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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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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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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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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DUMMY

"요즘 준석이는 왜 모임에 안 나오냐?"

"그 자식이 제멋대로인 게 하루 이틀이야. 어디서 여자 끼고 논다고 바쁜가 보지."

"하여간, 멋대로인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최진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근데 준석이 따까리인 박형식도 요즘 안 보이긴 하던데?"

"준석이가 없으니까. 따까리도 안 보이는 게 당연하지. 뭘 물어."

"...그런 없이 사는 애들하고 길게 어울리던 놈은 아닌데 이상하네."

"이번에는 따까리가 마음에 드나 보던데. 지난번에 보니까. 준석이한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는 것 같더라고."

"푸하하하. 하긴, 그런 놈이 있으면, 사는 게 편하긴 해. 그리고 그 박형식이라는 놈도 졸업하고 동일 그룹에서 한 자리하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해야지."

"그래서 이번 모임은 언젠데?"

"이틀 뒤 프라이어스!"

"오. 프라이어스. 역시 부잣집 아들이 주최하니까. 좋긴 하네."

"커플 모임이니까. 혼자 와서 뻘쭘하게 있지 말고, 하나 꼬셔서 데려와. 너 여자친구 없잖아."

"여자친구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지. 내가 최근에 찍어둔 애가 있긴 한데. 걔 꼬셔서 데려가야겠다."

"푸핫. 이 자식 이거 또 순진한 애 하나 꼬셔서 무슨 짓을 하려고."

"무슨짓이라니, 우리 같은 상류층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경험시켜 주는 것만 해도 영광인 거지."

"그래서 그 여자가 누군데? 니가 찍은 거 보니까 얼굴은 볼 필요도 없을 것 같고."

"내 동생 과외 선생인데. 알고 보니 우리 학교 다니는 애더라고."


과외 선생이면, 확실히 데리고 놀다가 버리기엔 딱 좋은 먹잇감이었다.


"살살해 인마. 그러다 잡혀간다."

"크하하하. 잡아가? 나를?"

"하긴 검찰총장 아들을 누가 잡아가겠어."

"궁금하긴 하네. 나를 잡아갈 간 큰 놈이 있긴 할지."

"쯧쯧, 이런 놈이 대체 어떻게 한국대 법대에 들어온 거야."


임병주를 보는 최진성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지만,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



***



"지수 학생. 오늘도 수고했어."

"네. 아주머니,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과외를 끝낸 지수가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한 뒤, 현관을 향해 총총걸음으로 나갔다.

고3 여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을 봐주기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지수는 이번 과외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돈도 돈이지만, 집에 구경할 게 많았기 때문이다.

그림이며, 도자기며, 이곳을 오갈 때마다 장식품들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저런 건 대체 얼마쯤 할까?'


딱 보기에도 수백만원은 호가할 것 같은 물건들이 도처에 널려있었다.

집주인이 검찰총장이라던데.

공무원이라도 검찰총장쯤 되면 원래 이렇게 돈이 많은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현관으로 가던 중.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콰당!


챙그랑-


뭔가가 깨지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현관 근처에 배치되어 있던, 도자기 하나가 산산조각 나 있었다.


"어머나 이를 어째!"


소리를 듣고 달려 나온 도우미 아주머니가 깨진 도자기를 보고는 호들갑을 떨었다.

넘어졌던 지수가 급히 일어나 죄송하다는 말을 쏟아냈지만, 도우미 아주머니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거 바깥 사장님이 엄청 아끼시는 물건이라 들었는데. 오천만원도 넘는 거라고..."

"오... 오천만원이요?"


상상도 하지 못한 가격에 지수가 경악성을 터트렸다.

자신이 한 달 동안 열심히 과외해서 받는 돈이 30만원인데. 오천만원이라니....


너무나도 큰 액수에 손까지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때, 방에 있던 누군가가 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왔다.


"무슨 일이에요?"

"병주... 학생. 글쎄 주현이 과외 선생님이신데. 실수로 이걸 깨트렸지, 뭐야?"

"어? 이거 아버지가 아끼시는 상감청자잖아요. 아버지가 아시면, 엄청 화내실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이를 어째."

"...정말 죄송합니다."


지수가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허리를 숙였다.

그 순간 임병주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주머니, 죄송한데 이것 좀 치워주실 수 있으세요. 저는 이 아가씨하고 잠깐 얘기 좀 할게요."


도우미한테 깨진 도자기를 치우라고 얘기한 임병주가 지수를 데리고 현관 앞 벤치로 향했다.


"깨진 도자기는 제가 어떻게든 보상하겠습니다."

"이지수라고 했죠? 한국대 2학년?"

"네."

