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이드(Decade)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한줌미소
작품등록일 :
2024.08.04 21:47
최근연재일 :
2024.09.04 13:24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327
추천수 :
64
글자수 :
130,766

작성
24.09.01 10:10
조회
34
추천
3
글자
13쪽

양날의 검

DUMMY

내 어그로에 일순간 적막이 흘렀다.

적도 아군도 모두가 어처구니 없다는 시선들이 나를 향해온다.

오직 목줄에 묶인 백귀들만이 나의 외침에 지성 없는 으르렁 소리만 내었다.

끄어어어... 끄윽... 그들의 울음에 맞춰 검은 구두가 다가온다.


“어린 형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보고 받은 것과는 다르군요. 조용한 편이라 들었는데.”


고개 숙여 그의 눈을 피해 땅을 바라보자 현실과 어울리지 않은 번쩍거리는 구두.

이 공간에서 오직 그만이 강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고개를 들어 보세요. 이름이 뭔가요? 어린 형제여?”

“이진우요.”

“흠... 방금 험한 말을 입에 올린 이유를...”


끄어어어.... 이 개새끼들아!...꽉 잡아! 이놈 막 물잖아... 등 주변의 소음에 작은 종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딸랑.

다시 한번 모든 게 멈췄다.


“모두 조용. 아 좋아요. 대충 들었습니다. 특별하게 관심을 받는 소년이 하나 있다고.”

[시간 끌다가 내가 신호하면 맞춰서 움직여. 위험하지만 ‘합일’까지 가야 한다. 준비해.]

“...꿀꺽....왜 이러시는 거에요?”


태창이 형의 말하는 계획들과 눈앞의 대화를 동시에 생각하려니 머리가 어지럽다.

목사와 눈이 마주쳤다. 새까만 눈동자. 처음엔 평범한 눈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안에 무언가 담겨있다. 암흑, 소용돌이, 광기?

그리고 그것은 남자의 뒤통수로 뻗어나가 연결된 하나의 힘의 흐름이 안개 속으로 이어져 있다. 저쪽은 서울 방면인데.


“왜 이러냐고? 그 질문을 받은 적도 답을 해준 적도 없어서. 신선하네요. 그저 당신들은 믿음만 있으면 됩니다. 아니면 그분에게 쓸모 있는 사람임을 증명해 보이세요. 저기 덩치 큰 사람부터?”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건 그동안 말이 없었던 정대찬이란 형이었다.

우악스럽게 그의 입을 벌리고 검은 피가 그 안으로 쏟아졌지만 발버둥을 쳐대어 대부분이 바닥에 떨어져 퍼진다. 이 반항조차도 즐거운 듯 천천히 고문하듯 우리의 반응을 즐기는 모습이다. 개새끼.


“조금씩 조금씩 절망을 주어야 합니다. 천천히... 그래요. 그래야 더욱 전도가 수월해집니다.”

[지금.]

“끄으으윽!”


동기화 30%

내 팔이 천천히 떨리며 올라왔다. 그에 맞춰 힘겨운 듯 얼굴을 찡그리며 검은 개새끼를 노려보았다. 우리의 연기에 놈이 관심을 보이며 나에게로 시선이 돌아왔다.


“허... 제 ‘전도’에 저항하다니? 그대는 가능성이 있군요? 달란트를 각성할 유망주였어요. 하하하 세상에 이런 외곽에서 능력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만나다니!”

“끄윽...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좋아요. 좋아. 그 칼이 제게 뻗고 있는 동안은 대답해 주죠. 세상에 종말이 도래할 거란걸 예지하신 분이 계십니다. 10년도 전부터 우린 이 지옥을 대비했었어요. 헌 데 이상합니다.

본래라면 불신자들은 이미 모두 사라져 우리 교의 에덴화가 됬어야 했는데..이번 지옥은 달라졌다고 하시더군요.”


놈은 기꺼운 얼굴로 기꺼이 흔들리고 떨리며 그러나 천천히 나아가는 칼의 궤적에 맞춰 몸을 숙여 얼굴을 맞춰온다. 그리고 날 내려다 보는 눈빛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눈깔이야. 자기가 얻은 초능력에 취해 사냥감의 고통을 즐기는 놈. 잠시만 맞춰 놀아주자.]


