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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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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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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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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교수님이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봐

DUMMY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악마의 구슬 78개.

그리고 조금 전 성수대교가 무너진 직후, 새롭게 얻은 32개의 구슬.

그러고 보니, 구슬을 얻은 두 번 모두 참사로 기억하고 있던 사고를 막은 직후에 얻게 된 것들이었다.


'대체 구슬과 사고가 어떤 연관이 있는 거지?

그리고 구슬의 숫자는 왜 다른 걸까?'


처음에는 78개를 얻었고,

이번에는 32개를 얻었다.


110개의 구슬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보다는 먼저 구슬을 얻게 된 경위를 확인하고 싶었다.

분명한 것은 사고와 큰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사고를 막았을 때마다 문구가 떠올랐으니,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추측이었다.


그렇다면, 구슬의 숫자는 어떤 것과 연관이 있는 걸까?

침대에 앉아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문득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설마... 내가 구한 사람들의 숫자와 관련이 있는 건가?'

본래 역사에서 무궁화호 열차 전복으로 정확히 몇 명이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보다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거다.

순간적으로 찌릿한 무언가가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추측이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떠한 확신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 다시 확인해 볼 필요는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확인하지?'


확인해보려면, 내가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당장 구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생각나질 않았다.

······



***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해?"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지수가 학교 잔디밭 위에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뭐 좀 생각한다고."

"시험은 잘 쳤어?"


지수의 물음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고사라 그런지 생각보다 쉽더라고."

"쉬웠다고? 이번 시험 통계물리학 아니었어? 다른 애들은 엄청 어려웠다고 하던데?"

"통계잖아."

"아, 그러고 보니, 넌 수학을 엄청 잘했었지."

"·····"

회귀 전에는 UC버클리에서 수학 Ph.D까지 받은 몸인데.

물리이긴 해도 통계가 대부분인 통계물리학이 내게 어려울 리 없었다.


"나한테는 안 물어봐?"

"뭘?"

"시험 잘 쳤냐고!"

"아. 시험 잘 쳤어?"

"아니, 진짜 어어엄청 어려웠어. 욕심이 앞서서 내 수준보다 너무 어려운 과목을 선택했나 봐."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지수가 한탄을 쏟아냈다.


"입자 물리학이라고 했었지?"

"응. 입자와 필드의 상호작용을 모델링하는 문제인데. 내가 뭘 적고 나왔는지조차 모르겠어."

"문제가 뭐였는데?"


대체 어떤 문제였길래.

지수 같은 천재가 이 같은 표정을 짓는 걸까?


노트를 꺼내든 지수가 조금 전 시험 시간에 봤던 문제를 똑같이 적었다.


"아."


보는 순간.

뭣 때문에 어려워한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풀 수 있겠어?"

"....그럴 것 같은데."


노트를 받아 든 내가 샤프의 머리를 한 차례 누른 다음. 흰 여백에 복잡한 숫자와 그래프를 채워나갔다.

노트 한 페이지가 빽빽하게 채워져 가는 과정을 지켜보던 지수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이거... 혹시 조합 대수기하학을 적용해서 푼 거야?"

"오, 조합 대수기하학을 알아?"

"그냥 뭔지만 아는 거지. 풀 수 있는 건 아냐. 근데 이게 이렇게 풀어지는 거였어?"

"원리만 알면, 간단해. 알려줄까?"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지수의 모습에 내가 조합 대수기하학을 어떻게 적용해서 문제를 풀었는지 천천히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확실히 천재라 그런지.

몇 번 설명해주지 않았는데도.

지수는 그것을 금방 이해했다.


물론 조합 대수기하학을 단시간에 모두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고작 대학교 2학년 수준의 문제를 풀기에는 차고 넘쳤다.


"와, 나도 공부로는 다른 사람한테 뒤진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넌 정말... 굉장한 천재구나."


감탄을 터트리는 지수를 보자.

마치 데자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귀 전, UC버클리에서 조합 대수기하학에 관한 설명을 해주던 지수와 그것을 듣고 탄성을 터트리던 나.


입장이 바뀌었을 뿐, 상황은 거의 비슷했다.

당시의 나도 지수를 보고 같은 생각을 했었으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알려줄 테니까."

"정말이지?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다."


뭐지?

이게 이렇게나 좋아할 일인가?

방방 뛰며 좋아하는 모습에 나 또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근데. 지난번 일은 이제 괜찮아?"


민준석과 박형식 때문에 경찰서까지 잡혀갔던 일을 거론하자.

지수가 갑자기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긴 한데. 좀 실망했어."

"응? 뭐가?"


내가 뭘 했다고 실망을해?


"그렇게 부자였으면서 어떻게 나한테 매번 밥을 얻어먹을 수가 있어. 역시 있는 사람이 더하다니까."

"아, 그건..."


네가 먼저 사준다고 데려간 거잖아.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보다 한발 먼저 지수가 내 말을 잘랐다.


"흥, 됐어. 나한테 얻어먹은 것 이상으로 앞으로는 너가 매일 밥 사!"

"맞아. 밥은 태준이 네가 사야지."


어느새 나타난 용식이가 앞뒤 상황도 모르면서 지수의 말을 거들었다.


"이것들이... 그래, 좋다! 앞으로 늬들 밥은 내가 책임진다."

"꺄아!"


지수가 즐거운 비명을 질렀고,

그런 지수를 향해 용식이가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태준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부자니까. 비싼 거로 먹자."

