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깡패가 너무 유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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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천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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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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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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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용순이 실종

DUMMY

주방스님과 절간에서 공부하는 스님들까지 모두 ‘용순’이 실종 소식을 알게 되었다. 혹시라도 친구 집에 놀러 갔을지 모른다며 친구를 생각했으나 누구 하나 ‘용순이' 친구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5학년이 되도록 친구 한 사람 모른다니, 관심은 시늉만 했던 엉터리인 셈이었다. 바른 말 잘하기로 소문난 주방스님이, 처지가 어려운 애라서 밥 먹여 주고, 학교 보내주고 있지만 지금껏 친구 한 사람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고 혼자서 자책했다.


그러나 정거장 떠난 버스처럼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정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야붕 졸개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담임 선생님도 친구 집까지 일일이 전화해 봤으나 오지 않았다 한다고 경찰이 전화를 걸어왔다.


절간 스님들은 경찰이 건 전화벨 소리에 괜시리 긴장만 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어둠에 쌓인 절간이 진짜로 고요한 절간이 되어버렸다.


“사형스님! 제가 차 좀 타겠습니다.”


정우는 언제까지나 잠자코 기다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만에 하나 그놈들 짓이라면 운방사를 제 발로 찾아 든 자신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갑자기 죄 의식이 밀려왔다. 이런 상황 의심 가는 것은 몸을 부딪쳐서라도 풀어야만 했다.


지난 봄 감방에서 출소(出所)했으니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지금껏 서너 달이 지나도록 오야붕 졸개들과는 단 한 차례 호의적인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 그러나 수없이 찾아와 길목을 지키지 않았던가. 이런 상황에서 ‘용순이'가 없어졌으니 직접 확인 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험하게 살아온 업보였다.


틀림없이 정우를 만나려고 운방사 진입로를 지키던 깡패 새끼들이 저지른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들은 조직 내 오야붕이 시키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슨 일이라도 저질렀다.


칼이나 연장을 가지고 다니며 나쁜 짓을 했고, 별다른 죄 의식 없이 주인이 있는 염소를 훔치거나 암탉을 돌멩이로 쳐 죽이는 잔인한 폭력성을 보였다.


죄를 짓고 교도소 가는 일을 공부하러 학교에 가는 일 쯤으로 알았다. 자신을 강하게 연마하는 일이라고 해석했다. 더러운 냄새나는 시궁창에서나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이런 환경이었기에 감방에서 나온 뒤에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들과는 담을 쌓으려고 수백 수천 번 다짐했었다. 나무는 곧고 바르게 크고 싶지만 바람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사형스님 말씀이 생각났다.


이런 상황 만약 ‘용순이'가 잘못된다면 그 책임은 자신이 원인을 제공한 셈이라는 자책도 들었다.


“개자식들!!!!!”


정우는 울분에 찬 마음으로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자란 체육관 딸린 기와집을 향해서 차를 급하게 몰았다. 한시가 바쁜 조급한 마음을 아는지 나란히 달리거나 마주 오는 차는 한산 했다.


***


정우 여섯 살 적,


이날도 삼촌은 ‘구석이'에게 튀밥 기계 돌리는 것을 맡기고 주막에 가고 없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동그란 압력계 바늘이 가장 꼭대기에 멈춰 활활 타오르던 장작 깡통을 빼지 않는다면 큰 폭발이 일어날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이런 위급한 상황, 화장품 냄새나는 멋쟁이 아줌마는 ‘구석이'한테 꼬마가 제법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참 후 술 냄새를 풍기며 주막에서 온 삼촌에게 제법 큰 돈을 주고 ‘구석이' 한테 함께 살자고 했었다. 그리곤 이모님이 되었었다.


오야붕과 부부였던 이모님은 언제 누구한테 배웠는지 술도 담배도 했다. 인상을 찡그리며 쓴 소주를 마시거나 예쁜 손가락 사이 담배는 이모님 시름을 달래주기도 했다.


성격이 고약한 남편 오야붕한테 폭행을 당하는 날이면 머리카락이 거지 머리채처럼 엉클어지고, 눈가가 시퍼렇게 멍이 들기도 했다. 이런 날은 ‘구석이'를 끌어안고 슬프게 울거나 간혹은 택시를 타고 친정집으로 도망을 쳤다.


오야붕은 화가 나면 육두문자와 손에 잡히는 가재 도구를 가리지 않고 집어 던지는 폭력배였다. 함께 사는 배우자라도 잔인하게 때리는 ‘인간말종’ 이었다.


***


오직 한 가지 ‘용순이'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생각만 해선지 시간이 더디게 갔다. 구례에서 기와집까지 이토록 먼 거리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가슴도 두근두근 뛰었다. 용기 내 승용차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근 두 시간이 돼서야 기와집에 도착했다.


감방 생활을 꼬박 3년 했으니 근 4년 만에 와 보는, 자신이 살던 집이었다. 학교에 다녔던 청소년을 포함, 이 집에서 어리고 젊은 날 대부분을 보냈다.


