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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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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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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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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구슬

DUMMY

[속보] 미 연준, 기준금리 25bp 인상.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가 한국 시각으로 어제저녁 기준금리를 기습적으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3.0%에서 3.25%로 조정되었으며, 이는 지난 17개월간 지속되던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기조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연준은 부동산 레버리지와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자 특단의....


"뭘 그렇게 보고 있어?"


학교 잔디밭 위,

넓게 펼쳐진 신문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비쳤다.


"그냥 뭐 좀 본다고. 어쩐 일이야?"

"점심시간이잖아. 밥 먹었어?"

"넌 나 보면 밥 먹었냐는 말밖에 생각이 안 나니?"

"...응."


고개를 끄덕이는 지수를 보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표정이 너무 순수했기 때문이다.


하긴... 그동안 내가 먹는걸 좀 밝히긴 했지.


"너는 밥 먹었어?"

"아니."

"가자. 오늘은 내가 살게."

"정말? 너 돈 있어?"


지수가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뭐?"

"무리 안 해도 돼. 나 어제 과외비 받았거든. 밥은 내가 사줄게."


뭐지?

얘 지금 내가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혹감이 느껴졌다.

재벌 3세란 사실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없이 살진 않았.... 아닌가?


가만 생각해보니, 용식이한테도, 지수 한테도 매번 얻어 먹기만 했지.

뭐 하나 사준 적이 없었다.

게다가 주차하는 게 마땅치 않아 차도 안 끌고 다녔으니.

가난한 대학생으로 착각해도 사실 할 말은 없었다.


"....밥 정돈 나도 살 수 있어."

"····"

"정말이라니까. 나도 일해."


밥을 사겠다는 게 이렇게까지 변명이 필요한 일이었나?

살짝 자괴감이 들었지만, 지수는 그런 것보다 일한다는 내 말을 더욱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일을 했다고? 언제부터?"

"좀 됐어."

"무슨 일인데?"

"그냥 이것 저.... 야, 근데 너 지금 나 취조하는 거냐?"

"...아니?"

"먹기 싫으면 말아. 그냥 나 혼자 먹을..."

"먹을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수가 먼저 학교 식당 쪽으로 앞장서서 걸어갔다.


"거기 말고. 나가서 먹자."

"····"


지수가 그 자리에 멈춰서서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안 가면 나 혼자 간다?"


오든지 말든지 돌아서서 가는데.

뒤에서 도도도도 쫓아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근데... 뭐 먹을 거야?"

"김치 두루치기!"

"또?"

"왜? 싫어?"

"...아니."


이상하게 얘가 밥 먹자고 할 땐 이게 자꾸만 땡긴다.

물론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회귀 전의 어느 봄 날.


[장태준!]

[네, 선배님.]

[너 지나가다가 선배들 보면, 크게 인사하라는 공지사항 못 들었어?]

[....인사했는데요?]

[그게 인사야? 그게 인사냐고?]


수학과 3학년 선배인 박형식이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쿡쿡 찔렀다.


[·····]

[똑바로 다시 해봐!]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야, 이 새끼야. 허리를 90도로 숙이라고!]

[죄... 죄송합니다.]

[다시!]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다시!]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아놔 이 돼지 같은 새끼가. 너는 그게 90도라고 생각해? 허리를 완전히 숙이라고.]

[시... 시정하겠습니다.]

[시발, 시정은 무슨. 뚱뚱해서 군대도 안가는 새끼가.]

[······]


당시의 나는 초고도 비만이라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는 게 불가능했기에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선배들은 나를 괴롭히는 재미로 오가며 마주칠 때마다 나를 갈궈댔다.

그날도 한참을 괴롭힘을 당한 후,

헐떡이며, 학교 계단에 앉아 있을 때였다.


[태준아.]

[아... 안녕하십니까. 지수 선...]

[됐어. 나한테는 그렇게 인사 안 해도 돼.]


지수 선배의 말에 엉거주춤 다시 계단에 앉으려는데.

선배가 예상치 못한 말을 꺼내왔다.


[밥 먹었어?]

[네? 아... 아직....]

[밥 먹으러 가자. 내가 사줄게.]

[밥이요?]

[과제 때문에 나도 아직 점심을 못 먹었거든.]

[...아.]


앞장서서 가는 지수 선배의 뒤를 따라가는데.

갑자기 선배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힘들어도 포기는 하지 마. 그럼,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지도 모르잖아.]

[좋은 날이요? 저한테 그런 날은 없을 것같은 데요?]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네가 보란 듯이 성공해서. 널 괴롭힌 선배들이 네 아랫사람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

[네가 갑자기 힘이 엄청나게 세져서. 선배들을 꼼짝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는 거니까.]

[·····]


참 이상했다.

분명 나를 위로하기 위해 억지로 지어낸 말이란 걸 알았고, 그래서 날 선 대답이 튀어나왔지만,

나는 지수의 그 한 마디에 다시금 희망을 품게 되었고, 결국 UC버클리에서 수학 Ph.D까지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선배들이 내 아랫사람이 된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콘트라리온에서 일했던 잠깐을 제외하면, 내 인생은 언제나 깊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으니까.


식당으로 가는 길.

슬쩍 지수를 돌아봤다.

그때처럼 지금도 지수에게서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뭔가가 느껴진다.

······


"또 왔네. 뭐 주까?"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니,

미숙이 할머니가 물 잔을 내려놓으며, 주문을 받았다.


지수가 나를 쳐다본다.


"지난번처럼 시켜?"

"...응, 그 정도면 될 것 같은데."

"김치 두루치기 5인분 주세요. 그럼 밥도 다섯 그릇 나오는 거죠?"

