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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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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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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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눈치

DUMMY

부산 파이러츠와의 두번째 경기.

상대의 선발 투수는 5선발이었다.

어느 팀이나 그렇지만 5선발은 애매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막 프로에 올라온 투수 유망주를 써보거나 계투 중에 선발 욕심이 있고 나름 능력이 있는 투수에게 자리를 주었다.


리볼버가 투수를 보면서 말했다.


“계투 수준도 안되는거 같은데?”

“파이러츠잖아.”


부산 파이러츠는 미친 타자들이 많았지만 투수들은 약했다.

지금 올라온 5선발 주기정은 어지간하면 다치지 않는 강골 특성에 어이 없는 순간에 실수를 해버리는 삐끗 특성이 있었다.

타고난 튼튼함으로 이런저런 경기에서 써먹기는 좋지만 좋은 투수라고 할수는 없었다.


“아주 맛있겠네.”


마광길은 입맛을 다시면서 타석에 들어갔다.

포수 최재현과 심판에게 인사를 했다.

최재현은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어제 경기는 재미있었지?”


최재현뿐만이 아니라 파이러츠 선수들은 모두 기분이 좋았다.

개막 이후 전승을 달리면서 화약뽕을 팬들에게 주입시키던 건파우더즈를 유일하게 이긴 팀이 파이러츠였다.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었다.


“재미는 있었죠.”


파이러츠 타자들은 미쳐 날뛰면서 배트를 휘둘러 점수를 냈다.

파이러츠 투수들은 금방 지쳐서 내려갔지만 어차피 그들은 투수를 믿는 팀이 아니었다.

건파우더즈 타자들은 지친 파이러츠 투수들을 상대하면서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다.

마지막에 1점차로 진건 하늘의 뜻인것 같기도 했다.


그런 경기가 있었다.

무슨 짓을 해도, 똥꼬쇼를 해도 이길 수 없는 경기가 있었다.

어제가 그런 경기였다.


“오늘도 재미있게 해보자고.”

“네, 선배님.”


리볼버가 마광길의 생각을 읽은것처럼 말해주었다.


“오늘은 진짜 재미 볼 생각이니까.”


마광길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파이러츠의 투수 주기정은 어느 팀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우완 투수였다.

첫 스트라이크 둘은 그냥 넘겼다.

볼도 둘까지 봤다.

그리고 다음 공은 은근슬쩍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침착하게.’


마광길은 공을 끝까지 보고 빠르게 배트를 휘둘렀다.

배트 끝에 공이 걸리면서 파울을 만들어 냈다.


다음 공은 유인구로 볼이었다.

마광길은 속지 않았다.

풀카운트는 빠르게 만들어졌다.

정규 리그가 시작되고 마광길이 밥 먹듯이 하던 작업이었다.


이제부터 진검 승부였다.

마광길이 공을 놓치면 삼진 아웃이고 파울을 때리면 지난한 승부가 이어졌다.

리볼버는 몇구째 승부인지 카운트를 세듯이 말해주었다.


“13구, 14구, 15구.”


이제 1회였다.

체력은 충분했고 마광길은 좀 더 파울을 때려낼 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그럴 계획이 없었다.

리볼버가 신이 나서 외쳤다.


“15구 승부면 충분하지! 광길이 네가 얼마나 무서운, 아니지, X 같은 타자인지 다 알아봤을테니까 오늘은 다른 실력도 좀 보여주자고!”


평범한 타격보다 훨씬 어려운 승부였다.

풀카운트가 만들어진지는 오래였고 공 하나를 바로 안타로 만들어야 했다.

마광길이 4할을 칠 수 있는 타자라고 하더라도 안타를 치려고 마음 먹자마자 안타를 칠 수 있는건 아니었다.

4할을 칠 수 있다는건 스트라이크 둘과 볼 셋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10번 중 4번이 가능하다는 뜻일뿐이었다.


그리고 마광길의 타격폼이 살짝 변했다는걸 최재현이 알아차렸다.


“마음이 좀 급해졌어? 그럴때일수록 릴렉스 해야지. 안그러면 배트가 안돌아.”


조언인척 하는 신경 긁기였다.

말 하나 던져서 타자의 멘탈을 흔들 수 있으면 이득이었고 아무 일이 없더라도 말 한 마디를 했을뿐이었다.

손해 보는게 없었다.


마광길은 감독의 지시대로 자신의 본성을 숨겨야 한다는게 아쉬웠다.

그 지시가 없었다면 진작에 최재현을 말로 씹어 먹었을것이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다음으로 오는 공에 집중하는것 뿐이었다.


