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이드(Dec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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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줌미소
작품등록일 :
2024.08.04 21:47
최근연재일 :
2024.09.0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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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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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천장

DUMMY

눈 떠보니 낯선...익숙한 천장인데? 어디서 봤더라?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주위를 둘러보니 커튼으로 가려진 커다란 창 아래 작은 창틀이 있고 가림막으로 나누어진 침상들이 여럿있는 이곳은.

학교 양호실인데?

커튼 너머는 어둑했고 실내도 전기가 부족한지 조명이 조금 어두워 순간 당황했지만 이 곳이 어딘지는 알거 같다. 벌집. 난 벌집에 들어온 거 같다.


본래 어디 한군데 깨지고 뛰다가 넘어져 까진 정도의 학생들이 있어야 할 이곳은 피가 스며 나오는 붕대를 칭칭 감은 아저씨나 누님들이 주변 침상에 누워있었다.


~쿵짝 쿵짝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보통 환자들의 심신 안정으로 클레식 음악 같은 걸 틀어 주지 않나?

구수한 트로트의 향기가 은은한 양호실 침상에서 이게 무슨 상황인지 고민을.. 아!


“태창이형?”

[,,,,]

“태창이 형!”

“아 거 좀 조용히 해라. 발가락 다 짤려서 심란... 뭐? 왜 쳐? 뭐? 쟤가 걔야?”


소리친 내게 핀잔을 주려던 맞은 편의 아저씨가 옆의 남자의 눈치를 받자 사나웠던 눈초리에 호기심이 섞이며 날 바라보았지만 지금 이딴 거 신경 쓸 때가 아니다.


“형 안 들려요?”

[또 우네. 니 나이가 이제 열일곱이다. 이 원숭이 새끼야.]

“아잇! 놀랐잖아.”

[틈만 나면 반말이야. 눈물이나 닦어.]

“하품한 거임. 그냥 그때처럼 갑자기 목소리가 안 들리는 줄 알고...”

[... 일단은 대충 상황이 어떠냐면.]


자다 일어나서 그래. 하품을 씨게 했네. 눈가를 닦으며 형의 설명을 들었으나 형도 깨어난 지 2시간밖에 안 되어 앞뒤 사정은 형도 잘 모르는 거 같았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이는 형도 마찬가지 인지 아직도 골이 울린다고 한다.


동기화의 위험 요소인 합일 직전까지 갔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동기화가 풀려 다행이지 만약 끝까지 갔었다면...

그 당시 ‘나’를 생각하자. 심장이 서늘해 지는 기분이다. 분명히 나였는데.


“합일.. 역시 위험하죠?”

[그래. 동기화라는 기술.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있는 느낌이야. 정신이 섞이는 그 기분은..,]

“충족, 안정감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만족감.”

[그래. 그래서 위험하다. 존나 달콤한 독을 처먹는 기분이야. 그러니까 이걸 쓸 일이 없게.]

“알아요. 더 강해져야 한다는 걸.”


두 사람의 의지가 섞이며 하나의 온전한 무언가가 태어난다.

이게 싫거나 고통스럽다면 사용하는데 꺼져지기라도 할 텐데 문제는 그 반대였다.

일어나는 합일에 저항하기가 힘들다.

너무나.... 만족스러워서.


오싹...

소름이 돋는다. 그러면서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데 내 몸 안에서 무언가 느껴진다.

이건? 동기화를 올렸을 때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시리도록 차가운 기운이 주먹에 어린다.

작고 미지근하지만 분명 같은 힘이 느껴진다. 이 주먹으로 벽을 치면?


쿵. 퍼석..

“으헉?”


콘크리트 벽에 내 주먹 자국이 희미하게 생기며 가루가 떨어졌다. 손은 안 아프다?


“어.. 이거?”

[마나라고 부르는 힘이다. 그 목사 새끼 잡고 얻은 힘인데.. 안 좋은 소식과 좆 같은 소식이 있다.]

“갑자기? 안 좋은건 뭔데요?”

