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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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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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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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드래곤즈

DUMMY

경기 시작 전.

송하경은 드래곤즈의 감독 김태엽을 찾아갔다.


“감독님.”

“무슨 일이야?”


김태엽은 걱정이 많아 보였다.

모든 팀은 시즌 시작 전에 목표로 하는 순위가 있었다.

현실적으로 모든 팀이 우승을 노릴 수 있는건 아니었다.

선수 몸값 총액도 차이가 나고 메이저에 진출하거나 FA로 거액을 받고 다른 팀으로 이적한 스타 선수도 있었다.

드래곤즈는 노인정 팀이었다.

과거에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주축이 되던 선수들이 늙은 상태였다.


구단 내에서는 4위 아니면 5위를 노리고 있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선수로는 가을 야구의 막차를 탈 수 있을것이고 운이 좋으면 3위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개판이었다.

이번 시즌은 그 어느때보다 체력이 중요했고 드래곤즈는 모든 팀 중에서 가장 체력이 약했다.

아무리 훈련을 해도 나이를 되돌릴수는 없었다.

드래곤즈는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보통 9위, 10위에 머물렀고 잠깐 연승을 해도 8위 정도가 끝이었다.


팀내에서 유망주 하나가 터지기는 했지만 유망주 하나로 순위를 어쩔수는 없었다.

야구는 타자 셋이 터지거나 선발 투수 셋이 터져야 순위가 올라갈 수 있었다.


감독은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건파우더즈와의 삼연전은 최선을 다해도 이길 가능성이 희박했고 늙은 선수들의 체력을 모두 빼앗겼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확실히 졌고 그럼에도 악마 같은 마광길은 투구수 늘리는걸 멈추지 않았다.

자연히 늙은 선수들의 체력은 말라갔다.


“오늘 경기. 저 써주시죠.”

“그래. 써야지. 있는 투수 없는 투수 다 끌어서 써야지. 그래서 최대한 빨리 수비를 끝내야지.”

“그 말이 아닙니다. 선발 이후에 중무리로 나가보겠습니다.”

“음?”


현대 야구는 승리 공식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선발이 6회까지 막아주고 7회와 8회는 승리조 또는 추격조가 나서고 9회에 확실한 마무리가 나오는 형식이었다.

오랜 야구 역사에서 만들어진 가장 안전하게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전략이었다.


중무리는 한국에서는 90년대 초반까지 사용된 전략이었다.

중간 계투와 마무리 투수를 합친 용어로 중간에 나와서 게임을 끝까지 책임지는 투수였다.


말이 좋아서 전략이지 잘던지는 투수의 어깨를 갈아버려서 승리를 챙기겠다는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중무리 투수 중에 혹사 논란이 없는 투수가 없었고 부상으로 선수 생명에 단축된 투수도 많았다.

당장의 1승은 챙길 수 있어도 시즌을 길게 본다면 절대 쓰이지 않는 전략이었다.

요즘 야구에서는 포스트시즌이 아니라면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전략이었다.


송하경은 다시 말했다.


“이번 년도에 은퇴할랍니다. 어차피 마광길이 앞으로 야구 20년은 더 할거 같은데 그 꼬라지 오래 봐서 뭐합니까.”

“너···”


송하경은 원래 비FA 다년계약으로 드래곤즈에서 은퇴를 하기로 한 선수였다.

계약이 끝나려면 3년이 남아 있었다.

선배 투수로서 투수조를 잘이끌어주는것만으로 밥값을 한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많은 경기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가끔 마운드에 올라가면 베테랑의 능숙함으로 1이닝씩 잘 막아주고 있었다.

그런 선수가 은퇴를 선언하면서까지 팀을 위해서 뛰어보겠다고 말하는것이었다.


“너 안아까워? 옵션도 있을거고 몇년 더 뛰면 돈도 더 챙길 수 있을건데.”

“지금까지 벌어놓은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모아놓은 돈은 내가 감독님보다 많을걸요?”


송하경은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김태엽 감독은 그 농담에서 송하경이 가벼운 마음으로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니라는것을 알았다.


