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재벌이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새글

나타르시스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2
최근연재일 :
2024.09.17 11:2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16,519
추천수 :
1,795
글자수 :
228,644

작성
24.08.30 20:20
조회
2,601
추천
38
글자
12쪽

대체 이게 다 얼마야?

DUMMY

혹여 백터너가 딴소리를 할까.

그가 묻는 질문에 재빨리 대답했다.

고작 추어탕 한... 아니 네 그릇에 말하기에는 아까운 정보였지만,

나중에 부탁 하나를 들어준다고 했으니.

어쩌면 이게 더 남는 장사일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네 말은 앞으로 대한전자와 성진해운이 유망할 것 같다는 거지?"

"네."

"대한전자야 블루칩인데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서 그렇다 쳐도 성진해운은 뭣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는 게냐?"

"성진해운도 마찬가지죠.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로 경제가 살아났고, 그 때문에 해운 물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니까요. 듣기로는 얼마 전에 전환사채 발행도 성공적으로 마쳤고, 올해는 자본잠식에서도 벗어나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백터너가 낮게 감탄을 터트렸다.


"확실히 보는 눈은 있단 말이야."


보는 눈이 아니라.

그냥 기억력이 좋은 겁니다.


"원하시는 대로 대답해드렸으니까. 다음에 부탁 하나 들어주시는 거 잊으시면 안 됩니다."

"아직 안 끝났어."

"네?"

"얘길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야지."

"또 뭐를요?"

"네가 말한 대로 대한전자와 성진해운이 유망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왜 국... 뭐?"

"국장이요?"

"그래 국장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 투자를 한다는 거냐?"

"투자자가 투자처를 결정하는 데 고려하는 게 뭐겠어요. 수익이잖아요!"

"그러니까. 넌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수익을 올릴 자신이 있다는 거냐?"

"네."

"...허."


백터너가 묘한 눈길로 나를 쳐다봤다.


"....뭐죠? 그 부담스러운 눈빛은.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저는 여자 좋아합니다."

"뭐? 크하하하. 그럼 나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게냐? 하긴 그러고 보니 네가 점점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으악!"


화들짝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양팔을 내밀었다.


"이거 보이세요? 닭살 돋은 거?"


내 너스레가 마음에 드는지.

백터너는 한참을 웃다가 중요한 미팅이 있다며,

또 보자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



며칠 뒤,

유레카 인베스트먼트.


"네 말대로 연준이 엄청난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쟤네 정말 미친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는 것치고는 너무 웃고 있는 거 아냐?"

"내가 그동안 마진콜 발생할까 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알아?"


사실은 나도 그랬다.

미래를 알고 있는 나조차도 그랬는데. 에일린은 오죽할까 싶었다.


"....그래서 수익이 얼만데?"

"들으면 놀라 자빠질걸?"

"그 정도야?"

"네가 하도 연준이 기습적으로 금리를 올릴 거라고 해서. 미친 척하고 거기에 맞춰 모든 자산을 배분했었잖아. 그것도 리스크와 레버리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서 말이야."

에일린은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뛰는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채권 시장에서도 쓰레기라 불리는 정크 본드 파생 상품에 그것도 레버리지를 최대로 걸어서 투자했으니,

모르긴 해도 만일 금리가 상승하지 않고,

조금만 더 같은 기조를 유지했더라면, 투자한 상품들 모두가 휴지 조각으로 변했을 것이다.


"한 번만 더 들으면, 백 번쯤 될 것 같으니까. 수익률이 얼만지나 빨리 말해."

자기 말을 도중에 끊은 나를 한 차례 흘겨본 에일린이 지금까지의 수익률을 짧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539%!"

"응?"


생각지도 못한 수치에 내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엄청나지?"

"정말 고작 3개월 만에 그 정도 수익을 올렸다는 거야?"

"응."


와, 내가 회귀자인 것은 맞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정말 엄청난 수익인 것만은 분명했다.

물론 레버리지와 온갖 파생상품을 엮어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해서 얻은 결과이긴 하지만,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고작 이 정도 투자만으로도 이런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대체 나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게 되는 걸까?

어쩌면, 세계정복을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돈으로 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돈을 벌어야겠지만,

시간이 더 필요할 뿐, 분명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일단 정크 본드에 투자한 건 전부 현금화시켜."

"전부다?"

"응. 그것들을 계속 가지고 있는 건 리스크가 너무 커. 특히 지금처럼 금리 인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디폴트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그땐 정말 끝장이야. 채권에서는 이 정도로 손을 떼는 게 좋아."

