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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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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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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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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니면 돼!

DUMMY

"이번 엠티 장소는 강원도 태백으로 정해졌다."

"에에엑? 태백?"

"...설마 등산이라도 하려는 건 아니지?"


과대의 공지에 동기들이 저마다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딱 봐도 노잼에다 술이나 진탕 먹고 올 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과별로 장기자랑도 할 거니까. 우리 과에서도 참여할 사람 2명을 선정해야 해."

"요즘에 누가 장기자랑 같은 걸 시켜."

"설마, 족구나 피구 같은 것도 하려는 건 아니지?"

"어떻게 알았어? 자연과학부 내에서 과 대항으로 남자는 족구, 여자는 피구 대회를 진행할 거야. 우승팀은 상품으로 소주, 맥주 한 박스씩."


우-


과대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동기들의 입에서 야유가 쏟아졌고, 나도 그들 무리에 동참해 함께 소리를 질렀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노잼 엠티 테크트리를 그대로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족구를 할 거면, 그냥 학교 운동장에서나 할 것이지. 뭐 하러 태백산까지 가는 거야.'


프로젝트 때문에 안 갈 수도 없고,

가자니 시간만 버릴 것 같았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인지.

마지못해 가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다 문득 다른 이들과 달리 생글거리며 웃고 있는 지수가 눈에 들어왔다.


"넌 엠티 가는게 좋은가 보다?"

"응, 재밌을 것 같아. 선배들 없이 우리끼리만 가는 것도 좋고."

"그래봐야. 술이나 진탕 마시고 올 것 같은데."

"그게 추억이지."

"술 마실 생각에 벌써부터 좋아 죽는구만."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뭐?"

"흥, 됐어!"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고 가는 지수를 내가 멀뚱히 쳐다봤다.

‘...뭐지?’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 엠티였지만,

결국 나를 비롯한 자연과학부 소속 수십 명의 학생들은 여러 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강원도 태백으로 이동했다.

.

.

.

.

"이야, 그래도 경치는 끝내주네."

"흐읍. 서울에서 매연 냄새만 맡다가. 풀 냄새 맡으니까 좋긴하다."

"근데 올해도 그거 하려나?“

"그게 뭔데?"

"그거 있잖아. 역대 선배들 중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그 이벤트 말이야."

"그런 건 모르겠고, 그냥 배고파."

"과대 밥은 대체 언제 먹는 거야!"

"나는 아침도 못 먹었다고."

"벌써 2시가 넘었잖아. 밥 먹고 합시다."


강원도 태백에 위치한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다들 배가 고프다며, 아우성을 질렀다.

하지만, 자연과학부 과대들의 표정이 뭔가 심상치 않았다.

그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자기들끼리 뭔가를 의논하더니,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와 상황을 설명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업체가 이곳으로 오는 도중 사고가 났다."

"사고?"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예정된 것들을 전부 할 수 없게 돼버렸어. 행사부터 먹을 것까지 전부다."

"그럼 다시 돌아가는 거야?"


과대가 그건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순 없지. 우리 중에 진행에 자신 있는 몇 명을 뽑아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

"먹을 건?"

"가서 뭐라도 사 와야지."

"아, 씨. 뭐야. 배고픈데. 당장 먹을 게 하나도 없다는 거잖아."

"지금 통계하고 화학과 과대가 먹을 거 사러 갔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그리고 그 전에 자기가 사회 보는데 소질이 있다거나, 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손 좀 들어보고!"


당연하겠지만, 손을 드는 사람이 있을 턱이 없었다.

배도 고픈데다 여론도 그다지 좋지 않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누가 사회를 보려 하겠는가.


"에이씨 행사고 뭐고, 그냥 술이나 마시자."

"뭘 대낮부터 술이야. 족구든 뭐든 하고 마셔야지."

"족구는 무슨. 우~~"


진행자가 없으니, 여론도 제각각이었고,

그러다 보니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


"자발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으니, 추천으로 진행자를 뽑을 수밖에 없다. 과별로 진행을 맡았으면 좋을 것 같은 사람 2명씩을 다수결로 뽑아!"

