돌려 보냈고, 새벽. 잠들었다고 확신이 들던 '나'는 부엌에서 조용히 칼을 꺼내 두 사람이 잠든 방을 들어갔다.


이런 삶은 이어져서는 안 되었다는 하나의 상념이 나를 행동으로 이끌었다.


과연 이중 누가 불행할까? 도박과 알코올 중독에 가족에게 씻을수 없는 상처를 준 아빠?


상처 받은 이에게 더 큰 상처를 안긴 엄마?


그걸 버티지 못 해서 스스로 이성을 놓은 나?


아니, 그 무엇도 아닌 그 세 사람을 가족이라는 합의된 의미안에 갇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우리를 둔 내 동생이였다.


그런 불행한 삶보다 차라리 다음 삶을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라고 생각한 나는 엄마가 아닌 첫 목표를 동생으로 잡았다.


동생의 앞에 멈춰 선 나는 칼을 높이 들어올리고 자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천천히 칼을 내렸다.



"이젠 편할거야."



아직 태어난지 온전한 2년도 되지 않은 내 동생아. 다음 생에는 좋은 사람이 네 곁에 있길 바랄게.


칼이 아이의 목에 닿기 직전.



"....빠..오...빠...."



나는 그 순간, 칼을 멈췄다.


천천히 눈을 뜨며, 나의 얼굴을 살피고 이내 웃으며 작게 말하는 아이.


나는 그 때 이유도 모른채, 울었다. 하염없이. 그때는 울던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것은 나의 죄책감이였다.


신기하게도 내 동생은 2년이 되어가는 그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말을 한적이 없었다.


나는 울며 칼을 내리고 동생을 안아들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아주 길고 긴 시간 동안, 이 미소를 지키고. 또 보고 싶다고.


절대로 그 얼굴이 일그러지지 않게 하겠다고.


평생 너에게 속죄하겠다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방에 들어온 나는 그대로 잠들었다. 그리고 그 날, 잠든 그 사이.

이 모든 정신적 고통에서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내 수많은 모습들이 4개의 길 위로 갈라져 감정과 기억들을 가지고 4명의 인격으로 분리되었다.


동생을 지키겠다는 약속은 4명 모두에게 낙인 되었지만,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 했다.


고통은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고 현실을 망각하게 해주었다.


그 날, 나는 아빠의 죽음에 미친듯이 즐거워 했고 엄마의 죽음에 미친듯이 분노 했으며. 동생의 살해 시도에 미친듯이 슬퍼했다.


한 명의 광기에 담긴 쾌락과 점잖은 분노, 그리고 후회하던 슬픔이.


모두 분리된 나는 '공허'였다.


차라리 그 때, 평범하게 살기를 염원했다면. 이런 죄책감 없이 평범하게 웃으며 동생의 옆에 있었을텐데.


나는 방으로 들어와, 망가진 인형처럼 널브러진 동생을 가지런하게 앉혀주며 껴안았다.



"미안해... 미안해.. 서현아... 오빠가, 정말.. 미안해.."



덜컹.



"카..카아..."



잠들어 있던 동생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좀비에게 물린 인간의 말로(末路). 물려서 병이 급속도로 전파되어 어떤 수조차 쓰기 힘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그저 지켜봐야 하는 지금 내 생의 가장 큰 네 번째 고통이다.


나는 바닥에 놓아 두었던 칼을 잡고, 격하게 껴안은 동생의 목 부분으로 칼을 가져갔다.



"걱정마, 이제 안 아플거야. 오빠도.. 곧 따라갈게."



희미하게 비치는 나의 오른팔. 그것은 좀비에게 물린 상처였다.


점점 발버둥이 심해진다.


더 이상은.. 더 이상은..



푸욱.



나는 칼을 동생의 목에 찔러넣었다.


망가진 팔로 칼의 바닥을 연신치며 날이 반대편으로 나오게 하고는 그 팔로 동생을 고정하고 칼을 내질렀다.



드..드..득... 촤악.



목의 뼈가 잘리고 근육을 베고 끝내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느낌이 평소보다 더욱 생생하게 전해진다.



"아...아...아아아아!!!!"



분노는 고통을 삼켰고 슬픔은 분노를 삼켰다. 쾌락은 그런 슬픔을 나누었고 공허는 미치지 않을 쾌락의 대가를 조율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나누며 어떠한 일에도 버텨왔다.


하지만, 지금은. 4명중 누구도 버틸수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의 감정만을 가지고 있었으니깐.


