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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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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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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왜 나한테만 x랄이야

DUMMY

"밥 먹는 데는 개도 안 건드린다던데. 매너는 집에 두고 오신 겁니까? 선.배.님."

"태...준아."


비록 같은 과 직속 선배는 아니지만,

수학과에서 악명 높은 선배에게 거침없이 말하는 나를 지수가 불안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크하하하, 싸가지 없는 건 여전하네."


박형식의 옆에서 또 다른 음성이 들려왔다.

그의 얼굴을 알아본 내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오, 준석 선배. 학교 그만두신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요? 이제 속은 좀 괜찮으시죠?"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내 말에 민준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겨우 잊었던 대면식 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 탓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네 덕분에 멘탈 관리하느라. 그동안 고생 좀 했어. 널 죽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거든."

자신이 쏟아낸 오물에 누워 허우적거렸던 기억을 떠올리면, 1년이나 참아온 자신이 정말 대견스러웠다.

"그래서 결정하셨어요?"

"생각해보니까. 널 그냥 내버려 두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더라고. 내가 힘이 없는 것도 아니고, 널 그냥 내버려 둘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지."


평온한 목소리와는 달리.

대화에 담긴 내용이 심상치 않았던지.

지수가 눈에 띄게 몸을 떨었다.


"선배."

"응?"

"선배가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저는 밥 먹는데 누가 건드리는 걸 제일 싫어해요. 후회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시는 건 어때요?"


지수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일부러 더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심이 안 되던지.

지수는 불안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나와 민준석을 번갈아 쳐다볼뿐이었다.


아마 민준석이 누군지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동일 그룹 3세에다, 그 모태가 폭력조직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지수가 아니라 누구라도 저런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너야말로 지금이라도 잘 못 했다고 무릎 꿇고 빌어. 그럼 용서해 줄지도 모르잖아."


박형식이 이죽거리는 모습을 보자.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다.

저들이 마치 사자 앞에서 깔짝대는 하이에나 같았다.


"보는 눈이 많은 것 같은데. 자리를 좀 옮길까요?"


두루치기를 한 입도 먹지 못하고 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치밀었지만,

이곳에 있는다고 해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럴 바에야 안 보이는 곳에 가서 시원하게 패주기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것 같았다.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는 지수도 어떻게든 해야 했고.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민준석과 박형식이 먼저 식당을 빠져나갔고,

나도 지수와 함께 그들을 따라나섰다.


식당밖은 예상했던 대로.

민준석이 데려온 깡패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었다.


"크하하하. 어때. 이제 상황 파악이 좀 되는 것 같냐?"


원래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었다.

옆에서 놀리듯 이죽거리는 박형식의 면상을 당장이라도 뭉개버리고 싶었지만,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해 꾹 참아냈다.


"양아치인 줄은 알았는데. 그래도 이건 생각보다 좀 심하네요."

"네 덩치를 감안한 거지."

"신사답게 여자는 먼저 보내주는 게 어때요."

"태준아..."


자신을 먼저 보내주자는 말에 지수가 내 옷깃을 붙잡았다.


"시발, 보내주긴 뭘 보내줘. 일부러 늬들 년놈들이 같이 붙어있는 시간을 골라서 찾아온 건데."


박형식의 이죽거림에 내가 미간을 찌푸렸다.

상황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저들을 걱정하는 거였다.

혼자서 열 명이 넘는 깡패들과 싸우며, 지수까지 지키는 과정에서 손에 사정을 두는 건 오만이었고,

어쩌면, 오늘 여기 있는 놈 중 몇은 내일부터 뜨는 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뭔가 대책을 수립할 틈도 없이.

깡패 중 하나가 저돌적으로 달려와 각목을 휘둘렀다.


쇄애액-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내가 피하면, 지수가 대신 각목에 맞을 것 같았다.

왼팔을 들어 각목을 막아냈다.


빠각-


각목이 부러졌다.

팔에서도 상당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지수까지 위험해질 게 분명했다.

빠르게 결단을 내렸고,

즉각 몸을 움직였다.


지수를 등 뒤로 보냄과 동시에 각목을 휘두른 조폭에게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날렸다.


콰앙!


거대한 덩치의 조폭이 주먹 한 방에 저 멀리 날아가자.

조폭들이 잠시 놀라움을 드러냈지만,

소리를 지르는 민준석에 의해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다들 한꺼번에 공격해!!"


사료를 얼마나 많이 처먹었는지.

초대형 돼지 같은 조폭 10여 명이 동시에 나를 덮쳐왔다.

온갖 육두문자를 쏟아내는 조폭들의 공격을 몸을 좌우로 흔들어 빠르게 피해냈다.

