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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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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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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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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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눈치

DUMMY

노강수는 회장에게 자신과 마광길의 전략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승리가 아무리 중요해도 물주를 무시할수는 없었다.


이승호는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면서 그 이야기를 듣다가 말했다.


“나도 윗머리가 다 빠질때까지 야구를 봤지만 이런 전략은 처음이구만. 그래. 올해는 우승 보는건가?”

“장담은 못합니다. 다만 이 전략으로 개막 이후에 무패 8승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아는건 저 선수와 감독 그리고 나뿐이고? 단장이나 사장도 모르는거야?”

“네. 전략이라는걸 알게되면 상대팀에서 대응책을 더 빠르고 강경하게 세울테니까요. 최대한 모르는척 하는게 이득입니다.”

“다른 팀이 모를까?”

“의심은 해도 확신은 하지 못할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타격 순간에 미묘한 손목의 비틀림은 의도인지 쿠세인지 우연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노강수처럼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의심을 확신할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최대한 저에게 주목하도록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렇구만. 그래. 그래서 노 감독이 망나니처럼 굴고 있었어.”


이승호는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그럼 나도 최대한 이 비밀을 지키지. 이거 다른 회장들하고 놀때 입이 근질근질하겠지만 일승이라도 더 챙기는게 낫겠지.”


노강수가 물었다.


“회장님께서는 괜찮으십니까? 나중에 알려지면 더러운 전략이라고 욕을 먹을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 비밀이 지켜질수는 없었다.

마광길이 이기기 위해서 파울을 계속 때려내면 결국 증거 없이 확신하는 사람이 나올거고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야구 사업은 큰 돈이 되지 않았다.

재벌 회장들이 야구 사업을 하는 이유 중 첫째는 기업 이미지 때문이었다.

지금 전략은 승리는 얻을 수 있어도 이미지가 더러워질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싫다고 하면 노 감독은 어쩔셈인가?”

“감독 자리 때려쳐야죠. 다른 방법으로 우승을 할수는 없으니까요.”

“내가 이래서 노 감독을 좋아해. 요즘 늙어서 힘이 다 없어졌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구만. 눈빛이 다시 살아났어.”


이승호 회장의 눈빛도 살아났다.

야구계에서 호랑이라고 불리는 노강수에게 지지 않는 그런 기세가 있었다.


“나라고 깨끗한 짓만 해서 재벌이라고 불리는 그룹을 만든거 같아? 더러운 짓도 하고 불법도 저질러서 휠체어를 타고 법원을 가기도 했어.”


이승호는 그게 나쁜 짓이라는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나쁜 짓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것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겼어. 살아남았어. 뒤에서 욕을 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내 앞에서 욕하는 놈은 없어. 다들 회장님 회장님 하면서 머리를 숙이기 바쁘지. 역사는 승자가 쓰는거야. 우승만 하면 파울은 전략이 되고 모두가 칭송할거야. 인간의 역사가 그걸 증명해.”


이승호는 노강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나에 비하면 감독과 선수는 나쁜 축에도 못들지. 그래도 규칙을 어기는건 없잖아. 내가 죽기 전에 우승만 보게 해줘.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야.”


노강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네, 우승. 하겠습니다.”


리볼버는 마광길의 머리 위에 앉아서 중얼거렸다.


“회장은 나쁜 놈이고 감독은 망나니고 선수는 미친 놈이구만. 이게 무슨 팀이야···”


**


감독이 회장에게 우승을 약속한 이후에 부산 파이러츠와의 삼연전이 있었다.

첫번째 경기는 오랜만에 패배를 했다.


리볼버가 온갖 욕을 다했다.

마광길의 악플 변태가 더이상 깜박이지 않고 확실히 자리 잡을 정도였다.


11대 12의 승부였다.

양팀 모두 타자들이 미쳐 날뛴 결과였다.


마광길은 리볼버를 다독이며 말했다.


“매일 이길 생각으로 한 경기 한 경기 하지만 매일 이길 수 없다는건 알잖아.”

“그렇지만 아깝잖아! 아, 조금만 더 연승 달리면 신기록 달성인데!”

“신기록이 뭐가 중요해. 이번에 드디어 우승을 할건데.”


그리고 리볼버를 진정시켜놓고 마광길은 노강수를 찾아갔다.

그도 걱정이 되는게 있었다.


