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디에스11
작품등록일 :
2024.08.01 15:45
최근연재일 :
2024.09.16 13:0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7,802
추천수 :
316
글자수 :
244,203

작성
24.08.19 13:00
조회
171
추천
8
글자
11쪽

19화 눈치

DUMMY

인천 레즈와의 첫번째 경기는 무난한 승리를 거두었다.

마광길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타석에 들어갈때마다 포수가 욕을 해주니 집중력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마광길은 다섯번 타석에 들어갔고 20구 승부, 19구 승부, 14구 승부, 14구 승부, 16구 승부를 했다.

혼자서 83개의 투구수를 만들어냈다.

이건 레즈의 선발 투수였던 손석후의 투구수보다 많은 수치였다.


팀은 12대 8로 승리했다.

레즈의 타선도 열심히 따라왔지만 투수들이 답 없이 말리니까 분위기를 뒤집을 수 없었다.


시즌 시작 후 3연승을 달리는 건파우더즈의 분위기는 최고였다.

선수들은 활짝 웃으면서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우동남 타격 코치가 마광길을 찾았다.


“광길아.”

“네, 코치님.”

“감독님 면담.”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감독이 선수를 직접 찾는 일은 거의 없었다.

면담이 있으면 보통 안좋은 일이 있을때였다.

우동남은 감독에게서 추가적인 말을 들은것이 없어서 걱정을 하며 말했다.


“괜찮을거야. 파울이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안타도 잘치고 홈런도 쳤으니까. 네가 워낙 많은 기대를 받았으니 아쉽다는 사람도 있지만 넌 신인 중에서도 눈에 띄게 잘하고 있어.”


그리고 걱정을 하는 우동남과 다르게 마광길은 의연했다.


‘슬슬 때가 되었나?’


마광길은 노강수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

4회차 인생까지 네 번 본 사람이었다.


1회차 인생때는 오래 보지 못했다.

한국에서나 쓸만한 투수였고 건파우더즈의 성적은 최악이었다.

시즌 중반에 노강수 감독은 경질되었다.

감독은 그대로 은퇴했다.


2회차 인생때는 메이저 리그에서도 성공할만한 투수였고 첫 회귀로 건파우더즈를 혼자서 우승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차 있었다.

실력을 보이고 노강수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어떻게든 팀을 우승시켜 보려고 함께 노력하다가 실패했다.

FA 자격을 얻고 노강수 감독은 한국에서 조금만 더 같이 해보자고 했지만 결국 마광길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마광길은 같이 노력했던 감독을 버리는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더 이상 건파우더즈에서 고통 받고 싶지 않아서 메이저로 갔다.


3회차 인생 때도 비슷했다.

마광길은 타자로 열심히 활약을 했다.

이번에는 미국행도 포기하고 야구를 했다.

마광길이라는 대타자를 데리고도 가을을 못가는 건파우더즈에서는 희생양을 찾았다.

그 희생양은 노강수 감독이 되었다.

그는 모든 책임을 지고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2회차나 3회차나 비슷했지.’


아무리 회귀를 한 선수라고 하더라도 감독에게 바로 가서 자기가 뛰어난 능력이 있으니 중용해 달라고 요구할 수 없었다.

야구 경력은 비교할 수 없었고 나이차만 하더라도 거의 할아버지와 손자 수준이었다.


2회차와 3회차의 마광길은 실력을 보여주면서 노강수 감독이 자신에게 접근하기를 기다렸었다.

기다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노강수 감독은 촉이 있는 사람이었다.

눈치가 보통이 아닌 감독이었다.

감독은 잘나갈 선수를 미리 알아보고 중용하고 컨디션이 안좋은 선수는 승리 하나를 날리기 전에 빨리 내려야 했다.

감독 일 중 가장 중요한게 바로 눈치였다.

그런 눈치가 없으면 파이어스에서 3연속 우승을 하고 왕조를 건설할수가 없었다.


보통 정규 리그 3번 경기를 하면 선수 파악이 끝났다.

눈에 띄는 선수는 불러서 면담을 했다.


마광길은 감독의 방으로 갔다.

노크를 하니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네.”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 두 개가 있었다.

마광길은 노강수의 맞으편 의자에 앉았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4번의 인생을 겪으면서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들은 말이었다.

마광길은 노강수가 그 말을 꺼내기 전에 자신이 먼저 말해버렸다.


“한번은 실수고 두번은 음모이지만 세번은 확신이다.”


노강수는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냐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노강수 밑에서 오래 있었던 코치나 선수라면 그 말을 알고 있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광길은 노강수와 같이 선수 생활을 한지 일년도 되지 않은 신입이었다.

