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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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작품등록일 :
2024.08.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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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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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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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해치스

DUMMY

캐스터와 해설은 경기 시작 전에 오늘의 특이 사항을 야구팬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어제 경기는 재미있었죠. 설마설마하던 마광길 선수의 자동 고의사구 4번. 해치스의 팬들은 이재군 감독에게 많은 원성을 보냈습니다.”


이기지도 못하면서 자동 고의사구까지 했냐는 욕설이었다.

방송 중이라 원성이라 순화한것이었다.


“마광길 선수는 어제 굉장한 도루 센스를 보였고 자신을 자동 고의사구를 시켜도 끝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도루는 주력이 아니라 센스로 할 수 있다는걸 프로 1년차 선수가 증명하더군요. 앞으로 마광길 선수가 진루했을때 투수들은 신경을 쓸게 더 많아질것 같습니다.”

“또한 경기 내용만 보면 해치스가 그렇게 나쁜 경기를 한건 아닙니다. 개빈 카터가 일찍 내려가기는 했지만 많은 계투들이 투구수 30개 미만으로 2이닝을 책임졌습니다. 암묵적으로 계투는 투구수 30개가 넘어갈때 하루의 휴식을 부여받죠. 힘들겠지만 오늘도 많은 투수를 동원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 동안 마광길 선수가 혼자서 한 이닝에 투수의 투구수 20개를 빼버리면 남은 선수들이 10개를 채워서 다음 날 계투가 마운드에 올라오지도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죠. 건파우더즈가 강한 이유 중 하나일겁니다. 하지만 마광길 선수가 배트를 휘두를 기회조차 없으면 그런 강점은 사라집니다. 오늘도 이재군 감독이 동일한 전략을 사용할지 궁금해지네요.”

“해설위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제 이재군 감독이 인터뷰한 내용이 떠오르네요. 프로 야구는 프로레슬링이 아니다. 멋지게 지는것보다 욕을 먹더라도 이기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오늘 경기도 같은 전략을 사용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그렇다면 건파우더즈의 노강수 감독도 대응을 준비했겠죠. 산전 수전 공중전에 우주전까지 모두 경험해본 노장 감독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오늘 두 감독이 어떤 전략을 꺼낼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또 하나의 포인트가 있네요. 바로 마광길 선수가 선발에 들지 못했다는건데요.”

“이제 마광길 선수라면 건파우더즈의 확고한 1번 타자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요. 만약 마광길 선수가 자동 고의사구를 매번 당한다고 해도 건파우더즈 입장에서는 큰 손해는 아닐 것 같은데 노강수 감독의 노림수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매번 고의사구로 1루로 가는 1번 타자. 이건 큰 손해가 아니라 큰 이득 아닐까요? 기존의 야구 상식을 끊임없이 파괴하는 건파우더즈입니다.”


**


1회 초. 건파우더즈의 공격.


1번 타자 원강수가 타석에 나갈 준비를 하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1번 타자는 뭘 해야 하는가.’


지난 시즌까지는 간단했다.

어떻게든 출루하는 것.

출루를 한 이후에는 도루로 2루에 들어가 안타 하나에도 홈으로 들어오는 것.


10개 팀의 모든 1번 타자가 노리는 것이었고 원강수가 그렇게 잘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팀에서는 늘 새로운 1번 타자 유망주를 발굴하려고 하고 있었고 자신은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팀에서 가장 출루와 도루를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달랐다.

칠 수 있을 것 같을때 바로 배트를 내는 것보다 한 번 더 참아보는게 더 타율이 잘나온다는걸 알았다.

풀카운트 승부에서 타자만 쫄리는게 아니라 투수도 쫀다는걸 알았다.

누가 덜 쪼느냐 싸움이었고 그 싸움에서 이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게다가 마광길을 상대한 직후의 투수를 바로 상대하는게 원강수였다.

그런 투수를 상대하는건 2군 투수를 상대하는것과 비슷했다.

1군에서 선발로 계속 뛰는 타자는 2군을 씹어먹을 능력이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1군에 올라오기 힘들었다.


‘오늘 해치스의 투수는 쌩쌩하다. 만약 내가 나가지 못한다면··· 최대한 투수의 힘을 빼야 한다.’


원강수는 대기 타석에서 마광길의 타격을 누구보다 많이 본 타자였다.


‘마광길처럼 할수는 없겠지만··· 일단은 최대한 길게 승부를 하다가 출루한다.’


원강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 해치스의 선발 투수는 2선발인 타일러 밀러였다.


‘포심, 커터 투 피치.’


