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재벌이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새글

나타르시스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2
최근연재일 :
2024.09.17 11:2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16,546
추천수 :
1,795
글자수 :
228,644

작성
24.08.29 16:20
조회
2,692
추천
38
글자
12쪽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요!

DUMMY

관악경찰서의 문을 강하게 밀고 들어온 이의 정체를 확인한 민승현 회장과 경찰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혼란스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저 사람... 대한그룹 장우진 회장 아냐?"

"그러니까. 저분이 대체 여길 왜 온 거지?"

"헉... 장우진 회장 뒤에 있는 사람. 전 검찰 총장인 신동욱 같은데?"

"총장 임기 끝나고, 대한그룹 법무팀으로 갔다는 그 신동욱?"


꿀꺽-


상상을 초월하는 거물들의 등장에 남진우 서장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눈을 굴려 그의 동선을 쫓았다.

장우진 회장은 민승현 회장도 무시한 채.

어딘가를 향해 다가가더니, 크게 이름을 불렀다.


"태준아."

"할아버지."


쿠궁-


사방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찌 안 그렇겠나, 조금 전까지 자신들이 그토록 윽박지르며, 피의자로 몰아갔던 이가 알고 보니, 대한그룹 장우진 회장의 손자였던 것이다.


"몸은 괜찮은 게냐?"


걱정이 잔뜩 묻어있는 물음에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눈으로 울먹거리며, 대답했다.


"너무... 무서웠어요. 깡패들이 막 각목으로 때리고, 저기 있는 저 할아버지는 막 감옥에 가두겠다고 협박하고. 또 할아버지가 오면, 인생의 절망감을 맛보게 해주겠다고... 크흑..."

"뭐야? 감히 내 손주를 감옥에 가두겠다고 한 놈이 대체 어떤 놈이야!"

할아버지와 눈을 마주친 민승현 회장이 흠칫거리는 게 내 눈에도 똑똑히 보였다.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것을 간신히 억누르며, 겁먹은 표정을 유지하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혀... 형님, 그게..."

"누가 네 형님이야. 깡패 양아치 출신 아니랄까 봐. 감히 누구를 감옥에 가두고, 인생의 절망감이 어쩌고 어째? 신 팀장!"

"네, 회장님."


전 검찰 총장인 신동욱 법무팀장이 할아버지에게 허리를 숙였다.


"이번 일로 소송 걸면 어떻게 돼?"

"폭행에 참여한 이들은 특수폭행죄로 처벌할 수 있고, 이번 일을 주도한 저 아이들에게는 범죄단체 수괴죄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신동욱의 말에 민승현 회장과 함께 온 변호사가 경악성을 내뱉었다.


"버.. 범죄단체 수괴죄라니요. 그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너희들은 장태준과 이지수 2명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해 저들의 뒤를 미행했고, 또 1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려가 살상이 가능한 무기로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저기 있는 저들 모두 조폭 출신 아닌가? 범죄단체 수괴죄를 적용하기에는 차고도 넘치지. 그러고 보니, 살인 미수죄도 적용할 수 있겠군."


신동욱 법무팀장의 협박 아닌 협박에 민준석과 박형식의 표정이 누렇다 못해 시커멓게 변했다.

다른 이도 아닌 대한민국 전역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장우진 회장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일 그룹이 말이 10대 그룹 중 하나이지.

대한그룹과 비교하면,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했다.


"장 회장님. 아무래도 이번 일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너그러운 마음으로..."

"오해고 나발이고, 네 말대로 법대로 해야지. 법정에서 보자고. 누가 이기는지."


냉정하게 돌아서는 할아버지를 향해 다급해진 민승현 회장이 무릎을 꿇었다.


"회장님, 이게 다 제가 손주 놈을 잘 못 가르친 탓입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그래도 명색이 10대 그룹의 회장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자.

할아버지도 외면하지 못하고, 몸을 돌려 그를 쳐다봤다.


"무슨 짓인가? 어서 일어나게."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없도록 손주 놈을 철저히 단속하겠습니다. 그러니 이번 한 번만 용서를..."

"·····"


할아버지가 곁눈질로 신동욱 팀장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가 슬며시 고개를 끄덕인다.


"크흠... 내 자네 얼굴을 봐서.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줌세. 단, 합의금은 톡톡히 치러야 할걸세."

"가... 감사합니다. 회장님."

.

.

.

.

"법정까지 갔으면, 사실 불리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상대편이 너무 많이 다쳐서 그런 거죠?"


내 물음에 신동욱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친 곳은 정말 없는 게냐?"

"그렇다니까요. 그런데 할아버지 엄청 빨리 오셨네요. 요즘 한가하신가 봐요?"

"하나뿐인 손주 놈이 사고치고 매번 뒤처리해달라고 부르는데. 일이 손에 잡히겠느냐."


할아버지가 짐짓 화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눈치채셨어요?"


혼신을 다한 연기였는데.

