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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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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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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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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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눈치

DUMMY

건파우더즈는 인천 레즈와의 삼연전도 무난하게 승리를 가져갔다.

마광길은 한 경기에 최소 50개 이상의 파울을 때려냈다.

처음 보는 전략에 인천 레즈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어 하는 순간에 투수진이 말라갔고 경기 분위기는 기울어져 있었다.


그 다음은 수원 나이츠와의 3연전이었다.

이 경기도 마광길은 똑같은 활약을 했고 건파우더즈는 세 개의 승을 더 가져왔다.


개막 이후에 8연승의 대기록이었다.

KBO에서 개막 후 연승 기록은 10연승이 최고였다.


야구는 못하지만 팬이 많았던 건파우더즈는 연일 축제 분위기였다.

그리고 8연승을 이끈 노강수 감독에게는 인터뷰가 집중되었다.

기자들이 노강수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노강수 감독님. 팀의 구성은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진것이 없는데 시즌 초반의 분위기가 상당히 좋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노강수 감독은 경질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무서울게 없었다.

이전에도 호탕하게 할 말은 하는 감독이었지만 이제는 거칠것 없이 답변했다.


“지난 시즌에도 건파우더즈의 초반 성적은 좋았습니다. 딱히 특별할건 없습니다.”

“이번 시즌도 중반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건 가봐야 아는거죠.”


성의는 없지만 거짓도 없는 답변이었다.


기자들 중 하나가 요즘 화제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물었다.


“요즘 건파우더즈의 1번 타자로 나오고 있는 마광길 선수에 대해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커트를 하는것도 아니고 스윙을 정상적으로 하는데 파울이 많이 나오는건 타격감이 좋지 않다는 지표 같은데요. 1번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출루율도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그런 타자를 굳이 중요한 리드오프로 사용하는 이유가 뭔가요?”


마광길은 공의 궤적을 끝까지 따라잡을 수 있는 눈과 공에 이끌리듯이 움직이는 배트와 야구를 혼자 100년은 한것 같은 완벽한 타격폼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에 손목을 미세하게 비틀어서 파울을 만드는건 어지간한 야구 도사도 파악하기 힘든 사실이었다.


지표만 보자면 마광길은 파울은 많이 만들어내지만 출루율은 그다지 좋지 않은 평균 이하의 리드오프였다.

감독의 허락하에 안타를 신경 쓰지 않고 삼진 아웃 될때까지 파울에 집착한 결과였다.


지금 야구계에서는 치열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었다.


한쪽은 마광길을 빼버리면 건파우더즈가 더 강력해 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1번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건 출루율이고 원래 1번 타자였던 원강수가 살아났으니 마광길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른 한쪽은 마광길이 파울을 양산함으로서 만들어지는 이득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광길은 평균적으로 한 경기에 파울 50개 이상을 기록했고 건파우더즈를 상대하는 팀은 선발 투수를 하나 더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광길 이후의 타선은 힘이 빠진 투수를 상대하기 때문에 건파우더즈의 타선이 살아났다고 여겼다.


마광길은 반대하는 쪽은 지금까지 마광길 같은 타자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주장이 말이 안된다고 여겼다.

투수가 힘이 빠져도 카메라에서는 공의 속도나 구위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직접 경기하는 투수와 타자만이 그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노강수는 간단한 답을 내렸다.


“이기고 있잖아요. 그러면 된거 아닙니까?”

“네?”

“이기고 있잖아요. 야구 이길라고 하는데 마광길을 1번에 넣었고 이겼다. 그럼 아무 문제가 없는겁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죠.”

“좋은 선수를 기용한다. 징크스를 지킨다. 야구는 이길라고 온갖 짓을 다합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건 온갖 짓을 다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긴다는 결과 아닙니까.”

“그건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 같은데요. 기사에 내보내지 말까요?”


그러자 노강수는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진짜 웃긴다니까요. 지고 있을때는 이기라고 뭐라고 하고 이기고 있을때는 이기는 경기의 1번 타자를 빼라고 뭐라고 합니다. 출루율 좋은 선수를 사달라고 하면 구단에서는 돈이 없다고 그러고 비싼 선수를 데리고 오면 돈낭비라고 뭐라고 그래요.”

“그럼 지금 쓰시는 라인업을 따로 바꿀 생각이 없으시다는건가요?”

“라인업 바꾸고 싶으면 날 감독 자리에서 자르세요. 모아놓은 돈도 있는데 시골 고향으로 내려가서 편안하게 여생 보내게.”

“이기고 있으니까 지금 라인업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럼 패배를 할 경우 라인업을 변경하실수도 있겠네요.”


노강수는 잠깐 고민을 해보다가 말했다.


“2등이 되면 그럽시다.”


건파우더즈는 무패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었고 당연히 1등을 유지하고 있었다.


**


마광길과 리볼버는 인터넷에 올라온 감독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있었다.

리볼버는 영상을 다보고 말했다.


“저 영감탱이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 갑자기 급발진을 할때는 있었지만 이 정도면 거의 역주행이잖아.”


둘은 이전 삶에서 노강수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떠올렸다.

마광길이 리그 최고의 투수나 타자일때 노강수는 마지막 열정을 태웠었다.

마치 드라마나 만화에 나오는 열혈 감독 그 자체였다.

과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미친 사람처럼 굴지는 않았다.


마광길이 말했다.


“감독님도 생각이 있으시겠지.”

“무슨 생각?”

“결국 우리의 전략은 오래 감출수록 이득이야.”


이미 8경기에서 투구수를 최대한 빼내서 투수를 지치게 만드는 전략은 모두의 의심을 사고 있었다.

