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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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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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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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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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눈치

DUMMY

“지금 스틸워리어즈의 투수진은 완전히 개판이 되었지. 선발은 2선발을 그대로 낼거고. 계투가 모자라면 어제 나왔던 선수가 또 나오겠지. 그리고 마무리는 절대 나오지 않아.”


모든 야구단은 확실한 마무리 투수 하나를 두었다.

9이닝이 종료될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게 야구였고 이기고 있을때는 확실히 이길 수 있게 해주는 마무리 투수가 필요했다.


“어제 스틸워리어즈의 마무리가 31구를 던졌다. 충분히 무리한 셈이지. 보통의 감독이라면 하루 쉬게 해주는게 당연해.”


선발 투수 다음으로 소중한게 마무리 투수였다.

그런 마무리 투수가 갑자기 탈이라도 나면 새로운 마무리를 찾느라 몇 경기를 날릴지 몰랐다.


“어제는 개막전이기 때문에 무리를 해봤겠지만 오늘은 절대 무리를 하지 않을거야. 144경기 중에 겨우 2번째 경기일뿐이니.”


강석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선발 싸움은 비등하고 계투가 약하고 확고한 마무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오늘 건파우더즈가 승리할 가능성이 확실히 높았다.


“그렇다면 이길 수 있는 경기일때 좀 더 다양한 타순을 시험해 보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래서 시험을 해보는거지. 내 나름의 시험을. 일단은 내 생각대로 하지. 어차피 시즌 초이니 진다고 하더라도 바로 나를 자르지는 않을거고. 나를 자른다고 해도 예정되어 있던 일이니 아쉬울것도 없고.”


감독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수석 코치는 더 거역할수가 없었다.


**


스틸워리어즈와의 두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리볼버는 마광길과 덕아웃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오늘은 거의 이긴거나 다름 없네. 손자병법에 싸우기 전에 이기는게 제일이라고 하더니 이게 딱 그런 상황이네.”

“뭐, 그렇지.”


스틸워리어즈 감독이 미치지 않는 이상 어제 31구를 던진 마무리 투수를 내보낼리가 없었다.

그리고 계투도 건파우더즈에 비해서 확실히 많이 소모한 상태였다.

어제 올라온 투수가 오늘 올라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이틀 연속으로 올라온 투수도 피곤할테니까.”


야구에 절대라는건 없지만 확률은 있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은 장난이 아니었고 투수가 힘든 팀은 경기에서 이기기 힘들었다.


“그럼 오늘은 오랜만에 홈런 맛 좀 봐야지? 어차피 이길거고.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괴롭혀봐야 뭐 나올게 없잖아. 시원하게 이겨보자.”

“나올게 왜 없어.”

“뭐가 나오는데?”

“다음에 건파우더즈를 상대할 인천 레즈 놈들이 쫄거 아냐. 내가 저번에 말했지? 나만 보면 똥지리게 만들어야 한다고.”

“X알이 쫄게 만든다고 하지 않았어?”

“그거나 그거나.”


마광길은 스틸워리어즈 두번째 경기도 개판으로 만들었다.

혼자서 자신을 상대하는 투수가 49개의 공을 던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안타 하나에 홈런 하나를 쳤다.


스틸워리어즈의 2선발로 나온 루크 핸더슨 3회에 내려갔다.

개막전 승리로 건파우더즈는 분위기를 타고 있었고 타선이 폭발했다.

1번 타자부터 5번 타자까지 안타가 4개가 나왔다.

그리고 마광길은 여전히 안타나 홈런보다 파울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덕분에 루크 핸더슨은 일찍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비싼 돈을 주고 데리고 온 외국인 투수를 하루 못했다고 벌투를 시킬수는 없었다.

스틸워리어즈는 없는 투수진을 짜내서 어떻게든 이닝을 이어나갔다.

8회까지는 기존 투수를 모두 사용했다.

마광길은 중간에 계투 하나를 교체시키기도 했었다.


그리고 9회가 되자 스틸워리어즈는 투수 출신의 야수를 급히 올렸다.