아무래도 할아버지를 속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모를 리가 있겠느냐. 아무튼 나는 피곤해서 먼저 들어갈 테니, 얘기는 나중에 하자꾸나."

"...네, 할아버지."


지난번 천도희가 깡패들을 보냈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할아버지를 이용해서 뒤처리하는 게 편했는데. 대한그룹 총수답게 눈치가 어마무시했다.


'다음부터는 연기가 아니라. 그냥 대놓고 부탁해야 하나....'


이것저것 눈치 보지 않고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고 다니니, 시원하긴 했는데.

경찰서에 들락거리려니, 생각보다 좀 귀찮기도 했다.

눈치 안 보고 때려 부수고 다닐 수 있도록 힘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오늘따라 더욱 강하게 들었다.



***



"어머니, 아무래도 저희가 태준이 그놈한테 또 당한 것 같습니다."

망연자실한 아들의 모습을 본 천도희는 이번에도 자신의 예감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거냐? 저들도 승계하려면, 돈이 한두 푼 필요한 게 아니지 않느냐?"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대한테크솔루션 지분이 태준이 한테 넘어간걸 확인하고, 지분 매입을 시작했는데. 알아보니, 그 주식이 어느새 저희 쪽으로 넘어와 있었습니다."

"그럼, 그 영감탱이가 승계작업에 이용할 계열사를 대한테크솔루션이 아닌 다른 곳으로 정했다는 거야?"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대한테크솔루션에서 진행 중인 주요 사업들을 대한물산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끝으로 당분간 계열사 상장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천도희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 그럼. 우리가 매입한 지분들은?"

"장외시장에서 30만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주요 사업을 대한물산으로 옮긴다는 소식에 그만..."

"그래서 우리가 입은 손실이 대체 얼마라는 거야?"

"...액수로는 500억이 조금 넘을 것 같습니다."


순간적으로 천도희가 몸을 휘청였다.


"어머니!!"


급히 부축하는 장기석의 손길을 천도희가 신경질적으로 뿌리쳤다.


"...어떡할 생각이냐?"

"테크솔루션 주식으로는 재미를 못 봤지만, 그래도 대한생명 지분만 확보하면, 모든 손실을 한 번에 만회할 수 있을 겁니다."


천도희는 철없는 아들의 말에 이제는 화도 나지 않았다.


"대체 무슨 돈으로 지분을 확보한단 말이야.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대한생명의 경영권을 온전히 가져오려면, 지분을 최소한 25%는 확보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거야?"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그 돈은 주식을 담보로 사채를 빌리면,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사채 업자 중에 그 정도 돈을 융통할 수 있는 자가 어디에 있어?"


말이 25%지 그걸 확보하려면,

최소 3,000억...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천도희가 아는 사채업자 중에 그 정도로 많은 현금을 확보한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딱 한 명 있긴 했는데.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장기석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조성환 선생이 있지 않습니까?"


조성환이라는 이름에 천도희가 와락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지금 나더러 그 깐깐한 노인네를 찾아가서 돈을 빌려오라는 거야?"

"저는 가봐야 만나주지도 않으니, 어머니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어떻게든 돈을 빌려야만 다시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겁니다."


분명 장기석의 말이 맞긴 했다.

이대로 그룹 경영권을 포기한다면 몰라도.

경영권 싸움을 계속 이어 나가려면, 어떻게든 자금 마련이 필요하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당장 3,000억이나 되는 큰돈을 빌릴 방법은 조성환에게 사채를 빌리는 방법 외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제법 긴 시간, 천도희의 고심이 이어졌다.

······



***



후루루루룩-


"허허, 맛있느냐?"

"맛있긴 한데요. 돈도 많으신 분이 추어탕은 좀 너무하신 것 아니에요. 나는 꽃등심이 좋던데."

"야 이놈아. 매번 공짜로 얻어먹는 주제에 웬 잔말이 그리 많은 게냐? 그것도 한 그릇도 아니고, 서너 그릇씩 해치우는 놈이."


쳇, 옛말에 먹는 거로 야박하게 구는 사람치고 돈 잘 버는 사람 없다더니, 옛말은 그저 옛말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았다.


"뭘 구시렁거리는 거냐?"

"....추어탕 맛있다고요."


소고기가 아니라서 아쉽긴 했지만,

진짜 맛있긴 했다.

미꾸라지 특유의 잡내도 안 나고, 얼큰한 게 딱 내 취향이었다.


"근데 요즘에는 거래소에 잘 안 나오는 것 같던데. 밑천 다 떨어진 게냐?"

"어허, 밑천이 떨어지긴 왜 떨어져요. 국장이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라운드를 옮긴 거죠."

"국장? 그라운드?"


백터너가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국내 주식시장이 재미없을 것 같아서. 다른 데로 관심을 돌렸다고요."

"이놈아, 쉽게 말하면 될 것을 무슨 말을 그리 어렵게 하는 게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지만,

투덜거리는 게 꼭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제가 안 보여서, 보고 싶어서 밥 사주신다고 한 거예요?"