[내 주말이 날라갔다.]

“예?”

[토요일 점심에 기절해서 깨어나보니 일요일 저녁이라고. 시발거.]

“어...유감입니다?”

[너도 회사 다녔다면 내 느낌에 공감했을 거다. 주말에 생각 없이 자고 일어났는데 순간 지금이 몇 신지 무슨 요일인지 모를 때.]

“모를 때?”

[존나 공포스러워진다. 나 회사 안 갔나? 왜 밖이 깜깜하지? 오늘 무슨 요일이지? 그 싸이코 목사 새끼가 지랄 할 때 보다 아까 눈 떳을 때 더 식겁했어.]

“아 예.. 근데 서론이 좀 긴...”

[그 순간 손가락 끝이 회색으로 변하더라.]

“아.....예.....예??”

[여기서부터 좆 같은 소식이다. 너의 세상에선 사냥감을 사냥하면 경험치를 얻는다지? 그런데 그 목사 새끼 우리가 잡았다.]

“그렇죠. 동기화로 잡았으니 우리가... 우리?”

[그래. 그 경험치. 나도 받는 거 같다.]


안개 속 미지의 힘. 마나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것은 사람의 의지로 사용할 수 있는 내 주먹에 담긴 힘이 다른 세상 태창이 형에게 넘어갔다. 이 말은..


[두 세계가 우리 말고 이어졌다는 증거. 우리 말고 다른 연결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 알겠지?]

“...허... 더 입조심 해야겠네.”

[그놈 말이 걸려. 10년을 넘게 준비했다는 그 말, 우리 사이엔 10년의 차이가 난다 이게 우연일까?]

“아니겠죠.”

[그래. 그러니까 넌 더 강해져야 한다. 그런 비슷한 새끼들 잡아다가 물어볼 수 있을 만큼.]

“근데 형도 강해지면 어차피 같은 거 아님? 동기화로 빌려주면 되는 거 같은데?”

[네 손에 느껴지는 그 힘. 난 그 정도가 아냐 비교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미약하다. 두 세계를 건너오다 배달 사고라도 났는지 집중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다.]

“그래도 형도 강해지면 좋잖아요?”

[... 일단은 너부터. 아 그러고 마지막은 기억나냐? 그 흐릿한 색깔들.]

“당연하죠. 내 공수증의 원인인데.”

[뭔 말이야?]

“걔 때문에 물에 빠졌었잖아요. 색동저고리 입고 부적 붙이고... 나이 먹고 까먹음?”

[뭐? 무슨 소리야 난 혼자 빠졌었는데.]

“... 그게 무슨?”


같은 기억, 같은 추억을 공유했었고 자주 대화도 나눠 봤지만 우리에게 일어났던 그 사고에 관해 대화하지 않았었다. 서로 말하기 껄끄러우니까. 그래서 지금 알았다.

우리 사이에 차이점이 있었다는 걸.


“그 애는 뭐지?”

[몰라. 그래도 그 애가 우리에게 일어난 현상의 핵심인 거 같다. 무조건 찾아야 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애를 개판 난 세상에서 어떻게 찾지?”

[니 쪽이 어렵다면 내 쪽에서라도 찾아야지. 이미 몇 번 해보기도 했고.]

“아 중요 인사들 알아본다고 했었죠?”

[1 대장과 2 대장 그리고 가까이 다니던 사람들 좀 알아봤지. 결혼한 애 엄마에 중대장 그리고 회사원들이 되어 있더라.]

“근데 그거 필요해요? 형과 내가 다르듯 그 사람들도 10년이란 시간과 환경이 너무 달라서 다른 사람이 되었을 거 같은데?”

[성향은 알 수 있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지도. 그렇지만 니가 말한 그 여자애는 이딴 이유가 아니야. 무조건 찾아야 해. 젠장. 이름도 얼굴도 모르니 재웅이 놈한테 부탁할 수도 없고.]


