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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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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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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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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총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기

DUMMY

"이... 이게 뭐야?"

"무얼 말씀하시는 겁니까?"


깜짝 놀라는 내 모습에 대한바이오 안정수 사장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의 물음에 답해줄 정신이 지금 내겐 없었다.


‘분명 헤모클리어린-X라고 했지?’

근데, 필요한 구슬의 숫자가 감소했다고?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나는 어렵지 않게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기술을 얻는데 필요한 구슬의 숫자가 1만개로 감소했다는 의미였다.

무려 100분의 1로 줄어든 숫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절대 나쁜 일은 아니었다.


1만 개라는 숫자를 보자.

가슴 속에서 작은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추가로 8,423개의 구슬이 필요하지만,

이정도는 아프리카 혹은 중동에서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전쟁에 한발 걸치기만해도.

쉽게 모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물론, 매우 위험하고,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한 일이 될것임은 분명했다.


안정수 사장을 돌려보낸 후,

집무실 소파에 앉아 한참을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쟁에 개입하는 것 말고는 할아버지를 구할 마땅한 대안은 없는 것같았다.

어떻게든 2~3년만 시간이 더 있으면,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전쟁에 개입할 수도 있겠지만,

할아버지가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고민했지만, 답은 하나였다.


'일단 한번 부딪혀 보자!'


어차피 내 돈을 지킬 무력도 필요하던 참이었으니, 그 시기를 좀 앞당기기로 했다.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한 끝에 나는 아프리카 중에서도 자이르(Zaire)...

그러니까 향후 콩고민주공화국이라고 불리게 될 나라의 내전에 개입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자이르(Zaire)를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벌어지는 내전으로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죽게 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부가적으로는 콩고민주공화국이 화학 주기율표에 나와 있는 모든 원소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가 저들의 내전을 빠르게 종식할 수만 있다면, 8천개 이상의 구슬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큰 힘이 될 자원까지 가질 수 있을 테니까.


자꾸만 스케일이 커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



***



"찾았어!!"


수화기 너머 에일린의 이 한마디에 나는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곧장 시카고로 날아왔다.


'이런 곳에 모이세르가 있다고?'


아무리 몰락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전 대통령의 아들이 지낸다기에는 너무 초라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긴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쇠 깎는 소리가 귓가를 따갑게 울려댔다.


"뉘슈?"

멕시코 출신으로 보이는 나이 많은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 나를 아래위로 쳐다봤다.


"모이세르라는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모이세르? 그런 사람은 여기 없는데. 잘못 온 거 아니유?"

"분명 여기서 일한다고 들었습니다. 170센티 정도에 서른 살쯤 된 아프리카계 일 겁니다."

"170에 아프리카계라... 파벨을 찾아온 건가? 이봐 파벨!"


남자가 철공소 안을 향해 소리치자.

왜소해 보이는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부르셨어요? 주임님?"

"여기 이자가 모르세... 이름이 뭐라 했소?"

"모이세르입니다."

"그래 모이세르라는 사람을 찾아왔다는데. 아무래도 널 찾는 것 같아서 말이야."


모이세르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불려 나온 남자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는 갑자기 주변에 놓여있던 공구를 주워 내게 휘둘렀다.


"뭐... 뭐야? 너 왜 그래?"


나이 많은 남자가 경악했지만,

모이세르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미친 듯이 스패너를 휘둘렀다.

상당히 위협적인 공격이었지만,

그건 손에 스패너가 들려있어서 그런 거고.

고작 그 정도로 나를 어떻게 하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했다.


슬쩍슬쩍 가볍게 공격을 피한 뒤.

빈틈이 드러난 옆구리를 향해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쾅!


"크악!"


주먹에 얻어맞은 모이세르의 몸이 새우처럼 휘더니, 바닥에 쓰러져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다.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

너무 강하게 때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죽은 건 아니니 개의치는 않았다.


당황한 듯 나를 쳐다보는 주임이라는 남자에게 백 불짜리 지폐 몇 장을 쥐여준 뒤,

모이세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나...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 죽일 거면, 멀리 갈 것 없이. 그냥 여기서 죽여!"

악에 받친 듯한 말투에 내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뭔가 오해를 단단히 한 것 같았다.


"나는 너를 죽이러 온 게 아니야. 오히려 너를 도와주러 온 거지."


내 말에 모이세르가 눈을 크게 떴다.


"....정말 모투부가 보낸 게 아니라는 거야?"

"왜 못 믿겠어?"

"····"

"그래 믿고 안 믿고는 네 자유인데. 내가 이대로 돌아가면, 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넌 아마 지금처럼 평생을 두려움에 떨며, 공장에서 쇠나 깎다 죽게 되겠지."

가만히 내 눈을 쳐다보던 모이세르가.

조금씩 호기심을 드러냈다.


"...정말 저를 도와주시겠다는 겁니까?"


존대하는 모이세르의 모습에 내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나는 네가 모투부를 죽이고, 자이르의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제가 모투부를 죽일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고요?"

반색하며 묻는 모이세르를 향해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저를..."

도와주는 거냐고?

"왜일 것 같나?"

"····?"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던지.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네가 믿을진 모르겠지만, 자이르의 내전으로 죽게 될 사람들을 구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너희 자이르에 매장된 자원에도 관심이 많고..."

사람을 구하겠다는 말은 쉽게 믿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자원에 관한 것은 설득력이 있었는지.

더는 내게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얼굴엔 불신이 가득했다.