"크흠... 꼭 그렇다기보다. 그냥 겸사겸사...."

"설마, 추어탕 사주고 밥값 하라고 부르신 건 아니죠?"

"이놈아. 밥을 얻어먹었으면, 밥값을 하는 게 당연한 거지."

"와... 밥 같이 먹어줄 사람 없을까 봐 나와줬더니. 보따리까지 뺏어갈 분이시네. 이 할아버지."


내가 따박따박 말을 받아치는 게 재밌는지.

백터너와 나는 한참이나 옥신각신 말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문득 궁금하다는 듯.

나를 향해 질문을 쏟아냈다.


"그런데 너는 왜 나한테 주식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냐?"

"네?"

"다른 사람들은 나만 보면, 어떤 종목이 유망한지 묻기 바쁜데. 너는 그런 게 일절 없지 않느냐."

"물어보면, 알려주실 거예요?"

"그건 아니지 이놈아."

"쳇,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묻긴 왜 물어요. 그리고 안 물어봐도 저 혼자서 충분히 수익낼 수 있거든요!"

"그래? 그럼, 앞으로 어디가 유망할 것 같은지 한번 얘기 해보거라."

"와, 이분... 진짜. 추어탕 한 그릇 사주고. 아주 뽕을 뽑으려고 하시네."

"말은 똑바로 하거라. 한 그릇이 아니라. 네 그릇이다."

"그게 그거죠. 추어탕 네 그릇 해봐야 2만원도 안 하는데."


확실히 90년대 물가가 싸긴 했다.

회귀 전에는 한 그릇에 만 원이 훌쩍 넘어갔었는데.


"그래서 말 해주지 않겠다는 거냐?"

"당연하죠.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요."


조성환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지만,

사실은 눈앞의 고작 21살짜리 아이와 얘기하는 게 너무나도 즐거웠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아 본 게 대체 언제이던가.


"허허. 그놈 참. 그래, 좋다. 네가 말해주면, 나도 다음에 나도 네 부탁 하나를 들어주마."

"오, 그 말 정말이죠? 물리기 없습니다."

"넌 나를 대체 뭐로 보는 게냐. 내가 어디 가서 허튼소리 할 사람인 것 같으냐."

글세, 과연 나중에 내가 하는 부탁을 듣고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아는 거고요.

입꼬리가 자꾸만 꿈틀거리는 게 힘을 빼면 금방이라도 말려 올라갈 것 같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게 바로 재벌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안내 24.08.13 2,697 0 -
44 총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기 NEW +4 4시간 전 345 18 12쪽
43 대한민국이 망할거라고는... +2 24.09.16 945 30 11쪽
42 모든 유보금을 달러로 +4 24.09.15 1,226 32 12쪽
41 그냥 재미 삼아 하는 거잖아 +2 24.09.14 1,312 29 11쪽
40 단군이래 최대 호황 +3 24.09.13 1,370 29 11쪽
39 온라인 서점 사업 +2 24.09.12 1,459 33 12쪽
38 감히 대적할 수 없는 힘 +2 24.09.11 1,594 31 11쪽
37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2 24.09.10 1,712 30 12쪽
36 다이아몬드 수저 +2 24.09.09 1,897 32 11쪽
35 그런 게 어딨어! +2 24.09.08 2,048 30 13쪽
34 등에 비수가 꽂히다 +2 24.09.07 2,043 42 12쪽
33 들으면 속상할 텐데 +2 24.09.06 2,097 34 12쪽
32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2 24.09.05 2,196 32 12쪽
31 나만 아니면 돼! +2 24.09.04 2,285 31 12쪽
30 포털사이트? 그게 뭔데? +2 24.09.03 2,346 31 12쪽
29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3 24.09.02 2,492 38 12쪽
28 교수님이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봐 +2 24.09.01 2,560 37 11쪽
27 태풍의 나라 개발자 이용식입니다 +2 24.08.31 2,569 37 13쪽
26 대체 이게 다 얼마야? +2 24.08.30 2,603 38 12쪽
»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요! +2 24.08.29 2,692 38 12쪽
24 왜 나한테만 x랄이야 +2 24.08.28 2,662 40 13쪽
23 악마의 구슬 +2 24.08.27 2,715 39 12쪽
22 당연히 그렇게 될 거야 +2 24.08.27 2,826 42 11쪽
21 아무래도, 정황이 그렇습니다 +2 24.08.26 2,839 39 12쪽
20 할아버지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나? +2 24.08.25 2,878 45 12쪽
19 제가 투자 좀 할까요? +2 24.08.25 2,861 42 11쪽
18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3 24.08.24 2,797 44 11쪽
17 들으면, 깜짝 놀랄걸? +2 24.08.23 2,800 41 11쪽
16 밥값으로 뭘 하면되는데요? +2 24.08.22 2,867 4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