천천히 다가가는 동안 놈의 설명이 계속된다. 하지만 내 귀에 그딴 건 들어오지 않았다.

적당한 거리가 되었을 때 기회는 한 번 이기에.


“....해서 서울에서 저항하는 불신자들보다는 이렇게 무간지옥 밖에 구제받을 기회를 가지지 못한 여러분을 찾아온 겁니다. 어린 형제여? 제 말 듣고 있습니까?

”조..금... 에? 아 예 들었습니다.“

”...이상하군요. 진우군 안에 쌓여있는 성령의 힘은 미약합니다. 도저히 제 ‘전도’에 벗어날 정도가 아니에요. 도대체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그게.. 비밀이 있습니다. 신부님 좀만 가까이.“

”큭. 좋아요. 비밀이라니 궁금합니다.“


놈이 체격 차를 맞추기 위해 고개를 숙여온다.

동기화 40%. 그때 뻗은 칼이 조금 빠르게 쳐올려졌다.

딸랑. 우뚝.

종소리에 맞춰 다시 멈추는 칼. 그런 모습을 보고 놈의 얼굴에 비웃음이 피어오른다.


”시도는 좋았어요. 시도는. 하지만 저와 당신은 급이 다릅니다.“


놈의 얼굴이 내 눈 바로 앞에서 칼날을 아래에 두고 비열하게 웃음 짓는다.


”알겠냐? 이 핏덩이 새끼야? 넌 그저 내 장난감이야. 그저 가지고 놀다가 망가지면 될 뿐.“


순간 소름이 돋았다. 모두의 눈을 피해 살짝 내비친 본심. 그 안에 담긴 건 순수한 악의였다.

절망을 주기 위해 하는 행동일 것이지만 나도 노리는 게 있다.


[동기화 80. 지금이다. 정신 꽉 잡아.]


폭발적으로 순식간에 심장에서 시리도록 차가운 힘이 풀려나와 온몸을 내달린다.

감당하기 힘든 흐름에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했다.

이건 내가 동의하고 말고의 의지가 아니다. 그저 이 흐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뿐.

우린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동기화의 최대 마지노선이 51%라는 걸.


마치 주식에 경영권 찬탈에 필요한 1%와 같이 ‘동기화’라는 기술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써왔었다. 그리고 지금은 까마득히 높은 동기화율.

다른 세상의 의지와 내 의지가 섞이고 자아의 경계가 무너진다. 누가 누구인지 모를 혼돈이 내 정신을 흔들어 댄다. 만약 전혀 다른 누군가와 이런 상태가 됐다면 버티기 쉬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린 같은 이진우. 같은 추억, 같은 사람이라 이 경계를 구분 짓기 모호하다.


동기화는 위험한 양날의 검이다.

그리고 ‘나’는 눈을 떴다.


”신부님. 6.25가 왜 일어난지 아십니까?“

”뭐?“

”방심해서.“


휙! 놈의 능력 따윈 처음부터 걸리지 않았다는 듯 갑작스럽게 솟구친 칼날이 놈의 아래턱에 꼿혀 들어간다.


”무... 슨! 어떻케엑!!“

”처음엔 턱 다음 맹장. 그리고 두 눈“


방심 따윈 눈앞에 병신이 실시간으로 하는걸 봤기에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턱을 처올린 칼을 통한 감촉이 얕다. 그래 각성자라 이거지.

뒷걸음치는 놈을 스텝을 밟아 따라붙어 왼쪽 옆구리를 빠르게 치고 빠진다.

근육과 힘의 분배는 어린 쪽이.

궤적과 목표물의 위치는 늙은 쪽이.


팡!

장갑에 달아놓은 볼트들이 정확히 맹장 자리에 자국을 남겼다.

순간적인 고통으로 놈의 고개가 숙여지며 내 키에 맞게 다가온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망설임 없이 놈의 두 눈을 그어버렸다.

그리고 소리치려는 놈의 입에 식칼을 쑤셔 넣었다.


”끄아아아악!! 내 눈!!! 시블!! 이 시블!!! 이 개액이 쥭여!!“

”조용. 너 입에 칼 들어갔어. 계속 그렇게 말하면 입안 씹창난다?“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모두가 멍하니 우릴 처다보고 있었다.


