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채집으로 탑 아닌, 산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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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옹
작품등록일 :
2024.08.01 00:14
최근연재일 :
2024.09.1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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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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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1)

DUMMY


마지막 펫을 잃은 S급 테이머가 자폭석을 들고 보스를 향해 몸을 던졌다.


콰과강-!


2124년 8월 1일.

S급 게이트 헬트라이 보스 방.

국가 소속 헌터들이 전멸했다.

.

.

그리고, 그는 회귀했다.


===


눈을 뜬 로운은 익숙한 천장을 바라보았다.


벽에는 연금술사 연습생 수료증과 상장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고, 진열대 위에는 먼지 한 톨 없이 반짝이는 여러 가지 모양의 큐브 장난감들이 놓여 있었다.


‘아니, 여기는···.’


의아함을 느끼며 몸을 일으킨 로운은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진열대로 다가가 큐브들을 집어 올렸다.

입방체 모양부터 세모, 둥근 모양.

2X2부터 20짜리까지,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 고스란히 모여 있었다.


‘여긴 내방이잖아.’


로운은 이게 꿈인가 싶어 팔뚝을 힘껏 꼬집어 보았지만, 살갗을 쥐어짜는 고통마저도 현실이 아닌 양 희미하게 느껴졌다.


‘······.’


그때, 침대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로운은 동작을 멈췄다.


야옹-?

미옹-


휙 돌아본 로운의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아-?!


울지 않고 조용히 있던 녀석도 침대에서 폴짝 뛰어 내려오며 아아 하며 돌고래 비슷한 소리로 울었다.


바로 앞에 있는 이 새끼 고양이들은 이로운의 첫 각성 펫, 수랑과 토란 그리고 솔이였다.

얼룩덜룩 한 녀석이 솔이, 얼굴 무늬가 반반씩 나뉜 특이한 울음소리를 지닌 녀석이 토란.

그리고, 새하얀 수랑은 그가 헬트라이로 뛰어들던 순간까지 함께했던 펫이었다.


“이렇게 꿈에서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니···.”


눈물을 훔치며 아이들을 바라보던 로운의 머릿속으로 토란과 솔이를 잃었던 아픈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여러 던전 공략에 펫이라는 이유로 먼저 투입되었던 아이들.

그 아이들의 희생으로 던전은 쉽게 공략되었고, 많은 보석과 부산물을 얻게 된 팀들은 기쁨의 축배를 들었다.


몇 번이나 사직서를 냈었지만, 국가에선 S급 테이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올해까지만.

1년만 더···.

퇴직은 계속해서 미뤄지고 그렇게 또 수년이 흘렀다.


여전히 국가 소속 S급 테이머였던 로운은 그날도 어쩔 수 없이 레이드에 참여해야만 했다.


로운과 팀을 이룬 헌터들 또한 같은 소속이었기에 그들 모두 피할 수 없는 의무에 묶여 있었다.

하여 그들은 로운의 펫을 지키고자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 하지 않았다.


사냥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로운의 펫을 단순한 도구로 여기며,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펫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다.


암묵적인 강요와 다수결이라는 명분 아래, 로운은 펫을 지킬 방법이 없었다.


수랑을 잃게 된 그날,

S급 던전 보스방에서는 펫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보스 헬트라이는 전설급에 달하는 보석을 품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기에, 팀원들은 헬트라이를 잡고자 혈안이 되어 있었다.


팀들의 눈에 탐욕이 어른거렸다.


하지만, 보스 방 앞에 길게 펼쳐진 수많은 함정과 헬트라이의 석화 마법에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도무지 접근할 방법이 없어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을 때, 누군가가 로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로운 씨, 펫을 투입 시키세요!’


로운이 거절하자 팀원들은 점점 더 집요하게 굴었다.

처음엔 펫 투입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설득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가 험악해져 갔다.


로운은 끝까지 버텼다.


그들의 계획에는 수랑이의 목숨은 빠져있단 걸 아니까.


‘진정하시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세요. 펫이야 또 만들면 되잖아요.’


‘몇 달을 걸려서 여기까지 왔는데, 당신 고집 때문에 보스를 눈앞에 두고 그냥 돌아갈 수 없잖아!’


