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채집으로 탑 아닌, 산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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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옹
작품등록일 :
2024.08.01 00:14
최근연재일 :
2024.09.1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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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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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정수가 깃든 서펜스 스테이크(2)

DUMMY

입안 가득 서펜스 스테이크를 우물거리던 로운은 손수희의 승급 소식에 놀라고 이어서 루빅스 공방 메시지에 또 놀랐다.


[정수가 깃든 서펜스 스테이크를 발견했습니다.]


[보관/흡수]


“어라? 이게 왜 뜨지?”


로운은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바로 스테이크에 깃든 서펜스의 정수 때문이었다.


정수란 서펜스의 능력이 응축된 에너지였는데, 루빅스 공방은 이것을 영약이나 마수를 인식하듯 반응한 것이다.


조리된 고기에 정수가 아직 남아 있다니 의외였다.

그러고 보니, 정수를 보존하는 요리가 최소 B급 요리사에게서 발현되는 능력이었던 것 같다.

손수희가 조리 과정에서 정수를 보존하면서 승급에 성공한 모양이다.


마수 고기를 루빅스 공방에 넣었다가 꺼내면 마기가 깨끗이 사라진다.

일반적으로 숙성되어 마기를 제거한 고기보다 루빅스 공방에서 꺼낸 고기가 정수를 유지하는데 한층 수월했을 터였다.

우연히 그녀의 승급에 도움을 준 셈이다.


로운은 다시 루빅스 공방을 들여다보며 속으로 말했다.


‘흡수해 줘.’


공방 조각들이 로운이 썰어둔 스테이크 위로 날아가자 고기가 모두 사라졌다.


[신체 강화 에너지를 추출합니다.]

[독 저항 에너지를 추출합니다.]

[체력 재생 에너지를 추출합니다.]


[잉여 에너지는 저장됩니다.]


‘와우, 완성체 추출물이다.’


신체 강화, 독 저항처럼 완성체의 추출물은 정화수만 넣으면 물약이 된다.

제조법을 따를 필요도 없고, 약재 없이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때까지의 추출물은 거의 마수나 마수 초의 추출물들이었고 완성체도 거의 없어 활용하기가 애매했는데, 이번 건 바로 만들 수 있었다.


로운은 생각난 김에 세 가지 물약을 만들어 보았다.

몇 개 정도 나오는지 궁금했다.


[신체 강화 물약을 제조합니다···1/2]


[독 저항 물약을 제조합니다···1/2]


[체력 재생 및 회복 물약을 제조합니다···1/2]


스테이크 하나에 2개씩 제조라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지속 시간은 각각 6시간.

독 저항은 20%였다.


‘득템이군.’


서펜스 고기는 다 팔지 말고, 손수희 여사한테 요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야겠다.

하지만 흡수하게 되면 고기도 사라진다.

아마 잉여 에너지로 저장될 것이다.


‘다음엔 루빅스 공방으로 고기는 남기고 능력치만 흡수하도록 해봐야겠군.’


로운이 서펜스 추출물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은 각자 몸에 깃든 능력을 확인하며 한마디씩 했다.


“여보, 이걸 먹으니, 독 면역력이 20%나 올랐다는군.”


“재수씨, 난 체력이 회복됐어요.”


“아줌마, 전 갑자기 힘이 불끈 나요. 나가서 씨앗도 심을 겸 밭이나 갈아야겠어요.”


점순이가 벌떡 일어나며 말하자 도봉식이 그녀를 말리며 실랑이를 벌였다.


“이 밤에 뭣하러. 내일하려무나.”


“아니요. 힘이 막 솟아날 때 해야죠. 로운 오빠가 준 살무초 씨앗 심을 거란 말이에요.”


점순이는 갑자기 상승한 힘의 기운을 제어하지 못한 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로운은 그런 점순이를 보며 피식 웃었다.


‘스테이크를 먹게 되면 저렇게 필요한 능력만 발휘되는가 보네.’


그때, 로운은 자신의 접시가 비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고작 작은 조각 두 개를 먹었을 뿐인데.


로운이 빈 접시를 보며 아쉬워하고 있자, 손수희 여사가 슬며시 자신의 스테이크 반을 덜어 주었다.


“많이 먹으렴. 엄마는 능력치 안 올라도 괜찮으니.”


방금 B등급 요리 능력자가 된 손수희는 야채도 먹으라며 식초를 섞어서 만든 샐러드도 곁들여 주었다.