”뭐해? 니들 대장 잡혔어. 항복할래?“

”.... 저.. 전도사님! 너 이 새끼. 전도사님을 해친다면 니들 동료도 다 죽을 거다!“

”아쉬운 새끼가 누군지 확인해 보자.“

”더... 더하지 말라고! 아니 입에 칼 쑤셔 넣지 마! 이 새끼야! 이놈들도 똑같이 해 주마!“


눈을 베고 입안을 해집어 놓자 이 새끼도 능력을 쓸 수 없는지 몸의 통제권을 되찾은 팀원들의 반항이 거세게 일어났다. 하지만 이미 사지를 붙잡혀서인지 승기가 보이지 않는다. 변화가 필요한데... 흠.

그때 병신이 들고 있던 작은 종이 눈에 들어온다.


”이거 막 울리면 어떻게 되냐? 혀 잘렸나? 음... 해보지 뭐.“

따르르르르르르르르~


종을 쥐고 미친 듯이 흔들자 반응은 목줄에 매달린 백귀들에게서 일어났다.

끄아아아앆!!!!!

자신의 목줄을 잡고 있던 광신도에게 달라붙어 얼굴을 뜯어 먹는걸 시작으로 백귀들이 무차별 적으로 주변에 달려 들었다.

사방에서 피가 흩날리며 혼돈이 일어났다. 내부에서 생각지 못한 적이 생긴 광신도 무리와는 다르게 벌집 팀원들은 빠르게 모여 전선을 구축했다.


”커헉... 살려.. 살려줘. 난 교에서 중책을..“

”알아. 알아. 아는 거 많이 있겠지. 근데 널 어떻게 끌고가겠니.. 그리고 니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 고문도 해야하고 무엇보다.. 너 맛있어 보인다?“

”뭐?“


아까부터 놈에게서 흘러나오는 힘이 유혹을 참기가 힘들다.

놈의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기운이 백귀들과 광신도들에게 심어놓는 힘들을 되찾으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뻗어 보지만 눈이 멀어버려 정확한 조준이 힘든지 자꾸 빗나간다.

꼭 꿈틀대는 벌래같아. 밟고 싶어지잖아? 그럼 하자.


푹!

놈의 심장에 박힌 식칼을 비튼다. 아프지? 난 놈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끄아아아앆!“

”아프지? 너 지금 죽는다? 고통스럽고 절망감이 느껴지지 않아? 아 그래! 죽는 게 무섭구나? 너에게 흘러 들어오는 힘이 점점 맛있어진다.“

”아니! 난 그분께 돌아갈 거다! 그분께서 날 거둬가실 것이야!“

”아.. 너랑 연결된 저거 보고 말하는 거구나? 저걸 자르면 더 아프겠지?“


쉭! 놈에게 흘러 들어오는 힘으로 충분히 자를 수 있다고 느꼈고 그래서 뒤통수에서 뻗어 나오는 힘의 흐름에 칼질을 했다.


”뭐? 교주님? 무... 무슨 짓을..!! 안돼! 이 지옥에 갇힐 거야! 안돼! 주인님!“

”히히... 더 맛있어졌네.“


놈이 천천히 죽어가는 걸 지켜보며 모든 힘이 빠져나와 내게 흡수되었다.

남은 건 자국만 남았군.

그런데... 어차피 다른 놈들은 필요 없잖아? 미미하지만 저것들도 서로 처죽이고 있는 지금 다 먹어 버리면...

그런데 저건 뭐야?


서로에게 무기를 휘둘르는 난전 그 사이로 갑자기 색동저고리가 보인다.

흐릿하고 형체도 잡히지 않았지만 회색 빛 세상에서 저 색들이 눈에 안 띌 수가 없었다.

그 흐릿한 무언가의 입부분이 벌려지며 무언가 말을 하는 거같은데?


찾....줘......

뭐라는 거야?


[찾아줘.]


어? 나 저 애를 알아. 본 적이 있어.

아니. 처음 보는 아이다.


휩쓸려 합쳐진 둘에게서 차이가 생긴다. 생각이 갈라지고 의견이 엇나간다.