우완 투수의 최고 구속 144 정도의 애매한 공이 애매한 구위로 날아왔다.

마광길은 공을 끝까지 보다가 배트를 휘둘렀다.

손목을 일부러 비틀지 않았고 공이 날아오는 결대로 날려버렸다.


따악!


손에 걸리는 맛이 있었다.


‘홈런이다.’


공은 쭉쭉 뻗어나갔다.

마광길은 먼저 최재현을 보고 살짝 웃어주며 말했다.


“선배님 조언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1루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리볼버가 외쳤다.


“쌤통이다!”


1회 1번 타자의 솔로 홈런.

마광길이 한바퀴를 돌고 덕아웃에 도착하자 선배들이 마광길의 헬멧을 손으로 두들기며 칭찬을 해주었다.


“신입! 멋졌다!”

“완전 미친 홈런이었어!”

“타격감이 드디어 터졌구나!”



역시 백 마디 말보다는 한번의 행동이 효과가 좋았다.

마광길은 파이러츠 투수의 기세를 꺾어버리고 힘을 빼놓았다.


1회에 안타가 더 터지면서 건파우더즈는 3점을 냈다.


**


경기가 끝나고 리볼버가 말했다.


“완전 미친 경기였네.”

“그래도 재미 있었지?”


경기 내용은 리볼버가 미쳤다고 할만했다.

파이러츠는 그냥 지지 않았다.

타자들은 다시 미친 듯이 배트를 휘둘렀다.


원래 타격이 장점인 팀과 투수를 지치게 만들고 두들겨 패는 팀의 대결이었다.

점수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고 이번에는 14 대 15로 건파우더즈가 승리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 중에는 마광길의 눈에 보이는 활약이 있었다.


“그래. 우승도 좋지만 역시 네가 활약을 해야 좋다니까.”


마광길은 6타석을 나갔고 홈런 2개에 2루타 2개, 3루타 1개를 쳤다.

그동안 파울만 쳐서 스트레스가 좀 쌓인 모양이었다.


“확실히 마음껏 방망이를 휘두르니까 괜찮네.”


파이러츠와 마지막 경기도 건파우더즈는 가볍게 승리를 가져갔다.

파이러츠가 아무리 미친 타선을 가지고 있는 팀이라고 하더라도 매일 그 타선이 터질수는 없었다.

온갖 투수를 다 끌어쓴 파이러츠는 맥 없이 마지막 경기를 졌다.


**


-건파우더즈. 파이러츠와의 연전 2승 1패. 팀 순위 1위 굳건해.

-드디어 터진 마광길. 파이러츠 상대로 7안타, 3홈런.

-건파우더즈의 마광길은 여전히 파울이 많다. 하지만 타격감이 돌아오고 있다. 시범 경기의 루키가 돌아올 것인가.

-마광길은 건파우더즈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


좋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인터넷에서도 마광길의 진심 타격을 보고 열광이 나오고 있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마광길이 파울만 친다고 욕하는 글과 댓글이 쏙 사라졌다.


-와, 미친. 저게 프로 1년차 타격이라고?

-눈 좋고 타격폼도 좋고. 안터지는게 이상한 선수라니까. 야구 좀 볼 줄 아는 사람이면 마광길 응원 하는게 당연하지.

-노강수 감독이 아무 이유 없이 마광길을 1번으로 계속 쓰는게 아니라니까.

-시범 경기를 본 사람은 안다. 마광길이 얼마나 포텐셜이 있는지.

-혹시 감독이 1번 타자를 준 이유도 그거 아냐? 제일 많은 타석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 실전에서 슬럼프를 해결하라는거지.

-호랑이는 새끼를 절벽에 일부러 민다는건가?

-멍청한 새끼야. 그건 호랑이가 아니고 사자야.

-너희 둘 다 멍청한건 똑같아. 호랑이든 사자든 실제로는 그런짓 안해.


어느 순간부터 마광길은 새끼 호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마광길은 그 별명을 보고 궁시렁거렸다.


“새끼 호랑이라. 별로네.”


리볼버가 그런 마광길을 놀렸다.


“새끼 고양이보다는 낫잖아?”

“경기장에서 백퍼센트 누가 그런식으로 날 놀릴거 같거든.”


마광길은 오랜만에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쏟아지는 무조건적인 찬사를 즐겼다.

선수로서 팬들의 칭찬만큼 좋은게 없었다.


“하여튼 야구 팬들은 안변한다니까. 뭐 한경기만 잘하면 영구 결번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그러고.”