“팔이 부서져도 좋습니다. 여태까지 잘버텨준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왼손 투수이지만 할머니가 때려가며 오른손 젓가락질을 가르쳐주셔서 오른손으로 밥 잘먹습니다. 왼손은 없어져도 상관 없어요. 그리고 어차피 나 하나 없어도 드래곤즈의 순위는 변동 없을거 아닙니까. 이번 삼연전은 한번 이겨보시죠.”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이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시즌 끝나면 쪽팔리잖아요. 마지막으로 반짝이는 뭔가는 보여야죠. 반짝여서 순위 반등을 노리려면 시즌 절반이 가기 전에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자신 있어?”

“감독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 하나 던져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한다는거. 그래도 한번 해볼랍니다. 대신 제 공의 위력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절대 내리지 마십쇼.”


**


4회.

건파우더즈를 상대하는 팀은 보통 선발 투수가 4회나 5회에 내려갔다.

거기에 맞춰서 송하경은 몸을 풀고 있었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


송하경은 어깨를 돌려보았다.

원래 그는 극단적인 오버핸드를 사용하는 투수였다.

12시 방향에서 떨어지는 공이고 흔하지 않은 왼손 강속구를 사용하는 투수였다.

하지만 무리한 폼이라 어깨 뼈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고 이후에는 팔을 조금씩 내리다가 쓰리쿼터까지 내려왔었다.


지금 그는 오랜만에 젊은 시절에 사용하던 폼을 쓰고 있었다.

보통 공으로는 마광길의 헛스윙을 끌어낼 자신이 없었다.


공을 한번 던질때마다 어깨 뼈에서 통증이 조금씩 느껴졌다.

지금은 작은 통증이지만 마운드에 서서 전력 투구를 하다보면 금방 큰 통증으로 바뀔거라는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송하경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만 버티면 그만이야.’


오랜 시간 투수로 지내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구속, 체력, 집중력.

동시에 얻은 것도 있었다.

통증을 무시하고 던지는법도 그 중 하나였다.

사람이 정말 간절하고 집중을 하면 통증에 상관 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걸 알고 있었다.


‘그게 몇년 전이더라.’


4년 전.

그의 몸이 그나마 마음대로 움직일때.

드래곤즈는 한국 시리즈를 갔고 그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것처럼 고통을 무시하고 전력 투구를 이어나갔었다.


‘그때 다 타고 끝난줄 알았지만 사람 몸은 생각보다 강하네.’


검은 숯이 작은 불길에 다시 타오르는것처럼 그의 몸은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5회가 되었다.

송하경은 마운드에 올라갔다.

포수인 유재국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재미 좀 볼까?”

“무슨 말씀이세요?”

“나도 주인공을 할때가 되었다는거지.”


점수는 5대 1.

쉽지 않은 점수차이지만 포기할만한 점수차도 아니었다.

투수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점수가 나지 않도록 철저히 상대 타선을 틀어막는것뿐이었다.


“오늘은 내 리드대로 가자.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을거야. 그리고 결정구는 포크볼.”

“포크볼이요? 안던지신지 오래되었잖아요.”

“연습은 꾸준히 하고 있었어.”


송하경은 정통 포크볼을 사용하는 흔치 않은 투수였다.

포크볼은 손가락을 무리하게 벌려 공을 잡기 때문에 악력이 빠르게 소모되고 이게 손목, 전완근, 팔꿈치, 어깨까지 악영향을 주었다.

부상 위험이 높은 구종이었다.

요즘 투수들은 포크볼보다 덜 떨어지지만 부상 위험이 적은 스플리터를 사용했다.

송하경도 지난 몇년간은 스플리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결정구는 내가 신호할때만 사용할거야. 그전에는 스플리터를 던질게.”


유재국은 좋은 포수였다.

투수의 의견을 잘들어 준다는 점에서 믿고 공을 던질 수 있는 안방마님이었다.


“네, 선배님.”


경기는 시작되었다.

송하경은 건파우더즈의 하위 타선을 간단하게 요리했다.

오랜만에 전력을 다한 포심을 던지자 구속이 147까지 나왔다.

140 초반의 공을 던지는 늙은 투수라고 방심하고 있던 타자들은 맥 없이 물러나야 했다.


