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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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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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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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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대적할 수 없는 힘

DUMMY

어제 오후,

평소라면 나보다 먼저 도서관에 도착해있을 지수가 보이지 않았다.

바쁜 일이 있나 보다는 생각으로 별생각 없이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데.

그제야 학교 앞 벤치에 앉아있는 지수가 눈에 들어왔다.


때마침 배가 고프기도 해서 가까이 다가가니,

내가 상품으로 받아준 워크맨을 듣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뭔가 평소와는 좀 달랐다.


"뭐야? 너 왜 울고 있어?"


나를 본 지수가 황급히 눈물을 닦았다.


"그... 그런거 아니야. 헤헤. 공부 다 하고 집에 가는 거야?"

"...응. 넌 공부 안 하고,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데?"

"그냥... 바람이 시원해서."


평소에 눈치 없다는 말을 자주 듣긴 했지만,

본능적으로 무슨 일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밥 안 먹었지?"

"...응."

"가자. 밥 사줄게."

"아니야. 난 배 안 고파."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밥 사준다고 하면, 밥순이 마냥 좋다고 따라오던 애였는데.

확실히 평소와는 다르다는 확신이 들었다.


"너는 안 고파도. 나는 배고파. 혼자 밥 먹기 그러니까. 같이 가서 앉아라도 있어."

"·····"


싫다는 지수를 억지로 끌고 미숙이네 두루치기에 도착했다.


"할머니 두루치기 5인분이요. 밥도 바로 볶아 주세요."

"그려."


자주 와서인지.

미숙이 할머니는 더 이상 우릴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맥주 마실래? 아님, 소주?"


지수와 둘이서는 한 번도 술을 마셔본 적이 없었지만, 오늘은 술을 한 잔 마셔야 할 것 같았다.


"...소맥."

"이야, 엠티가서도 그렇게 마셔대더니, 네가 이제 술맛을 좀 아는구나."

"그런 거 아니거든!"

"그럼, 뭔데?"

"·····"

"그래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그냥 마셔. 오늘 마시고 죽자!!"


일부러 더 과장해서 소리치는 나를 보더니,

지수가 푸훗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마시면 마시는 거지. 죽긴 왜 죽어."

"근데 너 그 워크맨 잘 가지고 다니더라?"

"웅. 이거 좋아. 헤헤."

"내가 힘들게 받아준 건데. 밥이라도 한번 사줘야 하는 거 아냐?"

"밥은 평생 너가 사주기로 했잖아. 그리고 이거 때문에 내가 어? 노트도 빌려주고 어? 리포트도 대신 써주고. 어? 대출...은 목소리 때문에 못 해줬지만, 아무튼 기억 안 나?"


기억이 나긴 하지.

근데, 내가 밥을 평생 사주기로 했다고?

나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내가 한 말을 이상하게 이해한 것 같다.


"그래서 밥은 안 사주시겠다?"

"안 사는 게 아니라. 당분간 못 사."

"와, 과외로 돈도 많이 버시는 분이. 고작 밥 한끼를 못 산다고? 공부한다고 딱히 돈도 안 쓰는 것 같더만."

"그렇긴 한데. 빚이... 생겼어."


고작 소맥 2잔을 마시고 얼굴이 분홍빛으로 물든 지수의 눈에 갑자기 눈물이 맺혔다.


"설마, 나 몰래 주식이라도 한 거야?"


흠... 주식 같은 거 하는 애는 아닌데.


"아니면,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지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뭔데? 아, 답답하니까. 말 좀 해봐."


말하지 않고 버티던 지수는 계속되는 추궁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결국 입을 열었다.

모든 사실을 전해 들은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8천만 원짜리 도자기를 깼는데도.

파티에 같이 가주는 조건으로 무마시켜 준다 했다고?


분명 상식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그것도 본인의 도자기가 아닌 아버지의 도자기라고 하지 않는가.


마침 그 파티가.

낮에 최진성이라는 놈이 찾아와 가입하라고 했던 모임과 같은 장소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일단 한번 참석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곳에 오자마자.

자랑삼아 지껄이는 저들의 대화에서 모든 전말을 알게 되었다.


"뭐... 뭐야 너 눈이 왜 그래?"


붉게 물든 눈을 마주한 임병주가 흠칫 놀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주먹은 왜 그렇게 말아 쥐고 있는 건데?"


파티에 참석한 여자들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등 뒤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다른 이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내가 흉흉한 분위기를 뿜어내자.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이다.


"한국대 법대생이라는 새끼가. 동네 양아치나 하는 짓거리를 하고 다니다니, 개가 웃을 일이군."

"뭐야 인마? 너 선배한테 그...."


퍼억!!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주먹에 얻어맞은 임병주가 뒤로 날아가 테이블과 함께 쓰러졌다.


"너... 너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고개를 돌려 내 팔을 붙잡고 있는 최진성을 지그시 내려봤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그가 잡고 있던 팔을 슬그머니 다시 내려놨다.


저벅저벅-


쓰러진 임병주에게 걸어갔다.

최진성의 머리를 움켜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크악. 너... 이새끼.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감히 나를 때려?"


피식-


"왜? 아빠한테 가서 이르게? 가서 일러봐. 이 양.아.치 새끼야!"


쾅!!


"우웨엑!!"


복부를 얻어맞은 놈이 노란 액체를 게워냈다.


"다들 보고만 있지 말고 쟤 좀 말려!"


앞뒤 없이 무작정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에 최진성이 소리치자.

프라이어스 클럽 주위를 지키고 있던 가드들이 바람처럼 달려왔다.


"그만하시죠!"


빠르게 다가온 가드 중 하나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임병주를 후려치던 내가 슬쩍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놔!"