다른 세상에서 경찰이 되었다는 친구에게 우리가 원하는 사람들의 신원을 몇 번 부탁한 적이 있다고 했다. 명백한 범죄였지만 단순 행정 실수나 착오였다고 둘러댈 수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짓도 한두 번이지 민간인 신원조회는 기록이 남는다고 하여 우린 신중하게 정말 필요할 때만 부탁해야 했다.


“재웅이 한테 고맙다고 전해줘요.”

[아아.. 걱정마라. 그쪽 세상에서 고딩 재웅이 만나면 빙의 시켜준다고 약속했으니까.]

“뭔 말이에요?”

[몰라 나도. 시발. 오타쿠 새끼.]


머리가 복잡하다. 태창이 형은 대부분 잃어버린 주말을 끌어모아 밀린 일을 해야 한다며 죽는 거 아니면 말걸지 말라고 했다.

일원교, 능력, 안개.... 그리고 소녀.

알아 내야 할 건 많고 찾을 사람도 생겼다. 그렇지만 저 밖은 내겐 위험하다.

아직은. 다시 주먹을 쥐어 느껴지는 힘에 집중해 보았다.


“능력자라...”

“어? 일어 났네?”


양호실 문이 열리고 나이가 지긋해 보이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들어오셨다.

추리닝에 슬리퍼 그리고 한 손엔 서류와 볼펜.


“의사 선생님?”

“어. 그래. 아픈 덴 없고?”

“예. 여긴 벌집인가요?”

“맞어, 기다려 봐라. 야! 밖에! 애 일어났어!”


목청이 좋은 할아버지의 외침에 멀리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사람 넷을 구했다고? 잘했다.”

“별로 한 건 없는 거 같은데..”

“목숨 붙이고 살아 돌아왔잖아. 그럼 잘한 거지.”


그러곤 퉁명스레 구석진 책상에 서류를 던지시며 그 옆에 펼쳐져 있는 간의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으셨다. 츤데레신가?

양호실 문이 다급히 열리며 여자 한 명이 뛰어 들어왔다.

병상에 누워있는 나를 한 번 보고 의사 할아버지를 째려보는데.


“김 선생님. 이 애와 관련된 건 비밀이라 했잖아요. 그렇게 소리치면 어떻게요!”

“벌집에 비밀이 어딧어? 이년아. 좁아 터진 데 500명을 쑤셔 넣었는데. 지금 이 방만해도 자는 척하는 새끼들이 열은 넘을 거다.”

“이 이익! 뭘 힐끔거려! 구경났어?”

“생리허냐? 약 줘?”

“의사만 아니었다면 고발했을 겁니다.”

“의학적으로 묻는 거다 이년아. 누가 기자 출신 아니랄까봐. 뻑하면 고발한디야.”

“...에휴...”


안경을 쓰고 코에 매력점이 있는 여자는 한숨을 쉬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칸막이로 최대한 가지며 가까운 의자에 앉아 나를 쳐다 보았다.

“안녕. 난 이지아야. 너에게 대충 상황 설명해 주러 온 거야.”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말해 주었다.

18번 팀은 날 업고 복귀했다. 분대장과 부분대장이 죽어 나간 팀이었지만 미래 누나가 녹음 해온 증거가 있었기에 살아남은 4명은 모두 벌집에 들어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잠깐 4명?


“정대찬이란 남자. 오늘 아침에 죽었어. 내부 침식을 못 견디고 친구들 손에 죽고 싶다고 해서...”

“....아..”


끈적한 검은 피를 조금 먹었었나 보다. 그게 내부를 침식시켰고.. 7명 중 4명이 살아 돌아왔다. 잠깐의 슬픔에도 지아 누나의 설명이 이어졌다.

문제는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갑작스러운 각성자의 출현. 그리고 그런 놈이 노린 건 벌집 그 자체. 다행히 죽여서 막았지만 사람들의 동요를 이끌만한 사건이다.

세뇌가 확실한 능력자의 손길이 뻗치고 있었단 사실에 벌집은 지금 비상 체제라고 했다.


