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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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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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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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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비수가 꽂히다

DUMMY

"장태준!!"

내 얼굴을 본 천도희가 발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하하, 오랜만입니다. 할머니. 그동안 별고 없으셨죠?"

"그렇게 불러도 안 오더니, 어떻게 소식은 들었나 보구나."

"모를 수가 없죠. 대한그룹 아들의 난(亂)이라고 전국이 떠들썩한데. 아휴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있어야죠."

"부끄러워도 조금만 참거라. 이제 곧 깨끗하게 정리될 테니까. 아참 그룹에서 대한생명과 전자를 비롯한 중공업 계열이 떨어져 나갈 테니. 이참에 새로운 그룹 이름이나 생각해 두는 게 어떻겠니? 대한그룹이라는 이름은 이제 사용하기 힘들테니."


이미 천도희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표정을 짓고있었다.

그와 반대로 할아버지는 얼굴이 달아오르다 못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저러다 금방 쓰러질 것 같은데.'


조금 더 천도희와 장기석이 의기양양해하는 모습을 눈에 담아두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할아버지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그룹이 둘로 쪼개질 일은 없을 거예요."

"푸핫, 네가 아직 상황 파악이 덜됐나 보구나. 나가서 성재한테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물어...."

"할머니가 우호 지분을 포함한 대한생명 지분 30%를 확보했다는 거요?"

"아... 알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상황을 아는데도 여전히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자. 천도희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가슴 한켠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석은 여전히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했다.


"크하하하, 지금이라도 고개를 숙이는게 어떠냐. 그러면 허접한 회사 하나 정돈 떼어줄지 모르지 않느냐."

내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역시 작은아버지는 순수하세요."

"뭐?"

"아니면, 그냥 멍청하신 건가."

"뭐야? 어린놈이 싸가지..."


장기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가 그들 앞에 무언가를 툭 내려놨다.


"이... 이건...."


다급히 서류를 집어 든 천도희의 눈이 급격하게 커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저들 앞에 내려둔 것은 10%에 달하는 대한생명 지분의 의결권을 내게 위임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였다.


"말도 안 돼. 대체 네 놈이 어떻게..."

"하하, 어쩌죠. 이걸로 주주총회에서 할머니와 작은아버지가 이길 가능성은 사라진 것 같은데..."

"빌어먹을. 감히 누구한테 이따위 허위로 조작된 문서를 내미는 거야!"


장기석이 벌떡 일어나,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소리를 질렀다.


"믿지 못하겠다면, 확인시켜드리죠. 할아버지 김 실장님 좀 불러주세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할아버지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재빨리 김성재 실장을 불러 위임장의 진위를 확인했다.

잠시 후, 회장실로 들어온 김성재 실장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 보이는 게.

대답을 듣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


"위임장은 사실입니다."

"크하하하하하. 이거 어쩌나. 정말로 그룹이 둘로 쪼개질 일은 없을 것 같다만."


나를 보는 할아버지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묻고 싶은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건 나중으로 미뤄두고 지금은 천도희와 장기석에게 당한 것을 그대로 돌려주는 게 먼저였다.


"크윽. 이 노망난 노인네야. 내가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성싶으냐?"

"그럼, 뭐 뾰족한 수라도 있나? 내가 듣기로 가진 주식을 전부 사채꾼들한테 저당 잡혔다던데. 곧 빈털터리가 될 준비나 하시지."


할아버지는 터져 나오는 웃음이 주체가 되지 않는지. 입꼬리가 아주 귀에까지 걸렸다.

하지만, 천도희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흥. 내가 가지지 못하는데, 네가 가지게 내버려 둘 것 같아? 내가 누구한테 지분을 맡기고 돈을 빌렸는지나 한번 확인해 보시지."

"흥, 그래봐야 사채꾼 중 한 놈이겠지."

"조성환!"

천도희가 뱉어낸 이름에 할아버지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 미친년이. 돈을 빌린 곳이 없어서 조가 그 돈 귀신한테 돈을 빌렸단 말이야?"

"이제 좀 감이 오지? 나와 기석이가 가진 지분이 조성환 그놈한테 넘어가면, 과연 그룹이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까?"

"사사건건 내가 하는 일마다 꼬투리를 잡겠지."


경영권을 가지진 못해도.

대주주로서 경영에 간섭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적당히 그룹을 나눠. 그럼, 우리도 조용히 물러날 테니까."

