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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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작품등록일 :
2024.08.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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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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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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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9화 해치스

DUMMY

커브는 가장 변화가 큰 변화구였고 엄청 느린 변화구였다.

패스트볼보다 20 정도 속도가 느렸다.

패스트볼과 커브가 투수의 손에서 포수의 글러브에 들어가기까지 차이는 0.1초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그 작은 순간의 차이가 도루의 세이프와 아웃을 결정지었다.


마광길은 투수의 손을 빤히 봤다.

공이 손에서 빠지는 순간 공이 어떤 방향으로 빠르게 회전하는지 확인했다.

커브인 것을 확인하자마자 마음껏 앞으로 달려갔다.

남들이 볼때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움직이는것으로 보였다.


**


캐스터와 해설이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다.


“모두가 언젠가는 나올거라 생각하는 전략이 결국은 나오고 말았습니다. 자동 고의사구입니다. 1번 타자에게 자동 고의사구를 지시하는 일은 거의 없지 않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자동 고의사구는 보통 클린업 트리오 중에서도 가장 강한 타자인 4번이나 마지막인 5번에 사용하죠. 조금이라도 약한 타자를 상대하려구요. 1회 말 1번 타자부터 자동 고의사구는 저도 처음 보는군요.”

“건파우더즈 팬들이 강한 야유를 보내고 있습니다.”

“해치스 팬들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겁니다. 이기는게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런식으로 승부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게 마음에 들리가 없죠.”

“해치스의 선발 투수 개빈 카터도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눈치네요.”

“개빈 카터라면 한국에서 가장 커브를 잘던지는 투수로 알려져 있고 몇년동안 해치스의 1선발을 든든하게 맡아주면서 팀에 애정도 많이 보이는 선수입니다. 아무리 마광길 선수가 대단한 타자라고 하더라도 감독의 이런 결정에 불만을 가지는게 당연하겠죠.”

“말씀드리는 순간 마광길 선수 리드 폭을 평소보다 많이 잡는데요?”

“마광길 선수는 1번 타자이기는 하지만 도루를 하는 선수는 아닙니다. 리드폭도 굉장히 안전하게 잡는편이죠. 하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한걸음은 더 나와 있는것으로 보이네요.”

“아! 개빈 카터! 공을 던지는 순간 마광길 선수 뜁니다! 하필이면 구속이 느리고 아래로 많이 떨어지는 커브네요! 포수 이재일! 바로 자세를 잡고 공을 던졌지만 한눈에 봐도 마광길 선수가 빨랐습니다! 마광길 선수! 큰 키에 비해서 몸이 무겁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잘뜁니다!”

“만약 개빈 카터가 좀 더 높은 공을 던졌다면 승부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네요. 도루를 잡는건 0.1초의 싸움이거든요. 투수가 구속이 느린 커브를 던진 것. 공이 아래쪽에 제구 되어 포수가 공을 잡고 꺼내는데 0.1초가 늦어진것. 이 모든게 모여서 세이프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마광길 선수. 이제보니 도루도 상당히 재능이 있어보입니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을때 리드를 슬며시 넓히는 것이나 투수의 모션을 정확하게 관찰하는 것. 역모션 없이 바로 뛰어서 안정적인 슬라이딩까지. 체격만 아니라면 전문적인 도루 선수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마광길 선수는 장타에도 상당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홈런을 잘치고 도루도 잘훔치는 선수를 호타준족이라 불리며 그 기록을 따로 모으기도 하구요. 이 선수. 만약 파울을 치지 않았다면 어떤 타자가 되었을까 상당히 궁금하네요.”

“하하하. 지금도 이미 한국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는 선수이지만. 만약 홈런과 도루에 주력했다면 신기록을 하나 세웠을만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


1회 말 노아웃 주자 2루.


마광길은 2루에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2루수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적당히 뛰어라. 몸 가벼운 애들은 부딪쳐도 충격이 별로 안크다지만 너처럼 큰 애는 어디 걸리면 바로 부러져. 무슨 코끼리가 달려오는지 알았다.”


