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이드(Dec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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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줌미소
작품등록일 :
2024.08.04 21:47
최근연재일 :
2024.09.0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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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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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전투

DUMMY

김호철. 근육질의 2 대장은 약속을 지키는 남자였다.

가벼운 그 입과는 다르게 약속은 무겁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검문소에 합류한 지 일주일 동안 팀원들과 매번 비슷한 임무를 부여받아 단조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부식을 추진한다던가, 아니면 거점과 거점 사이 문제가 생긴 곳을 확인한다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단순히 벌집에서 의뢰받은 물품을 외부에서 찾아 가져오는 일들이었다.


이 모든 일들은 해가 뜬 낮에 진행되었고 안전한 시간대에 안전이 확보된 장소에서 진행되었다. 그래서 잠시 잊고 있었다. 이 세상의 난이도를.


땡~ 땡~ 땡~

“빨리 움직여! 경비대는 방벽 위에 올라가! 지원병들은 입구에서 준비해라!”

“살수차! 벨브 열어! 석궁 안 챙긴 새끼 누구야! 너 이 새끼 자기 무기를 버려?”


새벽 03시 32분. 아주 작은 종소리에 검문소 전체가 일어났다.

불침번을 서던 경계병들이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비상종이 울림과 동시에 난 잠결에 멍한 상태에서도 팀원들을 따라 움직였다.

급작스런 소란 속에서 정신없이 뛰고 움직여 다리 끝 대형버스를 관문으로 삼은 입구에 빠루를 들고 서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집에서는 이 지랄을 멀찍이 구경만 했었는데 직접 참여하니 좆같네.]

“시간이 더 필요해요?”

[기다려. 뺨이라도 윽.. 치고 커피라도 쑤셬!.. 넣을 테니까. 지금부턴 전투 모드다. 모든 동기화의 조정을 내가 알아서 판단할 거다. 넌 행동하는 데만 집중해.]

“확인. 후우...”


자다가 깬 나와 같이 다른 세상의 태창이 형 또한 자기 방 안에서 자다가 봉변을 당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잠겨있었다. 동기화는 정신과 관련돼 있어서 최대한 잠에서 깨기 위해 형의 목소리는 무언가에 맞는 듯 끈겨서 들렸다.


내가 살던 우리 집은 검문소와 생각보다 거리가 가까웠다. 가시거리가 긴 날은 윤곽이 보일 정도로. 그래서 가끔 검문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보였었다.

한 밤중의 소란.

검문소로 들이 닥치는 회색빛 괴물들의 물결.

그리고 그걸 틀어막는 사람들.

오늘이 그날인가 보다.

온갖 어그로를 다 끌어주는 집단이 집 근처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그땐 편했었는데. 내가 왜 여기 왔을까? 잘한 짓인가? 불안감이 몰려온다.


[집중해라. 처음 겪는 단체 전투다. 말해봐라.]

“시야는 넓게, 손은 빠르게, 보폭은 짧게.”

[잊지 마라.]


손에 들린 빠루가 전보다는 가벼워졌다. 합류한 지 일주일, 팀원들의 도움으로 이제는 근육이 붙기 시작해서 얇지만 단단한 팔뚝에 소매를 내리며 숨을 골랐다.

그래도 이걸로는 부족하다.


[동기화 50%.]


손에 들린 쇳덩어리의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가벼운 나무 막대기를 든 것 같다.

동기화는 태창이 형의 힘을 빌려오는 기술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다.

내가 몸을 회복하고 운동하면 강해지듯이 태창이 형도 운동하고 몸을 단련하면 내게 빌려주는 힘이 강해진다.

회사에서 키보드만 두들기는 사람의 몸이 근육질이 된다며 불평하면서도 형은 나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나도 할 수 있다.


“긴장하지 마라. 우리가 할 일은 입구를 넘어오는 놈들을 틀어막기만 하면 된다.

그마저도 얼마 없을 거다. 괴물 같은 사람이 위에 있으니까.”

“...네.”


새치 아저씨는 내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절대로 멀리 떨어지지 말라며 내 옆에 섰다.

