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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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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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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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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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해치스

DUMMY

다른 모든 팀 감독과 마찬가지로 건파우더즈와 삼연전을 시작할 감독은 유난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지금은 해치스의 이재군 감독이 그랬다.


‘아이고 속이야.’


술을 먹지 않았는데도 속이 뒤집히는것 같았다.

병원을 가서 내시경을 받아도 나오는건 없었다.

스트레스성인것 같다는 의미 없는 말만 들을 뿐이었다.


‘누가 스트레스성인걸 모르냐고.’


스트레스의 원인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건파우더즈와 마광길 때문이었다.


남들은 프로 야구 감독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이재군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건 속내를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소리였다.


야구 구단 중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는게 해치스였고 감독이 가장 많이 바뀌는 구단도 해치스였다.

그런 팀의 감독으로 지내는건 절대 쉽지 않았다.


‘중무리가 힌트인가.’


건파우더즈가 드래곤즈와 싸운 삼연전은 모두 분석한 후였다.

어떤 공이든 다 파울로 만들어낼것 같았던 마광길도 무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군은 마광길의 타격 기록을 모두 가져와서 확인해 보았다.


마광길은 월요일 휴식 이후 화요일에 가장 많은 파울을 때려냈다.

일요일이 될수록 타율이 올라가는 기이한 수치를 보였다.

일반적인 선수와는 정반대였다.

보통은 지칠수록 타율이 떨어지는게 정상이었다.


‘확실히 미친 새끼야.’


그리고 선발 투수를 상대로 한 파울 숫자를 비교해보았다.


‘그렇구만.’


힌트 하나를 가지고 마광길을 철저하게 분석을 하다보니 보이는게 있었다.

각 팀의 선발 투수는 실력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투구 내용이 모두 달랐다.

한 사람이 모든 재능을 타고날수는 없는 법이었다.


어떤 투수는 160에 가까운 공을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꽂아넣어서 삼진을 잡았다.

어떤 투수는 칼 같은 제구로 공 반 개 차이로 스트라이크 존을 가지고 놀며 타자를 속였다.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가치를 가진 변화구를 가진 투수도 있고 디셉션이 뛰어나 타자의 타이밍을 완전히 뺏는 투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이재군은 마광길이 완벽한 타자라고 여겼다.

건파우더즈와의 경기는 모두 포기하고 다른 경기에 집중하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마광길도 완벽한건 아니었다.


‘160에 가까운 강속구나 140이 넘는 빠른 변화구에는 좀 약하네.’


그리고 이재군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160이 넘는 강속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을 수 있는 투수나 한국 투수의 평균 패스트볼 구속을 변화구로 사용할 수 있는 투수라면 메이저에 갈 수준이었다.

한 팀에 그런 투수가 하나 있는것도 감지덕지 해야 했다.


‘결국 중무리로 투수를 내도 최소 3선발급은 내야 한다는 소리잖아. 젠장.’


어느 팀이나 선발 투수가 귀하지 않는 팀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팀이 소중한 외국인 용병 자리 셋 중 둘을 선발 투수로 쓰는 것이었다.

마광길을 상대하기 위해서 선발로 쓸 수 있는 투수를 계투로 돌리는 정신 나간 팀은 없었다.


이재군은 해치스의 투수 목록을 보았다.

이름만 보면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재군의 눈에는 다 허위매물로 보일 뿐이었다.


‘아니, 어떻게 된게 몇십억을 받고 들어오면 다 실력이 떨어지는거냐고!’


다른 팀에서 선발로 잘던지다가 해치스에 와서 계투를 하는건 양호한 편이었다.

어떤 투수는 매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거나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이재군은 계투로 나가는 베테랑 투수 중에서 그나마 실력이 쓸만한 선수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네, 감독님.”

“너도 저번에 건파우더즈와 드래곤즈 경기 봤지? 우리도 중무리를 한번 써보려고 하는데 어때?”

“감독님. 드래곤즈 송하경 선배는 은퇴 각오하고 던졌다고 하던데요? 저는 아직 FA 기간도 많이 남았고 승리조로 나가는게 팀에게도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알았다.”


