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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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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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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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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 속상할 텐데

DUMMY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에서 무려 6%까지 끌어올린 여파를 정면에서 받은 멕시코는 결국 디폴트를 선언했다.

그로 인해 멕시코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3.45페소 수준으로 거래되던 환율은 6페소까지 순식간에 절하됐고,

채권 또한 대학살(Bloodbath)이라 불릴 만큼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었다.

게다가 금리 인상의 여파는 멕시코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라틴아메리카 전역으로 위기가 확산됐고, 심지어 실버만 삭스 같은 거대 금융회사조차 쏟아지는 칼날을 피해 가진 못했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유레카 인베스트먼트의 직원들은 급격하게 불어난 자산으로 비명아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확실히 어떻게든 투자의 향방을 결정해야 할 것 같긴 해. 현금성 자산으로 가지고 있기에는 액수가 너무 커."

"생각해둔 거라도 있어?"

"글쎄,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췄다는 건 확실한데. 언제 인하할지 알 수 없으니. 결정을 내리기가 애매해."

"금리를 내리면, 다시 이머징 마켓에 투자할 생각이야?"

에일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야 연준이 갑자기 돈줄을 옥죄는 바람에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지만, 금리를 내리고 돈을 푸는 순간. 그곳으로 돈이 흘러 들어갈 게 뻔하잖아."

맞는 말이긴 했다.

"근데 과연 미국이 금리를 내릴까?"

"내리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연준이 걱정했던 인플레이션도 생각보다 높지 않고, 주변국들의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조만간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에일린의 말을 듣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네가 미국인이라서 그런 건가?"

"뭐가?"

"미국을 정의롭고, 공명정대한 뭐 그런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내 말이 틀렸다는 거야?"

"연준은 주변국들이 죽든 말든. 자신들만 무사하다면, 절대 상관하는 족속들이 아니야."

"·····"

"생각해봐. 지금 미국의 경기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좋아, 주가 흐름 또한 양호하고."

실제 미국의 나스닥 지수는 작년 700포인트 수준에서. 금리 인상이 끝난 직후 폭등을 거듭하더니, 이미 800포인트를 돌파했고, 다들 연말이 되면 1,000포인트를 가뿐하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그래서 너는 미국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야?"

"응."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며,

에일린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연준 의장인 샬런이 한 말 못 들었어? 미국 경기가 큰 폭으로 둔화할 조짐을 보인다는 말 말이야."


듣진 못했지만, 알고는 있었다.


"그래도 금리정책 기조가 완화로 바뀌지는 않을 거야. 끽해야 소폭 인상과 인하를 반복하는 수준이라면, 몰라도."

"당분간 지금 상태를 유지할 거란 말이지?"

"그래야만 전 세계의 돈이 한꺼번에 미국으로 쏠려 경기를 부양시킬 테니까."

"그러다 다른 나라들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그 피해가 미국까지도 미칠지도 모르잖아."

모르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다.

과열된 경기를 제어하기 위해 펼친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은 미국 입장에서는 수입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겠지만,

다른 나라들에는 반대로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이것을 전문용어로 스필오버라고 했고,

이러한 스필오버는 향후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홍콩, 러시아 등 전 세계를 강타한 뒤.

결국 스필백으로 미국으로 돌아와 큰 충격을 안길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아무튼 당분간은 다른 나라들보다. 미국의 금융 상황이 압도적으로 좋아질 거야."

"강달러 여파로 돈이 미국으로 쏠릴 거란 말이지?"


쏠리는 정도가 아니라.

이번 금리 인상의 여파로 미국의 나스닥 주가는 향후 5년간 무려 400%나 상승하게 될 것이고,

닷컴버블이라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엄청난 버블을 남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1회차 때는 그 닷컴버블의 시발점이 넛스케이프였다면,

이번에는 앤드류를 내가 영입함으로써 넛스케이프는 세상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를 폭스 파이어와 유레카가 대신하게 될 거라는 거다.