두 개의 구종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투수를 투 피치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투수는 많은 이닝을 먹어주는 선발로 성공하기 어려웠다.

공 두 개 중 하나만 노리고 치다보면 결국은 얻어맞기 마련이었다.


타일러 밀러는 다른 구종을 열심히 개발하려고 했지만 그 위력이 실전에서 쓸만큼 올라오지 않아 결국 마이너 리그에서만 떠돌던 투수였다.

포심과 커터는 마이너 리그에서나 간신히 먹히는 수준이었다.

메이저에 갈 가능성이 적었다.


그렇게 선택한 한국행이었다.

한국 야구 리그는 메이저보다 수준이 떨어졌고 그의 포심과 커터로도 이닝을 먹을 수 있었다.


원강수는 두 구종 중 뭘 노려야할지 고민했다.


‘투구수를 잡아먹으려면··· 그래도 커터인가.’


원강수는 자신의 타격 재능을 알았다.

2군이나 아마 선수들이 들으면 욕을 했겠지만 솔직히 1군에서 살아남느라 허덕이는 재능이었다.

팔이 길고 손목이 유연해서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나가는 변화구도 걷어내는게 유일한 장점이었다.


‘타일러 밀러가 투 피치를 유지하는건 다른 구종의 위력이 올라오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두 구종의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50에 가까운 포심과 145 정도의 커터.

두 구종은 구위는 대단했다.

포심은 다른 투수의 포심에 비교하면 약간 떠오르는 느낌이 들 정도고 커터는 포심과 동일한 포즈에서 거의 눈으로 분간하기 힘든 속도로 살짝 휘어졌다.


안타를 치고 나가려고 했다면 포심을 노리는게 맞았다.

살짝 휘는 커터는 배트에 제대로 맞지 않고 파울, 땅볼, 플라이가 나올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헛스윙 아웃을 당하는것보다 파울을 치는게 낫지.’


파울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마광길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작은 확률이지만 150의 포심보다 145의 커터가 컨택을 할 확률이 높았다.


‘배트를 넓게 쓰는거다.’


마광길처럼 공을 최대한 안쪽으로 끌어들였다가 번개처럼 스윙을 할 자신은 없었다.

공이 홈플레이트에 들어오는 순간에 배트가 이미 휘둘러져 있게 타이밍을 맞추어야 했다.


타일러 밀러는 첫번째 공을 던졌다.

한국에서 상위권 가치를 가진 포심이었다.


슉!


원강수는 배트를 휘둘러 보았지만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았다.


‘반 템포 빠르게.’


다음 공은 포심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상위권 가치를 가진 커터였다.

포심과 비슷하게 날아오다가 원강수 몸쪽으로 공이 휘었다.


탁!


이번에는 배트가 공을 건드리는데 성공했다.

공은 포수 머리 위로 빠르게 날아가 파울이 되었다.


‘오히려 좋아.’


타일러 밀러의 커터는 포심과 비슷한 구속이라 더 위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타자 입장에서는 타이밍을 잡기가 더 편했다.

어차피 똑같은 타이밍이라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투 스트라이크 상황.


모두가 자신이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묘한 상황이었다.

타일러 밀러는 자신이 유리한 카운트라고 여겼다.

원강수는 어떻게든 컨택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타일러 밀러가 선택한건 원강수의 몸 안쪽 깊숙한 곳에 꽂아넣는 커터였다.

볼 하나를 줘도 상관 없고 타자가 쫄아서 배트를 내면 더 좋았다.


공이 던져졌다.


그리고 원강수는 선구안이 그렇게 좋은 선수는 아니지만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나가는 공은 그 느낌을 알았다.

중앙으로 들어오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칠 수 있을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볼이 되는 유인구였다.

원강수는 본능을 참고 가만히 있었다.

자신의 팔뚝 앞으로 공이 지나갔다.


볼이 선언되었다.


투 스트라이크 원 볼.


승부는 지금부터였다.


**


마광길은 오랜만에 여유롭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리볼버가 옆에서 원강수를 응원하고 있었다.


“좋아! 원숭이! 아니! 원강수! 배드볼 히터를 제대로 사용하는구나!”


배드볼 히터는 스트라이크 존 밖에 나간 공을 안타로 만드는 특성이었다.

그 특성의 진가는 안타에 있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나가는 공을 감지할 수 있는것에 있었다.

그 본능을 억누를 줄 안다면 선구안 특성과 비슷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날아오는 공이 볼이라는걸 확신하고 투수의 투구수를 늘릴 수 있었다.


마광길은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제법이네.”


