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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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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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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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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DUMMY

"말도 안 돼!"


충격에 빠진 에일린을 보자.

그제야 내가 이겼다는 확신이 들었다.


'조금만 타이밍이 어긋났으면, 내가 질 수도 있는 대결이었어.'


대결에서 이기긴 했지만,

에일린의 투자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거기에 더불어 장기 노예... 아니 근로 계약을 내기 조건으로 걸길 잘했다는 생각 또한 숨길 수가 없었다.


"자, 이제 사인할 차례인가?"

"...잠깐만 기다려봐!"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한 에일린이 내가 정리해온 자료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봤다.


"...왜? 또 뭐?"

"아무래도 이상해."

"...뭐가?"

"지난번 대한건설 운영자금으로 투자할 때도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상한가 칠 종목을 미리 알고 있는 거지?"

"....미리 알고 있다니?"

"그렇지 않고서는 상한가 치기 직전에 들어가서. 최고점에서 매도한 이 내역들은 대체 어떻게 설명할 건데?"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너도 예상했었잖아. 올해는 자산주 테마가 유행할 거란 걸."

"그래 네 말대로 예상했었지. 근데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 정도로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해. 내부 정보를 알고 있다든지. 아니면..."

"·····"

"주가를 조작한 게 아니라면 말이야."


조작이라는 말에 내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너는 이 정도 금액을 주가 조작으로 벌어들이고도,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아니...."


이 정도 규모의 주가 조작 사건이 일어났다면, 모르긴 해도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졌을 것이다.


"억지 부리지 말고, 깔끔하게 받아들여. 그것 말고도 나눠야 할 말이 많으니까."


의심 가득한 시선으로 쳐다보던 에일린은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자.

이번에는 금방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20년 동안 월급 한 푼 안 주려는 건 아니지?"

"푸하하하하. 안 준다고 하면, 진짜 눈물이라도 흘리려고?"


나는 지금 저 표정이 연기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에일린은 객관적으로도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스스로 이용할 줄도 알았다.

아마 내가 아닌 다른 남자들이었다면,

저 표정을 보고 애간장이 녹아내렸을 것이다.

물론, 에일린이 걱정한 것처럼 노예 계약을 맺어 공짜로 부릴 생각은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오랫동안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보수는 지금처럼 성과금까지 확실하게 지급할 생각이다.

그래야만, 더 의욕적으로 계속해서 돈을 벌어오지 않겠는가.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그래서 나눠야 할 말이라는 건 뭐야?"


떨리는 손으로 20년 장기 근로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에일린이 허탈한 심정으로 나를 올려봤다.


"우선 비자금에 관한 대화부터 하자."

"비자금이라면, 세이프 하베스트로 옮겨둔 대한건설의 자금을 말하는 거야?"

"맞아."

"그건 네가 지시했던 대로 금융실명제가 시행되기 직전, 케이맨제도로 옮겨서 세탁까지 끝냈어."

"수수료가 상당했겠는데?"

과거 콘트라리온에서 근무할 당시 알게 됐었던 자금세탁 전문가 헨리를 떠올렸다.

"당연하지, 그 사기꾼 같은 놈이 수수료로 15%나 뜯어갔거든. 그래서 남은 금액이 대략 5,700만 달러 정도야."

"그래도 일처리 만큼은 확실하잖아."


에일린도 인정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투자 과정에서 저 돈을 활용했더라면, 더 크게 불릴 수도 있었겠지만,

만약 그랬더라면, 향후 자금의 출처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수수료가 들더라도 깨끗이 세탁할 필요가 있었고,

그 결과 지금에서야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세탁한 자금을 전부 대한생명 지분 매입에 쏟아부어!"

"응? 대한 물산이 아닌 생명을 사라고?"


에일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산보다 생명 쪽 지분 확보가 더 시급해."


대한그룹의 지배 구조는 매우 복잡해서.