그들의 차가운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야옹-”


- 걱정 마. 내가 갈게.


“안 돼! 수랑아!”


동료들에게 내몰리는 로운을 본 수랑은 자발적으로 함정이 깔린 지대로 뛰어들었다.


아슬아슬하게 함정들을 통과한 수랑의 임무는 보스 뒤에 있는 함정 결계를 해제하는 것.


하지만 머리가 세 개인 헬트라이의 눈을 계속 속일 순 없었다.

강력한 빙결로 헬트라이를 얼려버린 순간, 수랑 역시 석화되어 버렸다.


“수랑아-!”


헬트라이의 석화는 걸리는 순간 심장이 멎는다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랑이 석화되는 순간 실처럼 가늘게 이어진 수랑의 영혼이 뚝 끊기는 걸 느꼈다.


로운은 이 모든 순간을 후회했다.

진심으로.


펫을 잃는다는 건 마음속에 무덤을 하나씩 쌓아가는 일이었다.

공감받지 못한 아픔이 쌓일 때마다 무덤은 점점 더 높아졌고, 수랑마저 지켜내지 못했던 자괴감이 그를 집어삼켰다.


로운은 결국,

수랑을 죽인 헬트라이와 함께 죽기로 결심했다.


언젠가는 이런 순간을 위해 지니고 다녔던 자폭석.

그것을 품에 넣고 작동시킨 로운.

곧장 보스를 향해 돌진했다.


‘다시는 내 아이들의 희생으로 보석을 먹어 치우게 두진 않겠어!’


로운은 희생을 강요한 헌터들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도록.

모든 걸 산산조각 낼 생각이었다.


수랑이 석화되기 직전 날린 빙결 마법에 얼려있던 헬라이트가 점점 녹고 있었다.


‘서둘러야 해!’


함정 결계를 해제시키지 못해 온갖 함정들이 재생성되고 있었다.

팀들은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로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제 몸이 찢기고 터져나갈지언정, 오로지 헬트라이를 향해 달려갔다.


드디어, 헬트라이 앞.


콰쾅-


로운이 얼어있는 세 개의 머리를 끌어안는 순간, 강렬한 폭파음이 터져 나왔다.


저 멀리 경악하며 ‘내 아이템’을 외치는 팀들의 목소리.


크아아아-

뒤이어 폭주하는 헬트라이의 석화 공격에 맞은 팀들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로운과 헬라이트의 온몸이 산산이 조각이 나던 순간이었다.


째각,째각-


갑자기 고요해진 가운데 의문의 시계 소리가 귓전을 울리고,

로운은 정신을 잃었다.

.

.

.

째각, 째각-


선명히 들려오는 시계 소리에 눈을 떠보니 어릴 적 방이었던 것.


로운은 멍하니 앉아 마지막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설마, 헬트라이가 가진 보석이, ’리와인더‘라는 회귀석이었단 말인가?’


S급 던전 보스들은 전설급 아이템을 준다는 것 말고는 어떤 종류의 마정석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그 희귀하고 진기한 보석이야말로 보스 사냥의 묘미이자 매력이었으니까.


‘정말 과거로 돌아온 거라면···.’


깨어버리면 사라져버릴 꿈이 아니라 정말 회귀한 것이라면···.


로운은 주위에 옹기종기 붙어있는 아직 어린 신수 고양이들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는 절대 테이머의 삶을 살지 않을 거야.’


아버지를 따라 평범한 물약 상인이 되어 평화롭게 살고 싶었다.


로운은 새끼 고양이들을 꼭 안아보았다.


‘녀석들, 이번엔 테이머의 펫이 아니라 자유로운 신수로 살아가거라.’


로운은 이 아이들을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연금술사이신 아버지는 약초 채집을 나갔다가 가끔 어미를 잃은 신수 새끼를 데리고 오시곤 하셨는데, 신수의 능력이 개화될 때쯤이면 다시 안전한 곳에 풀어주었다.

그때마다 로운은 정든 신수들과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을 견뎌야만 했다.


아버지 이학수는 그날도 어김없이 신수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모두 세 마리였다.