"두루치기 1인분에 밥 한 그릇 포함이야. 근데 그 많은 양을 둘이서 다 먹게?"

"네."

"하이고, 덩치가 커서 그른가 밥도 황소처럼 묵네."


할머니는 내가 밥을 많이 먹는 게 놀라운지.

올 때마다 어김없이 감탄을 쏟아냈다.


"이제 운동은 안 해?"


두루치기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지수가 이것저것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응. 너도 이제 유도 안 하는 것 같더만?"

"그걸 이제 알았어?"

"지난번에는 유도에 관심 있다고 했으면서. 왜 한 달만에 그만둔 거야?"

"아니... 그건..."


네가 그만뒀으니까 그렇지!

지수는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이 말을 억지로 참아냈다.


"....어쨌든 잘했어. 하는 거 보니까. 운동엔 그닥 소질이 없어 보이긴 하더라."


본인도 인정하는 부분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난 유도보다는 물리가 좋아."


물리라는 말에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원래 물리를 좋아했었어?"

"물리를 좋아했다기보다는 사실 어릴 때부터 SF 같은 소설을 좋아했어."


처음 듣는 말이었다.


"네가 그런 걸 읽는다고? 그런 현실성이 없는걸?"

"현실성이 없진 않아!"


발끈하는 지수의 모습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그래서 너는 그 SF소설 속에 등장하는 것들을 직접 만들어내고 싶어서 물리를 공부한다는 거야?"

"응."


너무 진지한 표정이라.

차마 대놓고 웃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물어보기로 했다.


"네가 만들고 싶은게 뭔데?"

"혹시 '나이프 러너'라는 책 알아?"

"아니."


처음 들어보는 책이었고,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SF 같은 비현실적인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내 말에도 지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설명을 이어 나갔다.


"거기에 보면, 인공지능, 생체공학, 핵융합 발전, 안티그래비티, 웜홀 같은 것들이 나오거든. 아, 플라즈마 무기 같은 것도 나와. 아무튼, 나는 나중에 그런 것들을 연구하고 싶어."

"허."


본인이 하겠다고 하니,

말릴 생각은 없었지만, 당혹스럽긴 했다.


자랑 같지만, 사실 나는 지난 삶에서 나보다 똑똑한 이들을 몇 명 만나보지 못했는데.

내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천재 중 하나가 바로 지수였다.

한데... 그런 머리를 가지고 저런 만화 같은 생각이나 하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너 지금 내가 철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이 정도면, 물리 공부를 할 게 아니라.

무당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사실이 그렇잖아. 그딴 게 정말 가능할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웜홀이...말이 된..."


그 순간.

갑자기 눈앞에 예상치 못한 일이 펼쳐졌다.


[웜홀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악마의 구슬 1백만 개가 필요합니다]

[현재 보유 수량: 78개]


헉.


거진 1년만에 다시 보는 문구에 놀란 숨을 들이켰다.


"갑자기 왜 그래?"


지수가 토끼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본다.


"너... 혹시 이거 안 보여?"

"뭐가?"


허공에 떠 있는 글자들이 분명 내 눈에는 보이는데.

지수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왼팔의 셔츠를 걷어 올려 거기에 새겨진 문양을 확인했다.

지난 구포역 열차 전복 사고 이후로 갑자기 몸에 새겨진 것이었다.

분명 처음 보는 문양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의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악마의 구슬: 78개]


허공에 나타난 글자는 볼 수 없지만,

팔에 새겨진 문양은 볼 수 있는지.

지수가 탄성을 터트렸다.


"와, 문신 너무 예쁘다."


이 시기에는 타투 같은 것들이 유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신은 조폭들의 전유물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문신을 새긴 사람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기 마련인데.

지수는 그런 기색은 조금도 없었고, 내 몸에 새겨진 문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구슬 백만개를 모으면, 웜홀과 관련된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건가?'


지수가 즐겨 읽는다던 SF소설에서나 볼 법한 일이라 그런지. 현실감이 느껴지질 않았다.

하긴... 그렇게 따지면, 내가 회귀한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하지.

의사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마비된 다리가 회복된 것도, 운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초고도 비만의 몸이 강철같은 육체로 바뀐 것도.

모두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니 눈앞에 떠오른 이 문구가 사실이라 해도. 사실 크게 이상할 건 없었다.


'웜홀과 관련된 것을 얻는 데만 쓸 수 있는 건가?'


왠지 그럴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팔에 새겨진 78개라는 구슬의 숫자와 1백만 개라는 숫자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에 그닥 연구해볼 의욕이 생기지 않았을 뿐.

우선은 저 78개라는 구슬을 어떻게 얻은 건지부터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때마침 나온 김치 두루치기 덕에 내 관심은 저절로 구슬에서 두루치기로 넘어갔다.

두루치기에서 풍겨오는 향이 내 침샘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얼른 먹자!"

"잘 먹을게."

"모자라면, 더 시켜도 돼. 나하고 속도 맞춰서 먹다가 또 체하지 말고."

"...응."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려는 찰나.

갑자기 등 뒤에서 이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씨발, 선배 알기를 개똥같이 아는 년놈들이 여기 있었네?"


목소리를 듣는 순간.

보지 않아도 말한 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박형식.


지난 회차에서 똥 같은 공지 사항을 들먹이며, 죽고싶을 정도로 나를 괴롭힌 선배였다.

한데... 박형식의 그같은 이죽거림에도 자꾸만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는 것은 왜일까?


확실히 지수는 물리보다는 어쩌면,

무당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네가 갑자기 힘이 막 엄청나게 세져서. 선배들을 꼼짝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는 거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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