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디에스11
작품등록일 :
2024.08.01 15:45
최근연재일 :
2024.09.16 13:0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7,817
추천수 :
316
글자수 :
244,203

작성
24.08.29 13:00
조회
144
추천
8
글자
11쪽

29화 대책

DUMMY

파이러츠는 그다지 투수진이 강한 팀이 아니었다.


‘그 말은 외국인 선발만 내리면 쉽게 게임을 끌고 갈 수 있다는거지.’


마광길은 1회에 그랜트 해리슨과 21구 승부를 했다.

마지막에 헛스윙을 해서 아웃을 당했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타석에서 내려가는 마광길보다 그랜트 해리슨의 얼굴에 아쉬움이 더 많았다.


경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랜트 해리슨은 3회에 마광길을 다시 만났고 그 후 마운드에서 내려가야 했다.

3회까지 던진 투구수는 74개였다.


마광길에게 힘이 빠진 투수를 계속 내버려두면 건파우더즈의 2, 3, 4번 타자에게 두들겨 맞는다는건 이미 잘알려진 사실이었다.

건파우더즈를 상대할때는 그 어떤 경기보다 자기 팀 투수의 컨디션 관리가 중요했다.


6회.

마광길은 다시 타석에 들어갔다.

점수는 5대 4.

오늘도 파이러츠와의 경기는 타격전이 되고 있었다.


마광길은 파이러츠의 계투를 보았다.

선발 투수보다 마광길을 더 싫어하는 선수가 계투였다.

선발 투수는 마광길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간 계투는 운이 좋으면 마광길을 상대하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 올라온 투수도 한 이닝만 빨리 올라오거나 늦게 올라왔으면 마광길을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으니 좋은 컨디션으로 공을 던질 수 없었다.


“읏차.”


마광길은 순식간에 15구 승부를 만들어냈다.


‘자, 이제 슬슬 실력 발휘를 좀 해볼까.’


파이러츠는 투수진이 약하고 타자진이 강한 팀이었다.

마광길의 전략과는 상성이 안좋은 부분이 있었다.

이런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홈런이나 장타도 뽑아낼 필요가 있었다.


‘어디보자.’


파이러츠도 나름대로 마광길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투수가 힘이 빠지면 빠르게 교체할 준비를 한다던가 외야의 수비진을 뒤로 물려서 수비 시프트를 조정했다.

정규 리그에서 마광길의 타격은 대부분 파울이었지만 한번 터지면 최소 2루타였다.

홈런으로 넘어가는 공은 어쩔 수 없지만 장타는 어떻게든 잡겠다는 의미였다.


‘내가 프로에서 하루이틀 뛴것도 아니고.’


특성을 제외해도 마광길은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타자였고 뛰어난 타격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방의 전략이 다 보이는데 그걸 그대로 따라줄 생각은 없었다.


공이 날아왔다.

슬라이더였다.

마광길은 배트를 간결하게 휘둘렀다.

몸통의 회전을 죽이고 팔힘만으로 배트 중심에 공을 맞추었다.

해설이 기술적인 타격이라고 말하는 종류의 타격이었다.


턱!


경쾌한 소리가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은 투수 머리 위를 지나가 2루 뒤쪽에 광활하게 비어 있는 외야에 툭 떨어졌다.

중견수가 황급히 뛰어와서 공을 잡아 처리하려고 했지만 마광길은 이미 1루에 들어간 이후였다.


그날 경기는 8대 6으로 건파우더즈의 승리였다.

마광길은 4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렸다.


경기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때 구태우가 와서 말했다.


“힘 빼고 툭 가져다 대는것도 잘하네. 밀어치기는 원래 잘했고. 가끔 당겨치면 홈런이고. 도대체 못하는게 뭐야?”


마광길은 자신의 비밀을 밝힐 수 없어서 그냥 웃고만 있었고 리볼버가 말했다.


“우승이요. 우승.”


마광길은 리볼버에게 찌릿하는 눈빛을 한번 보내고 말았다.


오늘은 좋은 날이었다.

야구 선수에게 이기는 날은 언제나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이번 생은 지는 날보다 이기는 날이 훨씬 많아서 행복한 인생이었다.


‘이대로만 가면 우승하겠네.’


다른 팀에서 자신에 대한 대책을 하나하나 세우고 있지만 그걸 하나하나 깨부수는것도 재미있을것 같았다.


그리고 라커룸에서 쉬고 있으니 건파우더즈의 인터넷 방송을 전담하고 있는 샷건 팀이 마광길을 찾아왔다.


“무슨 일이시죠?”


요즘 모든 야구 구단에서 인터넷 방송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경기에서 승리한 날은 활약을 한 선수의 플레이를 요약해서 보여주고 인터뷰도 했다.