저 말을 들었을리가 없었다.


마광길은 자신이 4번이나 회귀를 했다는 믿을 수 없는 말을 꺼낼 수 없기 때문에 웃으면서 입을 다물었다.


노강수는 마광길이 어디 코치나 선배 선수에게 저 말을 들었을거라 넘기고 본론을 꺼냈다.


“보통 타자는 안타를 치려고 한다. 주자가 나가 있으면 홈런을 치려고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파울을 원하지는 않아.”

“네, 맞습니다.”


그게 야구의 정론이었다.


“타자가 투수에게 공을 10개 이상 던지게 만들면 이득이라는 말도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투수의 체력을 빼앗고 뒤의 타자가 더 쉽게 공을 치게 만드는건 영리한 일이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초구 공략은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못칠거 같은 변화구는 커트라도 하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그걸 못하는 타자도 많다. 파울을 만드는것도 확률이고 실수하면 헛스윙 삼진이니까.”

“네, 그렇습니다.”


노강수는 오랜만에 호랑이 같이 부리부리한 눈을 하고 노강수를 직시하며 말했다.


“너. 일부러 파울을 치고 있지?”


노강수가 젊은 시절에 얼마나 무서운 감독이었는지는 야구계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직접 겪었던 코치나 선배 선수는 그 시절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 시절을 겪지 못한 선수들은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를 듣고 알아서 몸을 사렸다.

최근 몇년간 힘이 빠졌다고 하더라도 선수 출신이나 선수 치고 노강수를 무서워하지 않는 야구계 인간은 없었다.


하지만 마광길은 노강수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죽음을 몇번이나 경험한 인간은 무서울게 없었다.


“네.”

“왜?”

“그게 이길 가능성이 가장 높으니까요.”

“왜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결국 야구는 투수 놀음이고 우리 투수를 키우는건 한계가 있는데 상대 투수의 힘을 빼는건 한계가 없습니다. 이론상으로 한 타석에서 파울은 100개 이상도 칠 수 있죠.”

“왜 투수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지?”

“그건 감독님이 잘아시지 않습니까. 아무리 열심히 지도를 해도 좋은 투수는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뛰어난 재능과 성실함, 좋은 교육이 함께 했을때 겨우 나오는는것이죠. 지금 당장은 불가능합니다.”

“파울도 그렇지 않나?”

“저는 다르죠.”


남을 성장시키는것보다 스스로 해결하는게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건 4회차 인생을 살면서 절절히 깨우친 이후였다.


노강수는 마광길의 인생을 모르기 때문에 그가 왜 이렇게까지 자신감을 가지고 말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야구라는 팀스포츠를 하는 선수가 좋은 투수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10명의 유망주가 있으면 그 중 대성공을 거두는 투수는 한명이 고작이었다.

어떤 해는 한 명도 없을때가 있었다.


“확실히 누군가를 믿고 키우는건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감독은 그런 일을 해야 한다. 팀을 좀 더 믿으라고 말하고 싶지만 진짜 스타는 결정적인 순간에 타인보다 자신을 더 믿어야 한다는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노강수는 기록지를 손으로 두들겼다.


“파울을 노리고 친다?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기록은 전혀 다른걸 의미하는군. 하지만 왜. 왜 그렇게까지 이기고 싶어하는거냐?”


투구수를 늘리기 위해서 안타보다 파울을 노린다는 전략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한 선수가 있다면 다른 팀 9개 구단에게 맹렬한 비난을 받을게 분명했다.


투수는 소중한 존재였다.

투수의 팔은 소모품이었다.

승리를 위해 다른 팀 투수의 팔을 갈아버리고 있다고 하면 타 구단에서 좋아할 사람이 없었다.


지금 마광길은 다른 팀 9개 구단의 모든 선발 투수의 팔을 갈아버리겠다고 선언하는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야구계의 대역죄인이 되기를 자처하는것이었다.


“야구는 이기려고 하는거죠. 감독님은 다릅니까?”


노강수는 피식 웃었다.


그 또한 승리주의였다.

최선을 다하는 경기보다 이기는 경기를 좋아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건 환상이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이기지 못하면 돈을 대는 모기업은 불편해 했고 팬들은 욕을 했고 선수의 연봉은 깎였다.

프로는 승리로 이야기 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룰을 어기는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파울을 몇개를 쳐도 투 스트라이크에서 스트라이크는 더 늘어나지 않습니다. 남들이 욕해도 상관 없습니다. 나는 내 팀이 우승하는걸 보고 싶습니다.”

“우승이라···”


모든 야구 선수는 이기고 싶어했다.