걱정하는척 하면서 짜증을 내는 말이었다.

상대팀의 악담은 곧 칭찬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마광길은 웃으면서 말했다.


“저 그렇게 돼지 아닙니다. 하하.”


그리고 마광길은 다시 2루에서 두 걸음 걸어나갔다.


투수인 개빈 카터는 공을 던지기 전에 마광길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늘은 마음에 들지 않는게 한가득이었다.

감독이 자신을 믿지 못하고 마광길을 자동 고의사구 시킨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리고 전혀 도루를 할 것 같지 않던 마광길이 도루를 성공시킨것도 문제였다.

예상하고 맞은 일격보다 예상치 못한 일격이 개빈 카터의 머리를 더 흔들어 놓았다.


‘게임 시작부터 짜증나네.’


그리고 지금 마광길은 뭔가를 꾸미고 있는 얼굴을 하고 개빈 카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음모를 꾸미는 자의 얼굴이었다.


“SHIT!”


건파우더즈를 제외한 다른 팀 모든 투수와 마찬가지로 개빈 카터는 마광길이 싫었다.

어떤 공이든 파울을 쳐버리는 타자를 좋아할 수 있는 투수는 없었다.

아메리칸식으로 시원하게 주먹질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저 마광길은 프로 복싱 선수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진짜 치고 박고 하는 벤치 클리어링을 경험한적도 있지만 마광길에게 이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국 야구 선수는 모두 양처럼 순했는데 마광길 혼자만 늑대 같았다.


‘진정하자. 진정해. 노아웃 주자 2루일 뿐이다. 안타 하나 얻어맞았다고 생각하고 다시 처음부터 아웃 카운트를 쌓으면 그만이야.’


개빈 카터도 야구를 한 경력이 꽤나 오래되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여기는 메이저가 아니야. 저 미친 놈도 내 투구수를 빼지 못했으니 컨디션은 완벽해. 다음 타자를 하나하나 잡지 못할 이유는 없어.’


그리고 개빈 카터는 151의 포심을 포수에게 던졌다.

굉장히 빠른 구속은 아니지만 회전수도 준수하고 4분할로 원하는 곳에 넣을 수 있는 포심이었다.

미국에서는 거의 통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스트라이크 카운트 하나를 잡을 수 있는 공이었다.


개빈 카터의 주무기가 커브라는건 한국의 모든 타자가 알았다.

개빈 카터는 포심과 커브의 구사 비율이 거의 비슷한 특이한 투수였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포심보다 속도가 30은 낮은 커브를 정확하게 스트라이크 존에 넣을 수 있었다.


건파우더즈의 2번 타자 원강수는 커브만 신경을 쓰다가 스트라이크를 하나 먹고 말았다.

개빈 카터를 상대로 말리는 타자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역시 건파우더즈의 2번 타자는 그렇게 대단한 놈이 아니야. 이번에는 커브로.’


개빈 카터는 포심보다 커브의 제구가 더 좋았다.

커브 하나만큼은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이었다.

특히 스트라이크 존의 위 아래를 공략하는건 그 누구도 따라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존 위를 공략하지.’


개빈 카터는 다시 한번 마광길을 슬쩍 봤다.

마광길은 여전히 뭔가를 꾸미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2루에 견제를 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2루에서 3루까지 뛰어가는 도루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투수가 그런 견제를 하는건 꼴불견이었다.


‘차라리 포수가 3루로 공을 쏘는게 더 빠르다. 포수에게는 2루보다 3루가 가까우니까. 신경 쓰지 말자. 저 놈이 아무리 미친 놈이라도 한 번 더 도루를 하지는 않아.’


개빈 카터는 커브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존 위를 공략하는 커브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궤도를 그렸다.

허공을 둥실 떠올랐다가 떨어지는 커브는 아슬아슬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걸치며 들어가거나 공 반 개 차이로 스트라이크 존 위로 넘어갔다.

공이 스트라이크가 될지 볼이 될지는 오로지 개빈 카터만이 알았다.


원강수는 침착하게 공을 지켜만 보았다.