"정말? 그럼 내가 정말 가보고 싶은데가 있는데. 거기 가도 돼?"

"거기가 어딘데?"


내 물음에 지수가 큰 소리로 식당 이름을 외쳤다.


"이너백!!"


뭔가 굉장히 진지하게 고민하길래 얼마나 비싼 걸 말하려나 싶었는데.

고작 패밀리 레스토랑이었어?

물론 대학생이 가기에는 부담되는 가격인 건 맞지만, 내가 이전 삶에서 받은 도움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백번이든 천 번이든 사줄 수 있었다.


"그나저나 태풍의 나라 홍보는 잘됐냐?"


식당으로 가는 길.

지난 성수대교 붕괴 건에 대한 경과를 물었다.


"야야, 말도마. 나는 네가 시킨 대로 한 것밖에 없는데. 인터뷰하자고 찾아오는 기자들이 어찌나 많은지. 보이냐? 나 살 빠진 거?"

"아니 그건 잘 모르겠는데?"


두 팔을 벌려 몸매를 드러내는 용식이를 내가 아래위로 훑었다.


"아무튼. 네 덕에 홍보 하나만큼은 제대로 된 것 같다. 석주 선배도 고맙다고 전해달래."


용식이만큼이나 인터뷰에 시달린 게 석주 선배였다.

성수대교가 왕복 2차선의 도로였기에 반대쪽에서 진입하는 차들도 막을 필요가 있었는데.

그걸 막은 사람이 바로 석주선배였기 때문이다.

물론, 석주 선배는 도로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트럭만 세워두고, 재빨리 자리를 벗어난 덕에 용식이만큼 고생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



***



일주일 후,

입자물리학 강의 시간.


"다들 지난 시험은 어땠어?"


강의실로 들어온 이천학 교수의 물음에 사방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너무 어려웠어요."

"교수님, 난이도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만점 받은 사람이 있긴 한 겁니까?"


예상했던 대답인지 이천학 교수가 허허거리며, 그들을 쳐다봤다.


"나도 내심 만점을 받는 사람이 나왔으면 싶었는데. 아쉽게도 만점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3번 문제를 대체 누가 풀어요!"

"정답이 있긴 한 거예요?"

"명색이 시험 문제인데 정답이 없을 리가 있나. 지금부터 풀이해줄 테니까. 다들 똑똑히 지켜보도록."


이천학 교수가 분필을 들고, 칠판에 3번 문제에 대한 풀이 과정을 적기 시작했다.

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력 간의 상호작용을 경우의 수를 이용해 해석해야 하므로 단순히 풀이 과정을 적기만 하는 데도 시간이 한참이나 소요됐다.

잠시 후, 문제 풀이를 끝낸 이천학 교수가 분필을 내려놓고는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쳐다봤다.


"어때 이제 이해가 좀 되는 것 같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강의실 전체가 음소거에 걸린 것마냥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칠판에 적힌 풀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어지러웠기 때문이다.


"까만 것은 칠판이요. 흰 것은 글자로다. 저언혀 이해가 안 갑니다. 교수님."


과대의 농담 섞인 대답에 그제야 비로소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말 한 사람도 이해를 하는 사람이 없는 건가? 아쉽구만."


자신이 생각해도 2학년 수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그가 풀이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다시 칠판으로 돌아서려는데.


등 뒤에서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수님, 칠판에 적힌 방법 말고, 다른 방식으로는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천학이 몸을 돌려 쳐다보니,

웬 여학생이 손을 들고 있었다.


"이름이?"

"이지수입니다."

"내가 푼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건가?"

"네."

"앞으로 나와서 한번 풀어보겠나?"


이천학은 자신이 아는 한.

칠판에 적힌 이 방법 말고는 문제를 풀 방법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토록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니 한번 보고 싶긴 했다.


대체 어떤 엉뚱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어낼지를 말이다.

물론, 정답을 맞힐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지수를 지켜 보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지수는 이천학 교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분명 태준이가 알려준 방법은 교수님이 푼 것보다 훨씬 간단했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잘못 알려준 건가?

아니면, 교수님도 모르는 방법을 태준이가 알고 있었던 건가?

여러 가지 생각이 지수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와중에도 지수의 손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탁, 탁, 탁-


고요한 침묵이 내려앉은 가운데,

칠판과 분필의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숫자와 그래프들이 칠판을 채워나갈수록.

이천학 교수의 동공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이... 이것은 리드 추측? 아니, 로타 추측을 응용한 것인가?"


분명 자신이 알기로 저것은 수학계에서 난제로 불리는 것들이었고,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였다.

30년 넘게 풀리지 않은 저 난제를 대체 어떻게 고작 21살짜리 여학생이 증명하는 것을 넘어 응용까지 한단 말인가.


너무 놀란 나머지.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탁자 위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는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풀이 과정을 확인했지만, 다시 봐도 결과는 동일했다.


완벽한 풀이 과정.

이 문제를 이토록 간단하게 풀어내다니.

로타 추측을 응용하지 않았다면, 절대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력 간의 상호작용을 해석해낸 이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천학 교수가 경악하는 모습에 강의실 내의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지수가 푼 게 맞다는 거야?"

"답만 같지. 풀이 과정은 전혀 다르잖아?"

"교수님 표정 좀 봐. 나는 교수님이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봐."


작년에 낙제 점수를 받은 덕분에 올해 재수강을 하고있는 4학년 선배의 말에 학생들의 놀라움은 배가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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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2 24.09.10 1,709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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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이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봐 +2 24.09.01 2,560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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