그러다 눈에 띄는 조폭 하나의 안면을 손으로 감싸고는 단번에 우그러트렸다.


우드드득-


이빨이 짓뭉개지는 느낌과 함께 놈이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시팔 여자를 노려!"


민준석이 소리를 지르자.

조폭 하나가 내 뒤로 돌아가 지수를 노렸다.


급히 놈의 공격을 막아내는 순간.

등 뒤에서 다른 조폭들의 공격이 비처럼 쏟아졌다.


퍼버버버버벅-


생각보다 큰 충격에 나도 모르게 신음성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이대로 가다가는 지수도 나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내 귓가를 스쳤다.


"태준아!"


용식이었다.

오늘 HCSC 동아리 회식있다더니,

장소가 이 근처였나 보다.


"용식아 지수 좀...."


내 목소리에서 다급함을 느꼈는지.

겁쟁이인데다 싸움이라고는 조금도 못 하는 녀석이었지만,

온몸을 던져 지수에게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냈다.


퍼버버버버벅-


녀석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면서도.

도망치거나 쓰러지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자.

미칠 듯한 분노가 끌어올랐다.


붉게 변한 동공으로 세상 모든 것이 마치 피에 물든 것만 같았다.

아니... 어쩌면 놈들이 흘린 피 때문에 실제로 붉은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를 건드린 놈들은 그 누구도 살려두고 싶지 않았다.

있는 힘껏 힘을 주자.

부풀어 오른 근육에 입고 있던 셔츠가 북북 터져 나갔다.


쾅, 쾅, 쾅, 쾅, 쾅!!!


엄청난 파괴력이 담긴 공격에 적중할 때마다 깡패들이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그 기세가 얼마나 험악했던지.

무시무시한 살기가 일대를 짓눌렀다.


"아... 악마!"


조폭 중 하나가 내가 뿜어내는 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본래 공포만큼 전염력이 강한 것은 없었다.

내가 한 발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조폭들이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두려움을 느낀 것은 민준석과 박형식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른 것이 있다면, 자존심에 둘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못 한 건가?


아무튼, 그들에게 다가간 내가 손바닥을 넓게 펼쳐 그대로 휘둘렀다.


짜작-


짧고 경쾌한 소리가 묵직하게 울린다.

그와 동시에 둘의 입에서 하얀색 알갱이가 쏟아졌다.

아마 내가 조금만 더 강하게 휘둘렀다면, 둘의 목이 부러졌을 것이다.

지수와 눈을 마주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힘이 빠져 버렸지만, 상관없었다.

그 정도로 멈출 생각은 애초에 없었으니까.


나는 뒷걸음질 친 조폭들을 단숨에 때려눕힌 다음. 박형식과 민준석을 그야말로 초주검을 만들었다.

경찰차가 빠르게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저들은 정말로 뜨는 해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운 좋은 놈들.


누군가의 신고로 도착한 경찰에 의해 나를 비롯한 민준석과 깡패들은 모조리 경찰서로 연행되어 갔다.

이상하게 이번 생은 경찰서에 자주 불려가게 되는 것 같다.



***



"대체 어떤 새끼야!"


갑자기 들이닥친 노인에 관악경찰서의 남진우 서장이 득달같이 달려나왔다.


"아이고, 회장님. 저희가 알아서 잘 처리할 건데. 뭐 하러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야, 남 서장. 내 손주 놈을 저렇게 만들 놈이 대체 누구냐니까?"


동일그룹 민승현 회장이 찐빵처럼 볼이 부풀어 오른 민준석을 손으로 가리키며, 노여움을 드러냈다.


"그게... 지금 확인 중이니까. 진정하시고 조금만 앉아계시면..."

"잘난 내 손주 놈 얼굴이 저렇게 됐는데.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나. 내 그놈을 똑같이 저리 만들거나. 제대로 콩밥을 먹이지 못한다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테니, 확실하게 처리하게."

마치 아랫사람을 대하듯 하는 민승현 회장에 주위의 경찰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정작 본인인 남진우 서장은 쩔쩔매기만 할 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회장님... 상황이 준석이 한테 그리 유리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먼저 시비를 건 것도 준석이고, 열 명이 넘는 조폭들이 공격한 것도 모자라서. 각목까지..."

"야, 남 서장. 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조폭이라니? 저놈들 전부 우리 동일건설 직원들이잖아. 그리고 다친 거로 따지면, 우리 쪽 애들이 훨씬 더 심하게 다친 거 안 보여?"


민승현 회장 혼자 남 서장을 들들 볶는 것도 모자라서.

잠시 후, 동일그룹 소속 변호사는 물론이고, 서울지검에서 검사까지 출동해 그를 압박했다.


상황이 그러하자.