합일에 균열이 생기고...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느낌과 함께 내 눈꺼풀도 무너져 내린다.



--------------------


”허억.... 허억... 인원 보고.“

”사망 한 명. 부상.... 전부.“

”분대장 죽었나?“

”그래. 변하기 전에 죽여달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저놈은 어쩌지?“


18번 꿀벌들은 주변에 쌓인 시체 사이에서 복귀할 준비를 했다.

분대장이 죽고 부분대장이 배신을 했다. 그들은 구석에 사지가 부러진 배신자의 처우를 고심하고 있었다.


”증거는 있지만 증언도 필요하다. 우린 지원병이야. 정규병 두 명 제끼고 돌아왔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기엔 데려갈 방법이 없다. 다들 부상 당했어. 너 저 새끼 업고 갈 수 있냐?“

”....“


그들의 의견이 점점 죽이자는 결론에 다다르자 강 형사의 입이 다급히 열린다.


”내 내가! 증언해주마! 이 상황 전부! 나도 세뇌당해서 잡혀있었는데 너희들이 구해줬다고 증언해 줄게!“

”저 배신자 새끼가 끝까지.... 어짜피 본대에 이곳 상황만 알려 나중에 확인만 하면 된다.“

”하! 너도 알 텐데. 복귀하는데 반나절. 조사는 빨라야 내일이야. 밤을 지나야 한다고 그럼 밤을 거니는 괴수들이 이 시체들을 놔둘 거 같냐? 전부 사라지겠지. 그러니까 나도 그들에게 이용당했다고 입 맞추고 우리 다 같이 살자?“


배신자와 분노하며 대화하던 이대훈의 얼굴에 들끓던 감정이 갑자기 사라지며 최미래를 바라보았다.


”됐어?“

”그래. 녹음 다 했어. 저 놈은 이제 필요 없어. 난 저 애를 챙길게.“

”...그... 챙겨야겠지? 아까 저놈 좀 섬뜩하지 않았어? 아무리 정신 분열이라지만...“

”목숨을 빚졌어. 알잖아? 선 안 지키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 그래. 대한이는 많이 다쳤어. 내가 업을게,“


최미래는 목에 매달아 가슴 사이에 숨긴 녹음기 다시 갈무리하여 소년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던 이대훈은 찝찝한 얼굴로 돌아서 배신자에게 한 손엔 도끼를 들고 걸어갔다.


”언니들에게 당한 게 많아서 그래. 아직도 녹음기 가지고 다닌다니까? 이럴 땐 유용하지만.“


건조하게 말을 걸며 다가오는 이대훈을 바라보며 배신자는 소리치려 했지만

그가 내려찍는 손도끼가 더 빨랐다.


작가의말

재미가... 없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디케이드(Decad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능력의 급수 24.09.04 30 2 13쪽
22 익숙한 천장 +1 24.09.02 29 3 12쪽
» 양날의 검 +1 24.09.01 35 3 13쪽
20 어그로 +1 24.08.30 40 2 13쪽
19 둥지에서의 하룻밤 24.08.29 33 3 13쪽
18 꿀벌들의 일과 24.08.27 35 3 12쪽
17 능력과 경험치 24.08.26 36 2 14쪽
16 출항과 옆집 늑대들 24.08.25 34 2 13쪽
15 어른의 사정 +2 24.08.23 43 2 12쪽
14 바뀐 대가리 +1 24.08.22 39 2 12쪽
13 철창 속 정화 24.08.20 40 2 12쪽
12 정리와 침식 24.08.19 45 2 12쪽
11 야간 전투 24.08.18 45 2 13쪽
10 마석 24.08.16 45 1 13쪽
9 첫 번째 임무 24.08.16 53 2 12쪽
8 합류 24.08.13 56 3 12쪽
7 다중이 24.08.12 59 3 12쪽
6 검문소 24.08.10 63 2 13쪽
5 우리 집 24.08.09 71 2 14쪽
4 안전 귀가 24.08.06 84 3 12쪽
3 동기화 24.08.05 104 6 13쪽
2 튜토리얼의 끝 24.08.04 129 5 12쪽
1 삼위일체 24.08.04 179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