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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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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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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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1화 대책

DUMMY

기자 회견.

벤치 클리어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죄하는 자리였다.

이전 벤치 클리어링은 실질적인 폭력 사태가 없었기 때문에 없었기 때문에 이번이 마광길의 첫 기자 회견이었다.


역대급 폭력 사태에 역대급으로 많은 기자들이 모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방송도 실시간으로 중단되었고 경기장에 놀러 왔던 사람들이 동영상을 촬영하여 인터넷에 뿌렸다고 했다.


마광길은 넓은 테이블 뒤에 혼자서 앉았다.

옆에 노강수가 선수를 보호하듯이 서 있었다.

원래는 마광길에게 주먹을 휘두른 투수도 같이 와서 악수도 하고 웃으면서 사진도 찍어야 했지만 그 투수는 입원해서 나오지 못하는 상태였다.


마광길은 구단에서 준비해둔 대본을 보았다.

대충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식의 대본이었다.

마광길은 이런 대본을 그대로 읽을 생각이 없었다.


마광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를 한번 숙이고 일어나서 입을 열었다.


“먼저 폭력으로 물의를 일으킨점 죄송합니다.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마광길은 자리에서 앉았다.


“그럼 질문 받겠습니다.”


너무 짧고 간결한 사과였다.

성의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기자들은 앞다투어 손을 들었다.


노강수 감독이 기자 한 명을 지목했다.

안경을 쓴 여자 기자였다.


“스포츠서울의 공영미 기자입니다. 너무 성의 없는 사과 아닙니까? 폭력은 무슨 명목으로든 허용되지 않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마광길 선수가 이번에 자행한 폭력은 한국 야구 역사상 없었던 수준입니다. 상대 선수는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후유증과 재활을 생각하면 이번 년도 시즌은 모두 날린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좀 더 성의 있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마광길은 잠깐 생각을 하다가 자신의 앞에 있는 대본 여백에 볼펜으로 기자의 질문의 요점을 하나하나 적었다. 그리고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했다.


“긴 답변을 원하시는것 같으니 길게 답변하겠습니다. 먼저 폭력은 무슨 명목으로든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야구는 어린 팬들도 많습니다! 부끄럽지 않습니까!”


마광길은 발작하려는 공영미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자기 할 말만 하려고 한다면 이런 기자 회견과 인터뷰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적어도 어른이라면 답변은 모두 듣고 나서 다시 입을 여는게 옳지 않나 싶네요. 제가 기자님의 질문을 모두 듣고 입을 연것처럼요.”


공영미는 얼굴이 붉어져서 입을 다물었다.

마광길이 답변이 끝나면 어떻게든 반격을 해야겠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다시 답변을 이어가자면 이상적으로는 폭력이 없는 사회가 옳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건 여기 있는 모든 기자 분들이 아실겁니다. 지금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전쟁도 폭력이죠. 하지만 러시아가 워낙 강한 나라니까 아무도 대놓고 전쟁을 하지 말라고 못하지 않습니까. 폭력은 옳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허용하고 말고 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상은 늘 폭력이 있어왔고 앞으로도 벌어질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폭력은 어떤 명목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반대합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자기 앞에 닥쳐온 폭력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것이겠죠. 이 정도면 기자님의 질문 중 일부분은 답변이 끝난것 같구요.”


공영미 기자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반박을 하려고 했다.

마광길은 그걸 무시하고 자기 말을 이어나갔다.


“기자 님이 순서를 지키지 않으시니까 저도 그냥 제 할 말만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하시는 말씀은 답변하기 어려울거 같구요. 제가 다른 사람 말을 들으면서 이전 질문에 대답할 정도로 머리가 좋지는 않아서.”


주변 기자들은 공영미 기자를 달래서 자리에 앉혔다.

공영미 기자가 분노의 반박을 하는것보다 지금 마광길이 하는 말이 좀 더 조회수가 높을게 분명했다.


