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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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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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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나?

DUMMY

“그게 정말이야?”

“제가 프로그래밍은 못 하지만, 투자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오오, 역시 대....”


대한그룹 손자라고 말하려던 용식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내가 재벌 3세라는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었기 때문이다.


“대... 뭐?”

“대... 대박 투자자답다고요. 태준이 녀석 최근에 주식으로 제법 큰 돈을 벌었거든요.”


진땀을 흘리는 용식이의 모습에 내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왕 하실 거면, 제대로 법인을 세우고, 투자도 받아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그렇긴 하지.”


예상 밖의 제안에 이석주도 고민이 되는 듯했다.

사실 이석주의 집도 못사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게임이나 만들고 다니는 아들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아버지 때문에 집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생각보다 빨리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게임 컨셉에다 스토리. 그것도 모자라서 투자까지 한다니, 이렇게 되면 태준이 네가 대표직을 맡아야 할 것 같은데?”

응?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내가 이석주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뭐야... 그냥 떠보는 거였어?’


게임 회사 설립은 그의 오랜 꿈이었기에 대표직을 쉽게 넘겨줄 리 없었다.

그의 말은 내 기여도가 그만큼 낮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표직은 저보다는 선배가 훨씬 더 잘 어울릴 것 같으니까. 저는 제 기여도에 맞게 지분만 확실하게 챙겨주세요.”

“정말 그래도 돼?”


그럼요.

제 꿈은 게임 회사가 아닌, 훨씬 더 거대한걸요.

고작 게임 회사 정도에 심력을 소모할 여유는 없습니다.


“헐, 그럼 우리가 회사를 세우는 거예요? 나도 창립 맴버가 되는 거고?”


용식이의 탄성에 이석주가 그의 머리를 흩트렸다.


“그래 인마. 그래도 지분 문제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한 끝에 우리는 크게 불만이 없는 수준으로 지분을 나눌 수 있었다.


장태준 45%(5년간 의결권 위임, 이석주)

이석주 40%

이용식 15%


이석주가 대표인 만큼 그의 지분이 가장 많아야 하겠지만,

1억이나 되는 투자금을 제공하고, 5년간 의결권을 위임하는 조건으로 내가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도쿄 증권거래소에 넥손이 상장하는 일은 없겠군.'


본래 이석주는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면, 한국이 아닌 게임 회사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일본에서 IPO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돈은 한국에서 벌고,

세금은 일본에 낸다는 비판을 받게 되고, 멘탈이 그리 강하지 못한 그는 결국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다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게 된다.

나를 위해 오랫동안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둘 순 없었다.

·······


지분까지 어느정도 마무리되자.

우리는 창립기념 파티를 위해 근처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들 기분이 좋은지 술을 아주 물처럼 들이부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참았던 질문을 쏟아냈다.


“혹시 친구나 선배 중에 이쪽 계통에 관심 있으신 분은 없으세요?”

“없긴, 당장 내 대학 시절 룸메인 해찬이나, 자주 만나는 성일 선배만 봐도. 관심이 엄청나지.”


이석주의 입에서 이해찬과 김성일의 이름이 거론되자.

입꼬리가 자꾸만 위로 말려올라갔다.

예상대로 이석주의 인맥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초록색 검색창 너이버를 만든 이해찬과 21세기 남자라면 절대 모를 리 없는 리니아를 개발한 김성일.

이 둘의 이름을 듣고도 어찌 웃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혹시, 그분들도 나중에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하면, 저한테 소개해주실 수 있으세요?”

“괜찮겠어?”

“네?”

“녀석들이 한국대와 카이스트 출신이긴 해도. 사실 별 볼 일 없는 놈들이거든. 돈만 날릴 수도 있는데 괜찮겠냐는 거야.”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만,

MC소프트와 너이버에 투자할 수만 있다면, 그 액수가 얼마든 투자할 용의가 있었다.

여러 가지로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정말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셨고,

용식이와 석주 선배는 술집 근처 화단에 빈대떡을 몇 장이나 뿜어낸 뒤에야 겨우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



“저놈이야?”

“확실해. 덩치도 그렇고, 생긴 것도 사진하고 일치하잖아.”

“시발, 괜히 잘 못 건드렸다가. 인생 종치는 건 아니겠지?”


북촌파 행동대원 박철상은 다른 곳도 아닌 대한그룹 손자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밀항할 배며, 돈까지 받았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냥 시키는 대로 저놈만 확실하게 처리하고, 분 냄새나 맡으러 가자고.”

“그래 까짓거, 남자가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번 해보자.”


기합성을 내지른 박상철은 오늘따라 하늘이 자신을 돕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장태준이 평소에는 마시지도 않던 술을 초저녁부터 마시기 시작하더니, 12시가 넘도록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마셨기 때문이다.

얼핏 확인한 바로는 남자 셋이서 소주를 15병도 넘게 마신 것 같았다.

저 정도면, 오늘 놈은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황천으로 향하는 배에 오를 게 확실했다.

날카롭게 벼려진 사시미를 꺼내든 박상철이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태준의 뒤를 따라갔다.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골목길.

박상철이 함께 온 네 명의 사내에게 신호를 보냈다.


타다다닷-


신호와 동시에 남자들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도망칠 수 없도록 동시에 그를 에워싼다.


“뭐야?”

“네가 싫어서 이러는 건 아니니까. 원망하진 말아라.”


박상철이 말을 내뱉는 순간.