과대의 말이 떨어지자.

저마다 주위를 둘러보며, 눈치를 살폈다.

모두의 눈에는 다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이 가득했고,

나 또한 귀찮은 건 질색이었기에 일부러 한 걸음 물러서서 먼 산만 쳐다보고 있는 그때.


"나는 태준이가 진행을 맡았으면 좋겠어."

"뭐?"


고개를 홱 돌려 쳐다보니,

같은 과 김경숙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도 찬성."

"태준이라면 왠지 잘할 것 같아."

"잘생겼잖아."


아니 진행을 맡는 거랑 잘생긴 게 무슨 상관인데?

갑자기 다른 여학생들의 여론이 나한테로 집중되더니, 남학생들도 거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나만 아니면 돼!'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나쁜 새끼들.


"자 한 명은 정해진 것 같고, 이제 남은 한 명만 더 정하면 될 것 같은데."

"내가 할게."


갑자기 들려오는 외침에 사람들의 이목이 한 곳으로 집중됐다.


"지수 네가?"

"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아니야, 나도 이런 거 한번 해보고 싶었어."

지수의 적극적인 참여에 동기들은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리 싫진 않은 표정이었다.

귀찮은 걸 대신 떠맡아서 하겠다는 사람이 나왔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



하.


지수를 제외한 진행을 맡은 7명의 인원이 일제히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대부분 다수결에 의해 강제로 뽑혀 온 탓에 뭐부터 해야 할지 알지도 못했고, 의지도 없었다.

거기다 더 큰 문제는 백 명에 가까운 인원들의 먹을거리가 그리 풍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대가 읍내에 나가서 먹을 걸 구해오긴 했지만, 워낙 깊은 산골까지 들어온 탓에 근처 슈퍼마켓을 전부 털어와도 그 양이 얼마 되지 않았다.


"다들 뭐 좋은 아이디어 없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긴 해. 차라리 먹을 걸 상품으로 걸고, 족구나 피구를 시키는 건 어때?"

"안 그래도 하기 싫어하는 거 같은데. 먹을 걸 상품으로 건다고 하면, 돌 맞을 거 같은데?"

"····"

"그럼, 장기자랑 시킬까?"

"너부터 해야 할 걸."

"아, 그럼 취소."


몇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하지만, 여론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기에.

뭐든 빨리하긴 해야 했다.


보다 못한 내가 나서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5명을 한 조로 묶어서. 게임을 시키자. 상품은 라면이나 먹을 걸로 걸고."

"게임? 지금 같은 상황에서 007이라도 하자는 거야?"

"아니 그런 거 말고, 더 괜찮은 게 있어."

사실, 내가 진행자로 뽑힌 직후부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임들이 있긴 했다.

회귀 전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봤던 게임들 말이다.

그중에서도 신 삼국지라는 예능에서 했었던 게임을 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그때 봤던 게임들을 설명했고,

뽑혀온 애들도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태준이 너 대체 이런 게임들을 어떻게 생각해낸 거야."

"확실히 재밌을 것 같긴 해."

"재밌는 정도가 아니라. 족구나 피구보다는 훨씬 괜찮은데?"

"맞아. 나도 공놀이보다는 태준이가 말한 게임이 훨씬 더 재밌을 것 같아."


진행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우리는 동기들에게 진행할 게임의 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친한 아이들이 아닌.

무작위로 번호표를 뽑게 해 남자 셋, 여자 둘. 이렇게 다섯 명을 한 조로 묶고.

곧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당연하겠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나하나 게임을 진행할 때마다 동기들은 폭소를 터트렸고,

배고픈 상황에서 먹을 걸 상품으로 걸자.

치열한 승부욕까지 불러와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게임에 참여했다.


족구나 피구 같은 잘하는 사람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운이 좋으면, 이길 수 있는 게임들이다 보니 더욱 그러했다.


