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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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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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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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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DUMMY

게임의 룰은 간단했다.

비탈길 위에서 굴러오는 거대한 공보다 빨리 달려가 깃발을 잡은 다음.

다시 반대 방향으로 달려서 정해진 위치에 깃발을 가져다 두면 되는 게임이었다.


"이거 완전 사기잖아!"

"맨정신으로 뛰어도 될까 말깐데. 술을 이렇게 먹여놓고 이런 걸 하라는 게 말이 돼?"

"우욱, 너무 열심히 뛰었더니. 토할 거 같아."

"야야, 여기서 토하지 마. 야아악!!!"


뛰는 사람, 토하는 사람, 술 마시며 게임하는 사람. 소리 지르는 사람.

거기다 술에 취해 바지에 오줌싼 사람까지.

산장 일대가 완전 난장판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알려준 게임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술을 마신 게 원인인 것 같았다.

제정신이었다면, 엔간해서는 깃발 정도는 잡을 수 있었을 텐데.

비틀비틀 뛰어가다 깃발을 잡기도 전에 굴러오는 공에 깔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빵. 한 번만 더 해보면 안돼용?"

"동기끼리 오빠는 무슨. 아까 말했잖아. 기회는 한 번뿐이라고."

"뭐야 다른 애들은 한 번 더 하게 해줬으면서. 왜 나는 안되는 건데?"

"....내가 언제? 그... 그런적 없거든."

"아니야? 미정이도 그렇고, 정아도 두 번씩 한 것 같았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가는 김경숙의 행동에 과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남자인지라 예쁜 애들이 술에 취해 하는 부탁은 모르는 척 몇 번 넘어가 줬었다.

물론, 그래봐야 그들 모두 굴러오는 공에 깔려 버둥거리는 신세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히잉."

"뭐야. 왜 그러고 있어?"

"나 저거 갖고 싶은데. 실패했어."


양쪽 볼이 분홍색으로 물든 지수가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쯧쯧, 그냥 돈 주고 사면 되지. 뭘 저런 걸 받으려고 그렇게 애를 써."

"저거 한정판이라서 구하기 힘들단 말이야."

"그래봐야. 워크맨이 워크맨이지."


최첨단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스마트 글라스에다 스마트 링까지 사용해본 내게 워크맨은 구시대적인 유물에 지나지 않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

다른 곳으로 가려는데.

지수가 내 옷깃을 붙잡았다.


"...저거 받아줘."

"뭐?"

"저거 받아달라고. 너는 할 수 있잖아."


확실히 나하고 자주 붙어 다녀서 그런지.

지수는 나를 잘 알았다.


"귀찮아."

"받아주면 안 돼?"

"내가 왜?"

"·····"


불그스름한 얼굴에 술에 취해 초점까지 맞지 않는 눈동자.

그런 지수의 눈이 갑자기 그렁그렁 해졌다.


"...뭐야. 설마 워크맨 때문에 우는 거야?"

"우는 거 아니거든!"

"그럼, 그 눈은 뭔데."

"그냥 먼지가 눈에 들어간 거야."


뭐지?

얘 지금 나한테 술주정하는 건가?


그러든가 말든가 무시하고 가려는데.

이상하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수가 그런 내 옷깃을 다시 붙잡았다.


"·····"

"태준아아."

"뭐?"

"....워크맨."

"하."


가서 술이나 더 마시려고 했지만,

지수의 부탁에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 이벤트가 진행되는 장소로 이동했다.


"꺄악!! 태준이다."

"뭐야. 태준이 너도 도전하게?"

"넌 몸이 좋아서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태준을 본 여학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한껏 인상을 찌푸린 남자들이 부정적인 말을 쏟아냈다.


"저건 태준이 처럼 덩치 큰 사람이 성공하긴 힘들어."

"맞아. 태준인 근육이 커서. 절대 성공하지 못할걸?"

"이 게임은 힘이 아닌 민첩이 필요하다고."

"오오. 홍석이 차례다."


나를 향해 온갖 부정적인 쏟아내던 이들은 홍석이를 보더니 금방 관심을 그쪽으로 옮겨갔다.