마광길을 보면서 타자에게 인내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원강수였다.

커브볼이 당장이라도 떨어져 스트라이크가 될거 같았지만 침착하게 배트를 내지 않았다.


볼이었다.


개빈 카터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지간한 한국 타자는 모두 속일 수 있는 그런 커브였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다음은?’


해치스의 이재일 포수는 이번에는 스트라이크 존 아래로 떨어지는 유인구 커브를 던져보자고 사인을 보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스트라이크 존 위를 건드리는 커브와 스트라이크 존 아래를 건드리는 커브는 타자를 완벽히 혼란스럽게 만들지.’


개빈 카터는 커브를 던질 수 있게 공을 잡았다.


그리고 그 뒤로 마광길이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호랑이가 사냥을 하기 전에 갈대숲에 웅크리고 있는것처럼 완벽한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이다.’


마광길의 매의 눈은 개빈 카터가 커브를 던지려 한다는걸 포착했다.

그의 풍부한 경험은 이번이 아까보다 낙차가 심한 공이라는걸 직감하게 만들어주었다.

개빈 카터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아까와는 다른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마광길은 미리 준비해두었기 때문에 여러 생각을 할 것 없이 뛰었다.


**


해설과 캐스터가 흥분해서 외쳤다.


“2루! 마광길 선수 뜁니다! 뜁니다!”

“커브! 크게 떨어집니다! 홈플레이트에 맞고 튀는 공! 낙차가 너무 컸네요! 이재일 포수 급히 블로킹을 합니다! 공을 잡으려고 하지만! 한번 더듬네요! 아, 떨어뜨립니다! 마광길 선수는 여유롭게 3루에 들어갑니다!”

“낙차가 어마어마한 커브였습니다. 어지간한 타자였다면 공이 덜 떨어져서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간다고 여길만한 공이었어요. 방망이가 끌려나올만한 커브였습니다.”

“하지만 그 좋은 커브도 타이밍이 좋지 않았어요. 포수가 블로킹을 해서 간신히 몸으로 막아냈지만 공을 손으로 바로 잡지는 못했네요. 그 간발의 차이가 또 하나의 도루를 성공시킵니다.”

“2루에서 3루까지 뛰는 도루라. 이건 진짜 도루를 잘하는 선수도 일년에 몇번 못하는 일이지 않습니까? 마광길 선수! 도대체 못하는게 뭔가요?!”



**


리볼버는 경기 상황을 즐겁게 지켜보다가 말했다.


“노아웃 주자 2루와 노아웃 주자 3루는 다르지. 단타 하나면 점수다!”

“희생 플라이 하나면 점수지. 그리고 선취점을 내는 팀은 늘 분위기를 가져가고 말이야.”

“노아웃 상황인데 설마 2, 3, 4번 타자 중 하나가 안타 하나 못칠까. 그게 야구팀이냐?”

“남은 타자들이 지금 상황에서 잘하기를 바랄뿐이지. 나는 충분히 투수를 흔들어 놨어.”


마광길은 마운드 위의 개빈 카터를 바라보았다.

몇 초 전과 같은 사람인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새가슴 특성이 완전히 발동된 상태였다.


“다음 타자들이 생각을 하면서 배트를 휘두르면 좋겠는데.”

“무슨 생각?”

“내가 만약 원강수 선배였다면 2 스트라이크까지는 무조건 참을거야. 딱 봐도 투수 멘탈이 반쯤 나간게 보이잖아. 제구가 정상일리가 없지. 이럴때는 무조건 중간으로 몰리는 공만 노려야지.”

“요즘 원강수는 참을성이 많이 늘어서 기대해 볼만한데?”


그리고 마광길의 기대대로 게임은 진행되었다.

개빈 카터는 제구가 흔들렸다.

원강수는 볼넷으로 1루로 진루했다.


노아웃 주자 1, 3루.

2번 타자이자 건파우더즈의 유일한 외국인 타자 제이슨 키드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노강수 감독은 코치를 통해 주자들에게 사인을 내보냈다.


마광길은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저 영감님도 지독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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