“너도 그러잖아. 한 경기 지면 온갖 쌍욕을 다하고 한 경기 이기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좋아하면서.”

“나는··· 나는 다르다고!!!”


일반 야구 팬들과 리볼버가 뭐가 다른지 알기 어려웠지만 일단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기사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모두 돌아본 이후에 마광길은 자신에게 온 연락을 확인했다.

매일 같이 보는 선수나 코치에게서도 톡이 와 있었다.


-너 홈런 날리는거 보니까 진짜 은퇴해도 되겠더라.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슬럼프 와도 그냥 버텨.


구태우의 톡이었다.


“어허. 이 형은 또 이러네.”


이 정도면 이번 시즌에도 은퇴를 하는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아니, 다 늙어서 안타 홈런 많이 치게 해줘도 이래.”


구태우는 30대 중반 이후 최고의 스탯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광길이 투수들의 힘을 다 빼놓으니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구태우는 날아다녔다.

그 나이에 타자 홈런 순위 3위를 달리고 있었다.

마광길이 꾸준히 투수의 힘을 빼놓고 구태우가 어디 다치지만 않는다면 홈런 1위도 노려볼만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구태우는 은퇴를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건 일단 나중에 생각하고.”


구태우는 은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선수지만 시즌 도중에 갑자기 은퇴를 선언할만큼 막나가는 사람은 아니었다.

미뤄도 상관 없는 일이었다.


다음으로는 우동남 코치의 톡이 와 있었다.


-그래! 그렇게 하라고! 손목 잠그고 딱 치니가 툭 넘어가잖아. 이번 년도는 욕심 내지 말고 다치지 않게 뛰자. 도루 작전이라도 나오면 감독님 때려서라도 말릴테니까. 겨울에 벌크업도 확실하게 해서···


마광길은 우동남의 긴 톡을 다 읽지도 않고 닫아버렸다.

눈치 없이 혼자 꿈을 꾸는 우동남이 조금 불쌍할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편하게 누워있던 마광길에게 전화가 하나 왔다.

수석 코치 강석도였다.


“응? 이 양반이 나한테 전화할 일은 별로 없는데?”


강석도는 그냥 감독을 잘모시는 평범한 코치였다.

마광길과 딱히 깊게 대화를 나눈적도 없었다.

노강수 감독이 마광길을 총애한다고 해서 질투하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그저 늙은 감독이 말년에 좋은 유망주를 둬서 좋으시구나 하고 말았다.

그런 사람이 밤중에 자신에게 전화를 걸 일이 없었다.


일단 전화를 받았다.


“네, 수석코치님. 마광길입니다.”

“어, 그래. 광길아. 뭐하냐?”

“집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잘하고 있네.”


야구 시즌은 길었다.

그리고 월요일을 제외하면 모두 일하는 날이나 마찬가지였다.

혈기 왕성한 야구 선수 중에는 야구 경기가 끝나고 술을 마시고 놀러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코치 입장에서는 집에서 잘쉬는 선수가 최고였다.

컨디션 유지도 할 수 있고 사고 칠 염려도 없었다.


“무슨 일로 전화 주셨습니까?”

“아··· 지금 감독님 댁에 문제가 하나 생겨서 말이야. 혹시 잠깐 나올 수 있어?”

“네?”


마광길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회귀를 4번 해보니 대략적인 역사는 늘 기억대로 흘러간다는걸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다르게 행동하면 그게 어떤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모른다는것도 알았다.


노강수 감독이 막가파처럼 행동하는것도 4회차 인생을 하면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 일으킬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 설마 어디 다치신건 아니지?’


노강수는 정정한 할아버지이고 선수 출신이지만 워낙 고령이었다.

언제 큰 병에 걸려도 그럴만한 나이였다.

마광길은 걱정부터 들었다.

건파우더즈의 우승에 문제가 생기는게 걱정이 아니었다.

그는 노강수와 늘 좋은 인연을 이어갔고 이런식으로 감독과 이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씀···?”


그리고 강석도의 입에서는 마광길의 예상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어휴. 우동남이. 아니, 우동남 코치가 어디서 술을 진창 마시더니 감독님 댁에서 난리를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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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대책 24.08.30 138 9 12쪽
29 29화 대책 24.08.29 145 8 11쪽
28 28화 대책 24.08.28 140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50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25 25화 대책 24.08.25 151 9 12쪽
24 24화 눈치 24.08.24 158 8 12쪽
» 23화 눈치 24.08.23 164 6 12쪽
22 22화 눈치 24.08.22 158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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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눈치 24.08.20 16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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