"쟤 중학교 때까지 육상부였다고 했지?"

"100미터가 11초대라고 하던데."

"이야, 홍석이가 성공하면, 우리 학교 최초 아냐?"

"그럴걸? 내가 알기로 선배 중에서도 저거 성공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니까."


확실히 운동부 출신답게.

몸은 호리호리하고, 팔다리는 긴 것이 날렵해 보이긴 했다.

홍석이가 실패하면, 이번 엠티에 참가한 학생 중에서는 아무도 성공하지 못할 거란 대화가 주변에서 계속 들려왔다.

그런 대화가 묘하게 내 신경을 자극했다.


[준비됐습니까?]

"네."

[혹시 워크맨 받으면, 어떡하실 겁니까?]

"제가 잘 쓰겠습니다."

[좋아하는 여학생한테 준다거나 할 생각은 없습니까?]

"주고 싶은 여학생이 없습니다!"


우-


여학생들의 입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석이는 몸을 엎드려 자세를 잡았고, 출발 신호와 동시에 바람처럼 깃발을 향해 달려갔다.


첫 번째 관문은 언덕에서 굴러오는 공보다 먼저 깃발을 잡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이들은 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조차 하지 못하고 쓰디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홍석이는 달랐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더니, 공이 도착하기 직전 깃발을 잡고는 몸을 180도 돌려 반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야 진짜 잘하면 성공하겠는데?“

"그러니까. 대박!"


한발만 늦었어도, 굴러오는 공에 깔리는 상황이었지만, 홍석이는 첫 번째 관문인 깃발을 무사히 집어 들고, 최종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내가 봐도 빠른 몸놀림이었고,

시간을 잰다면 11초대는 충분히 나올만한 속도였다.

그러나, 비탈길을 내려오는 과정에서 가속도가 붙은 공도 결코 느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홍석이보다 조금 더 빨랐다.

두 걸음 정도 떨어져 굴러오던 공이 빠르게 간극을 좁혔고, 목표지점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아쉽게도 굴러오는 공에 따라잡혀 깔리고 말았다.


"으악."

"와 진짜 x나 아깝네."

"저거 진짜 성공할 수 있는 게 맞긴 해?"

"빠르긴 진짜 빨랐는데."

"공이 조금 더 빨랐어."

"나도 도전해볼까 했는데. 안 되겠다."


누가 봐도 빨랐던 홍석이가 실패하자.

이벤트에 도전하겠다는 사람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로인해 생각보다 내 차례가 빨리 다가왔다.


"꺄악. 태준이다."

"잘생겼다아."

"성공하면, 나랑 사귀자!"

"미친x 지금 뭐라는 거야."

"태준이가 왜 너랑 사겨. 나라면 몰라도."

"장태준 화이팅!"


사방에서 여학생들의 응원이 쏟아졌고,

남학생들도 결과가 궁금한 표정으로 저마다 실패냐 성공이냐를 두고 의견을 쏟아냈다.


[준비됐습니까?]

"네."

[혹시 워크맨 받으시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과대의 멘트는 고리타분하게도 매우 일률적이었다.

그래서 대답도 그냥 아무렇게나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울보한테 줄 생각입니다."

[울보요? 혹시 여자친구인가요?]


여자친구냐는 말에 곁눈질로 슬쩍 지수를 쳐다봤다.

한데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표정으로 나를 보며, 생글거리고 있었다.


뭐야, 왜 울었다 웃었다 하는 건데.

어디에 뭐 나면 어쩌려고.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내가 집요한 과대의 질문에도 말없이 묵묵히 출발 자세를 잡았다.


"나 왜 태준이가 성공할 것 같지?"

"뭐라는 거야. 좀 전에 홍석이도 실패하는 거 못 봤어?"

"날렵한 홍석이도 실패했는데. 태준이는 몸집이 커서 쉽지 않을 거야."

"아무래도 그렇겠지? 근데 키가 커서 그런지. 저렇게 자세만 잡고 있는데도 x나 멋있긴 하네."

"...그러게."


씁쓸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남자들이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모호한 말을 쏟아냈다.


"출발!"


과대의 신호와 동시에 스프링처럼 몸을 일으켜 앞으로 달려... 정확히는 튀어 나갔다.