위쪽을 흘끗 보니 남들보다 머리가 하나는 더 큰 경비대장이 방벽 위에 보였다.


“..풀 플레이트 갑옷?”

“ 인간 흉기지.”


경비 대장은 영화에서나 봤었던 전신 갑주를 착용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완전히 다 가린 건 아니지만 관절 부위를 제외하곤 머리마저도 오토바이 헬멧에 쇳덩이를 용접해 기사의 투구처럼 만들어 놨다. 그래 마치 기사처럼 보인다.


“다들 하던 대로 해라. 등 보이는 새끼들은 감점이다!”


평소 장난기 있고 가볍던 말투가 아니다. 전장에서 명령하는 장군과 같은 기세였다.

검문소에 있는 모두는 긴장으로 말이 없이 조용했다. 함성이나 사기를 끌어올리는 말조차 없었다. 모두가 합판과 철판으로 보강된 대형버스만을 조용히 주시했다.


“살수! 다 뿌려!”


방벽 위에 설치되어져 있던 호스에서 굵은 물줄기가 검문소 밖으로 뿜어져 나간다.

다리로 접근할 수 있는 거대 교차로를 물바다로 만들 기세였다.


끄아아아아악!!! 끄어어어어어!

“석궁 쏴! 거리에 들어왔잖아! 대가리를 맞추라고!”


두근.. 두근..

심작 박동이 빨라지며 굳건해 보이는 입구 뒤에서 전투가 시작된 소리가 들려왔지만 외부 인력이자 자원부대인 우리는 대기했다.

드드드....

바닥을 통해 올라오는 진동이 심상치 않다. 얼마나 많이 온 거지? 이렇게 느껴질 정도면...


내 세상의 밤과 낮은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다르다. 낮이었다면 물에 닿은 괴물들은 녹아내리는 촛농처럼 흐믈흐믈 해지지만 강력한 아군 중 하나인 해가 사라진 밤이라면..


쾅! 쾅! 쾅! 끄어어어어!!!


무수하게 많은 주먹이 철판 위를 처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개방! 문 열어!”


버스의 바퀴가 움직이며 입구가 살짝 열린다. 그리고 그 너머로 수많은 붉은 눈들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광기에 차오른 붉은 점들과 악의가 담긴 수많은 휘적이는 회색 손들.

마치 지옥의 입구를 비집고 나오려는 악마들 같았다.


“...으으으... 우린 다 죽을 거야.”

“닥쳐. 병신아. 무조건 살아남아라. 너 때문에 점수 깎이면 내 손으로 죽일 거다.”


옆에 있던 다른 팀에서 약한 소리가 나오자 그 팀의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다그쳤다.

동기가 점수이건 뭐건 상관없다 옆에 다른 사람이 있어 준다는 것 하나만으로 나는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끄어어어어!!! 끄..엑!”


첫 번째 놈이 입구를 통과하려 하다 버스 앞면에 용접된 철판에서 쇠꼬챙이가 튀어 나가 놈의 머리를 관통하고 다시 들어간다. 아 그래 버스 안쪽 공간에도 사람이 있었지.

저건 관문이자 그 자체로 무기였다.

그럼에도 그렇게 처리하기엔 너무 숫자가 많다. 결국 서로의 시체를 밟고 놈들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다 조져! 저게 다 경험치다!”


“나도 시발! 능력이란 거 얻어 보자! 비켜! 이 새끼들아!”


호전적인 사람들이 먼저 튀어 나가 각자 가진 쇳덩이들을 휘두른다.

공사판 망치, 도끼, 쇠 파이프를 개조한 창들. 21세기에 냉병기가 날아다니는 전투가 시작됐다.


“진우와 민지는 뒤로 빠지고 우진, 니가 중앙이다. 내가 오른쪽 상철이가 왼쪽이다. 라인 따라서 움직여라. 절대로 먼저 나가거나 뒤로 밀리지 마라.”


