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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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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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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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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가 투자 좀 할까요?

DUMMY

“어머니, 아무래도 시기를 좀 앞당기는 게 좋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갑자기 찾아온 장기석의 말에 천도희가 의문을 표했다.


“장 회장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승계 작업을 시작하려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자세히 말해보거라.”

“비상장 회사인 대한테크솔루션의 지분을 태준이한테 넘기려는 움직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천도희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대한테크솔루션의 지분을 헐값에 넘기는 것도 넘기는 거지만,

그 뒤에 무슨 일을 벌일지도 뻔히 보였다.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태준이에게 대거 넘겨준 뒤,

대한테크솔루션을 상장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해당 기업의 주가를 부풀리려 할 것이다.


일감을 몰아주거나, 계열사를 이용해 해당 주식을 매입하면, 주가를 올리는 것쯤은 일도 아닐 테니까.


“무슨 수를 쓰든 막아야 합니다.”

“막을 방법은 있고?”


자신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는 있었지만, 현재 경영권을 가진 것은 장우진 회장이었고,

계열사 사장들 또한 대부분이 그의 사람들이었다.


“막을 방법은 없을지 모르지만, 일단 저희가 알았으니, 대처할 방법은 있습니다.”

“어떻게?”

“저희도 태준이를 따라 대한테크솔루션의 주식을 매입하는 겁니다.”


태준이처럼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헐값에 넘겨받진 못하겠지만,

장외 거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어차피 상장만 되면, 주가는 지금보다 훨씬 오를 것이니,

부족한 이익금은 양으로 벌충하면 그만이었다.


천도희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장기석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여전히 굳은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증여 건은 그렇게 대응한다 치더라도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당할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 어떻게든 경영권을 빼앗아 올 방법을 찾아야 해.”

“어머니, 제가 누굽니까. 그것도 다 생각해둔 바가 있습니다.”

“오오, 그게 정말이냐. 어서 말해보거라.”

“순환출자 구조를 이용하는 겁니다.”

“순환출자구조?”


대한그룹의 지배 구조를 극단적으로 요약하면 이랬다.


- 물산 → 전자(4.5%), 생명(19.5%), ···

- 생명 → 전자(8.3%), 카드(15.3%), ···


그룹에는 크게 두 개의 지주회사가 존재하는데,

최상위의 지주회사가 바로 대한물산이었고, 장우진 회장은 이 대한물산을 통해 대한생명, 대한전자 등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에 있는 지주회사가 바로 장기석이 노리고 있는 대한생명이었다.

만약 그들이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의 고리를 끊어내고,

대한생명을 온전히 차지할 수만 있다면,

그룹의 핵심인 대한전자는 물론이고, 대한전자를 중심으로 계열사 대부분을 지배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한물산은 장우진 회장이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고 있어서 경영권을 가져오기가 힘들지만, 고작 3%밖에 없는 대한생명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의 허점을 제대로 짚어낸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대한건설의 비자금도 전부 사라진 마당에 우리가 무슨 돈으로 대한생명의 지분을 확보한단 말이냐.”

“그러니 더욱 대한테크솔루션의 지분을 대거 사들여야지요. 거기서 남긴 이익금으로 대한생명의 지분을 확보하고, 모자라는 것은...”

장기석이 잠시 말을 멈추고, 탁자에 놓인 물을 들이켰다.

그 모습이 답답했던 천도희가 대답을 독촉했다.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보거라.”

“모자라는 것은 저희가 가진 지분을 담보로 사채라도 빌리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사채라는 말이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천도희가 생각하기에도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이런 찜찜함을 남겨뒀다가 태준이 놈한테 벌써 몇 번이나 뒤통수를 얻어맞은 터라.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아들인 장기석이 돌아간 뒤,

천도희는 20년 넘게 자신의 궂은일을 도맡아서 처리해온 박남길 전무를 호출했다.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되겠어.”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

그동안은 일이 복잡해질 것을 우려해, 선택하지 못했지만, 승계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인지.

심경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절대 그 영감탱이가 눈치채선 안 돼. 할 수 있겠어?"

"제가 누군지 잘 아시잖습니까? 눈치채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일 처리가 깔끔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간 지켜본 바에 따르면, 장태준 그놈도 절대 만만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계속 지켜 보기만 할 수도 없는게.

녀석이 입지를 다질수록 처리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 분명했고, 무엇보다 태준의 경쟁자로 키우려 했던 손자인 장덕현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태준이라는 이름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며,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생각을 곱씹을수록 절대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최대한 빨리 그리고 절대 흔적을 남기지 마!”

······



***



“인사해 태준아. 이분이 바로 석주 선배야.”

“처음 뵙겠습니다. 장태준입니다.”

“하하, 어서 와라. 용식이 한테 얘긴 들었다. 네가 학력고사 최초 만점자라며?”

“운이 조금 좋았을 뿐입니다.”


이석주가 피식 웃음을 터트린다.


“대체 얼마나 운이 좋아야. 학력고사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거지? 그 정도 운이면, 나도 좀 나눠줬으면 좋겠는데?”

“음... 그건 좀 어렵지 않을까요?”

저는 운을 나눠주러 온 게 아니라. 나눠 받으려고 온 거거든요.

“그것 참 아쉽네.”

“...게임을 개발 한다고 들었는데. 좀 어떠세요?”

