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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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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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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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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정황이 그렇습니다

DUMMY

헉, 헉, 헉!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고 있는 박남길은 지금 이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고작 10명 안팎의 인물들에게 전국 최대 조직이라 불렸던 북촌파가 와해된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도망이나 치고 있는 신세라니.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는 와중에 힐끗 뒤를 쳐다보니, 최강민이 특유의 그 무표정함을 유지한 채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언제나 장우진 회장의 곁을 있는 듯 없는 듯 지키던 자라.

그저 평범한 경호원인 줄로만 알았는데.

명백한 착각이자 오산이었다.

그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북촌파 조직원들이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고,

전국 최대의 폭력 조직이라 자부했던 북촌파는 고작 최강민 한 명을 막아내지 못했다.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이었다.

뒤를 쫓는 최강민의 손에 잡힌다면, 어쩌면 다시는 뜨는 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느껴졌다.


젖 먹던 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렸다.

하지만, 이미 10년 넘게 현장에서 떨어져 있던 그가 최강민의 손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했다.

최강민은 순식간에 지근거리까지 쫓아왔고, 숨이 넘어갈 듯한 그와는 달리 표정에도 여유가 넘쳤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못 가 따라잡힐 게 분명했다.

빠르게 결단을 내린 그가 도주를 포기하고, 방심한 최강민을 향해 달려가 강하게 주먹을 내 뻗었다.


턱-


마치 쌀, 보리 게임을 하듯.

최강민이 가볍게 그의 주먹을 낚아챈다.

그리고는 거대한 해머에 얻어맞은 듯한 충격과 함께 박남길의 의식이 저 멀리 사라졌다.

그런 박남길의 신병을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의 최강민이 부하들에게 넘겼다.

······



***



"예상대로 천도희 여사님이 배후였던 것 같습니다."

"감히...."

장우진 회장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붉게 달아올랐다.

그런 그를 김성재가 걱정스레 쳐다봤다.

"고정하십시오. 회장님, 그러다 또 혈압 오르십니다."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나. 조폭 놈들 입에서 박남길이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부터 이럴 줄은 알았다만, 이년이 감히 태준이를 건드려?"

"그래도 태준이가 그만큼 위협적이었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흥,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안 되니, 추잡한 짓거리를 벌이는 거 아냐."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뭐?"


의문을 표하는 장 회장에게 김성재가 병원에서 받아온 결과지를 내밀었다.

무심코 결과지를 받아든 그가 눈을 크게 떴다.


"정상? 이거 제대로 검사한 거 맞아?"

"네. 혹시 몰라 재차 확인해봤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럼, 그 조폭들은?"

"전치 16주에서 20주까지 증상이 다양합니다."


전치 20주라면, 병신... 아니, 중증 이상의 상해를 입었다는 거였다.


"설마, 태준이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건 아니겠지?"

"·····"

"정말로 태준이가 그랬다는 거야?"

"아무래도... 정황이 그렇습니다."


허.


장우진 회장이 놀랍다는 듯.

깊은 탄성을 토해냈다.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상황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상당 부분 다른 것 같았다.


장우진 회장이 밖에서 대기 중인 최강민을 호출했다.


"강민아."


장 회장의 부름을 받고 들어온 최강민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일반인이 100kg이 넘는 조폭 다섯을 그것도 맨손으로 전치 20주의 상해를 입히는 게 가능한 게냐?"


최강민이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너는?"


이번에는 가능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보면, 놀라운 대답이었고,

한편으로는 장우진 회장의 물음에 고작 고개를 까닥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하는 게 예의 없어 보였지만,

장우진 회장과 김성재 모두 최강민의 이런 모습이 익숙한지.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였는데. 대체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는 거지?"

"알아보니까. 지난 겨울방학 동안 복싱과 유도 같은 운동을 배우러 다녔던 것 같습니다."