새치 아저씨의 말에 우린 진형을 짰다. 그리고 다른 팀들에 맞춰 너무 앞서가지도 밀리지도 않게 유지하며 달려오는 백귀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당연 압권은 문신 형님이었다. 인간 분쇄기, 도살자인 거 같이 형님의 양손에 들린 쌍도끼가 휘둘릴 때마다 백귀 대가리가 하나씩 쪼개졌다.


발로 차고 물려고 오는 놈에겐 두텁게 껴입은 팔목을 대주어 그대로 도끼로 내려찍는다.

혼자서 맡은 구역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그 뒤에서 민지 누나가 물총과 기다란 창으로 견제 중이었다.


빡! 빡! 빡!

나 또한 쇠 파이프로 앞 열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놈들의 무릎을 후려치며 놈들의 전진을 막았다.

새치 아저씨의 망치에 대가리를 얻어맞고 쓰러진 놈이 아저씨의 다리를 물려고 하는 걸 내려치는 등 정신 없이 빠루를 휘둘렀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점차 지쳐간다.


“헉... 헉... 얼마나 오는 거야..”

“창동 쪽 전진 기지에서 감지 하지 못한 호드 무리다.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야. 조금만 버텨라.”


괴물들은 서울 중심부에서 멀어질수록 그 밀도가 줄어들었다.

지금도 서울 외곽으로 뻗어나가는 뒤쪽 노원역이 아니라 도심으로 들어가는 창동 쪽에서 괴물무리들이 뻗어 나온다. 도대체 저 안쪽엔 뭐가 있는 거지? 이렇게 많은 백귀 무리가 뭉쳐 다닐 정도면 그쪽은 사람이 살 수 없을 거 같은데.

신기하게도 중심부에도 사람들이 모인 단체들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빡! 빡!

신들린 듯 야구 배트를 휘두르며 백귀 대가리를 깨던 상철이 형에게 동시에 두 놈이 양쪽에서 노리려는 모습이 내 눈에 보였다.

언제나 시야는 넓게 잡는 습관을 들이는 연습 중이기에 뒤쪽에서부터 서서히 거리를 유지하며 다가오려는 놈들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어 난 급하게 민지 누나의 창을 낚아채어 앞으로 뻗었다.

푹!


놈들 중 한 놈의 목에 창을 꽂고 안심하려는 찰나.

끼이익... 텁

목에 꽂힌 창을 따라 미끄러지며 내 손가락을 물었다.

까드득.

두터운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치악력이 상당했는지 통증이 일 정도였다.

눈가를 찡그리며 창을 놓고 빠루로 놈의 머리를 빠르게 쳐내었다.

다행히 뚫리진 않아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동기화 51%

휙!


내 바로 눈앞으로 쇠로 된 야구방망이가 지나갔다. 뭐지? 내 의사와는 상관 없이 아주 조금 뒤로 젖혀진 고개로 인해 간발의 차로 지나친 방망이에서 시선을 걷어 이걸 휘두른 자를 처다 보았다.


“내 경험치 스틸하지 마라.”

“....상철이 형?”


자신을 도와준 날 향해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싸움 속 흥분, 살의, 광기마저도 비쳐 보이는 눈으로 날 바라보는데 정상이 아니다.


“니 멋대로 막타쳐서 내가 강해지는 거 방해하지 말라고. 애새끼야.”

“....[이런 개 씨발년이.]”


내 입을 통해 태창이 형의 의지가 튀어나왔다. 태창이 형은 진심으로 화가 난 것인지 그의 감정이 힘과 함께 전해져 온다. 가슴에서부터 올라오는 뜨거움은 내 감정이 아니다.

난 그저 잠깐의 당황과 두려움을 느꼈지만 태창이 형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뭐? 다시 말해봐?”

“[안개 처먹고 뵈는 게 없어졌냐? 그걸 대가리를 노리고 휘둘러?]”


일촉즉발의 상황.

나라면 상철이 형의 눈빛에 쫄아서 물러섰을 테지만 지금의 나는 동기화가 50%가 넘은 상태다. 태창이 형의 분노가 함께 하면서 나 또한 서서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죽진 않더라도 크게 다칠뻔했다. 방금 내 앞을 지나간 방망이는 백귀들을 내리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었다.