"나는 3학년이니까. 말 편하게 할게. 그래도 되지?"

"...네."

"그 도자기 우리 아버지가 진짜 엄청 아끼시는 거라. 실수로라도 깨트렸다고 하면, 당장 보상하라고 할 텐데. 돈은 있어?"

"...가격이 얼마나...할까요?"

"8천만원은 족히 나갈걸."

"그...렇게나 비싸다고요?"


도우미 아줌마한테 들었던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에 지수가 기함을 금치 못했다.


"갚을 수 있겠어?"

"...당장은 힘들 것 같고. 다달이 조금씩 갚으면 안 될까요?"

"물론 그래도 되긴 하지. 근데. 일하러 왔다가 실수한 것치곤, 너한테도 부담이 클 것 같은데. 차라리 이렇게 하면 어때?"

"네?"


지수가 의문스런 표정으로 임병주를 쳐다봤다.


"별건 아닌데.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이번 도자기 건은 내가 어떻게든 무마시켜 볼게."

"·····"

"내가 내일 친구들하고 파티가 있는데 말이야. 하필이면, 커플 모임이라.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더라고. 근데 내가 여자친구가 없어서. 부탁할 사람이 마땅치 않더라고."

"...저더러 파티에 같이 가달라는 건가요? 그쪽... 파트너로?"

"응."


동공이 흔들리는 지수를 보며,

임병주는 자꾸만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것을 겨우 참아냈다.

자신이 깨트린 게 고작 만원짜리 도자기라는 사실을 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물론, 그러한 사실을 말해줄 생각 따윈 조금도 없었다.

그럴 거면, 지수가 나오는 시간에 맞춰 낚싯줄을 설치해두는 수고 따윈 하진 않았을 테니까.

임병주는 지수가 파티에 함께 갈 거라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수의 입에서는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흘러나왔다.


"죄송하지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돈은 다달이 최대한 빨리 갚을게요."


예상을 벗어난 대답에 임병주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뭐?"


자신이 언성을 높였다는 것을 깨달은 임병주가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나 본데. 8천만원이 절대 적은 돈이 아니야. 과외해서 언제 그 돈을 갚으려고, 그러지 말고..."

"죄송합니다. 그래도 거기에 따라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하, 좋게 말하려고 했더니. 말귀를 못 알아먹네."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본색을 드러낸 임병주의 모습에 지수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봤다.


"·····"

"그래 네가 싫으면 안 가도 돼. 대신 돈은 네가 아니라. 네 부모한테 대신 받아낼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저... 저희 부모님이 그걸 왜 갚아요?"

"그럴 수밖에 없을걸? 네가 재물 손괴로 감옥에 가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면 말이야."

"아까는 분명 다달이 갚아도 된다고..."

"그건 널 파티에 데리고 가려고, 그랬던 거고. 싫다는데. 나도 편의를 봐줄 이유가 없잖아."

"그래도 부모님께 연락하는 건 좀...."


입술을 덜덜 떨며 말하는 지수의 모습에 임병주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지수의 모습이 마치 비에 젖어 덜덜 떨고 있는 강아지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그가 다시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내일 하루만 내 부탁을 들어주라고. 그럼, 도자기는 없었던 일로 해준다니까."

······



***



새결회 모임 당일 프라이어스 클럽.


"푸하하하하하. 그래서 걔가 뭐라고 그랬는데?"

"뭘 뭐라 그래.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지가 안오고 배겨."

"하여간 잔머리 하나는 비상한 새끼라니까."


최진성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아주 배꼽이 빠져라 폭소를 터트렸다.


"그나저나. 오늘 우리 모임에 뉴 페이스 한 명이 추가 됐다며?"

"그 얘긴 또 언제 들었어? 내가 진짜 그 자식 섭외하려고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들으면 놀랄 거다."

"오, 급진당 대표 자재께서 직접 나서서 섭외할 정도면, 상당히 거물급인가 본데?"

"거물 정도가 아니지."


최진성이 무언가를 더 말하려는 데.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들어왔다.


"태준아. 여기."

"네가 말한 신입이 쟤였어? 물리학과 2학년 장태준?"

"어? 네가 잴 어떻게 알아?"

"왜 몰라. 쟤 얼마 전에 있었던 엠티 이후로 학교 전체에서도 완전 이슈잖아. 그 공 굴러오는 거 최초로 성공했다는..."

"아. 그렇지. 그 얘긴 나도 들었어."

"근데. 쟤가 새결회에 들어올 급이 된다고?"


최진성이 대답하려는 찰나.

태준이 먼저 다가왔다.


"선배님들 무슨 대화를 그렇게 재밌게 나누고 계십니까."

"하하. 별건 아니고. 얘가 네 정체를 묻더라고. 그래서 말해주려던 참이야."