"이 사람아. 고작 운동 한두 달 배웠다고, 조폭 다섯을 동시에 상대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것도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말이야."

그건 최강민을 제외하면, 경호팀의 그 누구도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단순히 조금 뛰어난 아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면 알수록 모든 것이 일반인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갔다.


물론 놀랍다는 거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우선 이번 일부터 조용히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래 진실이 뭐든, 태준이한텐 절대 피해가 가선 안 돼."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폭 중 하나가 사건의 자초지종을 모두 말한 데다. 현장에서 사시미 같은 무기들도 모두 확보된 탓에 정당방위로 마무리될 겁니다."

"그리고, 강민이 넌, 천도희 그년이 더 이상 내 눈에 띄지 않도록 치워버려!"

"그건 안 됩니다. 회장님."


최강민이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김성재가 먼저 나서서 강하게 반대했다.


"뭐가 안된단 말이야. 감히 내 핏줄을 건드렸으면, 제 놈들도 그리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지."

"이미 박남길이 배후였다는 게 알려진 상황에서 그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회장님이 의심받으실 겁니다."

"그게 뭐?"

"네?"

"의심한들 누가 나를 잡아 가두기라도 한단 말이냐?"


맞는 말이긴 했지만, 너무나도 강한 어조의 말에 김성재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그의 말처럼 잘못되더라도,

다른 곳도 아닌 대한 그룹의 회장을 구속하지는 못 할 테지만, 그러기에는 그룹 이미지 하락을 포함한 리스크가 너무 컸다.


그를 만류하기 위해 김성재가 다시 한번 무언가 말하려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장우진 회장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할아버지. 그건 저도 반대예요."


내 모습을 본 할아버지가 눈을 크게 떴다.


"병원에 있어야 할 네가 여긴 어떻게 온 거냐?"

"결과지 보셨잖아요."


히죽 웃는 내 모습에 어이가 없었던지.

할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이놈아. 멀쩡한 놈이 전화를 그런 식으로 끊어?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놀랐는지 알긴 아는 거냐?"

"죄송해요. 근데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요. 할머니의 공격을 멈출 방법이 그것뿐이었거든요."

전화를 받은 할아버지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아마 천도희는 나를 없애기 위해 계속해서 사람을 보내왔을 것이다.

베네요타 덕분에 제법 강한 힘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눈먼 칼에 맞으면 죽는 건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위험은 미리 제거하는 게 좋았고, 그런 내 생각대로 천도희는 공격을 멈출 수밖에.

아니, 정확히는 그러지 못했다.


고개를 들어 할아버지의 곁에 서 있는 최강민을 쳐다봤다.

할아버지 곁에 있는 모습을 몇 번 본적은 있었지만, 실력을 알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확실히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두근-


그와 눈을 마주하는 순간. 알 수 없는 호승심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 내 귓가로 다시 한번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게냐?"


내가 다시금 최강민을 쳐다봤다.

그가 있는 상황에서 말을 해도 되냐는 무언의 제스처였다.


"그냥 말해도 된다."


최강민을 보는 할아버지의 시선에서 김성재 실장에 준하는 신뢰가 느껴졌다.


"어차피 할머니든 작은아버지든 돈을 가지고 있는 이상 계속해서 그룹의 경영권을 노리거나 제게 위해를 가하려 할 겁니다."

"네 말은 저들이 가진 돈을 전부 뺏어야 한다는 게냐?"

"네."


할아버지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쉬우면, 지금껏 내가 보고만 있었겠느냐."

"물론 단숨에 전부 빼앗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조금씩 줄여나가는 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지난번에 대한 건설 재무 이사 자리와 대한물산의 지분을 교환했던 것처럼 말이죠."


관심이 가는지 할아버지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자세히 말해보거라."

"저는 대한테크솔루션을 이용해서 저들이 가진 돈을 다시 한번 빼앗아 올 생각입니다."

"테크솔루션을 이용해서?"


