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깡패가 너무 유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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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천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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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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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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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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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인과응보(因果應報)

DUMMY

사생결단 전력을 다하는 주먹질, 발길질에 몇 놈이 나가 떨어졌다. 한 밤중 1대 10정도 되는 싸움이었다. 이 순간은 오로지 ‘용순이' 를 구해서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그만해!!!!!”


어디선가 바위가 구르는 천둥소리 같은 고함이 들려왔다. 정말로 보기 싫은 인상이었다. 오야붕이 바깥 소란스러움에 2층에서 수면(睡眠)을 하다 말고 파자마 바람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며 ‘그만하라’고 소리를 질러 댔다. 쌈박질 하던 졸개들은 그 자리서 얼음이 되었다.


벌 떼처럼 달려드는 오야붕 졸개들한테 폭행을 당한 정우는 반쯤은 죽사발이 되었다. 눈과 입술이 터져서 느껴지는 이질감이 딴 사람 얼굴 같았다.


싸움을 단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지만, 묘하게도 입술 주변은 작은 충격에도 피가 많이 났다. 입술은 붓고 눈 주변은 시커멓게 멍이 들었다. 입 주변 피가 흘러서 흡혈귀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본 ‘용순이'가 큰소리로 울었다. 그러나 이곳은 스님들이 사는 절간과는 하늘과 땅처럼 달랐다. 이모님 부부가 살고 있는 기와집이었지만 따뜻함이라곤 손톱 만큼도 없는 양아치 소굴이었다.


정우는 서너 놈에게 멱살을 잡힌 채 사무실로 끌려 들어왔다. 대문 바깥에서 육박전을 벌였던 새끼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다.


“구석이 너! 식구들 배신하는 놈은 어떻게 처벌하는지 봐서 알지?”


잠옷 차림 오야붕이 어금니를 문 채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조직 우두머리 답게 서늘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눈매가 날 짐승을 사냥하는 ‘매’ 를 닮았다.


'양아치 새끼!!!!!'


가슴속 울분을 정우는 속으로 욕했다.


“저는 잘못한 ‘죄’로 교도소에서 3년이나 썩었고, 이젠 다른 일하면서 살겠다고 결심한 것이라 ‘배신’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단 한순간 망설이지 않고 자신 생각을 분명하게 말했다.


“너, 이름도 정우로 바꿨다면서?”


“이 구석, 저 구석, 방구석! 지금껏 이름 가지고 놀림을 많이 당했고, 스님이 바꿔야 장래가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바꿨습니다.”


“이 새끼야, 이름 바꾼 거야 네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쳐도 지금껏 수십 년 동안 입혀주고 재워준 것이 얼마인데? 말 한마디 없이 도망쳐 딴 살림을 차려?”


“도망친 것도 아니고, 설사 도망친 것이라고 해도 제가 책임져야 될 일인데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어린애를 잡아 와요!!”


정우도 따라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새끼, 그걸 말이라고 해? 좋게 대화로 해결하려고 내가 식구들을 열 번도 넘게 보냈어. 헌데, 너 새끼는 우리 식구를 때리기까지 했다며?”


아마도 어미 닭을 돌멩이로 쳐 죽였을 때 몇 차례 후려 친일을 말하는 듯 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려고요? ‘아이’가 유괴된 줄 알고 경찰이 찾고 난리인데?”


“설마, 경찰에 신고했냐?”


“예!!!”


정우는 불의에 맞서서 싸우겠다는 듯 한순간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러자 오야붕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듯 인정사정 없이 머리채를 잡고 정우 따귀를 후려쳤다. 따귀는 묘하게도 이성을 잃게 했다. 신체 어느 부위보다도 마음을 아프게 하는 곳이었다.


“말로 하지 왜 때려요!!!”


정우도 참지 못하고 오야붕과 몸싸움을 했다. 이놈들이 말하는 하극상(下剋上)이었다. 그동안 누르고 참았던 가슴속 울분이 치밀어 올라와 몸이 자동으로 반응했다.


오야붕은 이 조직 주인이고 최고 깡패였지만 정우는 어렸을 때부터 한 집에서 자라면서 안 좋은 모습을 수 없이 보고 자랐다. 그래서 더 욱하는 걸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전전긍긍 뒤에서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던 이모님도 ‘말로 하지 제 발로 찾아 온 애를 왜 때리느냐?’ 고 목청을 높였다. 정우는 이모님에겐 언제나 애였다.


평소와 달리 하극상을 당한 오야붕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더구나 십 수 명 졸개들이 고스란히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야붕은 화가 나면 헐크처럼 입고 있던 옷이 찢어지고 미간(眉間)은 지렁이가 기어가듯 험상궂게 주름살이 생겼다. 표정 만으로 극도로 화가 났음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너 이 새끼!!! 앞으로 네 멋대로 하려거든 여기다 당장 1억 갖다 놔. 아니라면 이곳에

한쪽 팔을 두고 가든지.”


