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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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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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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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드래곤즈

DUMMY

스트라이크 존 아래로 가는 포크볼이 던져졌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는 순간 마광길의 앞발이 가볍게 들렸다가 힘차게 땅을 밟았다.

절대 작지 않은 거구가 앞으로 살짝 움직였다.

그 작음 움직임 속에 전체 체중이 무게중심 이동을 하며 배트까지 힘이 전달되었다.

마광길의 배트는 위에서 아래로 다시 위로 크게 포물선을 그렸다.

퍼올리듯이 공을 맞추었다.

어차피 아래로 떨어지는 공이라는걸 알기 때문에 배트에 걸리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따악!


공은 배트 중심에는 맞지 않았다.

배트 끝에 걸렸다.

그리고 그 배트 끝에는 마광길의 모든 무게와 힘이 집약되어 있었다.

그 힘을 받은 공은 힘차게 하늘로 날아갔다.


해설이 외쳤다.


“공이 높이 뜹니다! 플라이일까요? 플라이?! 아! 공 계속 뻗어나갑니다! 어마어마한 힘입니다! 넘어갑니까?! 넘어갑니다! 홈런! 홈런입니다! 마광길 선수 이렇게 힘이 좋았나요? 대단합니다!”


마광길의 홈런으로 건파우더즈는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드래곤즈 타자들은 9회에 어떻게든 점수를 뽑아내려고 했지만 분위기가 넘어간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건 없었다.


**


경기가 끝나고 여러 기사가 나왔다.


-대전 건파우더즈 8 : 5 강북 드래곤즈.

-베테랑 투수의 역투. 하지만 넘지 못한 건파우더즈의 벽.


그리고 기사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와, 진짜 더럽다. 못던지면 파울쳐서 투수가 내려가게 만들고 잘던지면 홈런을 쳐버리네.

-마광길은 레그킥도 할 수 있는거야? 도대체 못하는게 뭐야?

-원래 프로 타자면 이런저런거 다 할 수 있어. 그 중 가장 잘하는걸 시즌 내내 쓰는거지.

-그럼 왜 덜 잘하는거 해서 홈런치는거야? 배트 중심에 맞지도 않았더만. 그냥 힘으로 밀어서 날려버리네. 고릴라인줄 알았어.

-건파우더즈가 아니라 고릴라즈로 바꿔라. 기교 없이 힘으로 밀어치는게 무슨 홈런이냐.

-담장 넘어가면 홈런이지. 기교가 무슨 필요 있어? 건파우더즈까 나왔네.


**


경기가 끝나고 구태우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러니 우동남 코치님이 널 홈런 타자로 만들려고 했지. 힘이 왜 이렇게 좋아? 진짜 벌크업 조금만 더하면 스쳐도 홈런 치는 타자 나오겠다.”

“근육량 많아지면 배트 컨트롤이 무뎌지잖아요.”

“그런것도 알고 있고. 꽤 하는구만.”

“꽤 하는건 처음부터 그랬어요.”


그리고 마광길에게 말을 거는건 구태우만이 아니었다.

어깨에 아이싱을 한 송하경이 마광길을 찾아왔다.

타자는 상대팀 포수와 꽤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진루를 하면 1, 2, 3루수와도 대화를 할 수 있었지만 투수와 타자는 어지간해서는 대화를 나눌 일이 없었다.


송하경은 마광길을 보고 말했다.


“오늘은 1승 1패인가?”

“그런가요?”

“네가 플라이 아웃 하나 당했고 내가 홈런 하나 당했으니 1승 1패지.”


마광길은 승부욕에 그래도 홈런 하나가 아웃 하나보다는 가치가 크지 않냐고 말하려다가 다른 팀 선수라서 참았다.

다른 팀 선수와는 굳이 말싸움을 할 필요는 없었다.

다음 경기에서 이기면 그만이었다.


“이렇게 승부가 끝나서 아쉽겠네요. 오늘까지만 뛰고 은퇴하신다면서요?”


송하경은 마광길에게 홈런을 맞고 나서도 계속 마운드에 남았다.

9회까지 모두 던지고 나자 59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후였다.

절대 계투가 던질만한 투구수는 아니었다.


“흐음. 일단 팔 상태 좀 보고. 생각보다 던질만 하더라고. 좀 아프기는한데. 못쓸 정도는 아냐. 못쓰더라도 은퇴하면 그만이고.”


