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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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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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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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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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화 눈치

DUMMY

“그리고 지금까지는 타격감이 안좋아서 파울을 만드는것처럼 하고 있었지?”

“알고 계셨습니까?”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오늘 확신한거다.”


그리고 노강수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거 계속 하자.”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마광길은 미쳐 있는 타자였다.

지금까지는 본성을 숨기고 파울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지만 감독이 자신을 믿어주기 시작했으니 더 이상 본성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감독이 자신을 1번 타자자로 쓰기만 한다면 만족이었다.


그러자 노강수가 말했다.


“이번 시즌 내내 상대팀 투구수를 늘릴거지?”

“네.”

“그럼 상대팀도 대비를 할거다. 어차피 네가 지금처럼 파울을 치면 언젠가는 네 전략은 드러나게 되어 있어. 그 전에 최대한 꿀을 빨아야지.”


맞는 소리였다.

마광길이 조금만 더 답답함을 참으면 몇 경기 더 안전하게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마광길도 언젠가는 자신의 전략이 탄로날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상대팀이 예상을 하든말든 지금처럼 파울을 때릴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예상되는 미래가 하나 더 있었다.


“만약 전략을 드러내지 않고 저를 1번 타자로 계속 쓰면 감독님이 욕을 많이 드실겁니다.”


투구수를 늘리는건 재능과 실력이 최고인 마광길에게도 쉽지 않았다.

쉬운 공이라고 안타를 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에 타격은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작은 흔들림은 삼진으로 이어졌다.

말 그대로 칼날 위를 걷는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번 타자로 나가면 지금보다 더 본격적으로 파울을 노릴겁니다. 당연히 안타나 홈런이 덜 나오겠죠. 남들이 볼때는 타격감 떨어지는 놈을 1번으로 쓴다고 여길거구요.”


파울의 가치는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파울을 아무리 많이 쳐도 안타를 못치면 쓰레기 타자라고 욕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자 노강수는 웃으며 말했다.


“너도 욕 먹을 준비를 다했는데 나도 그럴셈이다. 그리고 원래 감독이 선수보다 욕을 더 많이 먹어야 정상이야. 하하.”


**


인천 레즈와의 두번째 경기.

경기 시작 전에 우동남 코치는 선발 라인업을 보고 감독실을 찾아갔다.

그곳에는 감독과 수석 코치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감독님.”


우동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호흡은 거칠었다.

누가봐도 화를 간신히 참고 있었다.


노강수는 평소답지 않게 농담을 던졌다.


“매운 라면이라도 먹었어? 왜 그래?”

“아니, 감독님. 이 라인업 진짜입니까?”


노강수는 우동남이 들고 온 종이를 보고 말했다.


“맞네. 내가 만든 라인업.”

“지금까지는 코치들 의견 다 들어보시고 결정을 하시더니 갑자기 이렇게 혼자서 결정하시는법이 어디 있습니까? 광길이는 3, 4, 5번에 넣어야 한다고 제가 몇번을 말했는데 갑자기 1번이라뇨!!”


우동남은 마광길의 재능을 아꼈다.

메이저 리그 진출은 당연하고 메이저 가기 전에 한국에서 대기록을 남길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역대 최고의 교타자이자 홈런 타자가 될거라 생각하고 코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감독이 마광길에게 1번 자리를 준 것이다.


노강수와 같이 있던 강석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이, 타코! 감독님 앞에서 무슨 말버릇이 그래?!”


노강수는 강석도를 멈추게 만들었다.

예전 같으면 두 코치가 알아서 해결을 하게 내버려두었겠지만 이제 그럴 시간도 없었다.

쓸데 없는 말싸움을 할 시간에 상대팀을 더 분석하고 이기기 위한 수단을 하나라도 더 생각하고 싶었다.


“수석.”

“네.”

“내가 이야기하지.”

“알겠습니다.”


노강수는 사람이 달라져 있었다.

눈빛에 생기가 돌았고 목소리에 위엄이 있었다.

강석도는 감독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있었고 감독의 말에 토 하나 달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노강수는 우동남을 보았다.

우동남은 감독의 변화를 처음 알아차렸다.


호랑이는 원숭이를 노려보며 으르렁 거리기만 해도 원숭이의 심장을 마비시킬 수 있었다.