흐릿했던 태준의 동공이 붉은 안광을 뿜어냈다.


“천도희가 보낸 건가?”


갑작스러운 변화에 박상철을 위시한 조폭들은 순간적으로 무언가 일이 틀어졌음을 직감했다.

분명 혼자서 소주를 5병 넘게 마시는 걸 봤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꿀꺽-


박상철이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칼을 뽑았으니, 어떻게든 끝장을 보긴 봐야 했다.

박상철을 위시로한 조폭들이 일제히 태준을 향해 달려갔다.


“죽엇!!”


가장 먼저 도착한 조폭이 야구 방망이를 아래로 강하게 내려찍는다.

위빙으로 가볍게 공격을 피한 뒤,

연결 동작으로 놈의 목을 잡고, 뒷다리를 걸어 강하게 밀어트렸다.


퍼억!


뒤통수가 시멘트 바닥에 부딪히며, 수박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천일 유도관 관장이 초보인 내게 자랑삼아 보여줬던 금지된 유도 기술 중 하나였다.

세기도 뭣 할 만큼 짧은 시간에 동료 하나가 거품을 물고 쓰러지자.

달려오던 이들이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걸 알았는지.

나를 향해 미친 듯이 공격을 쏟아냈다.


확실히 겨울방학 동안 배운 기술은 효과가 있었다.

네 명이 동시에 공격을 쏟아내는데도 공격을 피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피하기만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허점이 드러나는 족족 반격을 날렸다.


쾅!

쩌저적-


갈비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또 한 명이 거품을 물고 나가떨어졌다.

조폭들이 하나둘 쓰러질수록 저들의 움직임은 급격히 둔화됐고,

나는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놈들을 향해 끔찍한 공격을 쏟아냈다.


그렇게 몇 분쯤 지났을까?

멀쩡하게 두 다리로 서 있는 이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박상철에게 다가가 머리를 움켜쥐고는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물어본 말에는 대답을 해줘야지. 누가 시킨 거라고?”

“·····”


제법 뼈대 있는 조직에 속 한 놈이라 그런지.

쉽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놈의 코를 붙잡은 뒤,

있는 힘껏 비틀었다.


뿌드드드득-


“끄.... 끄아아아아악!!!”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놈이 떠나갈 듯 비명을 질렀다.

놈의 코에서 피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이번엔 코였지만, 다음번에는 허리를 꺾어 주지.”


고작 21살밖에 안 된 대학생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에는 너무나도 거침없었고, 손속 또한 잔인했다.

박상철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방금 한 저 말이 절대 협박이나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만약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자신은 정말로 허리가 부러져서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 할지도 몰랐다.


의리도 중요했고,

조직의 보복이 무섭기도 했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저놈만큼은 아니었다.


섬뜩한 공포 앞에서 박상철은 묻지도 않은 말까지 전부 사실 대로 토해냈다.


‘조용하다 했더니, 하는 짓이 유치하군.’


전후 사정을 알게된 내가 박상철의 안면에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려 그를 쓰러트린 후,

놈을 깔고 앉아 어떻게 처리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회귀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회귀한 이후에는 당하고 나면, 꼭 그만큼 되갚아 줘야 직성이 풀렸다.

이것도 베네요타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싫진 않았다.

수동적인 삶보다는 능동적인 삶이 더 재밌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깨달았으니까.


그러다 문득 재미있는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유치하게 나온 놈들한테는 비슷한 방법으로 갚아 주는 것만큼 통쾌한 게 없었다.

나는 곧장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 할아버지.”


태준의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장우진 회장은 순간적으로 잠이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태준아, 이 시간에 대체 무슨 일이냐?”

“깡패들이 갑자기 저를 막.... 악, 때리지 마세요. 여기 관악....”


뚜뚜뚜뚜-


“태준아, 거기가 어디라고? 태준아!”


장우진 회장이 애타게 태준이를 불렀지만, 이미 전화는 끊어진 뒤였다.

대번에 잠에서 깬 그의 눈에서 무시무시한 불길이 치솟았다.


“감히 장우진의 핏줄을 건드리다니. 대체 얼마나 간이 큰 놈인지 내 똑똑히 확인해주마!”

곧장 김성재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한그룹 장학생 출신인 경찰청장과 서울 중앙지검 검사장에게 도움을 청하는 한편,

자신을 오랫동안 경호해온 최강민을 호출해 태준을 공격한 이들의 배후를 알아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서울 전역에 비상 아닌 비상이 걸린 것이다.

야간 순찰을 돌던 경찰과 검찰청에서 업무를 보던 검사들까지 대거 관악구 일대로 파견됐고,

오래지 않아 그들은 조폭들과 함께 바닥에 쓰러져있는 태준을 신림동 뒷골목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

.

.

.

“태준아. 괜찮으냐?”

나를 보는 할아버지의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나?'

눈길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이왕지사 연기를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했다.


“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대체 누가 저를....”

“지금 확인하고 있으니, 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푹 쉬고 있거라.”

이미 나를 공격한 조폭 다섯의 신병을 확보했으니, 전후사실을 밝히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과연 지금쯤 천도희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잠자는 사자가 아닌 천하의 장우진 회장의 하나뿐인 핏줄을 건드렸으니, 모르긴 해도 절대 두 발을 뻗고 있진 못할 것이다.

배달시킨 치킨을 뜯으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했다.


'그러고보니 맥주를 안 시켰네. 치킨은 맥주하고 먹어야 제맛인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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