더이상 쓸 투수가 없었다.

어제 고생을 한 투수를 다시 올리는건 그 투수에게 이번 시즌은 부상자로 빠져있으라고 하는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늘 경기에서 지는게 뼈아프기는 했지만 모든 시즌을 삐그덕거리게 만들 정도로 아깝지는 않았다.


9회 올라온 투수에게 마광길은 안타 하나와 홈런 하나를 친 것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의 공도 마음 먹으면 4할은 칠 수 있는 마광길이었다.

야수 훈련을 하느라 감을 잊은 투수의 공 정도는 가볍게 칠 수 있었다.


최종 결과는 15대 2.

대승리였다.


**


하루 푹 쉬고 나니 마광길은 컨디션이 온전히 돌아왔다.

그는 마음 편하게 경기를 하러 인천구장에 들어갔다.

1회는 무난하게 점수 하나 나지 않고 끝났고 2회에 투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가게 되었다.


늘 하던것처럼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니 레즈의 주전 포수인 강백형이 능구렁이 같은 표정으로 맞이해 주었다.


“여. 요즘 화제의 신인 아니야?”


마광길은 시범 경기 10개와 정규 경기 2개만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시범 경기 성적은 그 어떤 타자보다 우수했고 정규 경기도 파울이 많기는 했지만 2안타 1홈런이었다.

괜찮은 시작이었다.


“파울이 너무 많으면 타격감이 어긋나 있다는건데. 2군에 내려가서 다시 훈련하고 올라오지 그래?”


걱정해주는척 하면서 기를 죽이는 솜씨는 여전히 괜찮았다.

어리버리한 신인이라면 기에 눌려서 자기 스윙을 하지 못할수도 있었다.


그리고 마광길은 어리버리하지도 않았고 신인 경험만 4번째였고 누구에게 기가 눌릴만큼 품성이 여리지도 않았다.


“2군 내려가기에는 성적이 꽤나 괜찮아서요. 2경기 2안타 1홈런이라면 그래도 괜찮죠. 그것도 못하는 선배님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는 강백형이었다.

원래 포수는 수비가 1순위고 타격이 2순위라지만 강백형이 마광길보다 타격 지표가 나쁜건 사실이었다.


“예의 바르다고 들었는데. 깡다구가 있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야구로는 미움 받을 짓을 꽤나 하고 있지만 사회 생활은 제대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회 생활을 잘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사랑 받을수는 없었다.

아무리 예의를 잘지켜도 안맞는 사람이 있는법이었다.


“아주 X새끼라니까.”


강백형은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신인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대화가 끝나고 게임이 진행되자 혼자서 욕을 중얼거렸다.

누구에게 직접적으로 하는 욕은 아니었지만 타자 입장에서는 괜히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심판에게 경고를 듣지 않을 정도의 작은 혼잣말이었다.


‘오히려 좋지.’


마광길은 2회부터 악플 변태가 발동되는게 느껴졌다.

어제 하루 푹 쉬어서 100퍼센트의 컨디션이었다.

악플 변태가 발동되자 일년에 몇번 없는 100퍼센트 이상의 컨디션이 느껴졌다.


손의 배트가 이쑤시개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날아오는 야구공이 뻥을 좀 보태서 농구공처럼 보였다.


‘이런 날은 뭘 해도 되는 날이지.’


홈런을 치려고 마음 먹으면 한 경기 3 홈런도 가능한 날이었다.

안타를 치려고 마음 먹으면 5타석 5안타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광길은 그런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목표는 명확했고 그 길을 가는데 거침이 없었다.


스트라이크, 볼, 파울.

타자가 타석에서 나가지 않을 수 있으면 뭐든지 사용했다.

풀카운트가 채워졌고 볼이 나오면 1루로 스트라이크가 나오면 덕아웃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마광길은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고 파울을 만들어냈다.

볼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든 밖으로 나가든 상관 없었다.


**


보통 야구에서 캐스터와 해설은 중립을 지켰다.

쉽게 흥분하지 않았다.