이 집은 아직도 불야성처럼 밤 시간이 낮 시간보다 더 바쁜 곳이었다. 곳곳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실로 오랜 만이었다. 하루에도 수 십 차례 드나들었던 손때 묻은 대문은 그대로였다.


감방에 들어가기 전에는 나쁜 짓을 밥 먹듯 했지만, 막상 소굴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발걸음이 무거웠다. 만약 이곳에 ‘용순이'가 없다면 헛수고 일텐데, 그 때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있다고 해도 호랑이 굴과도 같은 기와집에서 ‘용순이'를 구하는 일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대문 밖 자동차 소리에 졸개들이 나왔다.


행동대, 이놈들은 머리에 똥만 들어있는 멍청한 자식들이었다. 머리가 괜찮은 놈한테 보초병 역을 맡기면 본인이 맘대로 판단, 간혹 사고를 쳤다.


똥만 들어있는 돌머리라야 ‘식구’란 뜻도 ‘충성’이란 단어의 의미도 모른 채 오야붕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했다. 감방에 가는 나쁜 일을 시켜도 망설임 없이 선을 넘어 시키는 일을 120% 수행했다.


“형님!! '구석이' 형님 왔어요!!!”


낯익은 목소리였다. 대문 바깥을 나오던 놈이 승용차에서 내린 정우를 확인하고 안쪽을 향해서 큰 소리 쳤다. 그러자 체육관 안에 있던 졸개들이 우르르 대문 밖으로 나왔다.


기와집에서 살았던 정우는 회장님(오야붕)과 한 집에 산다는 이유로 인지도가 꽤나 높았다. 자신 역시 물불을 가리지 않고 힘 자랑을 했었다. 삼시세끼 밥 먹고 체육관에서 운동만 하는 바람에 회칼 같은 연장 쓰지 않는 조건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맞붙어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체육관 한쪽으론 식구들이 쉴 수 있는 커다란 소파와 사무실 겸 휴게실도 있었다.


“짜식! 이제 사 제 발로 기어 오네.”


무등산 형님이 건네는 첫 마디는 ‘용순이' 를 데려왔다는 뉘앙스였다.


“인마, 진즉에 들어왔으면 이런 일도 없지?”


50대 무등산 형님은 오 붕 아래 넘버 2로 이 바닥서 잔뼈가 굵은 인간이었다. 전과를 ‘별’이라고 하는 이 바닥에서 별이 네 개나 된다는 것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진짜 양아치고 깡패였다. 깡패가 밥그릇이고 직업인 셈이었다.


이 바닥에서 ‘별’은 식구들에게 자랑거리, 훈장 같은 것이었다. 오래 전 식구들과 대중탕에 가던 날이면 등판, 팔뚝 용 문신으로 도배질한 무등산 형님은 배때기를 내밀고 양쪽 팔을 거만하게 흔들어 대며 잘난 척 했었다.


목욕하던 일반 사람들은 몸에 그려진 혐오스런 용 문신에 슬슬 자리를 피해버렸다. 잘난 척이 극에 달했다. 커다란 온탕을 자신 것인 냥 혼자 차지하며 ‘어우후’ 탕이 울리도록 큰 소리를 질러 댔다.


목욕탕 주인은 손님 떨어진다고 입이 오리 주둥이만큼 나왔다. 그러나 양아치도 손님인 이상 대놓고 싫다는 기색을 할 수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간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봉변을 당해야만 했다.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었다.


1년 365일이 세 번, 꼬박 3년이 지났다. 상당한 세월이 지났음에도 이곳은 단 한치 변한 것 없는, 말투도 행동도 ‘구석이'가 살았던 그 때 그대로였다.


***


“들어가자.”


마치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난 사람처럼 너무나도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말했다. 정우는 자신이 선수를 쳐야만 ‘용순이'에 대한 진실을 알아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아무 잘못도 없는 애를 데려오면 안 되죠? 경찰이 찾고 난리인데.”


자신 눈으로 확인 한 것처럼 정곡을 깊숙하게 찔러야만 속내를 단박에 확인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마, 이모님이 너 대신 키운다고 해서 본인한테 허락 받고 데려 온 거야.”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논리도 사리도 틀린 엉터리 변명이었다. 세치도 안 되는 혀 놀림을 제 멋대로 했다. 이놈들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데려왔다니 안심이 되었다.


“본인한테 허락을 받아요?”


“그래. 걔도 너처럼 부모도 없이 절간에서 학교 다닌다며?”


아마도 '용순이'를 구슬리거나 윽박질러 몇 가지 사실을 알아낸 듯 했다.


이 순간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순 새빨간 거짓말일망정 이모님이 키운다고 했으니 틀림없이 ‘용순이'는 무사할 테고, 또 한 가지는 어떻게 해야만 이 소굴에서 무사히 데리고 나갈 수 있을까? 지혜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학교에 갔다 오는 애를 유괴하듯 데려오는 것은 아니죠? 스님들이 정성껏 보살피며 공부 시키는 앤데.”


