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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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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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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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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렇게 될 거야

DUMMY

"이봐, 자네 그 말 들었나?"

"무슨 말?"

"대한그룹에서 조만간 대한테크솔루션을 상장시킬 거라는 말 말이야."

"아아. 그거. 나도 듣긴했지."

"하여간 이사람 정보하나는 기가막히게 빠르다니까. 그러면 이미 주식도 어느정도 매수를 했겠군."

"·····"

"엥? 없어? 자네 같은 빠꼼이가 그런 정보를 듣고도 주식을 사지 않았다는 건가?"


남자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아니라. 상장 관련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나도 주식을 사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긴 했지."

"...그런데?"

"단 한 주도 사지 못했네."

"그게 정말인가? 시장 분위기기가 그 정도라면, 상장할 거란 소문이 그냥 헛소문인 것만은 아닌가 보군."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주식이 없으니, 별로 생각하고 싶진 않네."

"저런..."


침울해하는 남자와 달리.

그와 대화를 나누던 이의 표정은 상대적으로 밝아 보였다.


"설마... 자네는 주식을 구한 건가?"

"하하, 소문을 듣고 산 건 아니고, 작년에 이상하게 대한테크솔루션 주식을 사고 싶더란 말이지. 그래서 그때 100주 정도 사놨었네."

"100주나? 지금 주당 가격이 10만원이 넘질 않나?"

100주면 천만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이 사람아 10만원이라니, 20만원이 넘어간 지가 언제인데."


며칠 만에 두 배가 넘게 올랐다는 말에 남자의 입이 쩍 벌어졌다.


"역시 되는 사람은 뭘 해도 된다더니. 자넬 두고 한 말이었군, 상장만 되면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더 오를 테니. 팔지 말고 꼭 붙들고 있으시게."

"나도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어떤 사람이 지금 팔면 25만원에 산다길래 에라 모르겠다 하고 전부 팔아버렸다네."

"······"


고객센터에 앉아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빨리 인터넷이 활성화돼야. 이런 수고를 안 할 텐데.'

회귀 전, 검색 한 번으로 해당 종목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지금 시점에서 분위기를 파악하려면, 직접 발품을 파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예상대로 장기석 측에서 테크솔루션 주식을 쓸어 담고 있나 보군요."

"가격이 오를 거라는 걸 아는데, 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겠지."


김성재 실장의 말에 내가 동의 한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의 핵심은 제가 매입한 주식을 장기석한테 은밀하게 떠넘기는 거니, 절대 눈치채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이쪽 계통에서 가장 실력 있는 전문가들을 섭외했으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그룹 승계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천도희와 장기석은 내가 주식을 매도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그룹을 승계받은 장기석이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떤 곤욕을 치르게 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경영권을 가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굳이 주가 조작이 아니더라도.

승계에 필요한 자금 정도는 얼마든지 마련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



***



오딘 로지 클럽.


알프스 고산 호수의 장엄한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시크릿 로케이션.

이곳에서 세계의 금융과 정세를 결정할 비밀 정기회의가 개최되고 있었다.


"하하, 어서들 오게."

"미스터 블루머, 오랜만입니다."

"쳇, 돈을 있는 대로 빨아들이더니, 신수가 훤하구만."


아스토리아 에너지그룹의 수장인 세바스타인이 모임을 주관한 블루머를 못 마땅한 눈으로 쳐다본다.

최근 계속되는 저유가 기조에 불만이 잔뜩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인상 좀 펴게. 오늘은 자네한테도 그리 나쁘지 않은 회의가 될 테니까."


세바스타인이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아크테크의 수장인 더스틴이 한발 먼저 대화에 끼어들었다.


"으하하하, 또다시 전쟁이라도 벌일 생각인 건가?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새롭게 출시한 무기가 있는데 말이야..."

"당분간 전쟁은 없을 거다. 더스틴."


블루머가 단칼에 더스틴의 말을 잘랐다.


"쳇. 재미없긴."


더스틴이 테이블에 놓인 위스키를 집어 들었다.

오늘 모임에서는 자신에 관한 안건이 없을 것 같았기에 술이나 마시기로 한 것이다.

오딘 로지 클럽의 핵심 맴버 6명을 포함한 대부분 인사들이 모인 것을 확인한 블루머가 단상 위로 올라가 개회사를 낭독했다.


『존경하는 "오딘 로지" 맴버 여러분,

저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뿌리 깊은 미래의 길을 개척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 시간에 우리의 지식, 힘, 그리고 비전을 함께 모아 공유하려 합니다.

우리는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주체입니다.

금융의 흐름을 결정하고, 정치의 변화를 주도하며, 미디어의 메시지를 형성합니다.

우리의 영향력은 숨겨진 권력자들과 함께 세계의 변화를 주도할 만큼 충분합니다.

이 회의는 우리의 목표와 목적을 다시 한번 확고히 하기 위한 시간입니다.

우리는 세계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협력하며, 이제까지 얻은 지식과 통찰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길은 고요하고 숨겨진 곳에 있습니다.

이 회의는 우리의 결속을 다지고, 우리의 비전을 다시....』


휘익-


"역시 말 하나는 번지르르하게 한다니까."

스카이웨더 그룹의 수장인 레이첼이 휘파람을 불며 환호했다.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주체’라는 말은 언제나 그의 기분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결정할 내용이 뭐라는 건가?"

"걸프전 이후 우리가 우려하던 경기침체에서는 이제 완전히 벗어난 것 같네."

"대신 경기과열 조짐이 일고 있지 않나. 그동안 저금리 기조를 너무 오랫동안 유지했어."


레이첼을 한 차례 쳐다본 블루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네. 그래서 그걸 결정하려고 자네들을 이곳에 부른 게 아니겠나."