“얼마전에 벤치 클리어링이 있었죠. 그때는 일단은 손을 안쓰는게 좋겠다고 여기고 피하다가 딱밤 한대 놨습니다. 애들 장난 수준이고 방송에서 게임 벌칙으로도 많이 쓰는 행동이죠. 그런데 출장 정지 2경기를 먹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보니까 그 행동이 오히려 독이 된 것 같습니다. 벤치 클리어링을 하더라도 제가 딱밤 정도나 먹일거라고 여기는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행동 방침을 바꾸었습니다. 누가 나에게 주먹을 휘두르면 나도 주먹을 휘두르기로. 아까 러시아 이야기를 했죠? 세계의 경찰이라는 미국이 러시아를 막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더라구요. 러시아가 핵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핵주먹이 있죠. 앞으로 누구든지 저에게 덤빌 선수가 있다면 미리 각오를 해야 할겁니다.”


마광길은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대답하며 자신의 답변을 마무리 했다.


“좀 더 성의 있는 사과를 하셔야 한다고 했죠? 제가 사과를 하는건 험한 것을 보게 된 야구 팬들을 향한 것입니다. 저에게 먼저 덤비다가 두들겨 맞은 선수나 팀에게는 조금의 사과도 할 생각이 없습니다. 여기 대본에는 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거라는 약속이 적혀 있네요. 하지만 누가 또 저에게 덤벼 든다면 정당방위를 할것을 약속드리죠.”


마광길의 답변이 끝나자 기자들이 소란스럽게 손을 들어서 다른 질문을 하려고 했다.

노강수는 이 정도면 할 말은 모두 끝났다고 여겼는지 마광길에게 숙소로 돌아가 있으라고 말했다.

마광길이 기자들을 뒤로 하고 자리를 뜨자 노강수는 호랑이 같은 눈을 뜨고 말했다.


“여기 우리 구단 방송팀이 이번 기자 회견을 다 촬영했으니까 이상하게 말 꽈서 기사 낼 생각은 하지 마시구요. 기자 회견 영상 풀버전을 바로 풀어버릴거니까.”


**


역대급 벤치 클리어링.

역대급 폭력 사태.

역대급 기자 회견.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광길의 안하무인적인 태도에 좋지 않은 기사가 많았다.

건파우더즈 샷건 팀은 바로 풀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야구 팬들은 마광길이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두고 여러가지 말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팼어. 애를 완전 박살 내놨더구만.

-먼저 덤볐으면 쳐 맞을 각오도 했어야지.

-이번 일은 어떻게 처리되려나.

-예전에도 메이저에서 온 타자가 배트 집어던지고 아구창 날리기도 하고 한국 선수들도 성깔 살아 있어서 서로 메치고 복싱하고 난리쳤던적이 있었는데 그냥 다 출장정지하고 벌금으로 끝났잖아. 야구장 안에서 있었던 일은 야구장에서 끝나는법이야.

-하지만 이번에는 그 이상 이잖아. 이빨 하나 빠진 정도가 아니라고.

-폭행죄까지 가지 않으려나.

-찾아보니까 미국에서는 몸에 맞는 볼을 던져도 야구가 원래 그런 스포츠니까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한국도 형법에 업무로 인한 행위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해서 비슷하게 처리하더라고.

-빈볼하고 주먹질이 같냐?

-다른건 또 뭐야. 맞으면 존나 아프고 죽을 수 있다는건 똑같은데.


그 반응을 보면서 리볼버가 말했다.


“너 욕도 많네. 폭력 싫어하는 팬들 많이 빠져나가겠다.”

“그런 팬들은 신경 안써. 북한이 쳐들어와도 폭력은 나빠요 하면서 가만히 있으려나보지.”


그리고 한국야구위원회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건파우더즈의 마광길 선수를 징계한다. 출장 정지 13경기. 벌금 1000만원.


벌금은 신경 쓰지 않았다.

계약금으로 받은 돈에서 처리할 수 있으면 얼마가 나와도 상관 없었다.


문제는 출장 정지였다.

지금까지 벤치 클리어링은 아무리 심하게 해도 출장 정지가 10경기를 넘지 않았다.


“13경기나? 여기저기서 한국야구위원회를 쿡쿡 찔렀나보네.”

“찌르기만 했겠어? 비싼 양주도 먹이고 한우도 먹이고 좋은데도 가고 선물도 하고. 아주 난리더라.”