“그만! 상철! 심호흡해라. 뒤로 빠져! 진우 넌 입 닥치고 있어라!”


새치 아저씨의 중재에 상철이 형은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나를 바라 보았다.


“일단은 미안하다. 내가 흥분했다. 그런데 너 이따 보자.”

“...[꼭 보자. 시발새끼야.]”


아... 태창이 형.. 그만.

전투에 대한 흥분치고는 과도했다. 팀원을 향해 무기를 휘두를 정도로 고양된 사람은 우리 뿐만이 아니었다.


“야! 저 새끼 잡아! 너무 나갔잖아!”

“이 새끼야 어디다가 도끼 휘둘러! 눈깔 똑바로 안 떠?”

“물렸다! 이놈 물렸어! 죽여야 해! 막지마! 이놈 변하기 전에 죽여야 한다니까!”


곳곳에서 균열이 일어난다.

밤에 안개는 낮보다 지독하다. 몰려드는 정신 압박과 망상들이 잠깐의 전투로 떠밀듯이

광기로 충동질한다.


“살수! 애들 좀 적셔라 다들 흥분했네.”


위에서 경비대장의 명령에 검문소 내부로 물이 뿌려진다.

차가운 물 온도와 안개와는 상극인 특성으로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과도하게 올라왔던 감정들을 도로 삼키기 시작했다.


“요새 다들 먹고 살 만해졌나 봐? 점수가 남아돌아서 서로한테 칼질하는 거지?”


경비 대장의 가벼운 소리에 과열되었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순간의 적막 그 사이로 작은 울림이 들려왔다.


쿵...쿵......

또 다른 진동이 땅을 타고 올라온다. 많이 줄어들어 검문소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백귀 사이로 반대편이 보였고 그 빈 공간으로 멀리서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보미다! 대장! 어보미가 옵니다!”

“나도 보여 임마. 소리치지 마. 동철아! 지휘 맡아라. 난 저거 마중 나간다.”

“병장 장동철. 예 알겠슴돠.”


회색 백귀들이 뭉쳐 2m에 이르는 끔찍한 괴물이 검문소로 다가오고 있었다.

방벽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2 대장이 방벽에서 뛰어내려 달려갔다.


등에는 대형 망치가 있음에도 두 주먹에 끼운 쇠 장갑만으로 백귀들을 거슬러 올라갔다,

가볍게 올려 친 백귀가 날아올라 떨어져 내린다. 가까이 다가가 이빨을 들이밀던 놈의 턱에 주먹이 쑤셔 박혀 대가리가 그대로 터져 나갔다.

2 경비대장. 능력자라 불리는 인간 전차가 거인을 향해 거침없이 다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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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능력의 급수 24.09.04 30 2 13쪽
22 익숙한 천장 +1 24.09.02 30 3 12쪽
21 양날의 검 +1 24.09.01 35 3 13쪽
20 어그로 +1 24.08.30 40 2 13쪽
19 둥지에서의 하룻밤 24.08.29 33 3 13쪽
18 꿀벌들의 일과 24.08.27 36 3 12쪽
17 능력과 경험치 24.08.26 37 2 14쪽
16 출항과 옆집 늑대들 24.08.25 35 2 13쪽
15 어른의 사정 +2 24.08.23 44 2 12쪽
14 바뀐 대가리 +1 24.08.22 39 2 12쪽
13 철창 속 정화 24.08.20 40 2 12쪽
12 정리와 침식 24.08.19 46 2 12쪽
» 야간 전투 24.08.18 46 2 13쪽
10 마석 24.08.16 46 1 13쪽
9 첫 번째 임무 24.08.16 54 2 12쪽
8 합류 24.08.13 56 3 12쪽
7 다중이 24.08.12 60 3 12쪽
6 검문소 24.08.10 63 2 13쪽
5 우리 집 24.08.09 71 2 14쪽
4 안전 귀가 24.08.06 85 3 12쪽
3 동기화 24.08.05 104 6 13쪽
2 튜토리얼의 끝 24.08.04 129 5 12쪽
1 삼위일체 24.08.04 18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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