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이드(Dec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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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줌미소
작품등록일 :
2024.08.04 21:47
최근연재일 :
2024.09.0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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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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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류

DUMMY

정신계통? 능력자를 분류한다는 말이다.

오고 가며 어깨너머 사람들 사이에서 능력자에 관해 들은 게 있긴 하다.

벌집에서도 알려진 능력자는 3명. 1 경비대장 그리고 눈앞에 근육질 아저씨,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는 땡중이라 불리는 남자.

벌집에 사람이 대략 500명은 넘는다고 가정하면 능력자라는 건 상당히 희귀하다는 소린데...

태창이 형이 둘을 상대하는 동안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에겐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다중인격이라,,, 그래 버틸 수 없는 현실에서 방어 기재로 다른 인격을 만들어 냈다는 건가?”

“가능성은 충분하지.”

“하지만 대장 저놈이 쇼하는 걸지도 모르잖소? 상황 봐가며 미친 척하는 걸지도.”

“내가 멍청해도 눈치는 빨라요. 자기야. 쟤 얼굴 표정이랑 아까와는 다른 움직임을 봐봐. 여차하면 튀어 나갈 거 같은 앉은 자세와 계속 퇴로가 될 만한 곳으로 눈알 돌리고 있어. 아까 같은 어벙했던 모습이 아니잖아.”

“흠.. 대장이 그렇다면야. 어이 몇 가지 질문 좀 하지.”


새치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고 그의 질문이 이어졌다.


“거기 안에 몇 명이나 들어있냐?”

“[답할 이유가 없다]”

“서로가 서로를 인식하고 있나?”

“[답할 이유가 없다,]”

“이진우라 했나? 그 아이는 사태 이전에 정신 병력이 있었나?”

“[답할 이유가 없다.]”

“.... 뭐하자는 거냐? 너 이 기회를 잡고 싶은 건 맞냐?”

“[드디어 대화가 되네. 당신들에게 뭘 줘야 하고 난 뭘 받을 수 있나?]”

“? 뭐여? 얘기 된 거 아니었어?”


그 말에 잠자코 지켜보던 경비대장이 거대한 몸을 앞으로 당기며 웃음 지었다.


“미안해. 박 사장. 내가 마음이 급해서 자기 먼저 불렀어. 일단 자기는 충분히 상황을 이해했으니. 그래. 다중아... 근데 넌 뭐라 불러야 하냐? 진우는 아니잖아?”

“[...일단은 태창이라 불리는데.]”

“그래. 어쨌든 너도 진우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겠지? 그리고 능력에 대한 것도 자세히 알고 싶겠고 말이야. 내가 제시 할 건 내 눈 아래서 보호와 어린 진우가 무사히 성장할 기회다. 키 많이 커야겠네? 어때?”

“[우리가 줘야 할 건?]”

“간단한 충성과”

“[그리고?]”

“끈적한 전우애.”

“[... 군인 출신이요?]”

“이제와서 군인은 무슨 그냥 살려고 발악하는 탈영병이지.”

“[,,, 대답할 시간을 줄 수 있나?]”

“당연하지. 식구로 들이려는데 시작부터 강제할 수는 없잖아?”

“[일주일 후에 다시 오지. 우리 쪽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벌집 내에 상황을 알아야 견적이 나올 거 같은데?]”

“... 그 말은 내 호의를 받다가 그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주고 받는 게 확실하다면 손을 안 잡을 이유 찾기가 더 힘들것 같은데?]”

“... 그렇지. 마음에 드는군. 그래 태창이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진우. 잘해 보자고?”


손바닥조차 단단해 보이는 커다란 손이 책상 위를 가로질러 왔다. 그 커다란 손과 내 작은 손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방금 전의 대화를 복기했다.

대화가 너무 빠르다. 태창이 형과 경비 대장은 서로를 잘 알았던 것처럼 막힘없이 대화를 끝마쳤다. 좋게 끝난 건가?


“아 그리고 다시 진우 좀 불러줘 봐. 너랑은 대화는 편한데 말이야. 그 모습으로 반말 찍찍 들으니까 기분이 영 아니네?”

“[... 사과하지. 처음부터 있어 보이려고 허세 좀 부려봤으니,]”

“응? 으하하하... 이거 물건인데? 편의점에서 생각 없이 고른 하드가 1+1이라고 하나 더 받은 기분이야. 좋아. 좋아.”


심장에서 뻗어 나오던 기운이 다시 갈무리 되돌아가는 느낌이 일더니 점차 몸에 통제권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경비대장과 맞잡은 손에 감각이 돌아오며 생각보다 더 강한 압박감에 다시 오금이 조이며 긴장이 올라갔다.


“진우냐?”

“네... 그..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애 다운 맛이 있어야지. 지금이 더 보기 좋네. 그 태창이란 놈이랑 잘 상의해서 삼촌이랑 잘해 보자,”

“감사합니다.”

“자~ 얘기는 잘 끝났고. 난 얻고 싶은 건 얻은 거 같으니 남은 건 둘이서 잘 맞춰봐. 저기 박 사장 말 잘 들어라. 삼촌이 벌집에서 가장 신뢰하는 아저씨니까. 그리고 자기도 너무 압박 주지 말어. 길게 보란 말이야. 식구가 될 아이니까.”