마광길은 현재 건파우더즈의 핵심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본인의 타율이나 타점보다 상대팀 투구수를 늘리는데 집중한 결과였다.

요즘 건파우더즈는 그 날 가장 많은 안타와 홈런을 친 타자 위주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오늘 마광길은 나름 안타를 꽤나 쳤지만 자신보다 잘친 선수는 몇 더 있었다.

어제는 홈런 두 개를 날린 덕분에 인터뷰를 당당하게 했지만 오늘 성적은 인터뷰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구태우는 껄껄 웃으면서 마광길에게 말했다.


“드디어 샷건 팀에서도 너의 진가를 알아보나본데? 자주 안찾아줘서 서러웠다고 말해.”


구태우는 짧은 말로 마광길과 샷건 팀 모두를 민망하게 만들고 나서 샤워를 하러 가버렸다.


**


마광길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 선수인척 하면서 겸손하게 인터뷰를 했다.

영상은 빠르게 편집되어 그날 밤에 바로 업로드되었다.

다음 날 마광길과 리볼버는 영상에 달린 댓글을 읽었다.


-광길아! 너 때매 산다!

-건파우더즈가 시즌 시작하고 한 번도 1위를 놓쳐본적이 없다니. 살다살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설마 와이어 투 와이어 하는거 아냐?


와이어 투 와이어는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1등을 유지하는 대기록이었다.

긴 한국 야구 역사에서도 한번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었다.


그리고 모든 야구 팬들이 마광길을 칭찬하는건 아니었다.

각 팀의 투수 어깨를 갈아버리는 마광길의 존재는 다른 모든 팀 팬들의 원한을 사고 있는 모양이었다.


-시즌 길다. DTD 몰라?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마광길이 언제까지 잘나갈거 같아.

-DTD는 과학이다.


마광길이 투수들의 부상을 일으키는 동료 의식이 없는 플레이를 한다고 비난하기도 하고 그냥 쌍욕을 원색적으로 하는 댓글도 있었다.

건파우더즈 팬들은 최선을 다해서 신고를 하고 반박을 했지만 9개의 팀에서 몰려온 팬들을 모두 막지는 못했다.


“앞으로 악플 변태가 멈추지 않겠네.”


마광길은 어제 받아놓은 샷건 팀의 팀장에게 연락을 했다.


“아, 광길 선수. 무슨 일이십니까?”

“어제 올라온 영상 잘 봤어요.”

“그랬어요? 지금 댓글이 워낙 안좋은게 많이 달려서 어떻게 할까 처리 중이었어요. 최대한 온건하게 편집해서 내보냈는데도 다른 팀 팬들이 와서 난동을 부리는 모양이에요.”


팀장은 어린 마광길이 악플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전화를 한것이라 생각해서 먼저 걱정을 했다.


“오늘 중으로 그 영상의 댓글은 막아놓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뇨. 그러지 마세요.”

“네?”

“제가 원래 욕을 먹으면 더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세상에는 잘한다 잘한다 해야 잘하는 사람도 있고 너는 못할걸 하면 더 잘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저는 좀 후자라서.”

“아··· 그래요? 그럼 일단은 내버려두겠습니다.”


팀장 입장에서는 적당한 화제가 있는게 조회수에 도움이 되었다.

악플보다 무서운게 무플이었고 선수만 괜찮다면 적당한 화제는 있는게 좋았다.


전화가 끝나고 리볼버가 말했다.


“너의 변태성이 이제 샷건 팀에도 전해지겠네. 욕을 먹으면 더 잘한다니. 이게 무슨 변태야.”


**


파이러츠와의 경기는 2승 1패로 끝이 났다.

리그 최고의 타선을 가진 파이러츠는 이대로는 질 수 없다는듯이 한 경기는 타선을 폭발시켰다.


다음은 창원 데블스와의 삼연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 시작 전에 리볼버가 말했다.


“벤치 클리어링 경고 떴다.”

“하. 여기도 그 더러운 짓을 하겠다고?”

“널 고의사구로 보내기에는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이지. 그리고 원래 선발 투수는 아프다고 뻥도 쳤어. 적당한 2군 투수를 선발로 세우려는 모양인가봐.”


이번 경기에서 마광길이 두 경기 출전 정지만 먹어도 남은 경기를 쉽게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더럽다. 더러워.”

“어쩔거야? 저번처럼 대충 딱밤만 놓고 말거야?”

“딱밤 때려도 출전 정지 먹이잖아. 개 같은 야구위원회.”

“그럼 이번에는 피하기만 할거야?”

“아니. 다른 방법이 있어.”


라커룸에서 선수들이 쉬고 있을때 강석도 수석코치가 뒤늦은 소식을 알리러 왔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원래는 데블즈의 1선발인 체이스 레이놀드가 등판을 할 차례였다. 그런데 급한 부상으로 오늘은 불펜 데이를 한다고 한다.”