“유괴? 이 새끼가 죽을라고 환장했나, 어디서 개소리 하고 지랄이야? 우리도 여기서 걔 보살피고 학교 보낼 거야. 너도 회장님이 지금껏 먹여주고 재워주고 학교 보냈잖아?”


기가 막힌 일이었다. 여섯 살 적 ‘구석이'가 이모님을 만났던 일과 5학년 ‘용순이'를 강제로 데려온 일을 같은 일이라고 우겨 댔다. 바깥 소란스러움에 기와집에서 이모님이 나왔다.


뒤에는 잔뜩 겁을 먹은 ‘용순이'가 웅크린 채 따라 나왔다. 편안해 보이진 않았지만 막상 ‘용순이'를 보자 이젠, 안심이 되었다.


“삼촌!!!”


‘용순’이가 정우에게로 뛰어오며 ‘삼촌’이라고 불렀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깡패 새끼들이 벌 떼처럼 앞길을 막아 섰다. 줄 잡아 십 여 명은 되어 보였다.


“가스나야, 가만히 있어라?”


우악스런 팔로 정우한테로 뛰어 가려는 '용순이' 를 끌어당겼다. 정우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너, 이 새끼! 아가리 다물지 못해???”


헐크 인상을 쓰며 어금니를 물었다.


절간에서 아랫마을로 내려와 틈틈이 나무 토막 껍질을 벗기며 무아지경 속에서 부처님을 찾았지만 정우 몸속에는 아직도 깡패 양아치 피가 흐르고 있는지도 몰랐다.


도저히 잠자코 참을 수가 없었다. 허긴 부처님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 오듯 간단한 일이 아닐 거라 짐작이 되었다.


“인마! 너희들 초등학교 꼬마를 유괴하면 징역 가는지 몰라?”


정우가 질러 대는 고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먹질, 발길질이 날아왔다.


무등산 형님이 헐크 얼굴이 되어 주먹질을 하며 ‘이런 새끼는 혼나야 된다.’ 고 육두문자를 날렸다.


“인마, 너 새끼 때문에 이러는지 몰라? 똥 뀐 놈이 성낸다고, 어디서 개 지랄이야.”


순식간에 기습 당한 정우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원래, 오야붕과 기와집에서 살았던 ‘구석이'는 넘버 2 무등산 아저씨와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었다. 그러나 감방 생활 꽤나 긴 세월 탓에 환경이 바뀌어 주먹질에 발길질까지 해 댔다. 처음 당하는 일이었다.


옆에 있던 이모님이 화들짝 놀라서 '때리지 말고 말로 하라'고 고함을 질러 댔다. 그러나 고개를 쳐 들고 독 오른 코브라처럼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정우도 일방적으로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태권도, 합기도, 유도, 합이 두 자리 숫자로 한 때는 잘나가던 행동대장급 이었다. 따르는 졸개들도 많았었다. 감방에서, 절간에서 다져진 몸이라 아직은 녹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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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운명 24.09.12 268 11 12쪽
32 32화 약장수, 딴따라! 24.09.11 268 7 12쪽
31 31화 이정우 입니다! +2 24.09.10 301 11 12쪽
30 30화 칠순잔치 +1 24.09.09 346 10 12쪽
29 29화 정우와 사형스님은 부자(父子)? 24.09.08 340 13 11쪽
28 28화 단감, 매실나무 24.09.07 370 12 12쪽
27 27화 잡념(雜念) 24.09.06 424 11 12쪽
26 26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4.09.05 432 10 12쪽
» 25화 용순이 실종 +1 24.09.04 410 13 12쪽
24 24화 박수무당은 아니지? +2 24.09.03 409 11 11쪽
23 23화 동가 숙(宿), 서가 식(食) +1 24.09.02 466 17 12쪽
22 22화 운방사 백중 +1 24.09.01 527 15 12쪽
21 21화 지리산 백사 +2 24.08.31 545 19 12쪽
20 20화 지리산 연주암 +1 24.08.30 589 15 12쪽
19 19화 깡패 양아치 +2 24.08.29 609 13 12쪽
18 18화 스님과 재소자 +1 24.08.28 645 14 11쪽
17 17화 회장님 제안 거절 +1 24.08.27 652 17 12쪽
16 16화 원석(原石), 정우 +1 24.08.26 694 18 12쪽
15 15화 서울 나들이 +1 24.08.25 718 19 11쪽
14 14화 오야붕 닮은 회장님 +1 24.08.24 759 17 12쪽
13 13화 망나니 ‘용순’이 아빠 +2 24.08.23 794 20 12쪽
12 12화 별의별 사람들 +1 24.08.22 798 18 12쪽
11 11화 탁발(托鉢) +1 24.08.21 877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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