‘아버지, 이번에도 조금 자라고 나면 녹마산(綠魔山)으로 돌려보내야 하나요? 거기서 살면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래도 신력을 쓸 수 있게 되면 녹마산(綠魔山)을 수호하며 살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영기(靈氣)가 마기에게 밀려 마수들이 마을로 내려올 테니까. 그리고 신수는 함부로 길들이는 게 아니란다.’


녹마산(綠魔山)은 영기와 마기가 어우러진 산이었다. 신수들이 마기가 강한 산에 출현하는 마수들을 잡아주고 있어 사람들이 무사한 거라고 했다.


‘그런데 왜 길들이면 안 되나요?’


과거의 로운은 귀여운 새끼 고양이들과 헤어지려니 섭섭한 마음에 물었었다.


‘신수들의 힘은 인간들의 것이 아니니까. 길들이게 되면 그 고유 능력을 잃게 된단다.’


얼마 후, 로운은 각성하게 되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두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연금술사 : EX급

테이머 : S급


‘EX 급이면 뭐해. 연금술사가 되어봤자 아버지처럼 약초 나 캐고 물약이나 팔면서 장사꾼 취급이나 받겠지.’


거기다 신수 고양이들과 헤어지기 싫었던 로운은 단순히 테이머가 되면 신수 고양이들을 길들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렇게 잘 알아보지도 않고, 별생각 없이 선택한 테이머 길.


그 찰나의 선택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고, 평생 자책하며 살아야 했다.

몇 년 후, 녹마산은 마기로 물들었고 녹마산 마을은 강력한 마독에 휩싸였다.


국가직으로 일하던 로운은 그때 다른 게이트를 돌파 중이었고, 그가 돌아왔을 땐 빠르게 퍼지는 마독으로 이미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후였다.

사망자 중에는 로운의 부모님도 포함되어 있었다.


로운은 탁상 위에 있던 작은 돌을 터치했다. 그러자 시간과 오늘의 날짜가 홀로그램처럼 떠올랐다.


‘내일이구나.’


로운은 각성 전날로 돌아온 것이다.


그때, 누군가가 로운의 방문을 두드렸다.


“아들, 밥 먹자.”


어머니였다.

십몇 년 만에 만난 어머니의 젊은 모습에 로운의 목이 메어왔다.


꼬르륵.

로운의 배에서 배꼽시계가 반응했다.


그러고 보니 던전에서도 긴장감에 제대로 먹지 못했었다. 회귀 후에도 일어난 이후로는 계속 정신이 없었고.

밥때가 되긴 했다.


“···네, 어머니.”


보고 싶었다는 말을 꿀꺽 삼킨 로운.


방문을 열고 나와 시원한 마룻바닥을 밟았다. 마루 앞에 펼쳐진 넓은 앞마당을 바라보았다.


그리웠던 시골집 풍경이었다.

구수한 된장찌개 향을 따라가 보니, 마루에는 단출하지만, 정성껏 차린 밥상이 놓여 있었다.


어머니의 손맛이 깃든 빡빡한 된장찌개에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추가해서 밥을 비벼 먹으면 꿀맛이었다.


그리고 그 밥에 상추를 잘라 넣거나 콩잎 물김치 하나 얹어 먹으면,

그 맛은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건강하고 맛있는 시골 밥상 그 자체.


밥상으로 얼른 다가가 앉은 로운은 숟가락을 들었다.

그리웠던 된장과 콩잎으로 담근 물김치.

된장에 듬뿍 담근 콩잎을 밥숟가락에 얹어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입안 가득 퍼지는 청량함과 구수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로운의 눈이 절로 감겼다.


다신 못 먹을 줄 알았던 어머니의 된장찌개다.

로운은 목이 메었다.


“아들, 꼭꼭 씹어 먹어.”


어머니는 사발에 물을 졸졸 따르며 말했다. 묵묵히 드시고 있던 아버지는 멀리 놓인 달걀말이 접시를 로운 앞에 슬쩍 놓아주었다.


순간 로운은 소박한 일상을 살았던 이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임을 깨달았다.


‘그래, 이번엔 후회 없는 삶을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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