이재군은 거절 의사를 듣고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팀의 베테랑은 감독을 옆집 동네 형으로 생각하니. 뭔 말을 해도 듣지를 않네.”


다른 투수 몇에게 더 전화를 해봤지만 똑같았다.

건파우더즈와의 경기가 끝나면 충분한 휴식 시간을 주겠다고 하는데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젠장.”


결국 이재군은 적당한 전략을 생각해 내고도 그 전략을 사용할 수 없었다.

감독의 권한이 아무리 강해도 평생 놀고 먹을 돈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컨트롤 할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그냥 나만 욕받이지.”


이재군은 욕을 먹을게 확실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전략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욕을 먹어도 결과를 내야 하는게 프로 야구의 감독이었다.


**


건파우더즈와 해치스의 첫번째 경기 시작 전.

리볼버와 마광길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시즌은 괜찮네.”

“아직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괜찮지.”


이전 삶에서 6월은 추락의 달이었다.

시즌 초에 아무리 승수를 많이 쌓아올려도 건파우더즈는 귀신 같이 떨어졌다.

선발 투수로 한 게임을 책임지면 다른 선발 투수가 터졌고 4번 타자로 홈런을 뻥뻥 때려주면 대부분이 솔로 홈런으로 1점만 내고 게임을 졌었다.


하지만 이번 달은 달랐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이 벌어졌지만 그래도 마광길의 전략은 유효했고 감독은 그의 전략을 지지 하고 있었고 건파우더즈는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가끔 뭘 해도 안되는 날에 지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연패는 거의 없었다.

쉽게 이기던 어렵게 이기던 연승을 꾸역꾸역 이어나가는 날이 많았다.


“저번에 중무리 전략은 좀 위협적이기는 했어.”

“하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전략은 아니지. 기존 선발 외에 선발급 투수를 3명은 있어야 건파우더즈와 삼연전을 할 수 있다는건데. 어느 구단이 미쳐서 그렇게 투수를 사놓냐.”

“확실히 그렇지. 선발급 투수 3명을 더 사놓는 돈이면 일년 내내 잘써먹을 수 있는 빠따 셋을 살 수 있다는건데. 나 같아도 그러겠다.”

“오늘 경기는 어떻게 되려나.”

“그냥 나가서 하던 일이나 계속 해야지.”


리볼버는 해치스 감독이 무슨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웃고 있었다.


“힌트를 좀 줄까?”

“아니. 벤치 클리어링 같이 더러운 짓만 안하면 안알려줘도 상관 없어. 너도 그게 더 구경하기 재미있다고 했잖아.”

“당연하지.”


그리고 경기 시간이 되었다.

건파우더즈는 1회초 수비를 잘하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마광길은 빠르게 보호 장구를 차고 타석에 올라섰다.


그리고 심판과 포수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해치스의 덕아웃에서 사인이 나왔다.


“허참.”


마광길은 심판을 보면서 물었다.


“확실한건가요?”

“그래. 고의사구 사인이 나왔다. 1루로 가.”


심판에게 질문을 던지는건 한번이면 충분했다.

굳이 질문을 더해서 밉보일 필요는 없었다.

이제 기계가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분하고 카메라가 아웃과 세이프를 판별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심판의 권한은 다양했다.


마광길은 웃으면서 1루로 향했다.

리볼버가 과장된 몸짓으로 말했다.


“짜잔.”

“짜잔은 무슨.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잖아. 누가 먼저 하느냐가 문제였지.”


이제 마광길은 리그에서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타자가 되어 있었다.

그의 타율이 0.128 이라고 그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광길은 다른 타자와 다른 방식으로 리그를 지배하는 타자였다.


“그럼 어쩔거야? 네 전략은 고의사구로 간단히 빗나갔잖아.”

“자동 고의사구가 없을때가 좋았지.”


만약 투수가 공을 멀리 던져서 고의사구를 하는거면 마광길은 자신의 긴 팔과 긴 배트를 이용해서 어떻게든 커트를 할 수 있었다.

