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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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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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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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드래곤즈

DUMMY

진짜 잘치는 타자를 상대할때 투수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었다.


던질 곳이 없다.


지금 마광길이 그랬다.

송하경은 지금까지 수많은 타자를 상대해 봤지만 이런 타자는 오랜만이었다.

1등 팀의 컨디션이 한껏 올라온 4번 타자에게서만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대단하네.’


어떤 의미로든 마광길이 한국 야구 역사에서 획을 그을 타자가 될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타자에게 일부러 져줄수는 없지.’


송혀경은 포수에게 결정구를 던지겠다고 신호를 주었다.

그리고 방금 전 스플리터보다 공 반개 정도 낮은 곳을 노린 포크볼을 정성스럽게 꽂아넣었다.

포크볼은 악력이 많이 소모되는 구종이었고 늙은 투수가 자주 던질 수 있는 구종이 아니었다.

이번에야 끝장을 내겠다는 심정으로 던졌다.


**


마광길은 공이 날아오는것을 보았다.

공의 회전을 보면 변화구가 분명했다.

방금 전에 봤던 스플리터와 다를게 없었다.

마광길은 이번에도 침착하게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기다렸다.


‘가라앉는다. 생각보다 좀 더 낮게.’


마광길이 파울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어떤 공이든 배트 중심에 9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맞출 수 있는 컨택률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한국에서 컨택률 상위권 타자의 경우 배트를 내면 공을 맞출 확률이 97퍼센트는 되었다.

그런 타자들은 애매한 공은 거르고 반응하지 못하는 공은 가만히 있기 때문에 그런 컨택률을 보였다.

그리고 마광길은 풀카운트 이후에는 어떤 공이든 9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컨택을 할 수 있었다.


직구가 들어오는 경우는 손목을 과하게 꺽었다.

가장 안전한 파울은 배트 중심에 맞춘 이후에 3피트 라인 밖으로 보내버리는 것이었다.

라인 드라이브로 날려버리면 1루수나 3루수가 반응할수도 없는 파울을 만들 수 있었다.


변화구가 들어올때는 공의 변화에 끝까지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손목을 과하게 쓰지 않았다.

배트의 중심을 기준으로 아래 면으로 공을 치려고 했다.

배트 윗면에 맞은 공이 포수 머리 위로 날라가면 포수가 재빨리 잡아서 아웃 처리를 할수도 있었다.

베스트는 홈플레이트에 튕겨 파울이 되는 것이었다.


송하경은 변화구 구종의 장인 특성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변화구를 가진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팔색조 특성이 있을만큼 다양한 변화구를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을 수 있었다.

방심할 수 없었다.


마광길은 최대한 공을 길게 보았다.

공이 떨어지는 순간에 배트를 내었다.

공의 아래 면으로 배트를 치려고 하는 순간에 공이 더 떨어졌다.


‘뭐?!’


매의 눈 특성이 그 모습을 완벽하게 포착하고 있었다.

자석 배트의 특성으로 손목이 움직이면서 배트가 공을 따라가려고 했다.


‘스플리터면 파울 시킬 수 있다!’


송하경의 스플리터가 얼마나 떨어지는지는 방금 본 이후였다.

떨어지는 낙차를 알고 있었고 마광길은 빠르게 현재 상황을 파악 했다.


그리고 공은 마광길 예상 이상으로 떨어졌다.

배트를 과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평소처럼 그 누구도 잡지 못할 파울이 되지 못했다.


탁!


마광길의 배트는 공을 엉망으로 건드렸다.

공은 힘 없이 내야 땅볼이 되었다.

2루수가 가볍게 잡아서 아웃처리 시켰다.


**


해설은 큰 소리로 외쳤다.


“와! 대단합니다! 송하경 선수! 마광길 선수를 4구만에 물러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마광길 선수는 출루율이 낮지만 최소한 10구 이상 승부를 하는 타자로 유명한데 말이죠! 베테랑 투수의 근성과 노련함이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 같습니다! 해설 위원님. 저 공은 스플리터 인가요?”


해설 위원은 슬로우로 재생되는 투구 모습을 보고 나서 말했다.