최진성의 말에 내가 씩 미소를 지었다.


"임.병.주 선배님이시죠? 법학과?"

"어? 나를 알아?"

"새결회 선배님이신데. 그 정돈 미리 알아보고 왔죠. 아버님이 임진만 검찰총장님이시라면서요."

"푸핫, 이 자식. 준비성 하나는 철저하네. 그래 맞아. 법학과인 것도 맞고. 우리 아버지가 검찰총장인 것도 맞아. 나도 궁금한데. 네 정체는 뭐야?"


임병주의 물음에 최진성이 끼어들어 대답했다.


"태준이 할아버지 성함이 장 우자 진자 시다."

"응? 장우...진? 뭐? 얘 할아버지가 장우진 회장이라고? 그 대한그룹?"

"하하. 이제 내가 왜 직접 나서서 섭외했는지 알겠지?"


임병주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그룹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정·재계를 막론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룹 내부에서 몇 가지 이슈가 있긴 했지만, 그가 알기로 그 이후로 대한그룹의 경영권이 더욱 공고해진 거로 알고 있었다.


"근데 혼자 왔어? 오늘 모임은 커플이라는 말 못 들었어?"

"조금 늦는다길래. 제가 먼저 왔습니다. 그나저나 병주 선배님도 혼자신 거 같은데요?"

"아, 나도 곧 올 거야. 보고 놀라지 마라. x나 예쁘거든."


임병주의 저급한 말에 최진성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다시금 폭소를 터트렸다.


"하여간, 저 나쁜 새끼. 순진한 얘 꼬셔가지고."

"내가 무슨 순진한 앨 꼬셔!"

"그럼 아니냐. 만원짜리 도자기를 8천만원 짜리라고 하질 않나. 그걸 깨트리게 만들려고 숨어서 낚싯줄을 감아두질 않나. 그 정도 노력이면, 사법고시 정돈 벌써 패스했을 것 같은데."

"야야, 그 정도 노력은 해줘야. 과실도 더 맛있는 거지. 그런 순진한 애가 내 말 한마디에 벌벌 떠는 느낌을 네가 알아?"

"그래서 그 가루까지 준비해둔 거냐?"

"그건 그냥 즐거움을 배가시켜줄 보조 식품 같은 거고."

"크하하하. 하여간 말은 잘해요."


최진성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주먹을 강하게 말아쥐고 있는 내 모습이 그로테스크해 보였는지.

임병주가 의문스런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 놈을 향해.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분명 웃고있는데. 이상하게 세상이 점점 붉게 물들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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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조상 중에 무당이라도 있는거야? NEW +2 3시간 전 375 18 12쪽
45 돈이 좀 필요해 +3 24.09.18 1,147 34 11쪽
44 총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기 +5 24.09.17 1,493 32 12쪽
43 대한민국이 망할거라고는... +3 24.09.16 1,666 35 11쪽
42 모든 유보금을 달러로 +5 24.09.15 1,791 36 12쪽
41 그냥 재미 삼아 하는 거잖아 +3 24.09.14 1,817 34 11쪽
40 단군이래 최대 호황 +4 24.09.13 1,852 32 11쪽
39 온라인 서점 사업 +3 24.09.12 1,912 37 12쪽
38 감히 대적할 수 없는 힘 +4 24.09.11 2,036 34 11쪽
»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3 24.09.10 2,149 34 12쪽
36 다이아몬드 수저 +2 24.09.09 2,345 36 11쪽
35 그런 게 어딨어! +2 24.09.08 2,495 34 13쪽
34 등에 비수가 꽂히다 +2 24.09.07 2,480 46 12쪽
33 들으면 속상할 텐데 +3 24.09.06 2,540 38 12쪽
32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2 24.09.05 2,627 35 12쪽
31 나만 아니면 돼! +2 24.09.04 2,722 34 12쪽
30 포털사이트? 그게 뭔데? +3 24.09.03 2,794 37 12쪽
29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3 24.09.02 2,919 41 12쪽
28 교수님이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봐 +2 24.09.01 2,997 41 11쪽
27 태풍의 나라 개발자 이용식입니다 +2 24.08.31 3,004 42 13쪽
26 대체 이게 다 얼마야? +2 24.08.30 3,034 43 12쪽
25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요! +2 24.08.29 3,121 42 12쪽
24 왜 나한테만 x랄이야 +2 24.08.28 3,091 44 13쪽
23 악마의 구슬 +2 24.08.27 3,154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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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무래도, 정황이 그렇습니다 +2 24.08.26 3,264 42 12쪽
20 할아버지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나? +3 24.08.25 3,309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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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4 24.08.24 3,239 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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