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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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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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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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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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대책

DUMMY

광주 타이탄즈와의 마지막 경기.

겨우 이틀 쉰 것인데 마광길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역시 젊은 몸이 좋아. 늙기가 싫다니까.”

“그럼 5회차 하실?”

“무서운 소리 하지 마라. 그건 이번 생에도 건파우더즈 우승을 못본다는거잖아.”


마광길은 타석에 들어갔다.


**


“마광길 선수. 두 경기 출장 정지를 끝내고 오랜만에 타석에 들어섭니다. 화면으로만 봐도 얼굴에 생기가 넘치는게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보이죠?”

“건파우더즈의 팬들이 신나서 크게 응원을 하고 있네요.”

“다른 팀 팬들은 마광길 선수를 그렇게 싫어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자기 팀 투수를 아끼는 팬이라면 그럴 수 밖에 없죠. 하지만 건파우더즈 팬 입장에서는 X새끼라도 우리 집 X새끼거든요.”

“하하. 방금 말은 심의를 맞을만한데요?”

“아이고. 해설을 하다보니 말실수를 하고 말았네요.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그러는 순간 마광길 선수 빠르게 풀카운트를 만들어냅니다. 진짜 눈이 좋아요. 눈 하나만 따지면 모든 선수 중에 탑급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냥 눈이 좋은게 아닙니다. 무수히 많은 경험이 있어야 저런 선구안이 가능할거 같은데요. 어떤 변화구가 와도 절대 속지 않거든요. 저 어린 선수가 어디서 그런 경험을 쌓았는지 모르겠네요.”

“말 그대로 타고난거 아닐까요. 천재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천재라고 불리는거겠죠.”

“그러는 사이에 12구 승부. 아, 마광길 선수 칩니다! 공 뻗어나갑니다! 제대로 맞았는데요? 넘어가나요? 파울 폴대를 맞춥니다! 홈런입니다! 홈런!”

“마광길 선수. 이제 트레이드 마트가 된 찡그린 표정으로 뭔가를 중얼거리며 뛰고 있네요. 하하. 재미있지 않습니까? 다른 선수들은 홈런을 치면 환한 표정으로 달리는데 말이죠.”


**


마광길은 베이스를 돌면서 리볼버에게 투덜거렸다.


“아, 하필 바람이 저렇게 부냐.”


마광길은 원래는 파울 홈런을 만들 생각으로 날려버린 타구였다.

하지만 바람이 이상하게 불더니 공을 파울 폴대에 맞춰버렸다.

마광길은 야구를 비정상적으로 잘하는 타자지 신이 아니었다.

이런 경우는 어쩔 수 없었다.

그냥 리볼버에게 불만을 털어놓으며 달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리볼버는 마광길의 불만을 가뿐히 무시하고 외쳤다.


“뭐, 어때! 홈런이다아!”


**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마광길은 신이 아니었다.

파울을 쳐서 상대팀 투수의 체력을 마른 행주처럼 짜버리고 어깨를 그라인더로 갈아버리는 그런 타자일뿐이었다.


타격으로는 당장 메이저에 진출해도 성공할 수 있을 정도였다.

4회차 인생을 경험하며 쌓아온 특성과 경험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런 마광길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상대적으로는 수비가 약했다.

상황에 따라 좌익수나 우익수를 맡았고 완벽한 수비를 보이지는 못했다.

오랜 야구 경험으로 먼곳으로 날아가는 플라이를 잘따라가기는 했지만 눈으로 봐도 발로 못따라가는 타구가 종종 있었다.


“야이, 똥차야!”


그럴때마다 리볼버가 진심으로 욕을 했고 악플 변태의 힘이 올라왔지만 그래도 못따라가는건 못따라가는거였다.

무리해서 몸을 던지지도 않았다.

부상을 당해서 몇주 쉬게 되면 빌어먹을 건파우더즈 팀의 순위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몰라서 두려웠다.


마광길에게 남은 선택은 땅에 떨어진 공을 최대한 빨리 주워서 던지는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투수 출신 가락이 남아 있어서 송구는 괜찮았다.


수비에서 공을 잡아내지 못하면 공수 전환할때 꼭 투수에게 가서 사과했다.

지금은 계투 이성우였다.


“선배, 죄송합니다.”

“죄송하기는. 야구하다보면 그럴때도 있지. 겨우 2실점이다. 이 정도면 괜찮아.”


선발 투수는 3점까지는 봐주는 경향이 있었다.

