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깡패가 너무 유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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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천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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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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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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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이정우 입니다!

DUMMY

“여러분! 칠순잔치는 늙은 사람, 젊은 사람 할 것 없이 이 순간 나이는 잊어버리고 신나게 놀아야 재미있겠지요?”


“예에!!!”


종전과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람들 호응이 마당에 울려 퍼졌다.


“자! 그럼, 제가 먼저 한 곡 선창 합니다. 고기, 반주 양반!!!!! 신 나는 걸로 '쿵따리 샤바라' 부탁해요.”


20대인 정우는 동네 사람들 기분을 위하여 최대한 노인인 척 너스레를 떨었다.


몸은 신 나는 리듬을 타야만 반응했다. 궁둥이를 들썩이게 하는 '쿵따리 샤바라' 반주가 온 동네를 들썩이게 했다. 산골짜기 메아리가 되었다. 노래는 첫 소절 한마디면 국보급인지? 음치인지? 단박에 알 수가 있었다.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 산으로 올라가 소리 한번 질러 봐~ 나처럼 이렇게 가슴을 펴고 쿵 따리 샤바라 빠빠빠빠 ~"


멋들어지게 첫 소절을 시작하자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예사롭지 않는 국보급 목소리가 마당에 울려 퍼졌다. 노래는 사람들에게 흥을 전달해야만 최고였다. 가수가 울고 갈 정도였다.


흥에 겨운 사람들이 한 사람 두 사람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제야 잔칫집 분위기였다.


정우는 코흘리개 시절 엄마가 보고 싶은 날은 하루 종일 울었다. 그러다 눈물이 바닥나면 습관처럼 흥얼흥얼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국보급 목소리가 되었다.


묘하게도 신 나는 노래는 듣는 것 만으로도 몸이 따라서 유쾌하게 반응했다. 어느새 ‘용순이'도 가까이로 와서 몸을 흔들어 댔다.


지금껏 서먹서먹하던 손주, 손녀들도 제각각 몸을 흔들어 대며 마당으로 나왔다. 손주,손녀들이 나오니까 체면을 세우느라 빼기만 했던 엄마, 아빠들도 나왔다. 이제야 노래와 춤이 한바탕 어우러졌다. 젊은 사람들만 놀 수는 없었다.


'쿵따리 샤바라'가 끝나자 이제는 손과 발을 흔들어 대는 '창부타령'. 동네 어른들이 신이 나서 발 뒤축을 들며 덩실덩실 어깨 춤을 추었다. 어른들이 추는 춤은 모두가 비슷했다. 청소년 손주, 손녀들도 흥에 겨워 어른들을 따라서 했다.


타령이 끝나자 메들리처럼 '노래가락 차차차' 가 절로 나왔다. 노인들이 손과 발을 휘저으며 부르는 것과 정우가 반주에 따라 리듬을 타는 것이 어우러졌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며는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 나니라~"


***


물고기가 물을 만났다.


음침하고 침울했던 긴 긴 감방 생활! 나쁜 것들을 한꺼번에 털어내듯 정우는 오늘 음주가무에 흠뻑 취했다. 최고라며 동네 사람들이 권하는 술잔을 사양치 않고 받아 마신 탓에 신 들린 듯 했다.


구수한 목소리, 파도를 타듯 리듬을 멋들어지게 타고 넘어가는 노래 실력에 사람들은 모두가 정신을 놓고 하나가 되었다.


큰 아들인 듯, 얼굴이 인자 해 보이는 아저씨가 가까이 와 술잔을 권하며 치맛단 주머니에 봉투를 찔러 주기도 했다. 행복한 표정이었다.


정우는 신명 난 무당처럼 진짜로 신이 났다.


“반주 아저씨! 이번 엔 '빙글빙글' 이요. 우리 한번 어지럽게 놀아 봐요.”


몸을 흔들어 대는 것은 신 나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이젠 넓은 마당이 손주, 손녀 아들딸, 동네 사람들 경연장이었다. 큰 돈을 들여 불러온 삼류 가수는 먼 산만 쳐다보는 강아지 꼴이었다.


몸이 땀으로 흠뻑 지쳐갈 쯤, 정우는 자신 혼자서만 하는 원맨쇼 보다는 이제는 모두가 참여하는 노래 자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찌나 나대고 설쳐 댔는지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다.


“자, 오늘 노래 자랑 1등 상금은 백만 원입니다.”


