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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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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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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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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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화 대책

DUMMY

최현철 해설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혈관에 피 대신 화약이 있다고 할 정도로 건파우더즈에 애정이 많았다.

언젠가는 슈퍼 스타가 나와서 건파우더즈를 우승으로 이끌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자기가 죽기전에 건파우더즈의 우승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투수였다.

선수 생활을 모두 투수로 살았고 경기를 볼때도 투수 입장에 감정 이입이 되었다.


그리고 마광길은 건파우더즈 승리의 핵심이자 투수 입장에서 최악의 타자였다.

최현철도 현역 시절에 한 이닝에서 20구 이상을 던진적이 가끔 있었다.

그때마다 힘들고 짜증이 났던 기억이 선명했다.


“아··· 저렇게 승리를 얻으라고 하지는 않았을거 같은데요.”

“하하. 해설님은 투수 출신이라 그러신가보네요. 하지만 규칙상으로는 문제가 없고 분명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건 사실입니다. 지금 각 팀에서는 파울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가지 작전을 고안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나온게 없습니다. 해설 위원님. 이 시점에서 한가지 궁금한것이 있는데요. 지금까지 이런 유형의 타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야구에서 3할만 쳐도 잘치는 타자라고 하는건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주먹만한 야구공을 작대기 하나로 치는걸 쉽게 생각하지만 그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빠르면 160의 속도로 날아오고 변화구라면 이리저리 휩니다. 풀카운트 상황에서 파울을 의도하고 친다? 만약 마광길 선수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을겁니다. 마광길 선수가 파울을 치지 않고 안타만 노린다면 4할 아니 5할 타자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팀은 이런 전략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겁니다.”

“5할 타자라··· 그런 타자를 볼 수 있는것도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하지만 덕분에 압도적인 1등을 하고 있는 건파우더즈를 볼 수 있지 않습니까.”

“5할 타자를 볼 수 있는 확률 정도가 되어야 건파우더즈의 압도적인 1등을 볼 수 있다는 소리인것 같네요. 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


경기 시작 전.

몸을 풀고 있는 마광길에게 리볼버가 날아와서 속삭였다.


“이제 슬슬 너 대비하는가보다.”

“한달간 꿀 잘빨았네.”


마광길이 바로 본색을 드러냈다면 개막 이후에 2주 정도만 지나고 바로 이런저런 전략이 나왔을게 분명했다.

하지만 노강수가 적당히 어그로를 끌어준 덕분에 더 많은 기간 승을 챙길 수 있었다.


“어떤 전략을 세우는데? 고의사구라도 나와?”

“자존심이 있는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더라.”


마광길이 아무리 뛰어난 컨택 능력을 가진 타자라고 하더라도 볼 자체를 던져 주지 않는 고의사구 상황에서는 힘을 쓸 수 없었다.

그리고 마광길은 언젠가는 모든 팀이 자신을 고의사구 시키고 싶어할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아직은 그때가 아니었다.


고의사구는 중요한 승부의 순간에 스타성이 증명된 타자가 나왔을때만 가끔 사용하는 전략이었다.

짧은 기간 폼이 극도로 올라서 미친듯이 잘치는 타자만 고의사구로 걸렀다.

아무때나 사용하면 상대 팀의 사기를 올려주고 싸우지도 않고 포기한다고 팬들의 욕을 바가지로 먹기 때문에 많이 나오는 전략은 아니었다.


“그럼 나야 고맙지. 고의사구가 아니면?”

“몸에 맞는 공.”

“와, 상도덕이 없네.”

“레즈가 원래 좀 그렇잖아.”


마광길은 어지간히 밖으로 나가는 공도 긴 팔과 배트를 이용해서 모두 커트 해버리는 괴물 타자였다.

볼넷으로 내보낼 수 없고 고의사구를 지시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니 아예 몸에 공을 맞춰버리려는 모양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마광길은 타석으로 들어갔다.

늘 그랬듯이 심판과 포수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레즈의 포수 강백형은 인사를 제대로 받아주지도 않고 투덜거렸다.


“아씨. 너는 타석에 너무 오래 있어서 지겹다. 오늘은 대충 하고 들어가자?”

“한 타석 한 타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어휴. 한 마디도 안져. 한 마디도. 오늘은 좀 조심해라.”