그게 마광길의 의도인지 실수인지는 몰랐지만 마광길이 파울을 지나치게 많이 한다는건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그 대응책이 나올만 했다.

다른 팀 감독들은 노강수만큼 눈치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눈이 없는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걸 전략이 아닌 실수라고 생각할수록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게 분명했다.


“지금 인터넷에 감독님이 노망이 났다고 난리잖아. 모두의 시선이 내가 아니라 감독님한테 가 있고. 감독님은 왜 이런식으로 경기를 운영하는지 확실히 밝히지는 않으셨고. 몇 경기 정도는 상대팀이 나를 덜 신경 쓰겠네.”


**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야구는 사공이 더럽게 많았다.


먼저 야구 팬이 있었다.

야구는 어떤 선수를 사용하는지가 중요했다.

막상 써보기 전까지 결과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

감독은 매번 최선을 다해 선수를 기용했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팬들이 있었다.

자기 눈에는 다른 선수를 쓰는게 더 많아 보였고 그 팬들 사이에서도 원하는 선수가 달랐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장 바닥에 있는것 같았다.


그리고 구단에서도 원하는게 많았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권한이지만 같은 야구 일을 한다고 한마디씩 얹는 사람이 있었다.

노강수 감독이 나이가 있다보니 젊은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은 없지만 구단에서 사장이나 이사급 중에 노강수보다 나이 많은 인간들이 있었다.


이들이 말하는건 비슷비슷했다.


“나도 야구를 오래 봐서 아는데 요즘 그 선수가 괜찮지 않아?”

“아, 물론 선수 기용은 감독이 하는거지. 그냥 도움이 될까 하는 소리야.”


노강수는 팬이나 구단의 사람이 말하는 조언 같지 않은 조언은 무시했다.

자기 눈을 믿었고 그 정도에 흔들릴 커리어가 아니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모기업에서 들어오는 압박은 노강수도 그냥 무시할 수 없었다.

자기 월급만 주는게 아니었다.

모든 코치와 선수의 월급을 주는 사람이 회장님이었다.


“어, 왔냐?”

“네, 감독님.”


월요일.

시즌 중인 야구선수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귀중한 휴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휴일에도 노강수와 마광길은 나와야 했다.

회장님이 고생하는 감독과 선수에게 밥 한 번 사주겠다는데 그걸 거부할 수 있는 감독과 선수는 없었다.


“택시 타고 왔지?”

“네.”

“그래. 휴일에 번거롭게 오라가라고 하는것도 미안한데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 말을 하면서 노강수는 지갑에서 오만원권을 몇장 꺼내서 마광길에게 주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 용돈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택시비하고 남는건 고기 사먹고.”


두번 거절하는건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돈을 받았다.


그리고 둘은 높은 빌딩에 있는 한 한식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종업원에게 이름을 말하자 레스토랑 안쪽에 있는 룸으로 안내되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자 금방 문을 열고 한 영감이 들어왔다.


대전 건파우더즈의 실소유주이자 모기업 회장인 이승호였다.

노강수와 마광길이 자신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손짓을 하며 자리에 앉으라 했다.


“자네가 마광길 선수구만. 경기는 잘 보고 있어.”


이승호도 젊었을때는 화끈한 성격으로 유명했지만 나이가 드니 많이 유해진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건파우더즈에 온걸 환영해.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릴때부터 건파우더즈 팬이었다고.”

“네. 아버지께서 건파우더즈 팬이셨거든요.”

“아주 성골이구만. 앞으로도 잘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회장이 자리에 앉자 음식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던것인지 금방 줄줄이 나왔다.

이승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가 대전에서는 제일 맛이 좋아. 식사 하지.”


세 남자는 동시에 시작을 했다.

회장이 직접 밥을 사주는 밥인만큼 맛은 있었다.

임금님 수라상이 이러지 않았을까 싶었다.


다만 마광길은 그 맛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

4회차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이승호는 일은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스타일이었다.

잘나가는 타자였을때나 투수였을때나 선수에게 개인적으로 접촉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가만히 팀이 돌아가는걸 지켜보다가 정 안되겠다 싶으면 벼락 같이 칼을 뽑아서 단장과 감독부터 잘라버렸다.


리볼버도 이런 상황이 처음인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마광길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널 부른거지?”


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각자 원하는 차나 커피를 다과와 먹는 시간이 되었다.

이승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입을 열었다.


“식사 시간이 심심하지는 않았나 모르겠네. 원래 밥을 먹으면서 말하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슬슬 궁금한걸 하나 물어보지.”


이승호는 아무 이유 없이 감독과 선수를 불러 밥을 먹인게 아니었다.

그는 야구팀을 운영할만큼 야구에 진심이었다.

그리고 요즘 한국 야구에서 가장 화제인 일도 듣고 있었다.


“일부러 그러는건가? 아니면 징크스라서 그러는건가.”


요즘 한국 야구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건 노강수가 마광길을 왜 1번 타자로 쓰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승호는 그게 궁금했다.


마광길은 가만히 있었다.

인생 4회차라고 하지만 지금은 일개 선수가 나설때가 아니었다.

어른들이 말하는 자리에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나설 수 없었다.


노강수는 이런 일이 있을거라 미리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도 회장이 어지간해서는 팀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걸 알았다.

그런 회장이 물어볼만한건 하나뿐이었다.

대답도 미리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일부러 그러는겁니다.”


이승호는 눈을 크게 떴다.

어느쪽인지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었다.

어느쪽이든 말이 되었다.

그리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는 답을 듣자 머리가 뻐근했다.


“왜 그러는건가?”

“이게 가장 승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설명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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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대책 24.08.28 140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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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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