"빌어먹을!"


제대로 외통수에 걸렸다고 생각한 할아버지가 자신도 모르게 욕지기를 쏟아냈다.

하지만, 여우를 쫓으려다. 늑대를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버님 적당한 선..."

"누가 네놈 아버지야!!"

"크흠... 아무튼, 적당한 선에서 그룹을 나누시죠. 저희도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겠습니다. 중공업, 증권, 건설, 대한자산관리 정도면 깨끗하게 물러나겠습니다."

분명 저들이 가진 지분을 생각하면, 충분히 나눌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할아버지 입장에서도 그룹 핵심인 물산, 생명, 전자를 지킬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저들에게 그룹을 나눠주고 싶은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었다.

내 아버지와 엄마를 죽게 만든 년놈들.

똑같이 죽이지는 안 더라도 남은 생을 깊디깊은 지하 밑바닥에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가지고 온 서류 하나를 더 그들에게 내밀었다.


"...이게 무엇이냐?"

"제가 두분을 위해 준비한 마지막 선물입니다."


환하게 미소 짓는 모습에 천도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태준이 놈이 저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자신들이 꾸몄던 모든 일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자신의 그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 이걸 대체 네 놈이 어떻게...."


손을 부들부들 떨며 경악성을 쏟아내는 천도희의 모습에 할아버지가 냉큼 서류를 빼앗아 그것을 확인했다.

그러더니 놀랍다는 표정으로 서류와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이걸 정말 그 돈 귀신한테서 네가 받아 왔다는 거냐?"

"네."

"허어. 이런 걸 쉽게 내주는 놈이 절대 아닌데...."


저도 쉽게 받아 온 건 아닙니다.


[이런 날강도 같은 놈. 고작 주식 몇 개 찍어주고, 대한그룹 지배지분이나 마찬가지인 이 차용증을 내놓으라는 거냐?]

[에헤에. 잘 나갈만한 주식이라뇨. 대한전자는 몰라도 성진해운은 작년 5월부터 12월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연속으로 상한가를 친 전무후무한 종목이었는데요.]

[커험. 아무리 그래도 내가 천도희 그년한테 얼마를 빌려주고 받은 차용증인데 그걸 날로 내놓으라니. 어림도 없다 이놈아.]

[와, 이 할아버지 약속을 아주 휴지조각으로 여기시네. 정말 그러실 거예요? 지난번에 무슨 부탁이든 한 가지는 들어준다고 하셨잖아요?]

[부탁에도 정도라는 게 있는 거다.]


단호한 조성환의 대답에 공짜로 차용증을 얻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충분히 예상했던 대답이라.

아쉽지는 않았다.


[누가 공짜로 달래요. 돈 주면 되잖아요.]

[너... 이제보니, 대한그룹과 연관이 있는 녀석이구나. 그러고 보니 우진이 놈하고도 여러모로 닮은 것같....]

[저희 친할아버지세요.]


조성환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에잉, 이번 기회에 대한그룹에 한발 걸치나 싶었더니. 텄구나! 텄어.]

[하하. 대신 저도 다음에 선생님이 위기에 빠지시게 되면, 잊지 않고 한 번은 도와드릴게요.]

[나 원 참. 그래 아주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는구나. 눈물이...]


조성환과의 대화를 떠올린 내가 다시금 천도희와 장기석을 쳐다봤다.

조금 전의 그 당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게.

비에 쫄딱 젖은 늙은 개새끼처럼 보였다.

강아지라면, 귀여워서 쳐다라도 볼 텐데.

다 늙어 눈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 희열감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태... 태준아. 이 할미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보구나. 이번 일은 없었던 걸로..."

"어디서 되지도 않는 개소리야! 이제 서로 할 말도 끝난 것 같은데. 썩 꺼져라 이것들아."

"여... 여보..."

"크하하하하. 부부관계가 끝난 지가 언젠데 여보라는 소리를 지껄여. 소름 돋게."

"아버.. 아니, 회장님. 한 번만 더 선처를..."


자신들의 상황을 깨닫고, 애걸복걸하는 둘을 보며, 저들을 끝장낼 마지막 물건을 꺼냈다.


"이... 이건 또 뭐냐?"

"이제 망해서 돈도 없으실 텐데. 남은 여생을 지내실 곳은 있으셔야죠. 그래서 제가 준비한 물건인데. 아마 실망하진 않으실 겁니다."