"그런데, 제가 모투부를 죽이고, 권력을 잡게 어떻게 도우실 겁니까?"

"우트칸이라는 자를 알고 있나?"

"예브게니 우트칸을 말하시는 겁니까?"

내 입에서 나온 예상치 못한 이름에 모이세르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자신의 아버지인 조제프 카사부의 오랜 친구이자. 모투부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당시 물심양면으로 아버지를 도왔던 이였기 때문이다.

비록 쿠데타를 막아내진 못했지만,

우트칸이 없었더라면, 모이세르도 그의 아버지인 카사부와 함께 가택에 연금된 채.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을 것임은 분명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탈출시켜준 덕분에 이런 곳에서나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거다.


"우트칸이 체첸에서 블랙숄더라는 용병 부대를 이끌고 있더군. 나는 이번 일에 그를 끌어들일 생각이다."

용병 부대라는 말에 모이세르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러시아 정부군 측 용병부대를 이끌고 있는 그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모투부를 몰아내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일린의 말에 따르면, 우트칸의 상황도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는데.

그런것까지 모이세르에게 설명하진 않았다.



***



모이세르를 설득한 후,

우리는 곧장 우트칸이 있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날아왔다.

에일린은 우트칸이 체첸 반군과의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고 얼마 전부터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사람을 시켜 미리 약속을 잡아둔 덕분에 우트칸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약속 장소인 스프링힐스 호텔 로비에서 그를 발견한 모이세르가 크게 소리쳤다.


"우트 삼촌!"

"····?"

모이세르는 단번에 우트칸을 알아본 듯 했지만, 우트칸은 모이세르를 알아보지 못했다.


"저예요. 조제프 모이세르."


그제야 눈앞에 있는 이의 정체를 알아본 우트칸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네가 정말 카사부의 아들인 모이세르란 말이냐?"

"네."

"...여긴 대체 어떻게 온 거냐?"

"어떻게 오긴 뭘 어떻게 와요. 삼촌 만나러 온 거죠."

"나를? 나는 여기 투자사 대표를 만나러 온 건데?"


의문을 표하는 우트칸을 보며,

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약속을 잡은 건 접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세이프 하베스트의 장태준입니다. TJ라 부르시면 됩니다."

"세이프 하베스트?"

"제가 운용하는 작은 투자회사입니다."

나는 일부러 유레카라는 이름 대신 케이맨제도에 적(籍)을 둔 세이프 하베스트의 명함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러시아와 관련된 일을 하는데.

미국에 본사를 둔 유레카의 명함을 내미는 것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는 뭔가?"


오랫동안 군인으로 활동해왔던 사람이라 그런지. 돌리지 않고 바로 본론을 물어왔다.


"블랙숄더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예상치 못한 말이었던지.

우트칸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블랙숄더를 인수한다고?"

"정확히는 곧 해체될 용병대의 용병들을 제가 영입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싫다면, 강제할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 용병대가 해체될 거란 사실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로니즈 시가전에서 러시아가 체첸 반군에게 대패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습니까? 러시아가 패했는데. 러시아 정부 측 용병으로 참여했던 블랙숄더 또한 무사할 리 없겠죠."


그때의 치열했던 전투가 생각나는지.

우트칸이 침음성을 터트렸다.


"용병들에게 지금까지 지급된 연봉의 두 배를 약속하겠습니다. 물론, 성과급은 별도입니다."


두 배라는 단어와 성과급이라는 말에 우트칸이 눈을 크게 떴다.


"그... 그게 정말인가?"

"그뿐 아니라. 아내분이 CVA(Cerebrovascular Accident)라고 들었는데. 지금 있는 곳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확실하진 않지만, 어쩌면, 완치를 시켜드릴 수도 있고요."

"그게 무슨 말이지? 자네 지금 CVA가 뭔지는 알고 하는 소린가?"

"그렇게 소리치지 않아도. 뇌경색이란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허. 아는데도 그런 소릴 해? 정말 완치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말했지만, 저도 아직 장담은 못합니다. 다만, 제가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성공한다면, 분명 가능성이 없진 않을 겁니다."


내 말을 듣고 있던 우트칸의 표정이 갑자기 달라졌다.

분명,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자의 표정이었다.


"아내를 고칠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네. 그러니 제발... 제발 내 아내를 좀 살려주게."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아내가 뇌경색으로 말은 물론이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곤혹스러운 것은 없었다.

우트칸은 아내를 건강했던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지옥보다 더한 곳도 웃으면서 갈 수 있었다.

하물며, 지금 받는 것보다 연봉을 두 배나 더 주는 것은 물론이고, 더 좋은 환경에서 치료까지 받을 수 있게 해준다지 않는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 말입니까?"

내 말에 우트칸이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돈으로 용병대를 인수하는 것까지는 가능한데. 아직 제 힘으로는 그들이 사용할 무기를 확보할 방법이 없습니다."

사실, 총기류 정도는 내 힘으로도 어떻게든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프리카이긴 해도 한 국가의 내전에 개입할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작 총 한 자루를 들고 갈 순 없지 않은가.

총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기가 필요했다.


내 말을 듣고 있던, 우트칸이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곳 러시아에서는 뻥 좀 보태서. 돈만 있으면, 핵폭탄도 구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제가 그것과 관련된 전문가를 알고 있으니, 일단 그곳으로 자리를 옮기시죠."

얼떨결에 우트칸을 따라나선 나는 얼마 후 만나게 된 남자의 얼굴을 확인 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푸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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