지배구조 최상단에 대한물산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룹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전자는 대한생명이 지배하고 있었다.

대한건설을 차지했음에도 금융실명제라는 복병을 만나, 비자금 확보에 차질이 생기자.

천도희는 차선책으로 대한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대한생명을 차지해서 대한전자까지 지배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아냐고?


시점에 차이가 있을 뿐,

놈들은 회귀 전에도 그런 식으로 할아버지에게서 경영권을 빼앗아 갔었으니까.

그러니, 어떻게든 대한생명의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놔야만 했다.


"5,700만 달러로는 그다지 많이 확보하진 못 할거야."

"그중에서 700만 달러는 따로 빼놔. 그 돈은 내가 따로 운용할 테니까."

"알았어. 그렇게 조치할게."

"그리고, 유레카에서 보유 중인 자금은 어느정도야?"

"잘 알면서. 뭘 물어."


살짝 표정을 찌푸린 에일린이 조금 전, 내기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내민 서류뭉치를 가리켰다.


"아 참, 그렇지."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뒤적여 최종 수익금이 적힌 부분을 펼쳤다.

다시 봐도 놀랍긴 했다.


50억의 자금이 고작 6개월 만에 600억.

달러로 환산하면, 8,500만 달러 정도로 불어나 있었다.

사실 지금처럼 원화 가치가 높고,

상대적으로 달러가 저평가되어있을 때는 국내 투자가 아니라.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게 맞았다.


달러당 700원 수준의 원화 가치는 향후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하락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세계정복이라는 원대한 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한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하는 게 먼저였고, 무엇보다 천도희와 장기석 모자가 잘 먹고 잘사는 꼴을 오랫동안 보고 싶진 않았다.


나는 세이프 하베스트에 있는 자금 중 5,000만 달러와 유레카 인베스트먼트의 자금 중 5,000만 달러를 각각 대한생명 지분을 확보하는 데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필요한 지분이 어느정도야?"

"15%"


생각보다 많은 양인지 에일린이 혀를 내둘렀다.


"지금보다 돈을 아주 많이 벌어야겠네?"

"그럴 거야, 저들이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하면, 대한생명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테니까."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건데? 지금처럼 계속 멕시코 같은 신흥국과 한국에 투자를 유지할 거야?"


내가 고개를 저었다.


"공포의 시대를 대비해야지."

"공포의 시대?"

"너는 앞으로도 상황이 계속 좋을 거라고 생각해?"

"사실 조금 불안하긴 해. 저금리 기조가 너무 길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미·연준은 걸프전의 여파로 시작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미 1년 넘게 역대 최저인 3% 금리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본래 투자자들은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기 시작하면, 자산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열광하지만,

이러한 기조는 큰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중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레버리지에 관한 것들이었다.


내가 미리 준비해온 자료를 에일린에게 내밀었다.

그것들을 받아 든 에일린이 의문을 표했다.


"이건 미국의 물가 상승률 지표잖아?"


마치 '이걸로 뭘 확인하라는 거야?' 라고 묻는 표정이었다.


"지난달 대비 CPI(소비자 물가지수)가 0.2% 가까이 상승했어. 미국의 주택 담보 대출도 전년 대비 30%나 상승했고."

"그래도 이 정도는 문제가 되는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물론 0.2% 수준의 변동성으로 이상점을 찾긴 힘들었다.


"문제는 지난 3개월간 물가 상승률이 계속 우상향하고 있다는 거야."

"그래봐야 아직 2.7% 수준이잖아."

"글세,,, 과연 연준에서도 그렇게 생각할까?"


모든 중앙은행이 그러하듯.

미국의 연방준비 위원회 또한 그 존재 이유가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에 있었다.

그 말인즉슨, 물가 상승과 고용 안정에 문제가 생기면, 무슨 수를 쓰든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네 말은 연준이 조만간 다시 금리를 올리기라도 한다는 말이야?"

"너도 불안하다며?"