경영권 승계작업의 시발점이 되는 곳이라.

할아버지도 잘 알고 있는 회사일 것이다.


"저들도 할아버지가 제게 테크솔루션의 지분을 증여한 뒤, 회사를 상장시킬 거란 사실을 이미 눈치챘을 거에요."

"그게 정말이야?"


할아버지가 김성재 실장을 쳐다보자.

그가 당황한 표정으로 급히 대답했다.


"대한생명 측에서 정보가 새어 나간 것 같습니다."


대한 그룹 지주 회사 중 하나인 대한생명에 천도희 측 사람이 없을 리 만무했다.

할아버지도 그것을 아는지.

정보가 새어 나간 것에 관해서는 질책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걸로 뭘 어쩌자는 거냐?"

"예정대로 저한테 테크솔루션 지분을 증여해주세요. 그걸 확인하고 나면, 아마 저들도 어떻게든 지분을 확보하려 들겁니다."


승계작업에 관한 계획을 알고 있다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증여 이후, 그룹 차원에서 해당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어떻게든 주가를 부양시키려 할 테니까 말이다.

회귀 전에도 할아버지에게서 경영권을 빼앗은 천도희가 장기석에게 승계하는 과정에서 사용했던 방법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승계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우려 섞인 목소리로 김성재가 급히 대화에 끼어들었다.

"당연히 그렇겠죠. 하지만, 사실 저는 그런 식으로 그룹을 물려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룹을 물려받지 않겠다는 말이냐?"

"그게 아니라. 그런 불법적인 방법이 아닌, 정당하게 경영권을 물려받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할 겁니다. 지금으로서는 그만한 자금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건 제게 생각이 있으니, 할아버지와 실장님은 우선 테크솔루션 건에만 집중해주세요."

할아버지와 김성재 실장의 의문을 일축 시킨 후,

그들에게 계획을 좀 더 세부적으로 설명했다.

·····


"그러니까. 정당한 비용을 치르고 증여받은 지분을 장외 시장에서 팔겠다는 거지?"

"물론, 파는 건 가격을 잔뜩 올린 이후에 해야겠죠."


할아버지가 김성재 실장을 쳐다본다.


"제 생각에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의 동의가 없는 이상 대한테크솔루션이 상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내가 보유한 지분까지 전부 매입한 저들은 종이 쪼가리나 다름없는 지분을 들고,

피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



"어머니, 예상대로 대한테크솔루션 지분이 태준이 놈한테 넘어간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덕현이한테 나눠주라고 할 때는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잖습니까. 그런데 생각보다 비싼 값에 지분을 넘겼더라고요."

"주당 8,000원 수준이 아니었어?"

"저도 그럴 줄 알았는데. 장외에서 거래되는 것과 비슷한 가격에 넘긴 것이. 아무래도 정부의 눈치를 본 것 같습니다."


천도희도 이해하는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도 이제 장외 거래를 통해 지분만 확보하면 되겠구나."

"이미 1% 정도 확보했고, 추가로 좀 더 확보할 생각입니다."

"얼마나 더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더냐?"

"풀린 물량이 얼마 없어서 아마 2~3% 정도가 한계일 겁니다."

그 정도만 해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어차피 상장하고 나면,

시기를 봐서 전량 매도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양을 보유해도 처리가 곤란했다.


"설마, 이번에도 태준이 놈이 허튼 수작을 부리는 건 아니겠지?"

"제 놈도 승계받으려면, 돈이 필요할 텐데 무슨 수작을 부릴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는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장기석을 보면서도 천도희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매번 확신을 가지고 일을 벌이지만,

그럴 때마다 당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반드시 장태준 그놈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줄 생각이었고, 또 그래야만 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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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나만 아니면 돼! +2 24.09.04 2,283 31 12쪽
30 포털사이트? 그게 뭔데? +2 24.09.03 2,344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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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할아버지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나? +2 24.08.25 2,876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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