지금 우동남은 그런 원숭이가 된것 같았다.


코치들에게 대부분의 일을 미루고 가장 안전한 선택만 하는 늙은 감독이 아니었다.

한국 야구계를 호령하던 호랑이 감독이 눈 앞에 있었다.


“우 코치.”

“네, 감독님.”

“라인업은 감독 권한 아닌가?”

“네, 맞습니다. 하지만···”

“의견은 낼 수 있어. 하지만 감독이 결정한 라인업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건 월권 아닌가?”

“죄송합니다.”


노강수는 자신의 카리스마와 지위로 우동남을 찍어 눌렀다.

대화로 풀어가는것보다 이게 더 효율적이었다.

지금 노강수는 당장 이기는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아래 코치들에게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설명할 시간도 아까웠다.

코치들이 승률에 좀 더 도움이 되는 의견을 낸다면 들어줄 의향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듣고 싶지 않았다.


우동남은 노강수에게 그런 의견을 줄 수 없었다.

능력, 나이, 경력, 카리스마까지 모두 노강수의 아래에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


우동남은 급히 마광길을 찾아왔다.


“광길아. 광길아!”

“네, 코치님.”

“라인업 봤어?”

“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냐. 네가 요즘 타격감이 좀 안좋기는 해도 안타도 많이 치고 홈런도 쳤는데.”


우동남은 마광길이 일부러 파울을 치고 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타자에게 가장 좋은건 홈런이었고 그 다음이 안타였다.

파울은 홈런과 안타를 치지 못할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었다.

그게 상식이었다.


“네가 다른건 다 좋은데 힘을 너무 빼. 배트와 공이 맞는 순간에 좀 더 손목을 잠그라니까. 네가 마지막에 손목을 움직여서 변화구에 대처를 하는건 알겠는데. 타율은 좀 떨어져도 그게 안타 만드는데 나아. 배트 컨트롤은 팔하고 어깨로 하라고. 알았지?”


만약 노강수가 좀 더 꿀을 빨자고 말하지 않았다면 우동남에게도 자신의 계획을 밝혔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네, 알겠습니다. 코치님.”

“그래. 감독님께서 무슨 생각으로 널 1번 타자로 세운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테이블세터와 클린업은 타격 매커니즘이 달라라. 넌 출루보다는 장타를 만드는데 집중해. 시범 경기 때처럼 하면 금방 6번 타자로 돌아갈거고 클린업 타선에도 들어갈거야. 걱정하지말고. 네가 잘하는거만 하면 괜찮을거니까까.”


우동남은 겉만 어린 마광길이 흔들릴까봐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다.

그리고 리볼버는 우동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아이고. 사람은 참 착한데 눈치가 없어. 어떻게 4회차 인생 내내 이러지?”


**


경기가 시작되었다.

1회 초.

마광길은 산뜻한 기분으로 1번 타자로 나섰다.


인천 레즈의 포수 강백형은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마광길을 보며 중얼거렸다.


“네가 1번이야?”

“네, 선배님.”

“왜 네가 1번이야?”

“저도 모릅니다. 감독님이 시키는데로 하는거죠.”

“너희 감독님은 무슨 생각이야. 너처럼 타격감 없는 애를 1번으로 쓴다고? 출루도 몇번 못했잖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너 오늘도 그럴거야?”

“뭘 말입니까?”

“파울 말이야.”


첫번째 경기에서 마광길이 레즈 투수의 어깨를 얼마나 갈아버렸는지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지옥 같은 기억이었다.


“오늘 컨디션 괜찮으면 금방 안타 치고 나가겠죠. 선배님도 타석에 나오니까 아시지 않습니까. 일단 홈런이 제일이고 그 다음이 안타. 이것도 저것도 못하면 뭐라도 해볼 생각에 커트라도 하는거.”

“하씨. 좋아. 내가 처음에는 중간에 직구 줄테니까 후딱 치고 꺼져.”

“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마광길은 레즈의 4선발을 보았다.

조수환이라는 이름의 잠수함 투수였다.

구속이 나오지 않지만 어떻게든 프로로 올라가기 위해서 언더스로를 연마한 투수였다.

최고 구속 143 정도에 다양한 변화구를 언더스로로 스트라이크 존에 넣을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특성은 팔색조 하나뿐이란거지.’