6이닝을 던지다보면 어쩔 수 없이 실점하는 경우가 생겼다.

아무리 뛰어난 선발 투수라고 하더라도 실점 없이 한 시즌을 보낼수는 없었다.


하지만 계투는 달랐다.

한 이닝을 완전히 틀어막아야 했고 1점도 주지 않는것을 목표로 했다.

2점은 꽤나 뼈 아픈 실점이었다.

자신이 실점을 해서 동점이 되었으니 팀 동료들에게 미안할뿐이었다.

그걸 굳이 막내에게 티를 내지 않을뿐이었다.


“이야. 타이탄즈 나쁜 새끼들이 우리 선배 기분 나쁘게 했네요. 제가 다음 타석에 들어가면 뭐 해드릴까요? 안타? 홈런? 투구수 20개?”


이제 자신이 의도적으로 파울을 친다는걸 한국 야구의 모든 구단이 알고 있었다.

자신이 타석에 올라가면 투수의 얼굴이 썩어가는게 보였다.

굳이 무리해서 끝까지 파울을 칠 필요가 없어졌다.

적당히 유연하게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자기가 실수를 해서 계투의 멘탈이 어지러워진게 보이면 치료도 해주는게 맞았다.

마광길이 상대팀 투수를 갈아버리는 이유는 그게 팀 승리에 가장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었고 그만큼 자기팀 투수를 보호하는것도 중요했다.


이성우는 막내가 재롱을 떠는걸 보고 피식 웃었다.


“내가 선배 안타 맞은건 어떻게 못바꿔도 다음 타석에서 상대 투수 스탯은 엉망으로 만들 수 있거든요. 어떤게 좋으세요?”

“그럼 홈런 하나 부탁하자.”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날은 운이 좋았다.

하위 타선 2명이 안타를 치고 나갔고 1명이 아웃을 당했다.

주자 1, 2루.

원아웃.


리볼버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야. 맛있네. 호텔급 레스토랑은 아니더라도 모텔급은 되잖아?”

“모텔에는 밥 안나와.”


마광길은 타석에 들어가서 포수와 심판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투수에게 집중했다.

타이탄즈의 계투는 벌써부터 빨리 이닝 끝내고 싶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공을 던졌다.

142의 포심이었다.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구위가 좋지도 않았다.

제구도 가운데로 몰렸다.


‘이제 슬슬 이런 투수가 나오는구만.’


마광길은 평균적으로 어떤 투수를 상대할때도 투구수 15개 이상은 뽑아내었다.

그런 전략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마광길을 상대하는 투수는 이번에도 15개 이상의 공을 던지겠구나 여겼다.

전력을 다한 피칭에도 그런 일이 벌어지니 자연히 다른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대충 던져도 어차피 파울 치지 않을까.

대충 던져서 나가면 오히려 좋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던진 투구였다.


‘원래라면 그냥 지켜보고 스트라이크를 먹고 투구수를 하나 늘렸겠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랐다.

어차피 상대는 1이닝만 던지고 내려갈 계투였다.

특별히 잘하는 투수도 아니었다.

미리 힘을 빼놓을만한 가치가 없었다.


동점 상황에서 3점을 벌릴 수 있으면 그 경기는 거의 이긴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흡!”


마광길은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다.

그 역시 야구 선수인지라 억지로 파울을 만드는것보다 배트 중심에 공을 맞추고 힘껏 날려버리는게 더 재미있었다.


따악!!!


모든게 홈런을 알려주고 있었다.

공이 날아가는 각도와 속도.

배트와 공이 부딪치는 소리.

손에서 느껴지는 촉감.


마광길은 홈런을 확신하고 베이스를 돌았다.

이미 자신의 앞에 진루를 했던 타자들은 모두 덕아웃에서 기쁨의 환호성을 듣고 있었다.


“와아아!!! 이 미친 새끼!”

“맨날 파울만 치더니 오늘은 초구부터 홈런이야?”

“한 경기 두 홈런! 오늘 인터뷰는 네가 해라!”


시즌은 길었다.

이제 겨우 5월이고 시즌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우승만 바라보고 고행을 하는 스님처럼 살수는 없었다.

소소한 행복이 필요했다.

지금 그 행복은 팀 동료들의 환호였다.

모두가 마광길의 헬멧을 손으로 쳐주고 있었고 한쪽 구석에서 이성우가 웃으면서 엄지 손가락을 올려주고 있었다.