“아닙니다. 포크볼이네요. 투수에게 부담을 많이 주는 구종이라 요즘은 거의 던지지 않는 공인데 승부수로 선택을 한 모양이네요. 송하경 선수가 젊었을때는 꽤나 자주 사용했지만 최근 몇년간은 쓰지 않은 변화구이기도 합니다.”


**


마광길은 타석에서 물러나면서 송하경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었다.

포크볼 자체는 평균 이상이었을뿐이었다.

마광길이 예상하고 있었다면 절대 놓치지 않았을 공이기도 했다.

송하경이 스플리터로 떡밥을 심어두는 선택을 한건 훌륭했다.

베테랑만이 할 수 있는 완벽한 떡밥이었다.


마광길은 유재국에게 말했다.


“다음에 또 승부하자고 전해주세요.”

“난 너 또 보기 싫다. 하경 선배도 마찬가지일거야.”


그리고 저 멀리서 송하경이 웃고 있는게 보였다.


마광길이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리볼버가 말했다.


“어휴! 이 X신아! 거기서 내야 땅볼이 뭐냐! 내야 땅볼이!”

“너 타자가 좋은 점이 뭔지 알아?”

“뭔데!”

“타자는 10타석에서 3번만 안타 치면 투수하고 무승부야. 4번 안타 치면 그 투수를 이기는거고. 5번 안타 치면 발라버리는거라고. 야구는 타자가 투수보다 유리한 게임이야.”

“너 투수 할때는 다른 말 했잖아. 투수가 기본적으로 타자 7번 이기는 게임이라고. 투수가 유리하다고 하지 않았어?”

“중요한건 다음에 내가 이길거라는거지.”


경기는 진행되었다.

마광길은 송하경이 이번 이닝 이후에 내려가고 내일 경기나 모래 경기에서 송하경을 또 만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송하경은 6회도 7회도 마운드에 올라갔다.

기세를 탄 송하경은 건파우더즈의 타자를 완벽하게 몰아세우고 있었다.

한국 시리즈 선발 투수 송하경이 완벽하게 부활한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에 장진호를 필두로한 드래곤즈의 타자들은 1점씩 천천히 따라붙고 있었다.

그렇게 8회 6대 4의 점수에서 마광길은 타석에 올라섰다.

마광길은 유재국에게 물었다.


“송하경 선배님 나이도 많으신데 이렇게 써도 괜찮아요?”


5회부터 8회까지 던지고 있으니 어지간한 선발 투수와 같은 투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무리까지 던지시겠다는데?”

“진짜요? 와. 이번 경기만 하고 은퇴하시려고 하시나.”

“응. 은퇴하신다더라고. 너 하나만 잡고.”


마광길은 이런 선수가 상대하기 버거웠다.

야구는 우승을 위해서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힘을 뺄때는 빼고 줄때는 주어야 했다.

일년 내내 힘을 주면 모든 선수가 망가질 뿐이었다.


마광길도 마찬가지였다.

파울을 최대한 많이 쳐서 상대편 투수를 괴롭혔지만 나머지는 최대한 부상을 당하지 않는 방향으로 플레이 하고 있었다.

도루할 능력이 있지만 도루를 하지 않았다.

다이빙 캐치를 하면서 잡을 수 있는 공은 그냥 잡지 않았다.

땅에 떨어진 공을 잡아 후속 처리를 할 뿐이었다.


하지만 가끔 송하경 같은 선수가 있었다.

내일 죽을 사람처럼 뒤를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몸을 던지는 선수가 있었다.

젊은 선수라면 과한 의욕에 몸의 밸런스가 무너질수도 있지만 송하경은 그러지도 않았다.

열정이 온 몸을 지배하고 있지만 동시에 온몸을 완벽하게 컨트롤 하고 있었다.

공수가 바뀌면서 짧은 휴식으로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체력 부족도 어깨 통증도 자신의 컨트롤 안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그런 선수는 상상 이상의 능력을 발휘했다.

지금 송하경은 지금 한순간 한순간이 게임을 결정지을 순간이었고 슈퍼스타 특성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런 선수는 상대하기 빡시단 말이지.’


송하경은 마음가짐만 그런게 아니라 진짜 던지는 공 하나하나가 평소 실력보다 두 단계는 올라갔다.


그리고 마광길은 마음을 다잡으며 말했다.