한건우는 목 없는 동생의 몸을 끌어안고 옅은 울음을 연신 뱉어냈다.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자, 그는 동생의 몸과 목을 가지런히 벽에 기대어주고 동생을 벤 칼을 들어 깨진 유리문을 향해 걸었다.


발바닥에 유리가 박히고 흐린 시야가 계속 되어도 그저 걸었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보이는 말도 안 되는 풍경.


하늘이 붉게 물들고 해는 모습을 감췄다. 낯선 레드문.



Pm: 09 : 30



하지만, 묘하게 기시감이 드는 풍경.


언젠가 본거 같지만, 본적 없는 이 느낌은 속을 간지럽혔다.



띠링.



[ 개념의 세계가 사상의 세계에 감염 됩니다 ]


[ 당신은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 했습니다 ]


[ 각성 전 '강화 좀비'를 최초로 처치 하셨습니다 ]


[ 그에 따른 칭호가 추가됩니다 ]


[ 칭호 '벽에 맞서는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


[ 최초 처치 보상으로 5000코인이 지급됩니다 ]


[ 하나의 개념 '공간'이 세계에 현현합니다 ]


[ 하나의 개념 '창조'가 세계에 현현합니다 ]


[ '성현의 관찰자'가 세계에 현현합니다 ]


[ '어긋난 지식의 탐구자'가 세계에 현현합니다 ]



무수히 많은 파란색의 홀로그램 창.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긴 생각없이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소설에서나 보던 멸망하는 세계와 인간과 계약하려는 설화, 신화적 존재들.


하지만, 이제와서 이런 것들이 의미가 있을까.



[ '만주의 정복 군주'가 세계에 현현합니다 ]


[ '브리튼의 구원자'가 세계에 현현합니다 ]



나는 그 알림들을 바라 보며, 칼을 나의 목으로 가져갔다.



"지지든 볶든 알아서들 해."



촤악.



칼은 나의 목을 한 번 지나쳤고 나는 칼을 바닥에 떨군 채, 양손으로 목을 누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동생의 굳은 피 위로 나의 피가 다시 덮어씌어진다.



"커..커헉.. 켁...켁..."



시야가 어두워지고 통증이 점차 가라앉는 느낌이 들 때,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미안해 서현아. 오빠가.. 미안해.



띠링.



[ 하나의 개념 '창조'가 당신과 계약하기를 원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유일 힘으로 회귀자들의 세계를 무쌍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쉬다가 오겠습니다 24.09.15 7 0 -
27 Episode 3. 내가 원하는 것 (6) 24.09.15 7 0 12쪽
26 Episode 3. 내가 원하는 것 (5) 24.09.14 9 0 12쪽
25 Episode 3. 내가 원하는 것 (4) 24.09.13 10 0 11쪽
24 Episode 3. 내가 원하는 것 (3) 24.09.12 10 0 11쪽
23 Episode 3. 내가 원하는 것 (2) 24.09.10 8 0 12쪽
22 Episode 3. 내가 원하는 것 (1) 24.09.08 11 0 12쪽
21 Episode 2. 아포칼립스의 정의(7) 24.09.07 9 0 12쪽
20 Episode 2. 아포칼립스의 정의(6) 24.09.06 9 0 12쪽
19 Episode 2. 아포칼립스의 정의(5) 24.09.05 10 0 12쪽
18 Episode 2. 아포칼립스의 정의(4) 24.09.04 10 0 14쪽
17 Episode 2. 아포칼립스의 정의(3) 24.09.03 8 0 14쪽
16 Episode 2 .아포칼립스의 정의(2) 24.09.02 9 0 14쪽
15 Episode 2.아포칼립스의 정의(1) 24.09.01 14 0 14쪽
14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13) 24.08.31 17 0 13쪽
13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12) 24.08.29 14 0 13쪽
12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11) 24.08.29 12 0 12쪽
11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10) 24.08.28 11 0 13쪽
10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9) 24.08.28 9 0 15쪽
9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8) 24.08.28 9 0 17쪽
8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7) 24.08.28 7 0 11쪽
7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6) 24.08.26 11 0 13쪽
6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 (5) 24.08.25 12 0 15쪽
»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 (4) 24.08.25 15 0 18쪽
4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 (3) 24.08.25 24 0 14쪽
3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 (2) 24.08.23 36 0 15쪽
2 Episode 1. 고의와 실수, 후회 그리고 방관 (1) 24.08.23 74 1 13쪽
1 프롤로그 24.08.23 123 1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