그 말을 끝으로 경비 대장은 미련 없이 자리를 비켜줬다.

한 방에 같이 남은 새치 아저씨와 나는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벌집 상황에 기본적인 건 아냐?”

“아뇨. 그냥 대충만 알아요.”

“가르칠 게 많겠군. 똥 싸는 놈 치우는 놈 따로 있다니까. 젠장. 그래 시간이 필요하다고?”

“예. 집 정리하고 와야 하니까요,”

“일단은 기본적인 건 듣고 가라.”


그 후로 한참을 새치 아저씨와 대화하고 경비대장의 세심한 관심을 받으며 무사히 검문소에서 나올 수 있었다.


“원래라면 물물교환하고 밖을 나올 때 꼬리가 붙을까 봐 쫄렸는데...”

[확실하게 뒤를 봐주는군. 샛길로 조용히 내보내는 거 보면 다른 놈들이 안 꼬이게 신경 써주는 거 같다. 제안에 진정성은 있어 보이네.]


검문소의 커다란 양쪽 정문이 아닌 다리 밑면에 설치해 둔 판잣길을 통해 조용히 나올 수 있었다.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가 더 위험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그런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은 밖이다. 우선순위는?]

“... 안전 귀가.”

[그래 집에 도착해서 생각해도 늦지 않아.]

“확인. 혹시 모르니 좀 많이 돌아갈게요,”

[좋은 자세다.]


집주변에서 뺑뺑이를 실컷 돌다가 해가 거의 저물어 갈 때쯤에 집에 들어갔다.


.....

.....


퍼억~ 퍼억~

“헉... 헉... 우악!”

[그게 아니라니까. 주먹을 뻗어서 미는 느낌이 아니라 치고 빠지는 느낌이라고. 힘 빼봐. 잘 봐.]


심장에서 차가운 기운이 퍼져나오며 내 주먹이 허공을 가른다. 노렸던 타점에 정확히 멈추며 샌드백을 치고 빠졌다.


팡! 팡!


실려있던 온전한 힘을 전달하고 회수되는 주먹을 보며 어떻게 쳐야 하는지 알 거 같다.

단순히 보는 것만 아니라 몸으로 직접 느끼기에 나의 훈련 속도는 매우 빨랐다.


[힘으로 치는 게 아니라 속도로 치는 거다. 뻗은 속도를 타점에 정확히 전달하고 온다는 느낌으로.]

“...복싱에 유도에... 한 번에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니에요?”

[최대한 기본적인 것만 속성으로 배워왔다. 실전에 쓸 수 있는 것만 알려달라 했을 때 관장들 얼굴이 어땟는지 아냐? 쪽팔려 뒤지는 줄 알았다. 나이 처먹고 싸움 잘하게 해주세요. 묻는 게 쉬운 줄 알아? 닥치고 해.]


검문소에서 나온 후 우리 집 같은 층에 한 집을 비우고 체력단련실로 이용했다.

근처 복싱장에서 가져온 샌드백을 달고 아령이나 운동기구를 들어 올리며 일주일간 최대한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식량을 얻어 올 수 있어서 일주일간 먹을 거 걱정 없이 운동만 했다.

본래라면 부족했겠지만 내 사정을 알았는지 경비대장이 따로 챙겨준 가방을 새치 아저씨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었다. 지원이 매우 빵빵하다.

이거 이거 이 사람이랑 같이 안 다닐 이유가 없는데?


벌집의 상황은 대충 들어서 알게 되었다.

사태가 터지고 벌집은 빠르게 주변의 모든 물자들을 흡수해서 안정적이었다고 한다.

내부에서 밭을 만들어 식량을 생산할 기반을 마련했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기술자나 전문직 사람들도 부족하지 않았었다.

그게 문제였다고 한다.


괴물을 잡으면 사람은 미지의 힘을 얻는다. 그리고 점점 강해진다.

벌집은 너무 안정적이었다.

외부에서 목숨 걸고 살아남는 생존자들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점점 강해진다.

반면에 벌집은 정체되어 있고.. 이제는 전투 인원과 비전투 인원이 눈에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구분 되어졌다고 한다.


안정감에 젖어버린 내부에 변화가 필요했고 외부의 인력을 엄선해서 천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확실한 신원확인과 인,적성검사로 선별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끊이질 않는다고 하고.

그러다가 내가 찾아갔다. 신원 확실하고 무엇보다 능력자일 확률이 높은 인재가.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인력들이 원래 있던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줄 정도인 상황에서 벌집 내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각자 무리의 힘을 키우는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제 2 경비대장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그 보디빌더 아저씨한테 붙는 게 나을까요? 이렇게 챙겨주는데?”

[결정은 다 알아보고 해도 늦지 않다. 그래서 대답을 미뤘잖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해 봐야지.]

“서운해 하지 않을까요? 우릴 좋게 봐주잖아요.”