승리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은 프로가 될 수 없었다.

다만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없다는 현실의 냉혹함 앞에 고통스러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노강수의 앞에 미친 놈 하나가 있었다.

자신도 젊은 시절에 승리를 위해서 온갖 미친 짓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마광길은 한 차원을 넘는 또라이였다.


‘이길려고 파울을 노려? 그리고 그걸 실현시켜?’


시범 경기에서는 뛰어난 타격으로 주전으로 자리를 잡고 정규 리그가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계획을 거침 없이 성공시킨 미친 놈이었다.

눈 앞의 한 경기만 생각하는 평범한 선수와 다르게 한 시즌 전체를 생각하는 광기를 가지고 있었다.


야구판에서 누구보다 오래 활동한 감독도 이런 선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 답도 마광길이 주었다.


“감독님.”

“그래.”

“이기고 싶으시죠?”

“이기고 싶다.”

“그럼 감독님도 질러보세요. 어차피 이번 시즌에 성적 안좋으면 바로 경질 예정 아닙니까.”


팀내에서는 감독과 수석 코치만 아는 기밀 정보였다.

다른 선수에게 알려지면 팀 분위기 전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허참.”


노강수는 이제 마광길이 그런 기밀을 어디서 들었는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군대에서 제일 무서운게 장포대라고 하더라구요.”


장군을 포기한 대령의 줄임말이었다.

짬은 먹을만큼 먹었고 군대가 돌아가는것도 빠삭하고 힘 있는 동기도 있을만한 직위였다.

장군 자리만 포기하면 멋대로 편하게 하고 싶은걸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지금 감독님과 장포대가 다른 점이 뭡니까.”


건파우더즈는 강팀이 아니었다.

늘 그랬듯이 봄에만 잠깐 잘하다가 알아서 꼴찌로 쳐박힐 팀이었다.

그럼 노강수는 경질이 될 뿐이었다.


“하고 싶은거 다 하시죠. 경질되기 전에. 무서울게 없으니까.”


노강수의 고민은 짧았고 결정은 단호했다.


“좋아. 그럼 해보고 싶은거 다 해볼까?”


노강수의 눈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과거의 노강수를 아는 코치라면 호랑이가 돌아왔다고 두려워할만한 변화였다.


노강수는 마광길에게 말했다.


“앞으로 내 말은 다 들어야 한다. 안그러면 주전 자리도 바로 빼버릴거니까.”

“네. 감독님도 이길려고 하고 저도 이길려고 하면 충돌할 일은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


이번 생에서 둘은 함께 한 시간이 짧았지만 마광길은 감독의 말을 거부한적이 없었다.


마광길은 노강수를 믿고 있었다.

그도 자신처럼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거라 여기고 있었다.

목적이 같으니 이상한 지시를 할리가 없었다.


“그럼 내일 경기부터 1번 타자로 나가.”

“네, 알겠습니다.”


바라던 바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47화 보스몹 NEW 22시간 전 33 3 12쪽
46 46화 보스몹 24.09.15 39 2 12쪽
45 45화 보스몹 24.09.14 49 4 12쪽
44 44화 보스몹 24.09.13 57 4 12쪽
43 43화 해치스 24.09.12 67 4 12쪽
42 42화 해치스 +1 24.09.11 69 5 11쪽
41 41화 해치스 24.09.10 78 7 11쪽
40 40화 해치스 24.09.09 89 7 11쪽
39 39화 해치스 +3 24.09.08 94 9 11쪽
38 38화 해치스 +1 24.09.07 97 6 11쪽
37 37화 드래곤즈 24.09.06 109 5 12쪽
36 36화 드래곤즈 24.09.05 104 8 12쪽
35 35화 드래곤즈 24.09.04 119 7 11쪽
34 34화 드래곤즈 24.09.03 123 8 11쪽
33 33화 드래곤즈 24.09.02 127 10 11쪽
32 32화 드래곤즈 +1 24.09.01 150 7 11쪽
31 31화 대책 24.08.31 139 8 12쪽
30 30화 대책 24.08.30 137 9 12쪽
29 29화 대책 24.08.29 144 8 11쪽
28 28화 대책 24.08.28 140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50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25 25화 대책 24.08.25 150 9 12쪽
24 24화 눈치 24.08.24 157 8 12쪽
23 23화 눈치 24.08.23 163 6 12쪽
22 22화 눈치 24.08.22 157 8 11쪽
21 21화 눈치 24.08.21 170 7 12쪽
20 20화 눈치 24.08.20 167 8 12쪽
» 19화 눈치 24.08.19 172 8 11쪽
18 18화 눈치 24.08.18 193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