"그럼 현금화한 돈은 어떡하려고?"

"멕시코 외환 시장에 들어갈 거야."


에일린이 동그랗게 놀란 토끼 눈을 떴다.


"최근 멕시코 페소가 급등하긴 했지만, 아직 먹을 게 남아 있을까? 그러다 거품이 빠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의문을 표하는 에일린을 향해 내가 씩 미소를 지었다.


"상승이 아니야."

"상승이 아니라고?"

"우린 페소 하락에 베팅할 거야."

"말도 안 돼! 너 멕시코의 외환보유고가 300억 달러에 육박한다는 소리 못 들었어? 내가 분명 보고서에도 적었었잖아."

"나도 봤는데. 보고서에 빠진 게 있었어."

"빠진 거라니?"

"멕시코의 대외 무역수지 적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 말이야."

"·····?"

"멕시코 정부가 OECD에 가입하고 싶은 마음에 덜컥 자국 시장을 개방했다는 건 너도 알고 있지?"

"응."

"그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봤어?"

"...영향이라니?"

"생각해봐. 아무런 상품 경쟁력이 없는 멕시코가 덜컥 자국 시장을 개방한 뒤, 물밀듯 몰려 들어오는 세계 유수의 상품들과 싸워서 과연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

"경쟁력이 없으면, 정부에서 높은 관세를 매기든지 해서 자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라도 올려줘야 하는데. 지금 멕시코 정부는 그럴 마음이 조금도 없거든. 아니, 정확히는 연말에 있을 대선 준비에만 정신이 팔려, 생각조차 못하는 거지만."

"아, 그것 때문이었구나. 멕시코 중앙은행이 외환 시장에 자꾸만 개입하는 이유가?"


내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앞뒤 상황이 좀 보이나 보네."


실제로 멕시코의 무역수지 적자는 1993년 130억 달러 규모에서 올해 200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속히 증가한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는 OECD에 가입했다는 자부심에 빠져 페소 가치를 올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이러한 상황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마치 1997년 외환위기 직전의 대한민국처럼.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외환보유고가 300억 달러나 되는 상황에서 멕시코 외환 시장이 무너질 것 같진 않은데?"

"내기할까?"

"아... 그 내기라는 말 좀 하지 말아줄래?"


처음에는 덥석 잘만 물더니,

이제는 자신이 없는지. 내기라는 말만 꺼내도 인상을 찌푸린다.


"내가 심각하게 보는 건, 두 가지야."

"그중 하나가 금리라는 건 알겠는데. 두 번째는 뭐야?"

"멕시코의 정치 상황!"

"정치 상황?"

"얼마 전에 멕시코 집권당 대통령 후보가 암살당했다는 건 알고 있지?"

"당연하지. 그것 때문에 70년째 장기 집권을 이어 나가고 있는 혁명당 내부에서 분열이 시작됐다는 소문이 파다하잖아."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야. 거기에 대통령의 친형이 대규모 자금을 빼돌리려 하다가 FBI에 붙잡히기까지 했으니, 불난 집에 기름을 있는대로 들이부은 상황이지."


그제야 에일린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러고는 재빨리 직원 하나를 시켜 멕시코의 자본유출 관련 데이터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후, 직원이 가져온 데이터를 확인한 에일린의 눈썹이 휘었다.

아직 미미하긴 했지만,

분명 멕시코의 순자본 유출 곡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순자본 유출이 증가하면, 당연히 외환 시장에서 페소의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고.

이 것은 조만간 급격한 Capital Flight(자본도피)가 발생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했다.


"미친놈들이 자기 나라가 망하는 것도 모르고 전부 돈을 빼서 달러 자산을 사들이려는 거잖아."

"그게 투자자나 국민들 탓은 아니지."


그들 모두 멕시코라는 배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탈출하려는 것뿐이었다.


"결국 네 말은 채권을 정리한 돈으로 페소 선물에 투자하라는 거지? 숏 포지션으로 말이야?"


멕시코는 이미 이전에도 2차례나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전적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5년간 멕시코의 금융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한 건, 멕시코가 잘나서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 저금리 정책 기조로 유동성이 대거 유입된 덕분이었다.

하지만, 급변한 고금리 정책과 멕시코의 정치 상황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굳이 멕시코에 남아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은 조만간 멕시코에 투자한 돈을 전부 달러로 바꿔 미국으로 돌아가려 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인 미국이 기존보다 두 배나 되는 이윤을 보장해주는 상황에서.

굳이 멕시코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을 테니까.