"소란 피우시면, 저희도 무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할 수 있으면, 해보든지."


피식 웃는 내 모습에 가드가 와락 인상을 찌푸리더니, 함께 온 이들에게 소리쳤다.


"이 새끼 당장 끌어내. 필요하면,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


주먹을 강하게 휘둘러 임병주를 저 멀리 날려 보낸 내가 히죽 웃으며,

방금 명령을 내린 가드를 향해 달려갔다.


"뭐... 뭐야?"


당황하는 가드를 향해 내가 주먹을 날렸고,

주먹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가드가 그대로 뒤로 퉁겨져 날아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달려오던 가드들이 순간적으로 경직된 채 내 눈치를 살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내가 소리쳤다.


"우리 할아버지가 대한그룹 장우진 회장인데. 그래도 덤빌 자신 있는 놈들은 전부 덤벼!"

"대... 대한그룹이라고?"

"괜히 잘 못 건드렸다가 x 되는 거 아냐?"


늑대 무리 한가운데 서 있는 호랑이와도 같은 위압감은 둘째 치고서라도.

입에서 나온 배경만으로도 가드를 포함한 새결회 참석자들은 누구도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


침묵 속에서 임병주와 쓰러진 경호원의 신음만이 간간이 울려 퍼졌다.


그러다 최진성이 쭈뼛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라도 말해줘야 하는 거 아냐?"

"왜 그러냐고?"


손바닥을 넓게 펼쳐 최진성의 얼굴을 핸드볼 공처럼 움켜잡았다.

그 상태로 놈을 끌어당겼다.


"으으읍. 이.. 이버놔!"


얼굴을 뒤덮고 있는 손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잘 들어. 네놈들이 수작질을 부렸던 여자가 내 친구다."


그것도 회귀 전, 내가 큰 은혜를 입었던.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그대로 최진성을 뒤로 밀어버렸다.


콰당!


어느 정도 힘 조절을 한 덕분에 머리가 깨진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큰 충격을 받았는지.

머리통을 부여잡은 최진성이 한참을 낑낑거렸다.

쓰러진 최진성과 임병주를 무심한 눈길로 내려보던 내가 마지막으로 그들을 향해 말했다.


"신고하고 싶으면 신고하고, 아빠한테 이르고 싶으면 일러도 좋아. 누구 집안 힘이 더 센지 한번 붙어보자고. 아, 참고로 이곳에서 늬들이 나눴던 대화는 저 위에 설치된 카메라에 전부 찍혔으니까. 참고해. 그 가루인지 뭔지 하는 것까지 싹다."


말을 마친 내가 신호를 보내자.

밖에서 대기 중이던 사람들이 들어와 천장 곳곳에 설치된 캠을 수거했다.

아직은 기술 개발의 한계로 몰래카메라라고 하기엔 부피가 컸지만,

미리 교묘하게 숨겨둔 덕에 이곳에 있던 이들 중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이들을 뒤로하고, 당당하게 걸어서 프라이어스를 빠져나왔다.

그런 내 앞을 가로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이 녀석아. 대체 무슨 사고를 그렇게 치고 다니는 게야!"


김성재 실장한테 보고받았는지.

집에 들어오자마자 할아버지의 호통이 쏟아졌다.


"별일 없을 거예요."

"급진당 대표인 최일태 의원 아들은 그렇다 치고, 임진만 총장 아들을 묵사발로 만들어놨는데도 별일이 없을 거라고?"

"제 놈들이 한 짓이 있는데. 생각이 있으면, 공론화하진 않겠죠."

"이놈아. 이번 일을 공론화하진 못해도. 다른 일로 트집을 잡을 수도 있다는 건 왜 생각을 못 해."


할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래봐야. 할아버지가 준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놈들이잖아요. 저들이 움직이면, 할아버지도 가지고 있는 장부 몇 장 찢어서 신문사에 보내면 되는 거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어이없다는 듯.

깊은 한숨을 쏟아냈다.


"그런 장부는 장부로 있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거고, 그걸 개봉하는 순간. 오히려 더 큰 화를 당하게 될 거라는 걸 정녕 모르는 게냐."

언젠가 TV 드라마에서 들어본적 있는 듯한 대사였다.

"그래도 별일은 없을 겁니다. 만약 이걸로 저들이 공격해오면, 이참에 싹 갈아 치우면 되죠."

"세상이 전부 네 마음대로 되기라도 한다더냐.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너무 설치지 말고, 당분간 자중해."

장우진 회장은 매번 앞뒤 재지 않고 사고를 치고 다니는 손자가 심히 걱정스러웠다.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지 않나.

·····

.

.

.

.

한참이나 할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은 후,

방으로 돌아온 내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임병주를 묵사발로 만든 것보다.

할아버지의 잔소리가 심적으로는 더 힘들었다.


그러다 문득.

돈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그다지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들이 꼼짝하지 못하도록 증거를 확보해야 하고, 할아버지의 잔소리도 들어야 하며, 혹시라도 있을 뒷일까지 신경 써야 했으니까 말이다.


역시 돈의 권력도 권력이지만,

정치권력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지금은 죽고 없는 박희정 대통령이 가졌던 독재 권력 같은 것 말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게 될 텐데.

힘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그런 나를 보고만 있을 리 만무했다.

본래 사람이라는 동물은 누군가가 자신보다 큰 빵을 가지고 있으면, 빼앗고 싶은 것이 본능이니까.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그런 거대한 힘이 필요했다.


밤이 깊어지는 것도 잊은 채.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해 앞으로의 계획을 수립하고, 또 수정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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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히 대적할 수 없는 힘 +4 24.09.11 2,166 36 11쪽
37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3 24.09.10 2,274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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