다섯 명이 동시에 물병 던져 세우기.

리코더를 입에 물고, 빨래집게로 코를 막은 상태에서 간지럼 오래 참기.

음악을 크게 튼 헤드셋을 쓴 상태에서 상대방의 입만 보고 같은 조원이 말하는 단어 맞히기.

게임이 진행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섯 명의 조원은 모두가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처럼 합심해서 게임에 참여했고, 빠르게 가까워졌다.


"이야, 태준이 한테 이런 재능이 있었어?"

"진짜. 완전 대박!"

"이런 엠티라면, 다음에도 무조건 참석할래."

"난 아직 배꼽이 그대로 붙어있는 게 신기할 정도라니까."

"그 배꼽 이번에는 진짜 빠질 수도 있으니까. 테이프로 잘 붙여놔."


8명의 진행자 중 한 명인.

나병덕의 말에 아이들이 다시 한번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게임은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진행자 7명 모두가 엄지를 치켜세운 게임이었다.


일명 나팔 모자 대작전.


나팔처럼 타원형으로 된 모자를 머리가 아닌, 얼굴에 쓰고 하는 게임으로.

손톱만 한 작은 구멍 사이로 보이는 시야에 의지한 채. 림보, 의자 뺏기, 축구 등을 진행하는데.

얼마나 웃겼던지.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서 있는 아이들보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는 아이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을 정도였다.

그렇게 열광적인 호응 속에서 우리는 1차로 예정된 행사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아쉽다."

"진행자들 쵝오."

"진짜 와 씨, x나 재밌어."


게임이 끝난 지 한참이나 지났음에도 동기들은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계속해서 게임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저녁에도 쟤들이 계속 진행을 맡는 거야?"


누군가의 물음에 왁자지껄 떠들던 이들이 일제히 과대를 쳐다봤다.

모두의 표정에는 조금 전에 사회를 봤던 애들이 저녁에도 사회를 봤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듬뿍 담겨있었지만,

과대의 입에서 그들이 원하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진행은 여기까지야. 이제는 먹고 마셔야지."

"아, 술 마시는 것보단 게임이 더 재밌던데."

"술 마시면서, 게임하면 더 재밌을 거야!"

"오.... 오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과대의 말을 듣고 난 이후,

그게 더 재밌겠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그러고는 너나 할 것 없이 술을 가져와 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술병이 엄청난 속도로 쌓여갔지만, 얼마나 마셨는지는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나 또한 그들 무리에 섞여 열심히 술을 마시고 있었으니까.


다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갔을 때쯤.

마이크를 든 과대가 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자, 이제 오늘의 메인 이벤트가 진행될 차례입니다. 일명 굴러오는 공보다 빠르게 깃발을 잡아라!"

"앗, 나 저거 알아."

"선배들도 매년 했다던 그 게임이잖아."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그거?"

"뭐야, 나만 모르는 거야? 대체 깃발을 잡아라 게임이 뭔데?"


의문을 가지는 이들을 위해 과대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룰은 간단합니다. 굴러오는 공보다 빨리 깃발을 주워서 정해진 위치에 가장 빨리 가져다 두는 사람에게 최신형 워크맨이 지급되는 이벤트입니다."


우와아아아아아!!


최신형 워크맨이라는 말에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근데 남자한테 너무 유리한 거 아냐?"


한 여학생의 외침에 과대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런 말이 나올 줄 알고. 여자, 남자용 라인이 별도로 준비되어 있고, 공이 굴러오는 속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꺄아아아악-


"과대 센스 보소."

"오빠, 멋져!"

"가보자, 워크맨은 내 거다."


엠티에 참여한 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워크맨을 받을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었지만, 사실 그것은 희망일 뿐.

굴러오는 공보다 빠르게 깃발을 잡아라 게임은 그들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난이도가 높았다.

괜히 지금껏 단 한 명도 성공한 사례가 없는 게 아니었지만, 젊은 객기와 잔뜩 들어간 술기운에 저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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