[그놈이 내민 건 거래지. 인정이 아니야. 서로 이해관계가 맞으니 알아보는 단계를 가지자는 거고 아니면 갈라서면 된다.]

“그래도 이렇게 받은 게 많은데...”

[사람 다루는 데 익숙한 놈 같네. 군인 출신이라 했으니 중대장쯤 해 먹었었나? 하루 만에 너에게 부채감을 느끼게 만들다니.]

“에? 무슨 말이에요?”

[샌드백이나 계속 치라고 일주일 금방 간다. 집 떠날 준비 확실히 해라.]

“.... 맨날 지만 아는 얘기만 해,”

퍽! 퍽!


태창이 형도 앞으로의 도전 때문에 본인의 일상을 최대한 정상화 시키길 원했었다.

그래서 일주일간 동기화를 풀고 온전히 아파트 내에서만 먹고 자고 운동만 했다.

그리고 일주일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물품을 정리하고 집 안을 청소했다. 아마도 다신 올 일이 없는 집이었지만...

최대한 깨끗하게 치웠다.


“다녀오겠습니다.”


거실 벽면에 매달린 초라한 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하고 거대한 가족사진을 보며 작별 인사를 올렸다.

다른 세상의 가족은 잘들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 세상의 가족은 생사를 모른다.

살아남기엔 힘든 세상이지만 그래도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

살아있다면 만날 수 있겠지.

친형은 운동도 잘 하고 공부도 잘 했으니.. 아마 살아남는 것도 잘하지 않을까?


2014년 3월 16일. 일요일. 난 집을 나왔다.

2024년 3월 16일 토요일. 다른 세상의 이진우가 나와 동행한다.



----------------

“오늘도 무사히. 점수보다는 목숨을 먼저 생각하란 말이야. 뒤지면 점수고 뭐고 없어!”


검문소에 합류한 다음 날 아침부터 난 임무를 부여받았다.

아침 해가 떠오르자마자. 2 경비대장은 외부로 나가는 작전 인원들을 불러모아 아침 조회와 인원 파악을 하고 사기를 독려했다.

미리 맞춰둔 대로 난 검문소 내에서 머물 자리를 배정받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새치 아저씨의 팀으로 배정받았다.


벌집에 일원으로 외부 사람이 들어가기 위해선 점수를 쌓아야 한다.

밖에서 필요한 물품을 조달한다던가. 세상을 떠도는 구할 만한 생존자들을 구조하여 이 근방에 정착 시켜주는 행위로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1년간 변해 버린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남은 벌집은 확장을 원했고 이제는 자원보다는 사람을 더 원하고 있었다.


새치 아저씨를 중심으로 나름 포함해 5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새로 받은 애다. 이름은 이진우고 내가 ‘직접’ 챙겨야 하는 애다.”

“이놈 뭔데? 왜 갑자기 끼는데? 벌집 내부에 아는 사람 있나?”

“걱정하지 마라. 니들 차례 뺏으러 온 놈 아니니까. 경비대장이 신경 써서 챙기는 애다.”

“김호철이? 그놈이 이런 특혜를 준다고요? 오직 실력과 성과주의만 있는 새끼가 애를 챙긴다고?”

“자세한 건 묻지 말고 궁금해 하지도 마라. 이 애 죽거나 다치면 얻은 점수 어떻게 해서든 다 까버린다고 2 대장이 전해 달라더라.”

“이런 시발. 애새끼를 보내 놓고. 어쩌고 어째? 이건 받아들이기 힘든데요?”

“대신 얘 있는 동안 무조건 가장 안전한 작전만 골라 줄거다.”

“... 안녕. 진우야. 난 상철이야. 최상철. 우리 잘해 보자.”


내가 새치 아저씨 팀에 합류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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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능력의 급수 24.09.04 30 2 13쪽
22 익숙한 천장 +1 24.09.02 30 3 12쪽
21 양날의 검 +1 24.09.01 35 3 13쪽
20 어그로 +1 24.08.30 40 2 13쪽
19 둥지에서의 하룻밤 24.08.29 33 3 13쪽
18 꿀벌들의 일과 24.08.27 36 3 12쪽
17 능력과 경험치 24.08.26 37 2 14쪽
16 출항과 옆집 늑대들 24.08.25 35 2 13쪽
15 어른의 사정 +2 24.08.23 44 2 12쪽
14 바뀐 대가리 +1 24.08.22 39 2 12쪽
13 철창 속 정화 24.08.20 40 2 12쪽
12 정리와 침식 24.08.19 46 2 12쪽
11 야간 전투 24.08.18 46 2 13쪽
10 마석 24.08.16 46 1 13쪽
9 첫 번째 임무 24.08.16 54 2 12쪽
» 합류 24.08.13 57 3 12쪽
7 다중이 24.08.12 60 3 12쪽
6 검문소 24.08.10 63 2 13쪽
5 우리 집 24.08.09 71 2 14쪽
4 안전 귀가 24.08.06 85 3 12쪽
3 동기화 24.08.05 104 6 13쪽
2 튜토리얼의 끝 24.08.04 130 5 12쪽
1 삼위일체 24.08.04 18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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