내 말에 둘은 물론이고,

할아버지 또한 관심을 보였다.

장기석이 서둘러 서류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자. 그 속에서 작은 녹음기 하나가 나왔다.


"·····"


녹음기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는 장기석에게 내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 번 들어보세요."


딸깍-


불안한 표정으로 장기석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

그 속에서 한 남자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저... 저는 그저 박남길 전무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제...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박남길이 뭐라고 시켰어?]

[트럭으로 쳐서 장기태를 죽... 죽이라고.]


"이...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

예상치 못한 대화에 내용에 할아버지의 눈에 시뻘겋게 핏발이 솟았다.

"들으신 대로예요. 제 아버지가 죽은 게 교통사고가 아니라 박남길 전무의 음모였다는 내용입니다."

"뭐야!! 이런 빌어먹을 개잡놈의 새끼가!"


그제야 진실을 알게 된 할아버지가 회장실이 떠나갈 듯 노성을 터트렸다.


"조금만 진정하시고, 끝까지 들어보세요. 뒷부분이 더 재밌거든요."


장태준을 보고 있던 천도희는 순간적으로 그의 얼굴에서 악마의 모습이 겹치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찰나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천도희의 뒷머리가 쭈뼛 솟았다.

그런 천도희와는 무관하게 녹음기에서는 계속해서 아버지가 죽게 된 과정이 낱낱이 흘러나왔다.


[그걸 시킨 사람이 박남길 전무 혼자야?]

[아... 아닙니다. 저한테 일을 시킬 때 차에 두 명이 더 있었는데. 여자가 남자한테 기석이라고 했고, 기석이라는 남자는 여자한테 어머니라고 불렀습니다.]

[그 말 정말이지?]

[확실합니다. 제발 믿어주십시요.]

[······]


"이... 이건 조작이야. 나... 난 절대 기태를 죽이라고 한 적이 없어. 여보 믿어줘 정말이야."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리는 천도희를 할어버지가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봤다.

그리고는 자신의 경호원인 최강민을 불러 한 가지 지시를 내렸다.


"박남길을 죽여도 좋고, 사지를 모두 뽑아내도 좋다. 최대한 빨리 모든 진실을 알아내!"


할아버지의 명령에 최강민이 서슬 퍼런 시선을 하고, 어딘가로 향했다.

아마 부모님의 복수는 더 이상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할아버지가 알아서 잘해줄 것 같았다.

하나뿐인 아들을 죽였으니, 내가 직접 복수하는 것 이상으로 끔찍한 결과를 선사할 것임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예상대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엎는 소식이 전국을 강타했다.


[대한그룹 장남 장기태를 살해한 범인, 장우진 회장의 아내인 천도희와 그의 아들인 장석으로 드러나]

[대한미술관 관장 천도희가 불륜으로 낳은 아들 장기석]

[불륜을 알고도 모든 것을 감싸준 순정남 장우진 회장, 등에 비수가 꽂히다]

.

.

.

[장기태 살해 혐의로 천도희와 장기석에 '무기징역' 구형]

[재벌가임에도 이례적으로 교도소 일반실 배치]

[천도희, 장기석 교도소 내 가혹 행위를 이유로 1인실 이전 요구. 교도소 측 그런 사실 없다며, 사실관계 일체 부인]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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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냥 재미 삼아 하는 거잖아 +2 24.09.14 1,312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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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온라인 서점 사업 +2 24.09.12 1,458 33 12쪽
38 감히 대적할 수 없는 힘 +2 24.09.11 1,593 31 11쪽
37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2 24.09.10 1,710 30 12쪽
36 다이아몬드 수저 +2 24.09.09 1,897 32 11쪽
35 그런 게 어딨어! +2 24.09.08 2,048 30 13쪽
» 등에 비수가 꽂히다 +2 24.09.07 2,043 42 12쪽
33 들으면 속상할 텐데 +2 24.09.06 2,097 34 12쪽
32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2 24.09.05 2,196 32 12쪽
31 나만 아니면 돼! +2 24.09.04 2,283 31 12쪽
30 포털사이트? 그게 뭔데? +2 24.09.03 2,346 31 12쪽
29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3 24.09.02 2,490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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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태풍의 나라 개발자 이용식입니다 +2 24.08.31 2,569 3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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