드디어 배신에 대한 응징이 시작되었다.


***


깡패 조직이란 것이 약한 사람들 피 빨아 먹고 기생하는 집단이란 것은 알았지만 도대체 집 한 채 가격이나 되는 엄청난 1억이란 돈의 근거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루 써야 하는 몇 만원 용돈마저 궁핍한 상황인데 1억이라니? 이건 개구리가 하품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더구나 오야붕은 ‘구석이'(정우)와 기와집에서 20여 년을 동거동락했다.


그렇지만 배신하고 도망쳐서 딴 살림을 차렸다고 생각한 ‘구석이'(정우)를 다시 끌어 들이려는 수단으로 ‘용순이'를 데리고 왔다고 생각한 탓인지 눈곱 만한 양심 가책도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야붕은 이 밤중, 아니 아무리 느긋한 시간을 주더라도 정우가 1억을 가지고 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 탓인지 졸개들에게 체육관 중앙에 작업대를 만들라고 시켰다.


오래 전, '구석이'(정우)도 이런 모습을 몇 차례 보기는 했었다. 그러나 설마 자신이 배신의 처벌 대상이 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정우 몸은 아직도 서너 놈에게 제압 당하고 있었다. 튀밥 기계 삼촌에게서 여섯 살 때 이곳 기와집에 왔으니 감방 생활 3년을 뺀다고 해도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오랜 세월이었다.


이 세월 애뜻하게 지내진 않았지만 한 집에서 밥 먹고 잠자고 살았음에도 오야붕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쓰레기였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는 듯 다시 한 번.


"너, 후회 없지?"


물으며 결정을 채근했다. 정우는 한편으론 겁이 났지만 다른 한편으론 목석처럼 태연했다.


"맘 대로 해요."


이 순간은 죽고 사는 것을 초월, 날마다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것과 새 먹이를 주려고 산다는 연주암 거렁뱅이 주지스님이 생각났다.


팔뚝이고 생명이고 설마 죽이기야 하겠느냐고 허세를 부렸다. 이것이 운명이라면 팔뚝이나 귀찮은 생명은 부처님에게 맡긴다고 생각했다.


한약제를 자르는, 날이 두 뼘쯤 되는 작두를 가져와 작업대 위에 놓았다. 작두는 면전에서 보는 것 만으로도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오야붕은 정우를 가까이 끌고 오라고 시켰다. 밀고 당기는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순간이었다.


"아, 안돼! 구석아!!!"

"삼촌!!!!!"


이모님과 ‘용순이'가 날카로운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리고!!!!!


이모님이 오야붕에게 달려들며 무엇인가로 목털미를 찔렀다.


***


말릴 사이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는 꼴’이었다. 이모님은 술이 잔뜩 취해서 부부 싸움 할 때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대장 침팬지처럼 사방을 호령하던 오야붕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이모님이 흉기를 어디서 집어 왔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단지 이곳은 깡패 소굴 답게 뾰쪽한 흉기나 연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고목이 쓰러지듯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오야붕도 전력을 다해 찌르는 이모님도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오밤중 고막이 찢어지는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정우를 온전하게 지켜내고 싶은 어미의 모성(母性)같은 것이었다.


천하무적 오야붕도 기습적인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거구의 몸은 썩은 나무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순간 기와집 체육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날 밤, 이모님이 자신 남편인 오야붕을 상대하는 바람에 정우는 양팔을 온전히 지켜 낼 수가 있었다.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생모(生母)만큼이나 여섯 살 때부터 기른 정(情)을 크고 무겁게 생각했다.


자정이 지난 시간 ‘용순이'를 데리고 호랑이 굴과도 같은 기와집을 빠져나와 ‘운방사’로 돌아 올 수가 있었다. 평소라면 한 밤중인 절간, 자동차 불빛을 보고 웅성웅성 스님들이 모여들었다.


싸움터를 벗어난 정우 행색은 말이 아니었다. 지치고 망가진 패잔병 모습이었다. 모두가 두 사람 모습에 깜짝 놀랐다.


“나무관세음보살!!! 용순아, 괜찮니?”


스님들은 걱정했다는 듯 이구동성 한마디씩 했다. 주방스님은 ‘용순이'에게 다가와 “저녁은 먹었느냐?”고 끼니를 챙겼다.


“어디서든 찾아 왔으면 이제 끝난 일이고, 부처님이 지켜주셨다. 나무관세음보살!”


사형스님이 사람들 말문을 막았다.


두 날이 겹치는 새벽! 평화가 찾아왔다. 지난밤은 감방 생활에서 겪었던 일보다 더 큰일을 겪었다. 몇 가지나 되는 일을 한꺼번에 겪으면서 정신을 온전하게 차릴 수가 없었다.