“어, 왔어?”

“네, 감독님. 한가지 궁금한게 생겨서요.”

“물어봐.”

“우승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이렇게 바로 져버렸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마광길은 4회차 인생 동안 꾸준히 야구를 하면서 수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메이저에서 우승을 해본적도 있었고 우승을 하는 팀도 질때가 있다는걸 실감한적이 있었다.


노강수도 마찬가지였다.

건파우더즈의 감독을 맡기 이전에 다른 팀에서 우승을 한 경험이 있었고 그때도 패배를 한적이 있었다.


야구는 2등이 80승을 하면 1등은 81승만 하면 되는 스포츠였다.


하지만 팬들은 달랐다.

한 경기 지면 욕을 했다.

회장도 엄밀히 따지자면 야구인이라기보다는 팬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자신의 그룹 안에서는 신과 같은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고 마광길의 계획에 큰 영향을 줄수도 있는 노인이었다.


그리고 노강수는 별거 없다는식으로 반응했다.


“회장님이 그렇게 정신 나간 노인네는 아니야. 정말 안되겠다 싶으면 결단력 있게 나서겠지만 한번 진거 가지고 칼춤을 추지는 않아.”

“그런 회장님에게 정신 나간 노인네라는 말을 써도 괜찮아요?”

“아니라고 했잖아.”


이 대화가 밖으로 새어나가면 그런 단어를 사용했다는것 자체가 문제가 될것 같지만 장포대의 마음을 가진 노강수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가 신경을 쓰는건 경기 내용뿐이었다.


“오늘 지기는 했지만 경기 내용은 괜찮았어. 파울을 58개 했고 투구수는 77개 끌어냈지?”

“네.”

“그 정도면 네가 할 일은 다 했네.”


노강수는 마광길이 안타를 몇개 쳤는지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넌 신경 쓸거 없다. 원래 파이러츠 애들이 그래. 좀 이상하잖아?”

“이상하죠.”


부산 파이러츠는 건파우더즈처럼 늘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팀이었다.

리그 최고 수준의 타자를 데리고 있고 리그 최하위의 투수진을 데리고 있었다.

부산 파이러츠의 승리 플랜은 간단했다.

타자들이 터지면 이겼다.

타자들이 안터지면 졌다.

투수 운영은 그냥 대충 했다.


“네 계획은 원래 정상인 팀을 상대로 만들어졌잖아. 이길때도 질때도 화끈한 비정상 팀을 상대로 하는게 아니지. 파이러츠한테는 다 져도 상관 없다. 나머지 정상적인 팀에게서 승리를 얻으면 그만이니까.”


마광길도 그 말에 머리로는 동의했다.

하지만 마음까지 동의할수는 없었다.

리볼버에게 말로는 한 경기 정도는 져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 또한 건파우더즈의 팬이었다.

파이러츠가 이상한 팀이라고 하더라도 그냥 지고 싶지는 않았다.


**


수요일.

파이러츠와의 두번째 경기 전.

건파우더즈는 몇십년간 강팀이 아니었고 봄에만 잘나가는 팀이었다.

그리고 지금 건파우더즈의 라커룸 분위기는 개판이었다.


리볼버가 어이가 없다는듯이 말했다.


“아니, 이게 뭐하자는거야? 누가보면 지들이 뭐 엄청 대단한 팀인줄 알겠어. 8연승도 지들이 잘해서 한거라고 생각하는거 아냐?”


마광길은 쓰게 웃었다.

리볼버의 마음도 이해가 갔고 전체적으로 축 쳐져 있는 팀원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언제까지 연승을 달릴거라 생각하는 선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패배는 연승한 기간만큼 뼈 아픈 법이었다.


팀의 주장인 구태우가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올리고 있었다.


“자, 자. 8승 1패. 1위다. 슬퍼할 순위는 아니잖아. 파이러츠 저 놈들이 뜬금없이 고추가루 뿌리는게 한두번이야? 연승보다 중요한게 연패를 안하는거잖아. 지금부터 이기고 지고 반복해서 승률 50퍼센트만 지켜도 우리는 가을가잖아.”


그러자 투수쪽 에이스인 진현수도 입을 보탰다.


“태우 형 말이 맞습니다. 2연패 안하면 그만이잖아요. 아직 시즌도 긴데 오늘부터 다시 10연승 가면 그만이죠.”