학력고사 체력장 이후로 이렇듯 진심으로 달려본 건 처음인 것 같았지만,

그때보다도 몸은 훨씬 더 가볍게 느껴졌다.


바람 소리가 귓가를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깃발에만 정신을 집중하느라 느끼지 못했는데.

깃발을 잡는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느린데?'


멀리서 봤을 때보다 정말로 공이 굴러오는 속도가 느린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의 이들이 고배를 마셔야만 했던,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는데도. 공과의 거리에 제법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일렀다.

가속도가 붙은 공은 웬만한 속도로는 따돌리기 어려웠고,

잠깐의 망설임이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깃발을 잡음과 동시에 몸을 돌려 다시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갔다.

깃발을 꽂아야 하는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대략 35미터.


두두두두두두두-


마치 물소 떼가 달리는 것 같은 진동이 울렸고, 실제로 지켜보는 이들도 태준이 마치 들판들 가로지르는 한 마리 물소... 아니 황소 같다는 착각이 일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던 다른 이들과 달리 태준은 점점 더 공에서 멀어졌고,

급기야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목표지점에 깃발을 꽂아 넣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대박."

"뭐야? 저걸 성공한 거야?"

"와, 진짜 역대 선배 중에서도 저거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했는데."

"육상부 출신인 홍석이도 못 한걸. 태준이가 성공했다고?"

"확실히 태준이가 빠르긴 했어."


나를 지켜보던 이들 모두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저마다 말을 쏟아냈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이미 내 신체가 가진 능력에 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 상태로 올림픽에 출전해도 금메달 정도는 쉽게 받아낼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마지 못해 참여했던, 엠티는 내가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이벤트에 성공함으로써.

성황리에 막을 내렸고,

엠티를 다녀온 이후에도 한동안 동기들의 입에서는 내 이름이 계속 회자됐다.

·····



***



유레카 인베스트먼트.


"네가 시킨대로 앤드류를 영입했어."

"정말이야?"


예상치 못한 성과에 내가 탄성을 질렀다.


"쉽진 않았어. 본인이 직접 창업해서 웹 브라우저인지 뭔지를 만들겠다는 걸 겨우 설득했거든."

"어떻게 설득했는데."

"뭐겠어. 돈이지."

"정말 돈만으로 앤드류를 설득했다고?"

"사실은 돈도 돈이지만, 김성수라는 사람이 우리와 함께 할 거라고 했더니, 마음이 움직인 것 같더라고."


역시 제대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모자이크툴을 만들 때 김성수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했던 게 분명했다.

김성수가 없더라도 앤드류는 결국 넛스케이프를 만들어 시장을 선점했겠지만, 아직은 그 사실을 모르니,

김성수가 우리와 함께한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

물론, 나한테는 여러모로 잘된 일이었다.

넛스케이프라는 위협적인 경쟁자를 싹이 나오기도 전에 제거한 데다.

그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여후를 개발한 이들까지 끌어들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들은 에일린의 영입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자신들을 영입하는 대신, 투자할 생각 있으면, 하라던데? 어떡할까?"

"그래?"


책상에 앉아.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만약 내가 김성수와 해찬 선배, 이웅태 등을 영입하지 못했더라면, 생각할 것도 없이 저들의 투자 제안을 받아들였겠지만,

지금은 '굳이?'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 투자한 뒤,

혹여 여후가 상장하게 되면, 주식을 왕창 매도하는 방법도 나쁘진 않겠지만,

향후 법적 분쟁의 소지도 있었고,

어차피 내 예상대로 된다면,

여후는 그리 오래지 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테니. 그다지 큰 필요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투자 제안은 못 들은 걸로 해."

"오케이."


본래 역사에서 여후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모르기에 에일린은 별 아쉬움 없이 내 말을 받아들였고,

나는 대화의 주제를 전환했다.


"앞으로의 투자 계획에 관해서 얘기해봐."

"멕시코 수익금 운용 계획을 말하는 거지?"

"응. 이젠 결정해야지."


이번에는 또 내 자산이 얼마나 많이 불어나게 될까.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쿵! 쿵!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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