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깡패가 너무 유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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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천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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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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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망나니 ‘용순’이 아빠

DUMMY

“땡 중이 절간에서 빈둥빈둥 노는 거나, 할 일도 없는 우리가 시궁창에서 노는 거나

뭐가 달라?”


자신 행동을 '시궁창'이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미루어 깐에 양심은 있는 듯 말했다. 그러나 실천하지 않는 양심은 차라리 없는 것보다 더 나빴다.


“오호라, 땡 중 소굴도 사람 사는 곳이라고 분 냄새나는 여승도 있고? 어디 끝까지 해 보자는 거지?”


막말과 동시에 급기야는 우악스런 팔로 비구니 팔목을 휘어 잡았다.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어서 머리 밀고 땡 중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속세선 반반한 얼굴로 사내들 속깨나 태웠겠는걸?”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놈이 다가와서 정우도 멱살을 움켜쥐었다. 귀밑까지 내려오는 장발에 주먹 손 마디가 유난히 굵었다. 손 마디가 굵다는 것은 세상살이가 험난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너 이 새끼!!! 절간에서 곡 소리도 못 내고 묻히고 싶어?”


우악스런 팔로 목을 조르고 비트는 상황이라 이건 대화로 해결 될 단계를 지나 버렸다. 이젠 시비의 상대가 스님들한테서 완전히 정우로 바꿔버렸다.


“이거 놔라? 할 말 있으면 말로 하고.”


쌍방 간 주고받는 대화 역시 서로가 반말이었다. 그러나 기세등등한 그놈은 정우 요구를 들어줄 리 만무했다.


지난 5월 보국스님이 계신 운방사를 찾아오며 이젠 주먹이나 연장 쓰는 싸움은 절대로 안 하겠다고 맹세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일방적으로 제압 당해서 숨을 못 쉰다는 것은 자칫 죽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지금부턴 순전히 자신을 지켜야만 하는 본능적인 정당방위라고 생각했다.


말로 하라며 젊잖게 말리던 보국스님이 이놈이 뿌리치는 팔에 걸려 서 객방 문 틀에 내동댕이쳐졌다.


정우는 자신이 참을 수 있는 인내심의 한계는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감방에서 짐승 같은 취급을 당하고 이젠 절대로 상대방을 때리는 쌈박질은 안 하겠다고 이를 물었었다. 그러나 다짐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세상은 이런 것이었다.


“나도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 지금부터는 정당방위다, 이 개자식들아!!!!!”


정우는 순식간에 몸을 용처럼 비틀고 빠져나와 반대로 그 놈 목털미를 움켜쥐었다. 실로 번개처럼 빠른 동작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같이 행패를 부리던 두 놈이 달려들었다. 재빠르게 하반신을 옆으로 날려 2단 옆차기를 하자, 달려 들던 놈이 차례로 고꾸라졌다. 놈들은 쏜살같이 일어나 반복적으로 달려들었지만 똑같은 동작에 연거푸 고꾸라졌다.


제법 큰 강물에서 놀던 개구리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실력에서 차이가 났다.

이놈 목털미를 쥐고 있는 팔이 2단 옆차기 할 때 지주대가 되기도 했다.


“너희들! 무법자야? 어디 부처님을 모시고 스님들이 생활하는 신성한 절간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고 지랄들이야, 인간쓰레기 같은 놈들이!”


정우는 얼마 전까지 자신도 ‘인간쓰레기’라고 생각했었다. 자신한테 독백 하듯 이놈들을 향하여 고함을 질러 댔다. 그리곤 몇 차례 주먹질로 세 놈을 꼼짝 못하게 제압했다. 이젠 거꾸로 이놈들이 완전히 겁을 먹었다.


“너희 새끼들 영화도 안 봤어? 우리 주지스님! 니들이 실력을 몰라서 그렇지 잘못 걸렸다간 뼈도 못 추려. 평생 기어 다니는 병신 신세 된다고. 알겠냐?”


이놈들은 절간은 염불이나 하는 스님들이 기거하는 조용한 곳이라고 우습게 알았다가 완전히 큰 코를 당했다. 십분 전까지만 해도 행패 부리며 마누라를 찾아내라고 기세 등등 했었는데 한 순간 고양이 앞 생쥐 꼴이었다.


“너희들 한번만 더 여기 와서 행패 부리면 그 땐 진짜로 죽는다. 어디 한 주먹도 안 되는 새끼들이 조용한 절간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고 지랄들이야?”


“미안합니다. 한번만 너그럽게 봐주시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습니다.”


“네가 진짜로 ‘용순’이 아빠 맞아?”


지금껏 어른들이 하는 싸움에 겁을 먹고 웅크리고 있던 ‘용순’이가 저만치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지 어린 ‘용순’이를 한쪽에 가 있으라고 배려하지도 못했다.