이전 삶에서도 선배인 원강수에게 많은 조언을 했었다.

조금이라도 건파우더즈의 전략을 증가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조언을 해도 원강수는 나아지지 않았다.

몇년간 1번 타자를 하다가 다른 유망주에게 자리를 빼앗길 뿐이었다.

그리고 새로 나타난 유망주라고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년 하위권인 건파우더즈는 드래프트에서 좋은 신인을 선택할 기회를 받았지만 그 기회는 좋은 투수를 사는데 모두 사용이 되었었다.

1번 타자는 하위 라운드에서 매번 찾았다.


투수가 아무리 유인구로 살살 꼬셔도 원강수는 귀신 같이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분했다.

순식간에 풀 카운트가 만들어졌다.


“이대로 볼넷으로 출루인가?”

“그럼 좋지!”


신이 났던 리볼버는 바로 욕을 했다.


“이 원숭이 새끼야! 뭐하냐! 네가 마광길이야?!”


원강수는 순식간에 파울을 두 번 했다.

타이밍을 잡은 공을 배트로 엉뚱하게 쳤다.


어떤 투수를 상대해도 기본적으로 투구수 15개를 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마광길과는 달랐다.

마광길에게서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이 없었다.


그저 간신히 한구 한구 승부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어휴! 저 답답이!”


빠악!


그리고 타일러 밀러의 커터가 원강수의 몸쪽으로 휘어지고 배트의 얇은 부분에 맞자 원강수의 배트는 부러졌다.

동시에 파울 하나가 늘어났다.


배트걸이 원강수의 새로운 배트를 가지고 가려고 할때 마광길은 급히 배트걸에게 가서 자신의 배트를 내밀었다.


“네?”

“일단 강수 선배에게 내 배트도 써볼꺼냐고 물어봐줘요.”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기 때문에 배트걸은 배트 두 개를 들고 원강수에게 갔다.

원강수는 배트 두 개를 들고 온 배트걸에게 물었다.


“이건 뭔가요?”

“마광길 선수 배트에요. 자기걸 한번 써보겠냐고 묻던데요?”


야구는 징크스의 스포츠이기도 했다.

무슨 짓을 해도 안풀리는 경기가 있었고 아무리 대충해도 이기는 경기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은 하나하나 징크스에 예민했다.

이기고 있을때 손톱, 발톱, 머리카락도 안자르는 선수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징크스 중에는 잘나가는 선수의 기를 받는 것도 있었다.

잘나가는 선수의 배트나 글러브를 빌려서 사용했다.

보통은 후배가 선배의 것을 빌려 쓰는게 대부분이었다.


“흠.”


원강수는 잠깐 고민했다.

지금 타율은 자신이 마광길보다 월등히 좋았지만 선수로서 실력은 마광길이 자신보다 훨씬 낫다는걸 알았다.


“그래요. 마광길 선수걸 한번 써보죠. 기 좀 받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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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화 데블스 NEW 23시간 전 33 4 11쪽
48 48화 보스몹 24.09.17 49 4 11쪽
47 47화 보스몹 24.09.16 56 4 12쪽
46 46화 보스몹 24.09.15 54 3 12쪽
45 45화 보스몹 24.09.14 61 5 12쪽
44 44화 보스몹 24.09.13 66 5 12쪽
43 43화 해치스 24.09.12 75 5 12쪽
42 42화 해치스 +1 24.09.11 77 6 11쪽
» 41화 해치스 24.09.10 85 7 11쪽
40 40화 해치스 24.09.09 95 7 11쪽
39 39화 해치스 +3 24.09.08 101 9 11쪽
38 38화 해치스 +1 24.09.07 105 6 11쪽
37 37화 드래곤즈 24.09.06 116 5 12쪽
36 36화 드래곤즈 24.09.05 113 8 12쪽
35 35화 드래곤즈 24.09.04 130 7 11쪽
34 34화 드래곤즈 24.09.03 133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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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드래곤즈 +1 24.09.01 162 7 11쪽
31 31화 대책 24.08.31 151 8 12쪽
30 30화 대책 24.08.30 149 9 12쪽
29 29화 대책 24.08.29 156 8 11쪽
28 28화 대책 24.08.28 152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59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62 7 12쪽
25 25화 대책 24.08.25 160 9 12쪽
24 24화 눈치 24.08.24 168 8 12쪽
23 23화 눈치 24.08.23 175 6 12쪽
22 22화 눈치 24.08.22 168 8 11쪽
21 21화 눈치 24.08.21 180 7 12쪽
20 20화 눈치 24.08.20 176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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