최소 십년 이상 야구 중계를 한 사람들이고 선수 출신이라면 이십년 이상 야구를 해온 사람들이었다.


어느 팀이 이긴다고 하더라도 편을 들 수 없었다.

다른 팀 팬들이 기분 나빠할 수 있었다.


그들은 엄청난 슈퍼 플레이가 나올때 잠깐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야구 팬들이 관심을 줄만한 대기록이 나올때만 즐거워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벌써 17구 승부! 이야. 마광길 선수. 대단하네요. 한국에서 이렇게 근성 있는 야구 선수가 나올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파울을 만들어내는 플레이로 이렇게 열광을 하는게 오랜만이네요. 예전에 한국 신기록이었던 20구 승부 이후에 처음입니다.”

“제가 기록을 살펴보니 마광길 선수. 스틸워리어즈와의 두 경기에서 혼자서 100구 이상의 승부를 했네요. 혼자서 선발 투수 하나를 빼버린거 아닙니까.”

“그런데 오늘 경기까지. 첫 타석부터 근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 18구. 이번에도 파울로 만듭니다.”

“이 정도면 볼 넷이든 스트라이크 아웃이든 뭐든 나올거 같은데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고 있네요.”

“마광길 선수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보이죠?”

“그리고 반대로 레즈의 손석후 투수는 굉장히 힘들어 보입니다. 표정을 감추려고 하지만 다 감추어지지는 않네요.”

“선발 투수는 기본적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목표로 하거든요. 6이닝 이상, 3 자책점 이하. 하지만 2이닝에 벌써 이렇게 체력을 소모하면 퀄리티 스타트가 힘들어지는건 당연합니다. 기분이 좋을수가 없죠.”

“그리고 투구는 멘탈에 상당히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구요.”

“네, 맞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19구 파울. 다시 이어서 설명을 드리자면 스트라이크를 집어넣는건 상당히 섬세한 작업입니다. 텔레비전으로 보시면 스트라이크 존이 꽤나 커 보이지만 마운드에 서서 직접 던져보면 스트라이크 존 중앙에 공을 집어넣는것도 어렵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으면서 타자를 속이는 작업을 동시에 하는건 고도의 섬세함이 필요하죠. 감정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는게 당연합니다.”

“아, 20구 승부. 쳤습니다! 마광길 선수 3루 라인 안쪽으로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내는군요! 여유롭게 2루까지 달려갑니다!”

“대단합니다! 대단한 선수네요! 무엇보다 그 근성에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


해설과 캐스터가 마광길의 근성을 칭찬하고 있을때 마광길은 그다지 만족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 실수 했네.”


리볼버가 물었다.


“실수?”

“파울을 치려고 했는데 공 끝이 갑자기 변화해서 안타가 나와버렸어.”

“너는 진짜 말조심 해야겠다. 상대팀 투수가 들었으면 이건 100퍼센트 벤치 클리어링이야.”

“벤클? 오히려 좋아.”


마광길은 선발 투수가 나오면 깔끔하게 두들겨 패고 퇴장을 당할 생각이었다.

타자 중 하나가 퇴장 당하는것과 선발 투수가 퇴장을 당하는건 비교할 수 없는 장사였다.

파울로 선발 투수를 강제로 내리는것보다 훨씬 편한 장사였다.


건파우더즈에서 마광길이 없어도 클린업 트리오는 건재했다.

하지만 선발 투수는 각 팀에서 다섯 명 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였다.

태생부터 가치가 달랐다.


“역시 넌 미친 놈이야.”

“칭찬 고맙다.”


그리고 시즌은 길었다.

마광길은 한 타자 상대 최다 투구수 기록 같은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한 타석에서 20개를 뽑아내는것보다 매 타석 19개를 뽑아내는걸 선택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시즌을 치루다보면 신기록을 자연스럽게 나온다는걸 알았다.

마광길에게 신기록은 기를 쓰고 달성하는게 아니라 운명처럼 맞이하는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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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대책 24.08.27 150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25 25화 대책 24.08.25 15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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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눈치 24.08.23 16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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