“이 자식아! 부모가 마땅히 해야 되는 일을 스님들이 대신 보살피고 학교에 보내주면 감사를 해야지. 알지도 못하는 마누라를 찾아내라고 깡패 새끼들을 데리고 찾아와서 양아치 짓을 하는 것이 어디 인간이 할 짓이야?”


***


오래전 체육관이 있는 기와집에서 이모님이 오야붕 폭행을 견디다 못해서 ‘구석’이를 데리고 친정이나 지인 집으로 도망가면 오야붕은 얼마 안 가 귀신처럼 찾아 왔었다.


이놈들도 틀림없이 오야붕처럼 주변 사람들을 폭행하고 괴롭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어디라도 거머리처럼 패악질만 하는, 오늘 죽는다 해도 하나도 서운하지 않은 버러지 같은 인간이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희들 생각이 짧았습니다.”


겉으로는 잘못을 비는 듯 했다.


“그렇지만 지금껏 행패 부린 잘못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너희들 세 사람! 여기 바닥에서 무릎 꿇고 머리 위로 손 들래, 아니면 대웅전 부처님 앞에 가서 ‘1,000 배’ 할래?”


세 사람은 '1,000 배'의 의미를 알기에 한동안 대꾸가 없었다. 한참 후 옷을 털고 일어나 머리를 긁적이며 대웅전으로 갔다.


“부처님께 올리는 1,000배는 잘못을 되돌아보며 경건하게 해야 한다는 거 알지? 몇 시간 걸릴지도 모른다. 진짜로 반성하는 마음으로 해라.”


정우는 오래 전 '인호' 같은 졸개들을 다루듯 자신 마음대로 훈계했다.

유명한 깡패도, 날건달도 아닌 세 놈은 올챙이처럼 튀어 나온 아랫배 탓에 허리를 구부린 채 최대한 무릎 관절을 써야 하는 큰절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동작 중 푹석 주저앉고 가관이었다. 참지 못하고 정우가 시범을 보였다.


“인마! 어디 가서 깡패 짓 했다고 명함 내밀려면, 몸이 최소한 10,000배는 거뜬하게 해야지?”


얼마 전 15,255배를 하고 몸져누웠던 일이 생각났다.

부처님께 삼배, 108배,1,000배, 10,000배를 올리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방적 우격다짐에 세 놈은 3시간 동안 온 몸으로 큰절을 했다. 한증막에서 나온 것처럼 땀으로 흠뻑 젖었다.


***


“소림사 땡 중이 ‘운방사’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구나. 하마터면 큰일 날뻔 했는데.”


사형스님이 미소를 지으며 흡족한 듯 말했다.


“근데, 정우 네놈은 그런 쓸 만한 재주를 어디서 배웠느냐?”


“재주라니요? 이것 때문에 3년씩이나 감방에서 썩었는걸요.”


“아니다. ‘무’를 자를 수 있는 칼이 어디 나쁘고 위험하기만 하겠느냐? 가정주부에겐 한 순간이라도 없으면 안 되는 감사한 것이지.”


“정우처사님이라고 했지요? 그 사람들한테 붙잡혀 몸싸움 할 때는 어떻게 할까 봐 가슴이 콩알만 했는데, 소림사 영화 보는 것처럼 정말로 짜릿했어요.”


가시네 피부처럼 솜털이 뽀송한 비구니가 이번엔 관세음보살! 도 찾지 않고 가까이로 와서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제 법명은 ‘도연’입니다. 앞으로 잘 지내요.”


정우는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라 자신도 얼굴이 붉어지며 가슴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젊다는 반증이었다.


“하하, 소림사 영화라니요?”


“마지막 대웅전에 가서 ‘1,000배’ 올리라고 다그치는 것도 그렇고 정우처사님 정말로 멋졌어요.”


어느새 ‘용순’이도 가까이로 와서 정우 손을 슬며시 잡고 있었다.


“아저씨 무서웠어요. 여기서도 쫓겨나면 어디로 가나? 걱정했는데.”


“괜찮아 ‘용순’아! 이제 아빠랑 아빠 친구들도 부처님께 1,000배 했으니까 좋은 사람 될 거야.”


“정우 아저씨, 여기서 우리랑 계속 같이 살면 안 돼요?”


순간 정우는 말문이 막혔다. 솜털이 뽀송한 도연이란 비구니도, 보국스님, 사형스님, 절간에서 경전 공부하는 나머지 스님들도 환영한다는 듯 엄지 척을 했다.


***


‘용순’이 아빠 일행 세 사람은 지난 밤 아홉 시가 지나도록 대웅전 부처님 앞에서 반쯤은 어거지로 ‘1,000배’를 올렸다. 처음 시작할 때는 굼뜨고 비틀거렸던 몸가짐이 횟수가 늘어날수록 자세가 반듯해졌다.