송하경은 5회를 깔끔하게 막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이미 드래곤즈의 선수들은 송하경이 한 이닝만 막고 들어가는게 아니라 최대한 많은 이닝을 막으려 한다는걸 알았다.

송하경이 노구를 이끌고 무리해서 피칭을 한다는것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송하경의 집중력을 지켜주려는듯이 말을 걸지도 않았다.

송하경을 선발투수처럼 대우해 주고 있었다.


**


6회.

1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 마광길은 타석에 들어섰다.


“흠.”


마광길은 송하경을 바라보았다.


“롱 릴리프 이상인가.”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질때 긴 이닝을 던져주는 투수를 롱 릴리프라고 했다.

과거에는 패전 처리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요즘은 롱 릴리프가 잘 막아주고 타자들이 잘쳐주면 역전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많은 팀이 좋은 롱 릴리프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송하경은 그 이상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리볼버가 말했다.


“저 늙은이는 왜 혼자서 한국 시리즈야. 조심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마광길은 송하경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팔색조. 근성. 슈퍼스타. 노화.


‘근성에 슈퍼스타. 위험한 조합이네.’


타자는 근성 특성이 있으면 승부가 길어질수록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오랜 승부 끝에 홈런이나 장타를 뻥뻥 뽑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투수도 마찬가지였다.

투구수를 늘려서 힘은 빠져도 이상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오랜 시간 괴롭혀도 예상을 뛰어넘는 공을 던졌다.


그런 근성 특성에 게임을 결정지을 순간에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발휘하는 슈퍼스타 특성은 막강한 시너지를 보였다.


‘만약 지금 코리안 시리즈였으면 파울을 치는걸 포기했겠다.’


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순간이 아니었다.

건파우더즈가 이기고 있는 경기의 6회일뿐이었다.


송하경이 공을 던졌다.

늙은 관절이 망가지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역동적인 폼이었다.

공이 가장 높은 곳에서 떨어지듯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빨려들어갔다.


전광판을 바라보니 구속이 145로 찍혀 있었다.

송하경의 원래 구속을 알고 있던 마광길은 혀를 내둘렀다.


“역시 대기타자석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네요.”


쉽게 보기 힘든 왼손 투수의 극단적인 오버핸드는 실제 구속보다 공이 더 빨라 보였다.


다음 공도 포심이었다.

송하경은 칠테면 쳐보라는듯이 온 몸을 던져가며 묵직한 직구를 뿌렸다.

체중이 온전히 실려 애매하게 배트를 휘두르면 공이 밀려버릴 것 같은 공이었다.

말 그대로 혼이 실려 있는듯한 포심이었다.


마광길은 이 공까지 그냥 지켜보았다.


유재국은 송하경이 무리해서 공을 던지고 있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입을 살짝 털어보았다.


“가만히만 있다가 갈거야?”

“아뇨. 스트라이크를 두 개나 먹었으니까 이제 슬슬 움직여야죠. 생각보다 공이 빨라서 익숙해지고 있는 참이었습니다.”


마광길은 슬슬 움직였다.


다음 공이 왔다.

스플리터였다.

변화구는 포심과 똑같은 궤적으로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에서 뚝 떨어졌다.

포심에 익숙해져 있던 눈은 뇌를 계속 속이려고 했다.


마광길은 본능대로 배트를 휘두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끝까지 공을 지켜보다가 공이 아래로 뚝 떨어지는 순간에 벼락 같이 배트를 휘둘렀다.


탁!


배트 중심 아래에 공이 맞으면서 공은 홈플레이트에 떨어지고 파울 처리가 되었다.


유재국은 마광길의 배트 컨트롤을 보면서 말했다.


“역시 대단하네. 타자로서 넌 인정한다. 재능은 우리 팀 장진호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넌 뭔가 차원이 달라. 하지만 우리도 이대로 지지는 않을거다.”


마광길은 드래곤즈가 벤치 클리어링처럼 더러운 수를 쓰지 않고 자신에게 덤벼오는게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면 저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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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대책 24.08.26 152 7 12쪽
25 25화 대책 24.08.25 15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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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눈치 24.08.23 16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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