"하하, 드디어 수확할 시간인 건가."


위스키를 마시던 더스틴도 흥미가 돋는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기준 금리를 급격하게 상승시켜, 세계 곳곳에 퍼트려둔 달러를 다시 미국으로 끌어들일 생각이네."

"급격하게라니? 어느 정도를 생각하는 건가."

"6%"


사방에서 동시에 탄성이 새어 나왔다.


"설마 아무런 시그널도 없이 기습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건가?"

세계 2위의 금융 그룹인 스카이웨더 그룹의 수장이라 그런지.

블루머의 말에 숨겨진 의중을 단숨에 파악했다.


"시장에 큰 혼란이 일어날 걸세."


이곳에 모인 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었다.

아무리 그들이 세계의 정세를 주도한다고 하지만, 수십억 인구들을 그들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금리를 그것도 두 배나 올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블루머는 그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 아니었나."

"그말은 시장을 컨트롤할 자신이 있다는 건가."

"충분히."

"으하하하. 역시 우리 클럽의 수장다워."


더스틴은 뭐가 그리 좋은지.

미친놈처럼 연신 폭소를 터트렸다.


"그래서 계획이 뭔가?"


레이첼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블루머를 쳐다봤다.


"멕시코의 환율 제도와 혼란한 정치 상황을 이용하면 어떨까 싶네."

········



***



"연준에서 정말 금리를 올릴까?"


에일린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금리 인상에 맞춰 유레카의 모든 자금을 파생상품에 그것도 레버리지까지 잔뜩 걸어서 투자했으니, 걱정이 되는 게 당연했다.


"너무 걱정 마, 조만간 금리 인상 발표가 있을 테니까."


미래를 알고 있는 나야 걱정이 없었지만,

에일린의 표정에 묻은 초조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 예측이 조금만 벗어나도 마진콜이 대거 발생할 거란 거 잘 알고 있지?"

"절대 그럴 일 없다니까 그러네. 모든 지표가 상승을 가리키고 있잖아."


내가 다시 cpi를 포함한 주요 지표들을 보여주려 하자.

에일린이 손사래를 쳤다.


"됐어.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고, 네 예측이 어긋나면, 망하기밖에 더 하겠어."


금리 인상에 맞춰 투자한 금액은 대략 4,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00억이 넘는 규모였다.

하지만, 에일린은 이 돈을 전부 잃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내가 파산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에 작은 위안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대한그룹 후계자인데다.

그게 아니더라도 대한생명에 투자한 돈이 있으니, 만일의 경우 지분을 정리한 돈으로 다시 재기를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전무했다.

조만간 미국은 분명, 3번의 50bp와 1번의 70bp를 포함해서 3%나 되는 금리를 그것도 기습적으로 올릴 테니까 말이다.


"좋아. 네 예상대로 연준이 기습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고 쳐. 그럼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건데?"

"어떻게 하긴, 축제를 즐겨야지."

"축제?"

"연준이 금리를 기습적으로 그것도 시장에 충격을 줄 만큼 큰 폭으로 올렸다고 생각해봐. 어떻게 될 것 같아."

"당연히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또?"

"충격을 받은 주식시장도 큰 폭으로 하락하겠지."

"그러고도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으면?"

"뭘 물어. 당연히 전 세계의 달러가 미친 듯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갈 거고, 급격히 달러가 빠져나간 신흥국 특히 멕시...헉."


내 질문에 대답하던 중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에일린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농민반란과 집권당 내부의 권력 암투, 그리고 대통령 친인척의 부정부패가 도를 넘은 데다. 외환 시장에 구조적인 문제까지 있는 멕시코는 당연히 외환위기에 빠지겠지. 지금도 미국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수준이니까."

"말도 안 돼. 미국이 그 정도로 급격하게 금리를 올릴 리가 없어."

"내기할까?"


내기라는 말에 에일린이 자기 손톱을 물어뜯었다.

모르긴 해도 지금 머릿속이 엄청 복잡할 것이다.

다른 이도 아닌 내가 계속해서 강하게 금리 인상을 주장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잠시 후,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됐는지.

에일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기는 거절할게."

"오. 그럼 내 말을 믿겠다는 거야?"

"아직 확신은 없지만, 정말 네가 말한 대로 금리 인상이 진행되고, 그에 맞춰 미리 준비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던 기록적인 수익을 얻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

"당연히 그렇게 될 거야."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내가 쌓아 올릴 전설의 신호탄이 될 거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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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냥 재미 삼아 하는 거잖아 +2 24.09.14 1,312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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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온라인 서점 사업 +2 24.09.12 1,458 33 12쪽
38 감히 대적할 수 없는 힘 +2 24.09.11 1,592 31 11쪽
37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2 24.09.10 1,710 30 12쪽
36 다이아몬드 수저 +2 24.09.09 1,897 3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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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들으면 속상할 텐데 +2 24.09.06 2,097 34 12쪽
32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2 24.09.05 2,195 32 12쪽
31 나만 아니면 돼! +2 24.09.04 2,283 31 12쪽
30 포털사이트? 그게 뭔데? +2 24.09.03 2,346 31 12쪽
29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3 24.09.02 2,490 38 12쪽
28 교수님이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봐 +2 24.09.01 2,560 37 11쪽
27 태풍의 나라 개발자 이용식입니다 +2 24.08.31 2,569 37 13쪽
26 대체 이게 다 얼마야? +2 24.08.30 2,601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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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그렇게 될 거야 +2 24.08.27 2,825 4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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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할아버지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나? +2 24.08.25 2,878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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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3 24.08.24 2,796 44 11쪽
17 들으면, 깜짝 놀랄걸? +2 24.08.23 2,800 41 11쪽
16 밥값으로 뭘 하면되는데요? +2 24.08.22 2,867 4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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