리볼버를 통해서 레즈의 전략을 알고 있어서 강백형의 마지막 말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마광길은 레즈의 투수를 보았다.

오늘은 5선발 김서전이었다.

칼제구와 노화 특성이 있는 평범한 투수였다.

프로에서 오래 뛰었지만 계투와 5선발을 오가면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선수였다.


‘실수로 또 고의로 몸에 맞는 공을 던져본 경험이 있고 프로 말년이라 몇 번 정도는 상관 없겠구만.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던지겠네.’


김서전은 자세를 잡았다.

공을 던졌다.

최고 구속은 148까지 나오는 투수였고 평균적으로 145 정도의 속도로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였다.

이번에는 힘을 그렇게 쓰지 않고 던진 것으로 보였다.

포심이 정직하게 몸쪽으로 날아왔다.


강속구 특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145의 속도는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운동 신경이 좋은 선수라면 상체를 힘껏 젖혀서 공을 간신히 피했을 것이다.

운동 신경이 나쁜 선수라면 상체를 돌려 근육이 많은 등으로 공을 맞으면서 부상 위험은 크게 없을거라고 안심했을것이다.


그리고 마광길은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피한다면 투수에게 쫀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공에 맞고 나간다면 레즈의 전략에 먹힌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쁠것 같았다.


마광길은 공을 끝까지 보면서 한발 뒤로 물러났다.

상체를 공에 맞지 않게 빼고 상체가 있던 자리에 배트를 두었다.

공은 알아서 배트에 맞고 엉뚱한 곳으로 튕겨 나갔다.


탁!


이렇게 해도 파울이었다.

공이 배트에 맞고 파울 지역으로만 가면 파울 처리가 되었다.


마운드에서 투수 김서전이 지독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마광길의 뒤에서 포수 강백형의 욕설이 들려왔다.


“와, 이런 X발X끼를 봤나.”


마광길은 욕을 먹고 오히려 좋아했다.

악플 변태 특성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척 하면서 말했다.


“김서전 선배 제구 좋기로 유명한데 1회부터 손에서 공이 빠졌나보네요.”


강백형은 차마 대놓고 몸에 볼을 맞추려고 했다고 말할 수 없어서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러네. 서전 선배 제구는 진짜 좋은데··· 1회에 몸이 덜 풀렸나.”


야구는 복잡한 규칙이 있었다.

백년이 넘어가는 야구 역사에서 온갖 일이 있었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것들도 꼬장꼬장하게 규칙으로 기록이 되어 있었다.


몸에 맞는 볼을 타자가 피하지 않으면 볼로 처리가 되었다.

대놓고 몸에 맞는 볼을 던지고 그 공이 머리로 날아오면 심판이 즉각적으로 투수를 퇴장시킬 수 있었다.


아무리 제구가 좋은 선수라고 하더라도 타자의 상체에 매번 공을 던질수는 없었다.

타자를 다치게 만들 수 있었고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정면 승부보다 더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제구가 조금 흔들려 공이 머리로 가면 타자를 죽일수도 있었고 자신은 퇴장 당할수도 있었다.

몸에 맞는 볼은 연속으로 던질만한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퇴장당할수도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정상적인 승부가 진행되었다.

마광길은 풀카운트를 꽉 채운 이후에 19개의 공을 더 던지게 만들었다.


그러자 다시 김서전이 슬슬 열받는게 보였다.

타자 한 명에게 투구수 20개를 소모하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투수와 포수는 몇가지 신호를 주고 받았다.

리볼버가 이죽거렸다.


“또 몸에 맞는 공 온다.”


리볼버는 소중한 선수가 다치는것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상대편의 정보를 미리 알려주었다.

사인 훔치기는 야구계의 금기이기 때문에 리볼버가 어지간하면 하지 않는 일이었다.


마광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계속 파울을 때리면 언젠가는 열 받은 투수 중 하나가 몸에 맞는 공을 던질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회귀 시작때부터 회피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부상 없이 시즌을 끝내고 싶었고 몸으로 날아오는 공이라면 본능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


‘강속구과 칼제구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 않으면 나를 맞추는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


그리고 그렇게 좋은 특성 두 개를 들고 있는 투수가 정면 승부 대신 몸에 맞는 공을 던질 일은 거의 없었다.