“그런데, 아들아. 너는 아무런 반응이 없느냐?”


이학수가 로운을 보며 물었다.


“아, 전 여기에 다 흡수시켰어요.”


로운이 빙글빙글 도는 루빅스 공방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그러자 도봉식이 끼어들었다.


“뭐? 고것이 요리에 담긴 능력까지 흡수할 수 있단 말이야?”


그는 놀라면서도 약간 부러운 듯 물었다.

그러다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나도 한 조각 빌려다오.”


“뭐, 이놈아? 저건 우리 아들 특성인데 그걸 빌려달라고 하냐? 그럼 니 팔뚝에 쇠붙이도 좀 빌려다오. 팔에 두르고 텃밭 가꾸면 벌레에도 안 물리고 좋것구먼.”


이학수가 도붕식의 팔뚝을 가리키며 말하자 도봉식은 그거랑 이거랑 같냐며 투덜거렸다.


로운은 서펜스 스테이크를 맛나게 먹으면서 두 사람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몇 조각 먹다 보니 힘이 강화되는 게 느껴지긴 했다.

다만 추출물로 물약을 만들면 지속 시간이 6시간이나 되는 데 반해 그냥 먹으면 2시간밖에 가지 못했다.

세배나 차이 났다.


이학수와 도봉식의 투닥거림이 조금 잦아들자 로운은 무심한 어투로 말했다.


“마음은 조각 한 개 빌려드리고 싶지만,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요. 하지만, 아저씨가 공방 직원으로 들어오신다면 가능할 거예요.”


콩쥐처럼 임원으로 선출하면 조각 하나를 담당하게 할 수 있을 터였다.


“공방 직원?! 그거 어떻게 하면 되는 거냐?”


도봉식은 당장 직원으로 들어갈 듯 몸을 쭉 빼며 물었다.


“지금은 인원이 다 찼어요. 다음에 자리가 나면 한 번 직원으로 신청해 보세요. 신수들의 경우에는 알아서 신청해 와서 수락하기만 하면 됐는데, 사람은 어떻게 신청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도봉식을 직원으로 들이면야, 채집할 때 꼬물이들이 쫓아가지 않아도 되니 나쁠 건 없었다.

그런데 고용하는 법을 모른다.


“와, 오빠! 나도 공방 직원으로 넣어줘요. 제가 직원이 되면 약재료에 도움을 줄 수도 있잖아요?”


점순이가 새로운 놀이를 찾은 아이처럼 마냥 신난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로운의 집에 오고부터 제 나이 또래 아이처럼 작은 일에도 잘 웃고 재잘대기도 잘했다.


“그게··· 신수들 말고 사람도 채용할 수 있게 되면 꼭 넣어줄게. 아저씨도요.”


로운이 루빅스 공방 직원이 되기 희망하는 두 사람을 보며 말하자,

도봉식과 점순이는 직원 대기 순서까지 정해서야 잠잠해졌다.

첫 번째가 점순이, 도봉식은 밀려나서 두 번째가 되었다.


“냥냥?!”


서펜스 고기를 뜯고 있던 꼬물이들이 그런 점순이와 도봉식에게 관심을 보이며 냥냥 거렸다.


‘또 후배가 생긴다냥?’


아마 이렇게 묻고 있겠지.

녀석들은 음식 버프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그저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콩쥐도 작게 썰어 둔 스테이크 조각하나를 두 손으로 쥐고 오물오물 씹어 먹고 있었다.


엄청 열심히 씹는데 줄어드는 양이 휴지가 물에 젖는 것보다 느렸다.


손수희는 그런 녀석들 옆에 먹음직스러운 살코기를 끊임없이 놓아두며 말했다.


“많이 먹어. 우리 이쁜 신수들. 무럭무럭 자라서 우리 아들 좀 잘 지켜 줘.”


**


식사를 마친 후, 모두가 마루에 앉아 이학수가 끓인 차를 마시며 둘러앉았다.

도봉식은 이학수와 손수희에게 오늘의 활약에 회포를 풀었고, 점순이는 안 듣는 척하며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로운은 서펜스 나가 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깜빡하고 있던 의문의 알 하나를 꺼냈다.


“아버지, 유독 이것만 안에 뭔가 자라고 있더라고요.”


아버지 이학수는 알을 받아 들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뭔가 소중한 것을 찾은 마냥 알을 두 손으로 받쳤다.


“이건 지금은 폐산이 되어버린 염해산(焰海山)에 사는 누룩뱀 신수 알이란다.”