***



이 시기의 많은 국가들은 물가와 무역 등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자국의 화폐를 달러에 묶어놓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고정환율제를 적용하면, 환율 변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특정 수준의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해야만 한다.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 정책이지만, 경제의 기초 여건(Fundamentals)이 약화되거나 대외 불균형이 지속되면,

환투기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단점이 있었다.

바로 지금의 멕시코처럼.


멕시코의 상황은 예상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악화되고 있었다.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 기조가 고금리로 바뀐 이후, 무려 2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멕시코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간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 불안이 가중되면서 집권당의 권력자들이 자기 재산을 스위스나 케이맨제도, 바하마 같은 역외 은행으로 빼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300억 달러에 육박하던 멕시코의 외환보유고가 단 몇 달 만에 절반도 안 되는 100억 달러 아래로 줄어들었다.


"월가의 투자자들도 이제는 멕시코의 채무 상환능력을 의심하고 있어."


에일린의 말에 내가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곧 해외 은행들이 대출을 중단할 거야. 남은 외환보유고는?"

"61억 달러!"


휘익-


예상보다 더 적은 액수에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새로 취임한 세디스 대통령의 고민이 어느 정도일지 눈에 그려지는군."

"그래봐야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일 거야."

"디폴트 말이지?"

"응."


멕시코 대통령이 채무 상환 능력이 없음을 선언한다는 것은 곧 고정환율제를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자국 화폐의 가치를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변동시켜야만,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 테니까.


우리의 예상대로.

멕시코의 세디스 대통령은 일주일이 채 지나기 전에 공식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했다.

그와 동시에 3.45페소였던 환율이 순식간에 5페소 수준으로 절하됐고,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주식 시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디폴트 선언과 동시에 가격 제한폭까지 떨어졌던 멕시코의 주가지수가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40% 이상 추가로 폭락한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

"대에에에박!!"


초상집이나 다름없는 멕시코와는 달리.

나를 비롯한 에일린과 유레카 인베스트먼트의 전 직원은 두 팔을 번쩍 들고 미친 듯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번 투자로 번 돈의 액수가.

우리의 예상치를 완전히 상회했기 때문이다.


"대체 이게 다 얼마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게 바로 재벌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안내 24.08.13 2,697 0 -
44 총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기 NEW +4 4시간 전 344 18 12쪽
43 대한민국이 망할거라고는... +2 24.09.16 942 30 11쪽
42 모든 유보금을 달러로 +4 24.09.15 1,225 32 12쪽
41 그냥 재미 삼아 하는 거잖아 +2 24.09.14 1,312 29 11쪽
40 단군이래 최대 호황 +3 24.09.13 1,369 29 11쪽
39 온라인 서점 사업 +2 24.09.12 1,458 33 12쪽
38 감히 대적할 수 없는 힘 +2 24.09.11 1,593 31 11쪽
37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2 24.09.10 1,710 30 12쪽
36 다이아몬드 수저 +2 24.09.09 1,897 32 11쪽
35 그런 게 어딨어! +2 24.09.08 2,048 30 13쪽
34 등에 비수가 꽂히다 +2 24.09.07 2,043 42 12쪽
33 들으면 속상할 텐데 +2 24.09.06 2,097 34 12쪽
32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2 24.09.05 2,196 32 12쪽
31 나만 아니면 돼! +2 24.09.04 2,283 31 12쪽
30 포털사이트? 그게 뭔데? +2 24.09.03 2,346 31 12쪽
29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3 24.09.02 2,490 38 12쪽
28 교수님이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봐 +2 24.09.01 2,560 37 11쪽
27 태풍의 나라 개발자 이용식입니다 +2 24.08.31 2,569 37 13쪽
» 대체 이게 다 얼마야? +2 24.08.30 2,602 38 12쪽
25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요! +2 24.08.29 2,692 38 12쪽
24 왜 나한테만 x랄이야 +2 24.08.28 2,661 40 13쪽
23 악마의 구슬 +2 24.08.27 2,715 39 12쪽
22 당연히 그렇게 될 거야 +2 24.08.27 2,825 42 11쪽
21 아무래도, 정황이 그렇습니다 +2 24.08.26 2,839 39 12쪽
20 할아버지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나? +2 24.08.25 2,878 45 12쪽
19 제가 투자 좀 할까요? +2 24.08.25 2,860 42 11쪽
18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3 24.08.24 2,797 44 11쪽
17 들으면, 깜짝 놀랄걸? +2 24.08.23 2,800 41 11쪽
16 밥값으로 뭘 하면되는데요? +2 24.08.22 2,867 4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