“그놈 죽었잖아요?”

“알아 근데 능력 중에 죽어서도 효과가 유지되는 것도 있다고 하네. 그래서 당분간은 이 상태가 유지될 거야. 그리고 넌 어제 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넌 능력자의 확률이 높은 정도가 아니라 이미 능력자야. 정신 계통의 능력에 저항했다는 건 이미 마나에 의지를 실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근데 그 능력이나 마나라는 거 설명을 좀..”

“나중에 내가 니 전담으로 자주 올 거니까. 나중에 설명해 줄게 지금은 급한 거 부터”

“옙.”

“많은 사람들이 널 노릴 거야. 새로운 능력자의 출현이니까. 아직은 대부분이 모르고 있지만 나중엔 알게 되겠지. 그러니까 정리가 되기 전까지 넌 여기서 지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노린다라 그러고 보니 날 노리는 사람이 있다고 분대장이 말했는데 이름이 기철이었나? 근데 그게 누구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거 같은데. 무슨 이유로 날 노렸다는 거야?


“기철. 분대장은 기철이란 사람을 의시...”

[최기철. 우리가 칼빵 논 사람. 나도 까먹고 있었다.]

“...음... 인정.”


순간 이유가 납득이 갔다. 중간에 끊긴 말에 지아 누님의 고개가 갸웃했지만 말을 아꼈다.


“아무튼 몸조심하고 무슨 일 생기면 날 찾아. 김 선생님! 이 애 좀 잘 봐주세요.”

“난 외과 의사야! 정신과는 딴 놈에게 가야지.”

“아잇. 비밀이라니까!”


그렇게 누나가 방을 나갔고 어둑한 방안은 다시금 조용해졌다.

부상자들의 신음 섞인 잠꼬대가 들려왔다.

슬쩍 커튼을 걷어보자 어두운 회색으로 잠긴 건물들의 윤곽 밖에 안 보였지만 학교 특유의 느낌이 드는 생김새에 이제야 실감이 났다.

벌집에 들어왔다. 예상치 못하고 뭔가 급작스럽게 일이 진행된 거 같았지만...

성공했다. 목표를 이뤘다. 이뤘는데... 별로 기쁘지가 않은 거 같다.


“그때 분명 ‘난’ 다 죽일 생각을 마음 먹었었어..그쵸?”

[지금은?]

“당연히 아니죠.”

[완벽하게 다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겁먹지 마라. 니가 지금 최우선으로 해야 할 건?]

“휴식. 그리고 회복.”

[알면 징징대지 말고 쳐 자라.]

“하하. 확인.”


7명이 나갔다가 4명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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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천장 +1 24.09.02 30 3 12쪽
21 양날의 검 +1 24.09.01 35 3 13쪽
20 어그로 +1 24.08.30 40 2 13쪽
19 둥지에서의 하룻밤 24.08.29 33 3 13쪽
18 꿀벌들의 일과 24.08.27 36 3 12쪽
17 능력과 경험치 24.08.26 37 2 14쪽
16 출항과 옆집 늑대들 24.08.25 35 2 13쪽
15 어른의 사정 +2 24.08.23 44 2 12쪽
14 바뀐 대가리 +1 24.08.22 39 2 12쪽
13 철창 속 정화 24.08.20 40 2 12쪽
12 정리와 침식 24.08.19 45 2 12쪽
11 야간 전투 24.08.18 45 2 13쪽
10 마석 24.08.16 46 1 13쪽
9 첫 번째 임무 24.08.16 54 2 12쪽
8 합류 24.08.13 56 3 12쪽
7 다중이 24.08.12 59 3 12쪽
6 검문소 24.08.10 63 2 13쪽
5 우리 집 24.08.09 71 2 14쪽
4 안전 귀가 24.08.06 85 3 12쪽
3 동기화 24.08.05 104 6 13쪽
2 튜토리얼의 끝 24.08.04 129 5 12쪽
1 삼위일체 24.08.04 18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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