"...그렇긴 한데. 그래도 그 정도로 빨리 움직일 것 같진 않아. 아직 그에 관한 아무런 시그널도 없는 상태고."

하긴, 에일린의 생각이 이 시기 대부분의 투자자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들은 아직 미국이 경기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그래서 저금리 기조를 조금 더 오랜 기간 유지할 거로 생각하지만,

실상 연준은 그들의 예상보다 소비자 물가 지수를 더욱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물가는 마치 산불과도 같아서.

초기에 잡으면, 쉽게 진화할 수 있지만, 일단 번지기 시작하면,

웬만한 노력으로는 진화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장담하는데. 분명 조만간 연준이 기습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에일린이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물론, 내가 에일린의 입장이었다고 해도 쉽게 금리를 그것도 기습적으로 올릴 거라는 말을 믿지 못했을 거다.

보통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인상할 때는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참 전부터 미리 시그널을 주기 마련이었다.

그래야만, 은행과 기업 하물며 일반인에게까지 대비할 시간을 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무런 시그널도 없이 기습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그만큼 경기과열과 인플레이션 조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였다.


"CPI뿐만이 아니야, 임금 상승률, 전 세계 생산량, GDP 디플렉터 등 모든 것이 한 가지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사실, 미래를 알고 있다면,

그에 맞게 데이터를 끼워 맞추는 건 일도 아니었다.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지표 중 인플레이션을 가리키는 것들을 위주로 추려서 강하게 주장하자.

에일린도 혼란스러운지 말없이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삼켰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


어쩌긴,

공포에 올라타서 돈을 쓸어오자는 거지.


"내 계획은 간단해. 미국에 배팅하는 자산에 대해서는 롱 포지션을 유지하고, 그 외에 신흥국에 투자하는 자산에 대해서는 인버스... 즉, 숏 포지션을 유지하자는 거야."

"넌 연준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릴 거라고 확신하는 구나."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을 뭐로 들은 거야. 연준은 무조건 금리를 인상할 거고, 미국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썰물처럼 신흥국을 빠져나가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빠져나간 신흥국의 자산 가치는 폭락을 면치 못할 것이고,

자연스레 높은 금리를 주는 달러를 사려는 이들로 인해 달러의 가치는 계속해서 상승하게 될 것이다.


"확실히 그렇게 되면, 멕시코와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긴 하겠네."

그 정도가 아니라니까.

지금 말할 수는 없지만, 이번 금리 인상을 두고 사람들은 채권 대학살이라고까지 부르게 될 것이고,

이것은 몇 년 뒤에 발생할 동남아 외환위기의 트리거가 된다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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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모든 유보금을 달러로 +4 24.09.15 1,222 32 12쪽
41 그냥 재미 삼아 하는 거잖아 +2 24.09.14 1,309 29 11쪽
40 단군이래 최대 호황 +3 24.09.13 1,365 29 11쪽
39 온라인 서점 사업 +2 24.09.12 1,456 33 12쪽
38 감히 대적할 수 없는 힘 +2 24.09.11 1,591 31 11쪽
37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2 24.09.10 1,708 30 12쪽
36 다이아몬드 수저 +1 24.09.09 1,895 32 11쪽
35 그런 게 어딨어! +1 24.09.08 2,047 30 13쪽
34 등에 비수가 꽂히다 +2 24.09.07 2,042 42 12쪽
33 들으면 속상할 텐데 +2 24.09.06 2,097 34 12쪽
32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2 24.09.05 2,195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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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포털사이트? 그게 뭔데? +2 24.09.03 2,344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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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교수님이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봐 +2 24.09.01 2,557 37 11쪽
27 태풍의 나라 개발자 이용식입니다 +2 24.08.31 2,569 37 13쪽
26 대체 이게 다 얼마야? +2 24.08.30 2,600 38 12쪽
25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요! +2 24.08.29 2,691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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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3 24.08.24 2,796 4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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