불펜 데이는 선발 투수의 갑작스러운 결장으로 불펜 투수만으로 경기를 이끌고 나가는것이었다.

가장 강력한 선발 투수가 없으니 상대팀 입장에서는 쉬운 경기였다.

건파우더즈의 타자들이 한마디씩 했다.


“오늘은 날로 먹겠네요.”

“그렇죠. 이런 날 못이기면 쪽팔려서 집도 못들어가지.”

“요즘 늘 타격이 폭발하기는 하지만 오늘은 다들 더 힘내 봅시다.”


벤치 클리어링이 준비되어 있다는걸 혼자 알고 있는 마광길만 똥 마려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강석도는 그걸 알아보고 말했다.


“마광길. 무슨 일 있어?”

“아뇨. 없습니다.”


리볼버가 상대 팀 작전을 알려줬다고 말할수는 없었다.

리볼버의 존재를 증명할수도 없고 상대 팀 작전을 몰래 알아왔다는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구태우는 마광길의 표정을 살피더니 말했다.


“수석 코치님. 문제 없을겁니다. 원래 애가 홈런 치고도 이런 표정으로 달리잖아요.”

“그래? 알았다. 마광길, 무슨 문제 있으면 바로바로 이야기하고.”

“네, 알겠습니다.”


**


경기는 시작되었다.

마광길은 1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투수는 처음 보는 투수였다.


마광길은 4회차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선수를 봤었다.

각팀의 에이스 선수는 이름과 얼굴 모두 알았다.

일년 내내 경기를 하면서 본 1군 선수도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다 알았다.

2군 선수 중에서는 아예 모르는 선수가 꽤나 있었다.


매년 새로운 선수들이 쏟아지듯이 프로 리그에 들어왔고 그중에 극소수만 살아남았다.

살아남지 못한 자들은 어느 순간 이름도 얼굴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가 기억을 못한다는건 그만큼 실력이 없다는 이야기지.’


계투 중에 이름을 모르는 선수도 꽤나 있었다.

지금 투수도 거북이 심장에 뒷심이라는 애매한 특성만 가지고 있었다.

그는 뭔가를 각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재능이 없는 사람은 나름의 방법이 있다고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재능을 가지고 살수는 없었다.

프로는 냉정한 세계였다.

재능이 없고 실력이 없다면 프로에서 1년을 버티기도 힘들었다.


재능이 없는 선수는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해야 했다.

몸의 한계를 넘어서는 훈련을 하고 부상 위험이 높은 투구폼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벤치 클리어링으로 팔자를 펴보려고 해?’


감독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인지 거부할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건 투수는 벤치 클리어링을 할 생각이 가득하다는것이었다.


마광길은 걸어오는 싸움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폭력으로 출전 정지를 당해도 대충 10경기 정도지?’


지금까지 쌓아놓은 승리가 든든하게 있었다.

10 경기 모두를 패배한다고 해도 건파우더즈 우승에는 큰 걸림돌이 될것 같지 않았다.


‘오늘 한 번 제대로 끝장을 봐보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47화 보스몹 NEW 22시간 전 34 3 12쪽
46 46화 보스몹 24.09.15 39 2 12쪽
45 45화 보스몹 24.09.14 49 4 12쪽
44 44화 보스몹 24.09.13 57 4 12쪽
43 43화 해치스 24.09.12 67 4 12쪽
42 42화 해치스 +1 24.09.11 69 5 11쪽
41 41화 해치스 24.09.10 78 7 11쪽
40 40화 해치스 24.09.09 89 7 11쪽
39 39화 해치스 +3 24.09.08 94 9 11쪽
38 38화 해치스 +1 24.09.07 97 6 11쪽
37 37화 드래곤즈 24.09.06 109 5 12쪽
36 36화 드래곤즈 24.09.05 105 8 12쪽
35 35화 드래곤즈 24.09.04 119 7 11쪽
34 34화 드래곤즈 24.09.03 123 8 11쪽
33 33화 드래곤즈 24.09.02 128 10 11쪽
32 32화 드래곤즈 +1 24.09.01 151 7 11쪽
31 31화 대책 24.08.31 139 8 12쪽
30 30화 대책 24.08.30 138 9 12쪽
» 29화 대책 24.08.29 145 8 11쪽
28 28화 대책 24.08.28 140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50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25 25화 대책 24.08.25 151 9 12쪽
24 24화 눈치 24.08.24 158 8 12쪽
23 23화 눈치 24.08.23 163 6 12쪽
22 22화 눈치 24.08.22 158 8 11쪽
21 21화 눈치 24.08.21 170 7 12쪽
20 20화 눈치 24.08.20 167 8 12쪽
19 19화 눈치 24.08.19 172 8 11쪽
18 18화 눈치 24.08.18 194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