상황을 보고 다시 경기에 나오겠다는 말이었다.

리볼버가 그걸 보고 말했다.


“역시 투수는 다 구라쟁이라니까.”


구태우는 송하경에게 말을 걸었다.

둘은 같은 나이에 국가대표도 같이 해본 친구 사이라 말이 편하게 나왔다.


“무리하지 마라. 무리해도 드래곤즈 가을 야구 간당간당하지 않아?”

“누가 가을 야구 가려고 무리하냐? 그냥 이기고 싶으니까 무리하는거지. 그리고 나는 굳이 가을 안가도 괜찮아. 너한테는 없는 우승 반지가 두 개나 있거든.”


둘은 장난처럼 투닥거리며 말을 했다.


마광길은 송하경이 앞으로도 자신을 막으려고 계속 나올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뒤로 슬쩍 빠져 있었다.

리볼버가 말했다.


“귀찮은 영감탱이가 하나 생겼네.”

“영감이라고 부를 정도로 늙지는 않았지만.”

“귀찮은건 사실이지?”

“그렇네.”


마광길은 지금 당장 메이저에서도 성공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흔히 한국 야구 리그의 수준은 마이너리그에서 두번째로 높은 더블 A급 정도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몇몇 최고 수준의 선수만이 트리플 A급 수준으로 쳐주었고 그 중에서 압도적으로 잘하는 선수만이 메이저에 진출했다.

그렇게 따지면 현재 마광길은 한국 야구 리그보다 3단계 이상은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마광길이 타율과 장타를 모두 포기하고 삼진을 각오한 상태에서 부리는 묘기가 압도적인 파울 숫자였다.


이런 묘기는 자신보다 실력이 훨씬 떨어지는 투수에게만 가능했다.

한국으로 온 외국인 투수도 결국은 메이저에서 살아남을 실력이 안되기 때문에 마광길의 희생양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의 송하경은 달랐다.

전성기의 송하경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실력의 투수였다.

마이너 리그의 트리플 A급에서도 통할만 했다.

은퇴를 각오하고 어깨 통증을 무시하며 공을 던지는 송하경은 간신히 메이저 수준에 도달했다.

슈퍼 스타 특성까지 발동하자 메이저 평균 수준의 투수처럼 공을 던졌다.

파울을 칠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 정도야. 아무리 잘던진다고 하더라도 이번 시즌에는 몇 경기를 저렇게 던지겠어.”


아무리 뛰어난 천재나 둔재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죽음과 노화는 만인에게 평등했다.


송하경이 치료를 잘받아서 몇 경기를 더 잘던진다고 하더라도 많아봐야 5경기의 승리를 챙길 수 있을뿐이었다.

마광길이 건파우더즈를 승리로 끌고 가는데 작은 걸림돌이 될수는 있어도 큰 방해물은 되지 못했다.


**


두번째 드래곤즈와 건파우더즈의 경기.

드래곤즈의 감독 김태엽은 뭔가 가닥을 잡은 느낌이었다.


‘어제 경기는 지기는 해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지금 건파우더즈를 제외한 9개 팀의 감독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건파우더즈와의 경기를 포기하자니 팬들의 욕이 어마어마할것 같고 최선을 다해보자니 건파우더즈와의 경기도 지고 그 후의 경기도 말아먹을게 무서웠다.

벤치 클리어링을 시도한 팀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어떤 투수에게도 그런 짓을 하라고 말할 수 없었다.

도의적인 문제가 아니라 감히 마광길에게 덤벼들만한 깡다구가 있는 투수가 없었다.


‘내가 현역이고 감독이 지시해도 못했을거야.’


그리고 어제 경기는 지기는 했지만 경기 내용이 괜찮았다.


원래 선발이었던 데렉 톰슨이 4회까지 막아주고 그 이후를 전 선발이었던 송하경이 9회까지 막아주었다.

덕분에 드래곤즈는 오늘 경기에 꽤나 많은 투수를 사용할 수 있었다.


‘중무리가 꽤나 괜찮은가?’


김태엽은 1군에 등록되어 있는 투수들을 보았다.

선발. 계투. 마무리.

각자 보직에 맞게 열심히 훈련을 한 투수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투수 중에 학교를 다닐때 선발이 아니었던 사람이 없었다.

프로 레벨에서 활동하는 타자는 학창 시절 모두 4번을 해본적이 있었고 투수는 모두 선발을 해본적이 있었다.