“역시 이번에 확실히 끝장을 낸게 맞았네. 어지간하면 나한테 덤비는 놈이 없을거 아냐. 내가 사람을 이렇게 패는데도 덤비는 놈이 있으면 인정해줘야지.”

“너처럼 미친 놈이 하나 더 있을수도 있잖아. 진짜 덤비는 놈 있으면 어쩌려고?”

“팔 하나 부러뜨릴거야.”


리볼버는 마광길이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걸 보고 말렸다.


“야, 그 정도까지는 가지 말자.”

“덤빈 놈이 잘못이지.”


**


쉬는 동안 노강수 감독은 마광길에게 연락했다.


“네, 감독님.”

“잘쉬고 있어?”

“네.”

“그래. 이번에 다시 경기 돌아오면 또 1번으로 바쁘게 움직여야 할테니까 푹 쉬어.”

“알겠습니다.”

“그리고 시간 나면 회장님께 따로 연락 드려라.”

“네?”


감독 정도 되면 그룹 회장과 직통 전화를 할 수 있겠지만 선수는 그럴 수 없었다.

팀에서 오래 활동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정도가 되어야 겨우 가능한 일이었다.

팀의 중심이 되었지만 이제 1년차인 막내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이번에 더 크게 번질수도 있었어. 회장님께서 여러모로 힘을 써주셨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대급 폭행인만큼 칼을 빼들려고 한 사람이 꽤나 많았던 모양이었다.


“방송에 나오는 도중에 사람 하나를 박살을 내놓았잖아. 지금까지 벤치 클리어링처럼 그냥저냥 넘어갔던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검찰에서도 폭행죄로 처벌을 준비하고 있었고 데블즈에서도 아예 너를 야구계에서 쫓아내려고 했어.”


겨우 건파우더즈를 우승시킬 수 있는 묘안을 실행하고 있던 삶이었다.

남이 먼저 덤빈걸 받아친것 때문에 이번 생에서도 건파우더즈 우승을 못볼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는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인가 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재판까지는 않아. 그래서 회장님께서 힘을 써주셨다. 원래 폭행 합의금은 전치 1주 당 많아봐야 100만원이야. 갈비뼈 골절 전치 8주라고 해봐야 800만원이지.”


그 정도는 마광길이 받은 계약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데블즈에서 개수작을 부려서 어지간하면 합의금 받지 말고 고소하자고 했어.”

“그럼 어떻게 되는겁니까?”


고소가 들어가고 재판이 진행되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에 경기에 제대로 못나가는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회장님께서 크게 박으셨다. 합의금으로 8억을 넣으셨어.”

“8억이요?”



야구 선수는 FA 대박이 터지면 100억도 벌 수 있는 직업이지만 그런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부분은 억대 연봉도 찍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번에 마광길에 두들겨 맞은 선수도 2군에만 지내고 최저 연봉 3000만원을 받던 사람이었다.

공 던지는걸 보니 FA나 억대 연봉을 받을 가능성도 없어보였다.

그런 투수라면 8억에 눈이 돌아갈게 뻔했다.


“8억이면 당연히 받아야지. 데블즈 구단에서 8억 이상을 챙겨주지 않으면 뻔하니까. 데블즈 구단에서 미쳤다고 최저 연봉 선수에게 8억을 주지는 않을거고.”


8억은 최저 연봉으로는 거의 26년을 뛰어야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그렇게 합의가 끝났어.”


마광길은 문득 궁금한게 생겼다.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8억을 쓰시기는 쉽지 않았을거 같은데. 회장님께서 왜 그러셨데요?”


노강수는 시원하게 웃고 나서 말했다.


“너 하는거 보니까 연봉 8억 이상은 줘야겠다고 하시더라. 연봉으로 주나 합의금으로 주나 그게 그거라고.”

“네, 그럼 바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


마광길이 감독과의 전화를 끊고 나자 리볼버가 말했다.


“이야. 1년차에 연봉 8억이네. 그런데 네 돈은 어디있어?”


마광길은 조용히 리볼버를 잡아서 깔고 앉았다.


“놔! 놔라! 인간! 어디서 더러운 엉덩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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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대책 24.08.28 140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50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25 25화 대책 24.08.25 15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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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눈치 24.08.23 16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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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눈치 24.08.21 17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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