"지금껏 네가 시키는 대로 해서 틀린 적은 없었으니까. 이번에도 네가 시키는 대로 할게. 모든 자산을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면 되는 거지?"

"맞아. 특히 IT와 관련된 업종 위주로 자금을 투입해."

"IT라면, 컴퓨터와 관련된 것들 말이야?"

"응."

"대한생명 주식 매입은 어떻게 할까? 네가 말한 수준까지 지분을 매입하려면, 수익금 중 상담 부분을 거기에 투입해야 할 것 같은데?"

"대한생명 주식은 일단 놔둬. 내가 세이프 하베스트에 있는 자금으로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아, 맞아. 그게 있었지."

페이퍼 컴퍼니인 세이프 하베스트에서 운영 중인 자금이 생각난 에일린이 손뼉을 쳤다.


"당분간 이쪽 자금은 내가 계속 관리할게."

"거기 계좌도 수익률이 제법 높을 것 같은데?"

제법이라... 그 정도 단어로는 부족하지.

내가 올린 수익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압도적'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그만큼 지난 투자에서 나는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에일린도 유레카 인베스트먼트의 자금을 상당히 리스크가 큰 상품들에 투자했음은 분명했지만,

내가 투자한 상품들에 비하면, 에일린이 투자한 상품들의 리스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베네요타의 피를 주입받은 내 기억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기억력을 바탕으로 조금만 예상에서 벗어나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품들을 위주로 그것도 최대 레버리지를 걸어 배팅했다.

그 정도로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했음에도.

결과적으로 나는 70%라는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승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100%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그동안 진행했던 투자들로 알게 모르게 역사가 상당 부분 변한 탓에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앞으로도 문제가 없겠지만, 이런 식의 투자는 시간이 갈수록 승률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임은 분명했다.


"그래서 대체 수익률이 얼마라는 건데?"

에일린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들으면 속상할 텐데. 괜찮겠어?"

"...그 정도야?"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궁금해?"


망설이던 에일린은 궁금증을 이기지 못했고, 굳은 표정으로 다시금 결과를 물어왔다.


"말해줘."

"3,200%!!"


챙그랑-


에일린이 들고 있던 커피잔을 떨어트려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말도 안 돼. 정말 수익률이 3,200%라는 거야? 32배?"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어?"

"미친... 지난 투자에서 유레카가 얻은 750%라는 수익률도 월가에서 손에 꼽히는 수준인데. 3,200%라니...."

"운이 좋았어. 앞으로도 이 정도 수익률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넌 정말이지 행운의 신이 숨겨둔 아들이라도 되는 거야?"

행운의 신이 숨겨둔 아들까지는 아니고,

악마의 피를 주입받은... 음, 뭐가 좋을까?

후계자?



***



대한그룹 회장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예고 없이 회장실로 들어온 김성재 실장의 모습에 장우진 회장이 표정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길래 아침부터 소란이야. 또 태준이가 무슨 사고라도 친 거야?"

"그게 아니라. 장기석 사장이 대한생명 임시주주총회를 신청했습니다."

"주주총회?"

"임시주총 안건이 기존 대표이사 해임 및 신규 선임 건이라고 합니다."

"이것들이 미쳤나.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이야?"

"·····"

"뭐야? 왜 말이 없어? 설마 대표이사 해임이 가능할 수도 있단 거야?"

"그게... 알아보니, 그동안 여사님과 장기석 사장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서 매집한 대한생명 지분이 15% 이상인 것 같습니다."

"그럼, 천도희가 가진 것과 합치면, 지분이 25%라는 거야?"

"...네."

"허. 대체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넌 뭘 한 거야!"

눈에서 불을 뿜어내는 장우진 회장의 모습에 김성재 실장이 억울하다는 듯.

변명을 토해냈다.