“왜, 너도 같이하게?”

“그러고 싶지만, 컴퓨터... 특히 프로그래밍은 젬병이라서요.”

“게임 개발하는데 꼭 프로그래밍 실력만 필요한 건 아니야. 기획, 아이디어 구상, 스토리, 투자금 확보 등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 하거든.”

“게임 개발을 시작한 건 아니고, 아직 구상 단계라는 거네요?”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석주 선배의 대답에 내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국내 최초의 MMORPG라 불리게 될 태풍의 나라 개발이 상당 부분 진척되었더라면,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겠지만,

구상 단계라면,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한 발 걸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배, 내가 어제 집에서 생각을 좀 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조선시대 배경의 RPG는 좀 아닌 것 같아요.”

“그게 뭐가 어때서? 무사들이 검으로 일본 놈들 죽이면서 레벨도 올리고, 퀘스트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게 제일 무난하다니까.”

“조선시대와 일본에 관한 주제는 너무 흔하잖아요.”

“그럼, 네가 생각한 스토리는 뭔데?”

“그건... 지금부터 고민해 봐야죠.”

“뭐?”


용식이의 뻔뻔한 대답에 이석주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타박만 할 수 없는 게.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소재가 평범하긴 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닌텐도 같은 게임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지만, 남들이 했던 것과 비슷한 길을 가서는 꿈을 이루기 쉽지 않다는 것쯤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거기다 불법 복제가 판을 치는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는 좋은 게임을 만들어봐야 힘만 들고 돈은 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그가 하는 고민 중 하나였다.


“그럼, 일반적인 RPG가 아니라. 조금 색다른 걸 만드는 건 어때요.”


이석주가 고개를 번쩍 들어 나를 쳐다봤다.


“색다른 거? 그게 뭔데?”

“일종의 머드 게임 같은 것 말이죠.”

“머드?”


MUD는 Multi User Dungeon의 약자로.

MMORPG와 비슷한 온라인을 통해 연결하는 게임이지만, 지금의 열악한 통신 환경 때문에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게임이었다.

이석주는 내 말뜻을 단숨에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나와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용식이는 생각보다 쉽게 말을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RPG이긴 한데. 여러 사람이 함께 한 공간에 접속해서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야?”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게임이라고?”

이석주가 놀란 눈으로 우릴 쳐다봤다.

“그런데. 어찌저찌 게임은 만든다 쳐도. 지금처럼 느린 온라인 환경에서는 함께 접속할 수 있는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온라인 환경은 앞으로 빠르게 개선될 거야. 나는 그전에 게임을 만들어서 시장을 선점해두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미 온라인 시장에서 선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수없이 많이 봐왔던 터라.

천리안, 나우누리 같은 열악한 통신 환경에서라도 일단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성장은 향후 ASDL과 같은 초고속 인터넷 시장이 활성화되면, 그때 해도 충분했다.


“괜찮은 생각 같은데? 느린 통신 환경에 맞춰서 기존 머드 게임에서 해상도만 살짝 더 올린 수준으로 게임을 만들면, 동시 접속자 수도 어느 정도는 유지할 수 있을 거야.”


확실히 이석주가 괜히 이석주가 아니었다.

내가 말한 아이디어의 핵심을 단숨에 짚어냈다.


“그럼, 이제 메인 스토리를 정하는 일만 남은 것 같은데. 다시 말하지만, 조선시대 검객은 너무 식상하니까. 저는 반대입니다.”

용식이의 의견에 나도 동의를 표했다.

“조선시대 검객이 일본 사무라이를 베고 다니는 컨셉은 진부하기도 하지만, 향후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데도 제약이 따를 겁니다.”

“아... 듣고보니, 그렇네.”

석주 선배도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듯했다.

그런 그를 향해 미리 준비해온 만화책 한 권을 내밀었다.


“대무신왕?”

“고구려 3대 국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화책인데, 제법 스토리가 탄탄하더라고요.”

“어? 나도 이거 봤는데. 재밌긴 했어.”


이석주는 만화책을 펼쳐 내용을 확인했고,

내용을 읽어 내려갈수록 그의 표정 또한 급격히 밝아졌다.


“대박. 이거 완전 내가 찾던 스토리잖아?”

“언제는 조선 검객 아니면 안 된다면서요?”

“아냐, 지금 보니까. 이게 더 내가 생각하던 스토리에 부합한 것 같아.”


이석주의 어색한 미소에 나와 용식이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컨셉과 스토리도 정해졌으니. 이제 개발할 일만 남은 건가요?”

“얀마, 스토리가 정해졌다고, 게임이 그냥 만들어진다든?”

“네?”

“사무실도 구해야 하고, PC도 사야 하고, 그래픽 처리할 사람도 찾아봐야 하고, 대무신왕 창작자를 찾아가서 계약도 체결해야 하고, 준비해야 할 게 산더미야.”

“그런 건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석주 선배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돈 있어?”

“네?”

“그래픽 처리는 그렇다 치고, 사무실 구하고, 컴퓨터 사고, 저작권료 줄 돈은 있냐고?”

“·····”

그제야 이석주의 말을 이해한 용식이의 표정이 급격히 침울해졌다.

제일 중요한 돈 문제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때 둘 사이에 끼어든 내가 그에 관한 제안을 했다.


“그럼, 제가 투자 좀 할까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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