큰절을 1,000번씩 올려야만 하는 고통! 앉았다, 일어났다 허리를 메뚜기처럼 구부려 부처님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우처럼 단 한순간이라도 자신이 살아온 길을 잘못된 것이라고 참회했을까?


1,000배가 끝나고 세 남자는 정우와 식당에서 마주 앉았다. 마음속에 감춰진 얘기를 꺼내 진지하게 주고받았다. 시작은 잘못된 만남이었지만 앞으론 잘 살겠다고, ‘용순’이에겐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 했었다.


꽤나 늦은 시간까지 마음을 나누었다. 끼니는 먹여서 보내는 것이 최소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정우는 식당스님 대신 손수 라면을 끓여서 식은 밥과 함께 차려 주었다. 단 한순간 준비 없이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었다. 세 남자는 처음엔 황송해 하다가 나중엔 감동을 먹은 듯 했다.


정우는 그까짓 라면과 밥 한 끼에 감동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인생을 살다 보면 극적인 순간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말 한마디가 선 굵은 변곡점이 되기도 했다.


“나도 얼마 전까지 남들이 깡패라고 부르는 ‘인간 낙오자’였는데, 감방에서 벌 받고 인간 되려고 절간에 찾아 왔어요. 부모님이 누군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네에. 미쳐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어느새 세 남자는 순한 양이 되어 있었다. 인간은 본래부터 성선설과 성악설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주장하지만 정우는 본래는 착했다는 성선설을 믿었다.


“‘용순’이는 여기서 학교 잘 다니고 있으니, 애비 노릇도 제대로 못하면서 이젠 절대로 찾아오지 마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어거지로 시작했지만 부처님께 ‘1,000배’ 올리면서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


새 날이 밝았다.


“정우야 새벽 예불엔 보이지 않더구나?”


“예, 어제 저녁 그 사람들과 늦게까지 얘기하느라 늦잠을 잤습니다.”


“너는 보아하니, 땡 중 될 팔자는 아닌 듯해서 가만히 지켜 보고만 있다만, 앞으로 ‘운방사’에서 지내는 것 어떻게 생각 하느냐?”


“머리 깎고 사형 스님처럼 중이 되라고요?”


“이 놈아, 절에 산다고 무조건 중이냐? ‘용순’이도 그렇고, 식당에서 밥 하는 비구니는 파마 하기 귀찮다고 머리 깎고 승복을 입어서 그렇지 이 세상에 부처님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야. 하하하.”


운방사!!!

까딱했으면 지난밤 사나운 비바람이 휘몰아칠뻔 했는데, 스님도 아닌 정우가 절간에 머무는 바람에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개망나니 ‘용순’이 아빠도 가족의 의미를 새겨보는 기회가 됐을 거라는 믿음이 들었다.


방망이로 북어를 패듯 삼일이 멀다 하고 오야붕한테 폭행을 당하고 사는 이모님처럼 ‘용순’이 엄마도 남편의 폭행을 견디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부모님이 인연을 맺은 ‘운방사’로 딸을 데리고 숨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절간은 한 순간 결심 만으로는 아무나 생활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외로운 감방과도 같은 환경에서 세속 것들을 모두 버리고 독한 마음으로 들어와야만 이겨낼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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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운명 24.09.12 269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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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칠순잔치 +1 24.09.09 347 10 12쪽
29 29화 정우와 사형스님은 부자(父子)? 24.09.08 341 13 11쪽
28 28화 단감, 매실나무 24.09.07 372 12 12쪽
27 27화 잡념(雜念) 24.09.06 425 11 12쪽
26 26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4.09.05 432 10 12쪽
25 25화 용순이 실종 +1 24.09.04 410 13 12쪽
24 24화 박수무당은 아니지? +2 24.09.03 410 11 11쪽
23 23화 동가 숙(宿), 서가 식(食) +1 24.09.02 466 17 12쪽
22 22화 운방사 백중 +1 24.09.01 528 15 12쪽
21 21화 지리산 백사 +2 24.08.31 545 19 12쪽
20 20화 지리산 연주암 +1 24.08.30 589 15 12쪽
19 19화 깡패 양아치 +2 24.08.29 610 13 12쪽
18 18화 스님과 재소자 +1 24.08.28 646 14 11쪽
17 17화 회장님 제안 거절 +1 24.08.27 653 17 12쪽
16 16화 원석(原石), 정우 +1 24.08.26 694 18 12쪽
15 15화 서울 나들이 +1 24.08.25 718 19 11쪽
14 14화 오야붕 닮은 회장님 +1 24.08.24 760 17 12쪽
» 13화 망나니 ‘용순’이 아빠 +2 24.08.23 795 20 12쪽
12 12화 별의별 사람들 +1 24.08.22 799 18 12쪽
11 11화 탁발(托鉢) +1 24.08.21 877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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