민준석이 찐빵처럼 부풀어 오른 얼굴로 내게 비릿한 웃음을 쏟아냈다.


"그으게 새...꺄. 지즉게 우릎 꿇고 비어쓰며 이르게까즈는 안됐즈나."

"뭐라는 거야. 병신아. 말 똑바로 못해?"


부서진 이빨 때문인지.

아니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오른 얼굴 때문인지.

뭐라고 하는지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물론, 어떤 의미인지 짐작은 갔다.

녀석의 말처럼 경찰들도 아주 편파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으니까.

나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은 내가 마치 살인 무술이라도 배운 사람처럼 나를 추궁했고, 싸움 한번 해본 적 없는 용식이 또한 흉포한 일진으로 내몰았다.

똑바로 대답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감옥에 집어쳐 넣을 것 같은 기세로 말이다.

애초에 우리가 하는 말은 제대로 들을 생각도 없었고, 자신의 각본에 맞춰 내가 대답하기만을 원하는 모양새였다.


"너느 이제 좆돼서 새.. 으윽, 꺄."


침을 줄줄 흘리며 좋아하는 민준석의 모습에 지수가 더욱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마치 자신이 잘 못 하기라도 한 것처럼 나서서 경찰한테 잘 못을 빌고 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테니까.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그러게, 싸움을 왜 했어. 대체 왜 선량한 사람을 때린 거냐고.”


형사의 말에 헛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온몸이 도화지인 양 빽빽하게 그림을 그려둔 저놈들이 대체 어딜 봐서 선량한 사람이라는 걸까.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그냥 막 나가기로 했다.


쾅!


손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주위의 이목에 순식간에 내게 쏠렸다.

깜짝 놀란 경찰들이 다가와 나를 제압하려 했지만, 그들 중 누구도 힘으로 나를 어쩌지는 못했다.

그런 이들을 보며, 내가 세상 x같다는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x발 나도 할아버지 있는데. 왜 나한테만 x랄이야!"


예상치 못한 말에 민준석은 물론이고 주위의 경찰들까지 폭소를 터트렸다.


"태... 태준아 너 대체 왜...."


깜짝 놀란 지수가 나를 만류하려 했지만,

그보다 한발 먼저 용식이가 지수의 팔을 붙잡았다.


"너무... 걱정마. 잘 해결 될 테니까."


용식이는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유일하게 내가 대한그룹 3세라는 사실을 아는 이였지만,

지수는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

걱정스런 얼굴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민승현 회장이 다시금 노여움을 드러냈다.


"오냐, 네놈 보호자가 누군지. 그 얼굴 좀 보게 당장 오라고 해. 내가 인생의 절망이 뭔지 똑똑히 보여줄 테니까."

"고... 고정 하십시오. 회장님. 아직 철없는 학생이질 않습니까."

"그러니까. 보호자하고 얘기 할 테니까. 빨리 보호자를 부르라는 것 아냐. 본인도 할애비가 있다고 하잖아."


길길이 날뛰는 민승현 회장을 만류하느라 남 서장이 진땀을 흘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가만히 있어도 모자랄 판에 있는 대로 기름을 끼얹는 장태준이라는 놈이 안쓰러웠다.

분명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된다면, 잘 해결되기는커녕, 정말 오랜 시간 콩밥을 먹어야 할지도 몰랐으니까.


한데... 이상하게 당사자의 표정에는 여유가 가득...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걱정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애라서 그런가?'


그래도 21살이면 알 만한 건 다 알 텐데...

그가 묘한 기시감을 느끼고 있는 그 순간.


관악경찰서의 문이 열리더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그야말로 물밀듯이 쏟아져 들여왔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앞에 서 있는 이를 발견한 남 서장의 입이 쩍 벌어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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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2 24.09.10 1,707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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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그런 게 어딨어! +1 24.09.08 2,045 30 13쪽
34 등에 비수가 꽂히다 +1 24.09.07 2,041 42 12쪽
33 들으면 속상할 텐데 +2 24.09.06 2,096 34 12쪽
32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2 24.09.05 2,194 32 12쪽
31 나만 아니면 돼! +2 24.09.04 2,283 31 12쪽
30 포털사이트? 그게 뭔데? +2 24.09.03 2,344 31 12쪽
29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3 24.09.02 2,488 38 12쪽
28 교수님이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봐 +2 24.09.01 2,556 37 11쪽
27 태풍의 나라 개발자 이용식입니다 +2 24.08.31 2,568 3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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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나한테만 x랄이야 +2 24.08.28 2,660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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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가 투자 좀 할까요? +2 24.08.25 2,858 42 11쪽
18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3 24.08.24 2,795 44 11쪽
17 들으면, 깜짝 놀랄걸? +2 24.08.23 2,798 4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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