"저들이 은밀하게 진행한 것도 있지만, 천도희 여사님이 그 많은 돈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정말이지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대한테크솔루션 건으로 날려 먹은 돈이 한두 푼이 아닐 텐데. 대체 무슨 돈으로 지분을 매입했다는 거야."

"아무래도. 대한물산을 포함한 그룹 지분을 담보로 사채를 끌어다 쓴 것 같습니다."

사채라는 말에 장우진 회장이 다시금 노호성을 터트렸다.

"이것들이. 아주 그룹을 사채꾼들한테 넘겨주려고 작정을 했구나."


다른 건 몰라도 대한물산 지분까지 담보로 맡겼다는 말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는지.

회장실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급격히 끓어오른 혈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회...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그래서. 주주총회가 벌어지면, 저들의 뜻대로 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90% 이상입니다."

"막아. 물산이든 전자든 동원해서 대한생명 주식을 사들이란 말이야!"

"그게... 상황이... 여의치가 않습니다."

"여의치가 않다니?"

"대한물산은 최근 급격하게 금리가 오른 것 때문에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고, 대한전자는 아시다시피 장기석 대표가 우리 말을 들을 리가 없습니다. 거기다 증권가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는 소문까지 돌아서 대한생명 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

"그래서 지금 앉아서 그룹이 둘로 쪼개지는 걸 두고만 보란 말이야? 돈을 빌리든, 주주들을 찾아 다니든 방법을 찾아!"


장우진 회장의 명을 받은 김성재 실장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주주들을 설득하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아니, 일부 성과가 있긴 했다.


기존 대한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포함해서 장우진 회장 측이 보유한 지분이 24% 수준에서 25.5% 수준으로 증가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동안 천도희도 가만있지 않았다는 거다.

사채로 빌린 자금을 마구잡이로 뿌린 덕에 우호 지분을 포함한 지분율이 30% 수준으로 껑충 뛰어 버렸다.

이대로 주주총회가 진행된다면,

결과는 볼 것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장우진 회장이 어쩔 수 없이 천도희와 장기석을 호출했다.

그런 장 회장의 호출에 승리자의 미소를 한 천도희가 회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바쁜데 왜 사람을 오라 가라야."

"정말 이대로 그룹을 둘로 쪼갤 생각이야?"

"그게 당신이 바라던 바 아니었어?"

"좋은 말 할 때. 주주총회 취소해."

"아버님이 총수직에서 물러나신다면, 저희도 생각해보겠습니다."

장기석의 제안은 당연하게도 장우진 회장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네놈들이 정녕 빈털터리로 쫓겨나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이빨이 다 빠진 노인네 주제에 입만 살아서는. 이제 그만하면 회장직도 충분히 오래 해 먹은 것 같은데. 그만 내려오는 게 어때. 어차피 생명이 우리 손에 들어오면, 전자에서도 손을 떼야 할 텐데. 안 그래?"

방금 천도희가 한 말이 장우진 회장이 절대 대한생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였다.

대한생명이 그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자의 지분을 무려 8.5%나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대한물산이 가진 전자의 지분은 4.5%밖에 되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저들이 대한생명의 경영권을 차지해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의 고리를 끊게 되면, 대한전자까지 빼앗길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장우진 회장은 자신이 그룹을 창업한 이래로 가장 큰 위기를 느꼈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이미 그의 등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회장실의 문이 열리더니,

예상치 못한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태준아 네가 여긴 어떻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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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온라인 서점 사업 +2 24.09.12 1,455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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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2 24.09.10 1,707 30 12쪽
36 다이아몬드 수저 +1 24.09.09 1,893 3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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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등에 비수가 꽂히다 +1 24.09.07 2,041 42 12쪽
» 들으면 속상할 텐데 +2 24.09.06 2,097 34 12쪽
32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2 24.09.05 2,194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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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교수님이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봐 +2 24.09.01 2,556 37 11쪽
27 태풍의 나라 개발자 이용식입니다 +2 24.08.31 2,568 3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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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요! +2 24.08.29 2,691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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