“누룩뱀이요?”


“누룩뱀 신수가 아직 남아 있었어? 폐산이 되면서 멸종한 줄 알았는데.”


“녹마산으로 피난 온 신수가 낳은 알일지도 모르겠다. 알 크기가 좀 작구나. 아마 신력이 그리 강한 녀석의 알은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왜 서펜스 둥지에 신수 알이 나와요?”


점순이의 물음에 손수희가 서펜스의 양육 방식에 대해 알려주었다.

신수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알이면 무조건 훔쳐서 영양분으로 삼는다는 이야기였다.


“와, 그럼 우리가 오늘 안 잡으러 갔었으면 서펜스 놈이 누룩뱀 신수 알을 자기 새끼 키우는데 영양분으로 썼을 수도 있었겠네?”


“그렇지. 신수를 흡수한 알은 못해도 이두나 삼두를 가지고 태어나거든.”


서펜스 종류를 이두, 삼두라고 말하는 건 단순한 머리 숫자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고 한다.

서펜스의 머릿수는 전혀 다른 능력의 개수였다. 머리마다 고유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


서펜스 서식지에서도 서펜스들의 머리는 모두 하나였다.

서펜스 보스인 ‘서펜스 나가’만이 삼두였다.


고로 보스는 세 가지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뜻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로운은 그들의 능력을 보지 못했다.


다만, 추출물이 그들의 능력을 말해 줄 뿐이었다.

추출물을 다시 살펴보니 대략 이러했다.


[흡마의 정수 에너지를 추출합니다.]

[석화 에너지를 추출합니다.]

[즉사의 마비 독 에너지를 추출합니다.]


로운은 헛숨을 들이켰다.


싸울 틈도 없이 바로 채집했길 망정이지 호기심에 달려들었다가 정수를 뺏겼거나 돌이 되었거나 마비독에 즉사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등골이 서늘해진 로운은 수랑이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널 죽일 뻔했구나.

다음에는 마수 도감을 마스터했다고 잘난체 말고, 좀 더 신중하자.


마수들은 옛 기록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으니까.

베놈 울프만 보아도 보스급이 세 마리나 되었었다.


어쨌든 이 추출물들은 물약으로도 제조할 수 있긴 했다.

단, 이런 물약들을 다루려면 좀 더 특별한 술사들의 제조법이 필요했지만.

지금의 로운은 만들 수 없었다.


그때 루빅스 공방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고대 서적 레시피가 적용됩니다.]

[필요한 약재료를 탐색합니다.]


‘오, 고대 서적 레시피가 있었군.’


일단 제조해두고 감당하지 못할 만한 마수한테 써도 될 터였다.

로운은 바로 자동 제조를 시작했다.


[흡마의 정수 물약을 제조합니다···1/10]


[석화 에너지 물약을 제조합니다···1/10]


[즉사의 마비 독 물약을 제조합니다···1/10]


‘열 개씩이나 만들 수 있다.’


로운은 기분 좋게 만들어진 물약들을 구경해 보았다.


색깔들은 모두 무채색으로 마치 '나 흑마법 물약이야.' 라고 말하는 듯 침울하고 음산한 빛깔을 띠고 있다.


로운이 흐뭇해하며 물약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이학수가 알을 보며 중얼거렸다.


“쯧쯧, 마기 가득한 둥지에서 버티었다니 기특해라··· 어서 둥지를 만들어 줘야겠구나.”


“둥지요?”


“그래, 마력 회복 물약이 필요한데 가진 거 있어?”


로운은 아버지 이학수와 함께 안 쓰는 바구니 하나를 개조해 둥지를 만들었다.

이 작은 알도 다른 신수 새끼들과 다름없이 헌 옷 위에 얹어졌다.


“헌 옷 말고 좀 푹신한 거 뭐 없나요?”


“헌 옷이라고 무시하지 말거라. 이 옷에는 내 마력이 담겨있느니.”


“헐···.”


로운은 왠지 믿기지 않았지만, 자세히 보니 아버지의 재취와 기운이 늘 담겨있었던 것 같긴 했다.


오늘따라 어쩐지 더 강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냥 느낌이겠지?


이학수는 중급 마나 회복 물약을 알 위로 조금씩 떨어뜨렸다.

그러자 푸르스름했던 알껍데기가 단단하게 굳어지면서 알 주위로 희미한 오로라가 생겨났다.


“오, 세상에··· 지금 깨어나려나 보다.”


빠지직-


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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