각 학교에서 가장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학생만 프로가 되었다.


원래 중무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전략이었다.

선발, 계투, 마무리라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벗어나 투수의 생명을 갉아먹는 전략이었다.

가을 야구가 아니라면 거의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언제 송하경이 보여준 중무리의 결과는 훌륭했다.

송하경은 전성기의 거의 다름없는 기량을 보여주었다.

어깨의 회전근개가 많이 손상이 되었지만 바로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투수를 중무리로 쓸수는 없을까?”


어제 본 송하경의 피칭은 거의 1선발과 다름 없는 수준이었다.

건파우더즈를 상대로 멀티 이닝을 던지려면 그 정도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일단 계투에 완전히 정착해 버린 투수는 다 빼고.”


계투에 정착한 투수들은 그 재능의 한계를 명확하게 본 경우가 많았다.

힘 조절을 해가며 멀티 이닝을 운영한다는건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했다.


“마무리는 뺄 수 없지.”


확실한 마무리는 9회를 책임져야 했다.

아슬아슬한 승부를 책임질 마무리를 이런식으로 쓸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아직 재능의 끝을 확인하지 못한 유망주 중에서 써야 하나.”


드래곤즈는 지난 몇년간 중간 이상의 순위를 하면서 드래프트에서 높은 순위표는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유망주는 높은 순위에만 있는게 아니었다.

하위 라운드에서 뽑힌 선수 중에서 언제 어떤 재능을 개화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드래프트에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신인을 뽑아올뿐이었다.

하위 라운드에서 뽑힌 신인이 프로 3, 4년차에 재능을 만개위 라운드에서 뽑힌 신인이 프로 3, 4년차에 재능을 만개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김태엽은 김노아를 불렀다.

드래프트 6라운드에 뽑힌 투수였다.

현재는 5선발과 계투 사이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이 시작하고 몇 경기는 선발로 출장하여 좋은 피칭을 보여주었었다.

하지만 시즌이 계속될수록 자신감 없는 볼질을 하다가 계투로 나가는 비중이 많아지고 있었다.


“감독님. 부르셨습니까.”


김태엽은 바로 본론을 말했다.


“너 선발하고 싶지?”


투수 유망주의 대다수는 선발을 하고 싶어했다.

선발은 한 경기를 뛰고 오랜 휴식을 하는 규칙적인 생활로 컨디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다른 투수보다 돈도 많이 받았다.

가끔 마무리를 하고 싶어하는 별종이 있기는 했지만 소수였다.

김노아도 선발을 하고 싶어하는 신입이었다.


“네.”

“어제 송하경이 공 던지는거 봤어?”

“네.”

“어때?”

“좋았습니다. 덕분에 계투도 모두 하루 더 쉬고.”

“그래. 오늘은 원래 어제 쉰 계투를 모두 활용해서 경기를 진행해 볼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건파우더즈와는 내일 한번 더 붙어야 하잖아?”

“그렇습니다.”

“누가 송하경처럼 던져주면 오늘도 투수를 아낄 수 있겠지. 타선이 터져주면 이길수도 있을거고. 그럼 내일 경기에 전력을 다할 수 있다.”


김노아는 감독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것 같았다.

그건 그에게도 기회였다.

게임 중간에 나가지만 선발처럼 긴 이닝만 막아준다면 다시 한번 선발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좋아.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4이닝. 4이닝만 막아.”


건파우더즈의 타자들은 지친 투수를 상대하고 있어서 타율이 어마어마했다.

1군 타자 중에 6명이 3할을 넘기는 타율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타순이 도는 순번도 빨랐다.

마광길은 거의 2이닝마다 한번씩 나타났다.

선발 투수 사이에서는 건파우더즈를 상대할때는 4이닝만 3실점으로 막아도 퀄리티 스타트라는 말이 돌았다.


“알겠습니다.”


선발 투수가 4이닝을 막아주고 김노아가 4이닝을 막아주면 마무리 투수가 게임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 사이에 계투 한둘을 쓰더라도 투수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


작전은 모두 세워졌고 김태엽은 이 작전이 통하기만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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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대책 24.08.30 13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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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대책 24.08.28 140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50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25 25화 대책 24.08.25 15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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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눈치 24.08.23 163 6 12쪽
22 22화 눈치 24.08.22 157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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