***


다음날 아침,


경찰차가 운방사 마당에 왔다. 희한하게도 경찰은 사고를 예방도 못하면서 범인이 잡히거나 사고가 해결되면 그제서야 오지랖을 떨었다.


다 끝난 뒤에서야 지난 과정을 꼼꼼하게 묻고 따졌다. 뒷처리 전문기관 다웠다. 경찰은 자신들 필요에 따라서 초등학생을 유괴했던 나쁜 짓도, 이모님이 정우 팔뚝을 지키려고 남편인 오야붕을 찌른 일도 모두 알게 되었다.


다음날 인호를 통하여 알게 된 일이지만, 병원에 실려가 수술을 받은 오야붕은 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젠 깡패 생활 전성시대는 종을 친 셈이었다.


인과응보(因果應報)! 평생 거머리처럼 약한 사람들한테 기생, 나쁘고 악랄하게 살아온 잘못에 대한 벌을 한꺼번에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는 것만 생각하는 짐승과 달리 삼시세끼 밥을 먹고, 수 십 명 졸개들을 맘대로 부렸던 오야붕은 언젠가는 벌(罰)을 받는다고 생각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오야붕은 그런 생각도, 삶도 살지 못했다.


이런 양아치 같은 방법으로 살거나, 재물이 많은 부자들이 천국(天國)을 가기란 낙타가 바늘 귀 통과하는 일 만큼이나 어렵다는 속담이 있었다.


재물을 모으는 일은 사사건건 자신은 이득을 보고 상대방한테 손해를 끼쳐야만 하는 일이었다. 기회를 빼앗거나 권모술수로 상대방을 속여야만 했다. 남을 속이는 일은 떳떳한 일이 아니었다.


고속도로를 이용해야만 자동차가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처럼 돈 많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거짓말을 많이 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돌계단을 쌓듯 하루하루 나쁜 업을 쌓는 일이었다.


학교서 공부가 끝나고 운방사로 돌아오는 ‘용순이'를 도중에서 강제로 데려간 오야 붕 졸개들도 처벌은 피할 수가 없었다.


그날 운방사에 왔던 ‘인호’를 포함, 세 명 깡패 새끼들이 경찰에 잡혀갔다고 했다. 정우를 믿고 따르는 인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 납치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 만으로도 죄가 되었다.


정우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오야붕을 찌른 이모님도 3년 전 '구석이'(정우) 처럼 수갑이 채워진 채 교도소 감방을 가게 되었다.


정우는 이제서야 양아치 소굴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얄궂게도 여섯 살 때부터 이어진 인연의 끈이 22만에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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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주지스님! 계세요? NEW 7시간 전 90 6 12쪽
38 38화 도연스님과 연주 암 가는 길 24.09.17 144 7 12쪽
37 37화 VIP 룸 24.09.16 180 9 12쪽
36 36화 변호인 24.09.15 209 8 12쪽
35 35화 막 내린 오야붕 +2 24.09.14 221 10 12쪽
34 34화 이모님!!! 24.09.13 252 10 12쪽
33 33화 운명 24.09.12 269 11 12쪽
32 32화 약장수, 딴따라! 24.09.11 270 7 12쪽
31 31화 이정우 입니다! +2 24.09.10 303 11 12쪽
30 30화 칠순잔치 +1 24.09.09 347 10 12쪽
29 29화 정우와 사형스님은 부자(父子)? 24.09.08 341 13 11쪽
28 28화 단감, 매실나무 24.09.07 372 12 12쪽
27 27화 잡념(雜念) 24.09.06 426 11 12쪽
» 26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4.09.05 433 10 12쪽
25 25화 용순이 실종 +1 24.09.04 410 13 12쪽
24 24화 박수무당은 아니지? +2 24.09.03 410 11 11쪽
23 23화 동가 숙(宿), 서가 식(食) +1 24.09.02 466 17 12쪽
22 22화 운방사 백중 +1 24.09.01 528 15 12쪽
21 21화 지리산 백사 +2 24.08.31 545 19 12쪽
20 20화 지리산 연주암 +1 24.08.30 590 15 12쪽
19 19화 깡패 양아치 +2 24.08.29 610 13 12쪽
18 18화 스님과 재소자 +1 24.08.28 646 14 11쪽
17 17화 회장님 제안 거절 +1 24.08.27 653 17 12쪽
16 16화 원석(原石), 정우 +1 24.08.26 694 18 12쪽
15 15화 서울 나들이 +1 24.08.25 718 19 11쪽
14 14화 오야붕 닮은 회장님 +1 24.08.24 760 17 12쪽
13 13화 망나니 ‘용순’이 아빠 +2 24.08.23 795 20 12쪽
12 12화 별의별 사람들 +1 24.08.22 799 18 12쪽
11 11화 탁발(托鉢) +1 24.08.21 877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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