자신도 커트하지 못할 공이라면 포수가 잡지 못할 가능성도 컸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포수 뒤로 공이 빠져버리면 대참사가 일어날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전세계의 야구는 자동 고의사구를 사용햇다.

2016년에 메이저 리그에서 규칙을 개정하고 한국과 일본은 2018년에 자동 고의사구 룰을 수용했다.

감독의 선언만 있으면 투수는 공을 던지지 않고도 상대팀 타자를 내보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한국 야구 감독들이 이 규칙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자존심 때문이었다.

고의사구는 팀의 중심 타자에게 경기의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순간에나 사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광길은 건파우더즈의 4번 타자가 아니었고 경기의 승부를 가르는 순간에 활약하는 유형의 선수도 아니었다.

그저 묵묵히 자기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뿐이었다.


모든 감독이 마광길을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싶어했다.

하지만 1번 타자가 나오자마자 고의사구를 지시하면 얼마나 많은 욕을 먹을지 감당하기 어려워했다.

팀과 감독은 여론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지만 구단을 소유한 모기업은 여론을 모두 무시할수는 없었다.


그 첫 스타트를 해치스의 감독이 한 것이었다.


리볼버가 마광길에게 물었다.


“이대로 물러날 생각은 없지?”

“당연하지.”


만약 마광길이 타석마다 고의사구로 출루를 한다면 건파우더즈는 1번 타자를 1루에 놓고 시작한다는 작은 이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광길이 매 경기마다 양산하던 파울이 사라졌다.

투수의 체력을 갈아먹을 수 없으니 건파우더즈 타선은 모두가 원래 알던 실력으로 돌아갈게 분명했다.

마광길은 건파우더즈를 사랑했지만 건파우더즈의 타자들을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계획은 나중에 쓰고. 일단은 오늘 경기를 이겨야지.”


자동 고의사구가 나온 첫번째 게임이었다.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쓸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이 경기를 그냥 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 경기 한 경기 버리다가 팀 순위가 내려가기 마련이었다.

벤치 클리어링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도 정상적인 플레이로 이겨야 했다.


“어디보자.”


마광길은 지금 마운드에 서 있는 선수를 관찰했다.

해치스의 1선발인 개빈 카터였다.


-커브 장인, 새가슴, 칭찬 변태.


“흠. 저 정도면 어떻게 요리할만 하네.”


한국에 오는 외국인 투수는 모두 메이저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자들이었다.

의외로 많은 외국인 투수가 새가슴 특성을 달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쟁쟁한 타자들에게 눌려 자기 기량을 펼치지 못하다가 한국에서 몇 단계 아래인 타자들에게서 자신감을 가지는 케이스였다.


그리고 조금만 실수해도 욕이 바가지로 날라오는 미국 마이너리그와 다르게 한국 구단은 외국인 투수가 어디 하나 불편한 곳이 있을까 지극정성으로 살폈다.

칭찬을 받을수록 기량이 상승하는 칭찬 변태 특성도 외국인 투수에게 딱 맞았다.


“새가슴을 슬슬 긁어볼까?”


마광길은 1루에서 슬슬 리드폭을 넓혔다.


지금 그 누구도 마광길이 도루를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마광길은 조금이라도 부상을 당할까봐 도루를 자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도루를 못하는게 아니었다.


‘도루에서 중요한건 첫번째가 스피드, 두번째가 타이밍이지.’


마광길은 발이 엄청 빠른 타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4회차 인생을 살면서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경험이 있었다.

도루 타이밍을 잡는 것도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커브 장인이라고? 이 정도면 도루를 안하는게 아쉬운 특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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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해치스 +1 24.09.11 69 5 11쪽
41 41화 해치스 24.09.10 78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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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화 해치스 +1 24.09.07 97 6 11쪽
37 37화 드래곤즈 24.09.06 109 5 12쪽
36 36화 드래곤즈 24.09.05 10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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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드래곤즈 24.09.03 123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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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대책 24.08.30 13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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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대책 24.08.28 140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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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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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눈치 24.08.23 16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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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눈치 24.08.21 17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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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눈치 24.08.18 193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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