“제가 투수 말은 안믿어요. 원래 투수들이 다 거짓말쟁이잖아요. 타자 속이려고 하는 거짓말쟁이들.”


유재국도 같은 타자 입장이기 때문에 웃으면서 공감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


다시 승부가 시작되었다.


마광길은 최대한 머리를 비웠다.

흔히 게스 히팅이라고 불리는 타격은 투수가 뭘 던질지 예상해서 배트를 휘둘렀다.

마광길은 게스 히팅을 몸이 나쁜 타자가 궁여지책으로 머리를 쓰는거라고 여겼다.

몸이 좋으면 불필요하게 머리를 쓸 필요가 없었다.


‘공 보고 공 친다.’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공이 어떤 방향으로 회전하는지 회전이 많은지 적은지만 판단하면 그만이었다.


이전 타석에서 눈에 익은 공이 날아왔다.

떨어질게 뻔히 보였다.

문제는 얼마나 떨어질지가 애매했다.


마광길은 첫번째 공은 그냥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는걸 바라보았다.


“흠···”


지금까지 치던 방식으로는 송하경을 상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 생명을 걸고 전력 피칭을 하는 늙은 투수를 상대하려면 마광길도 나름의 각오를 해야 했다.


점수를 보았다.

6 대 4.

건파우더즈가 이기고 있지만 쫓기는듯한 분위기였다.


투구수를 보았다.

송하경은 지금까지 42개의 공을 던진 상태였다.

선발 경험도 있는 투수에게 많은 투구수는 아니었다.

그는 떨어지고 있는 체력을 경험으로 커버하고 있었다.


‘파울은 힘드려나.’


마광길도 이전 삶에서 잘나가는 투수였던적이 있었고 투수에게 어떤 무기가 가장 효과적인지 알고 있었다.

구속도 구위도 제구도 아니었다.

구속과 구위와 제구는 재능의 영역이었다.

어깨와 악력과 손 끝 감각을 타고 나야 했다.

재능의 영역은 상위 1퍼센트가 아니라면 실전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좋은 무기 중 하나일뿐이었다.

투수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노력으로 얻을 수 있었다.


‘같은 폼. 다른 구종.’


똑같은 폼에서 다른 구종을 던질 수 있다면 타자를 쉽게 속일 수 있었다.

지금 송하경이 그랬다.

그는 포크볼, 스플리터, 포심을 동일한 폼에서 던졌다.

다른 건파우더즈 타자들이 많이 점수를 내지 못하는게 이해가 갔다.

마광길도 스플리터와 포크볼은 눈으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애매하게 파울을 노리다가 플라이가 나와서 아웃 당할 수 있었다.

어차피 파울을 양산해서 적팀을 질리게 만드는 전략은 이전에 송하경과 4구 승부에서 아웃 당하며 깨진 상태였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옅어질게 분명했다.

지금은 파울보다는 분위기를 바꿀 큰거 한방이 필요했다.

파울은 내일 치면 그만이었다.


‘결국은 확률 싸움인가.’


스트라이크를 한 번 먹었고 마광길이 자신 있게 배트를 휘두를 수 있는 기회는 두번뿐이었다.


‘50퍼센트의 확률.’


마광길은 오랜만에 게스 히팅을 사용하기로 했다.

노리는건 오직 포크볼이었다.


마광길은 타격폼을 조금 바꾸었다.

원래 그는 끝까지 공을 안정감 있게 따라가기 위해서 몸이 절대 흔들리지 않는 타격폼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앞발을 살짝 들면서 타이밍을 잡았다.


유재국은 불안함을 느꼈다.

가만히 있다가 배트를 휘두르는것만으로 볼까지 모두 쳐내는 마광길이었다.

그런 마광길이 갑자기 타격폼을 수정하자 근거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생겼다.


‘아니야. 타격폼을 갑자기 수정하는건 베테랑도 힘들어. 바뀌는 타격폼으로 수천 수만번의 스윙을 해야 몸에 익는다. 프로 1년차가 그걸 할 수 있을리가 없어.’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시켰다.


송하경도 동일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 도망갈 곳이 없었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뿌릴뿐이었다.


송하경은 결정구를 먼저 쓰자고 사인을 보냈다.

유재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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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대책 24.08.28 140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50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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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눈치 24.08.23 16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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