홈런을 치는건 언제나 짜릿했지만 이럴때의 홈런은 그 이상으로 짜릿했다.


선배들의 환호가 끝나고 겨우 혼자 있을 수 있게 되었을때 마광길은 리볼버에게 중얼거렸다.


“아, 이래서 야구 못끊지.”

“뭐?”

“이래서 야구 못끊는다고.”

“언제는 건파우더즈 놈들은 뭘해도 안된다고 욕하더니?”

“혼자 힘으로 이기기 힘들어서 팀 스포츠는 X 같지. 그런데 또 같이 이기는 맛이 있거든.”

“도대체 난 네가 무슨 종류의 변태인지 모르겠어.”

“넌 선수가 아니라 팬이라서 모르는거야. 이건 선수 밖에 경험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지.”


마광길은 물을 한모금 마시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 경기를 보면 재미있을거야.”

“왜? 그냥 알려줘. 오늘 끝나면 월요일 쉬고 화요일까지 기다려야 하잖아.”


마광길은 징징거리는 리볼버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보면 알아.”


타이탄즈와의 마지막 경기는 이변 없이 건파우더즈의 승리로 끝이 났다.


**


월요일의 휴식 이후에 화요일이 되었다.

파이러츠와의 삼연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광길은 파이러츠의 2선발인 그랜트 해리슨을 맞이하게 되었다.

리볼버는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야구장을 이리저리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선수들 구경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광길에게 돌아와서 말했다.


“오늘 그랜트 해리슨 표정이 평소하고 다른데?”

“그렇겠지.”

“왜 다르지?”


마광길이 프로에 데뷔하고 나서 그를 상대하는 투수들의 표정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다.

시즌 초에는 시범 경기에서 아무리 잘했어도 신입이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하는 표정이었다.

한달이 지나고 그 어떤 투수도 마광길의 작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걸 알게 된 이후에는 마광길만 보면 피로해 하는 표정을 짓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랜트 해리슨의 표정은 피로를 넘어서 질려 하고 있었다.


“어제 나는 정규 리그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초구를 홈런으로 날려버렸어. 그걸 본 투수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원래 야구는 투수가 타자를 속이는 스포츠였다.

투수는 구종, 제구, 투구폼을 이용해서 타자를 속이려 들었다.

그리고 타자가 속으면 투수의 승리, 타자가 속지 않으면 타자의 패배였다.


하지만 지금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광길은 기본적으로 투구수 15개를 빼낼 수 있는 타자였다.

투수 입장에서는 공을 가운데 던져도 파울이고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게 던져도 파울이었다.

어차피 파울이 될거면 힘을 빼고 던지고 싶다는 유혹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적당한 공으로 안타를 맞고 싶겠지. 하지만 내가 홈런을 쳐버리면 생각이 달라질걸.”


마광길의 전략은 간단했다.

상대팀 투수들의 힘을 모두 빼버리면 건파우더즈가 승리할 가능성이 확연히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투수들이 설렁설렁 공을 던져서 힘이 덜 빠지는건 그의 계획에 어긋났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마광길은 타석에 들어갔다.

그랜트 해리슨은 마음을 굳힌 표정이었다.

그는 자세를 잡고 공을 던졌다.


팍!


포수의 미트 속으로 공이 빨려들어가듯이 들어갔다.

152에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듯이 제구된 훌륭한 포심이었다.


리볼버가 말했다.


“휘유. 투수가 약한 파이러츠라고 하더라도 외국인 투수는 다르네. 어지간한 국내 선발 투수보다 나아.”


그리고 그런 투수가 전력 피칭을 하고 있었다.

1회부터 전력 피칭을 하면 체력 소모가 많을테지만 어쩔 수 없었다.

힘 빼고 던지면 홈런이고 힘을 줘서 던지면 20구 승부를 각오해야 했다.

마광길을 상대하는 투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승부욕이 있는 보통 프로 선수라면 후자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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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대책 24.08.30 138 9 12쪽
29 29화 대책 24.08.29 145 8 11쪽
» 28화 대책 24.08.28 141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50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25 25화 대책 24.08.25 151 9 12쪽
24 24화 눈치 24.08.24 158 8 12쪽
23 23화 눈치 24.08.23 164 6 12쪽
22 22화 눈치 24.08.22 158 8 11쪽
21 21화 눈치 24.08.21 171 7 12쪽
20 20화 눈치 24.08.20 167 8 12쪽
19 19화 눈치 24.08.19 172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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