에이스 선수들이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려고 했지만 건파우더즈 선수들의 분위기는 쉽게 오르지 않았다.

봄에만 이상한 것이지 건파우더즈는 승리보다 패배가 익숙한 팀이었다.

몇십년간 박혀 버린 패배 의식은 말 몇 마디에 지울 수 있는게 아니었다.

선수들은 대충 분위기를 올리는 흉내만 내고 경기장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


마광길은 경기에 나가기 전에 잠깐 인터넷을 확인해 보았다.

어제 첫 패배를 했을뿐인데 인터넷은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

기사부터 다양했다.


-봄에만 잘나가는 건파우더즈. 봄은 벌써 끝인가.

-연승 후에는 연패.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

-다늙은 에이스 타자, 삼진을 못잡는 에이스 투수, 파울만 치는 1라운드 1번 유망주. 건파우더즈는 지금 어디로?


리볼버는 그 기사를 보고 있으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지 볼멘 소리를 했다.


“아니, 기자 새끼들은 다 건파우더즈 안티야? 왜 8경기 이기다가 한 경기 졌는데 지랄들이야.”


마광길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조회수가 잘나오니까 그렇겠지. 걔들이 건파우더즈에 무슨 애정이 있겠어. 아직 괜찮다고 하는 기사보다 거품 터졌다고 하는 기사가 조회수가 훨씬 많이 나오니까 그렇게 쓰는거지.”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아.”


그리고 마광길은 자신에 대한 기사과 인터넷 글을 검색해 보았다.


-마광길은 여전히 파울만 치고 있네.

-아니, 안타나 홈런은 다 어디간거야. 타율과 출루율만 보면 1번으로 쓰면 안될거 같은데.

-빨리 2군으로 보내라고.

-쟤가 어제 안타 하나만 더 쳤어도 9연승 했다.

-파울이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놈들은 다 어디갔어. 오늘은 쉴드 치는 놈이 없네.

-여기서 우리가 난리치면 뭐할건데. 이미 마광길은 노강수 호적에 들어간거 같은데.


원색적인 욕설이 섞여 있는 글과 댓글을 지우면 대충 이런 여론이 형성되고 있었다.

마광길은 악플 변태의 힘이 올라오는것을 느끼면서도 오늘은 평소보다 더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좀 전략을 바꿔볼까?”

“진짜?”


마광길의 의견을 누구보다 반기는 리볼버였다.


“오늘은 오랜만에 홈런 타자 마광길을 볼 수 있는건가?”

“그 정도로 열이 받은건 아니야.”


파울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전략이었다.


“그럼 어쩔건데?”

“적당히 투구수를 늘리다가 안타를 노려봐야지.”

“얼마나?”

“15개.”


마광길은 한국에서 9개의 정규 경기를 치루면서 한국 투수들의 대략적인 수준과 자신의 수준을 가늠했다.

자신의 컨디션이 보통이고 상대 투수의 수준이 보통이면 투구수 15개를 끌어낼 수 있었다.

몇가지 조건에 따라 더 많은 투구수를 이끌어낼수도 있었고 실수로 죽을수도 있지만 대충 15개의 투구수는 보장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오늘은 투구수 딱 15개만 끌어내고 그 다음부터는 진심으로 친다.”


상대 투수가 자신만 보면 1이닝을 더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손을 벌벌 떨게 만든다는 전략은 유효했다.

삼진 아웃을 각오하고 투구수를 더 끌어낸다는 전략을 조금 바꾼것뿐이었다.


“오늘은 왠일이래? 무슨 짓을 하더라도 자기 할 일만 할것 같던 놈이.”

“팀 분위기가 개판이면 내가 파울을 몇개를 쳐도 이길 게임을 질 수 있거든. 그리고 이 놈의 팀은 말로 해서 안듣는다는걸 알잖아.”


이전 삶에서 구슬려도 보고 화를 내보기도 했다.

그리고 팀 분위기를 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빠따질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선배들을 팰수는 없으니까 공이라도 패야지.”

“확실히 넌 미친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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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25 25화 대책 24.08.25 15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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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눈치 24.08.23 163 6 12쪽
» 22화 눈치 24.08.22 158 8 11쪽
21 21화 눈치 24.08.21 170 7 12쪽
20 20화 눈치 24.08.20 16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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