마광길은 입맛을 다셨다.


다른 타자는 익숙해지면 안타를 뽑아내고 익숙해지지 못하면 헛스윙을 하는 공이었다.

적응력이 좋은 타자에게 약하고 적응력이 나쁜 타자에게 강한 투수였다.


그리고 마광길은 4회차 인생을 하면서 온갖 특이한 공을 모두 상대해본 타자였다.

매의 눈은 아무리 특이하게 날라오는 공도 똑바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냥 보고 그냥 치면 그만이었다.

그의 배트는 자석처럼 공에 달라붙었다.

마지막에 손목만 비틀어주면 끝이었다.


탁!


마광길이 친 공은 파울이 되었다.

그는 강백형을 보지 않고 말했다.


“아, 오늘도 컨디션이 안좋네요. 슬럼프인가봐요.”


강백형은 한숨을 내쉬며 짧은 욕을 뱉었다.


“하, X발.”


마광길의 악플 변태 특성이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


마광길은 투수에게 19개의 공을 빼내고 삼진 아웃을 당했다.

리볼버가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마광길을 놀렸다.


“투구수만 빼고 안타는 못쳤네. 벌써 여름이야? 지쳤어?”


마광길은 그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힘 빠진 투수 상대로 안타나 홈런은 누구나 칠 수 있었다.

이제 자신은 안타를 쳐서 스탯을 어느 정도 보존할 생각도 1도 없었다.


“어차피 난 이제 감독님 양아들이나 마찬가지거든.”


어떤 감독은 성적이 별로 좋지 않는 선수를 계속 기용했다.

팬들은 그런 선수를 양아들이라는 단어로 조롱했다.

실력 없는 선수를 하루라도 빨리 2군에 보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마광길은 노강수와 하나의 합의를 본 상태였다.

마광길이 안타 하나를 치는것보다 파울을 20개 가까이 계속 치는게 팀을 이길 확률을 더 높여주었다.

마광길이 파울을 치는 동안에는 안타 하나를 치지 못해도 1번 타자로 계속 경기에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노강수도 팀이 이기는 동안에는 감독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고 마광길을 지켜줄 수 있었다.


마광길이 덕아웃에 들어가자 수석 코치가 와서 말했다.


“감독님이 찾으시네.”

“네, 알겠습니다.”


감독의 자리 옆에는 마광길이 앉을 자리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감독님. 저 왔습니다.”

“그래? 앉아.”


마광길이 자리에 앉자 노강수가 경기를 지켜보면서 말했다.


“앞으로는 덕아웃 돌아오면 그냥 내 옆에 앉아.”


완전히 특별대우를 해주겠다는것이었다.

감독이 몇몇 선수를 좀 더 아끼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대놓고 편애 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건 팀 분위기를 개박살 내는 일이었다.


‘이렇게까지 막나갈줄은 몰랐는데···’


마광길은 쓰게 웃었다.

노강수에게 막나가도 상관 없지 않냐고 말한건 마광길이었지만 이 정도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노강수는 평생 야구하면서 벌어놓은 돈이 있었다.

노후가 아쉽지 않았다.

올해 잘릴걸 각오하고 있었다.

단 하나 아쉬운건 야구 인생 끝을 화려하게 장식하지 못했다는것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광길이라는 미친 선수가 나타난 것이다.

지금 노강수가 모두에게 마광길을 건드리지 말라고 시위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팀워크보다 마광길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저기··· 이 자리는?”

“원래 수석 코치가 앉던 자리야.”


수석 코치야 말로 감독의 양아들이라는 말을 듣던 사람이었다.

감독의 총애를 받아서가 아니라 진짜 아들처럼 감독에게 효심을 보였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았다.

그런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니 마광길은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왜? 불편해?”

“조금 그렇네요.”

“그래도 이 정도는 보여줘야지. 앞으로 타율 뚝뚝 떨어지면 너 2군 보내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건데. 내가 감독 자리에 있는 이상은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게 할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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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대책 24.08.28 140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50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25 25화 대책 24.08.25 150 9 12쪽
24 24화 눈치 24.08.24 157 8 12쪽
23 23화 눈치 24.08.23 163 6 12쪽
22 22화 눈치 24.08.22 157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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