강속구와 칼제구를 가지고 있으면 한국에서는 어느 팀을 가도 최소 3선발을 할 수 있었다.


마광길은 여유롭게 공을 피하면서 공에 배트를 툭 가져다 대었다.

파울을 만들며 투구수 하나를 추가시켰다.


‘오늘이 신기록을 깨는 날인가.’


김서전이 열 받아 하는게 보였다.

칼 같은 제구로 어디를 던져도 모두 파울을 만들어버리고 몸에 맞는 공을 던져도 피하면서 배트를 대는 신묘한 기술을 보여주는 타자였다.

투구수는 끊임없이 늘어났고 이미 한국 한 타자 상대 최다 투구수 타이 기록이었다.

아직도 타자를 아웃시키지 못했으니 신기록이 깨지는건 금방이었다.

김서전은 몸이 힘들어져서 그런지 생각이 많아졌다.


‘아씨. 그냥 고의사구나 할걸.’


프로 1년차를 고의사구하면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다른 동료에게 경멸 받을것 같았다.

그래서 고의사구를 거부했다.

하지만 지금은 차라리 고의사구를 하는게 나을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손아귀에 힘이 빠져서 밋밋해진 145의 포심을 정중앙에 던졌다.

프로급 타자에게는 그냥 쳐도 안타고 잘치면 홈런인 공이었다.


탁!


그리고 그 공은 파울 지역으로 힘차게 날라갔다.


“하, 씨X.”


김서전은 자신도 모르게 욕을 하고 말았다.

이제 투구수가 21개가 되었다는건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언제까지 공을 던져야 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


경기는 무난하게 건파우더즈의 승리로 이어졌다.

마광길의 몸에 공을 맞춰서 투구수를 아끼려고 했던 전략은 소용이 없다는것만 알려졌다.


인천 레즈는 늘 그랬듯이 지친 투수를 빠르게 내려서 몇 안되는 투수 자원을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경기에서 수많은 투수를 사용했고 내일 있을 경기를 생각하면 아껴야 할 투수도 있었다.


건파우더즈의 타자들은 늘 그랬듯이 편안하게 안타를 만들어냈다.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갔고 투수가 바뀌고 나면 다시 마광길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마광길은 타석에 서면 새로운 투수의 힘도 모두 빼버렸다.


경기가 끝나고 구태우는 웃으면서 마광길에게 말했다.


“아, 이 기특한 새끼. 형이 술이라도 사줄까?”


오늘 구태우는 홈런 한 개에 안타 두 개를 치고 승리 인터뷰까지 한 상태라 기분이 좋아보였다.

마광길도 술맛을 모르지는 않았다.

4회차 인생 동안 무슨 짓을 해도 건파우더즈를 우승시킬 수 없을때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걸 풀어준게 술이기도 했다.


“좋죠. 그런데 저는 경기에 지장이 있으면 안되니까 일요일에만 술 마셔요.”

“마음가짐이 훌륭해. 그럼 오늘은 형이랑 한우나 뜯으러 갈까?”


그러자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우동남이 나섰다.


“애한테 쓸데 없는거 가르치지 말고. 아니지. 그 한우집 나도 가자.”


기름진 고기를 뜯다보면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기 마련이고 맥주를 마시다보면 소맥도 먹고 싶기 마련이었다.

잘나가는 선수는 평일에 술을 마셔도 터치하는 코치가 거의 없지만 우동남은 마광길이 어린 시절부터 술맛을 알지 않기를 원하는 모양이었다.


“그럼 코치님이 계시는데 제가 계산하는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계산도 내가 하지. 너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프로 시절에 벌어놓은게 있어.”


그렇게 세 남자는 기분 좋게 고기를 뜯으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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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대책 24.08.30 13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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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대책 24.08.28 140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50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 25화 대책 24.08.25 151 9 12쪽
24 24화 눈치 24.08.24 158 8 12쪽
23 23화 눈치 24.08.23 163 6 12쪽
22 22화 눈치 24.08.22 158 8 11쪽
21 21화 눈치 24.08.21 170 7 12쪽
20 20화 눈치 24.08.20 167 8 12쪽
19 19화 눈치 24.08.19 172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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