“진짜로요?”


청소년 손주, 손녀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정우는 진짜라는 듯 큰아들이 치맛단에 넣어 준 봉투를 끄집어 내 흔들어 보였다.


지금부터는 자신이 만담(漫談)꾼 사회자였다. 큰아들 부부를 나오라고 해서 노래를 시키고 춤을 추라고 시켰다. 다섯 명 큰딸 가족을 단체로 불러내 리듬이 빠른 디스코 음악을 틀어주며 춤을 추라고 주문했다. 어느 가족이 가장 잘 노는지 채점을 하겠다고 했다.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리듬에 따라 신 나게 춤을 춘다는 것은 빈 맥주 깡통을 망가뜨리듯 자신이 망가지겠다는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창피하고 쑥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신 나고 재미난 일이었다. 모두가 웃음 바다가 되었다.


***


“자, 이번엔 축하 차 운 방사에서 내려오신 스님 노래도 한 곡 청해서 들어 봐야겠지요? 설마 목탁을 치며 불경을 하지는 않겠지요?”


"와아아아아---"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스님들 쪽으로 시선이 쏠렸다.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는 스님이 노래나 춤을 춘다는 것은 그 자체가 드문 일이고 재미난 일이었다.


뭐라도 정우는 재밌는 일이라면 자신 마음대로 시켰다. 젊고 예쁜 도연스님은 불러내서 신 나는 트로트를 한 곡 불러 달라고 주문했다. 박수 소리가 두 배로 터져 나왔다.


“정우처사님! 저 노래 못해요. 해 본지도 오래 되었고.”


“아이고, 칠순 잔칫집에 와서 공짜 밥을 드신단 말이에요? 그럼 빠른 곡 틀어 드릴 테니 디스코를 한번 춰 봐요.”


오히려 주문을 높였다.


다시 사람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예상을 깨는 일은 두 배로 신 나는 일이었다. 단 한순간 준비도 없이 엉겁결에 끌려 나온 도연스님은 홍당무가 되었다. 청아하고 맑은 피부 톤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처럼 보였다.


젊어서 일까?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도연스님은 정우에게 마이크를 넘겨 받았다.


“도연스님! 뭐라도 빠르고 신 나는 곡만 선택하세요. 내가 따라서 불러줄 테니까.”


정우는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도록 조용하게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박미경 가수 ‘이브의 경고’ 해볼게요.”


“네에?????”


이 노래는 젊은 사람들조차 따라가기 힘든 빠르고 경쾌한 디스코 곡이었다. 사람들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비구니 도연스님 입에서 박미경 ‘이브의 경고’라는 제목을 듣는 것 만으로도 동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러 댔다. 정우 역시 적잖게 놀랐다.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조용할 것 같은 도연스님이 트로트도 타령도 아닌 디스코 음악을 부르겠다니! 허름한 노숙자가 결혼식 주례를 서겠다고 하는 것처럼 이건 도무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는 이런 일이라야만 사람들 재미는 배가 되었다.


“반주 아저씨! 박미경 '이브의 경고' 부탁해요.”


***


신나는 반주가 마당을 지나 온 동네 울려 퍼지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줍어했던 도연스님은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 순간 스님이 아닌 젊고 발랄한 끼 많은 여성이었다.


"오늘도 넌 나를 피해 딴 생각을 하지만, 난 알고 있어. 나의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어~"


가늘면서도 힘 있는 도연스님 목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졌다.


첫 단추를 제대로 채운 것처럼 첫 소절만 들어도 음치와 노래 좀 한다는 사람은 금방 구별할 수 있었다. 도연스님은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는 스님이었지만 끼를 감춘 강자였다. 스님도 젊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복차림 도연스님은 리듬이 빠른 '이브의 경고' 를 부르며 몸을 자유자재로 흔들어 댔다. 민망하게도 상,하체가 따로 놀고 있었다. 이 순간 여긴 시골 집 마당이 아닌, 담배 연기 자욱한 디스코장 이었다.


스님까지 흔들어 대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동네 사람들은 흥이 나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춤을 추었다. 산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는 걸 온몸으로 증명했다.


***


정우 생각은 자유분방했다.


칠순잔치 분위기를 오늘처럼 유쾌하게 몰아가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누구 한사람 예쁘고 청초한 도연스님을 불러내 밥값을 해야 한다며 노래를 시킬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도연스님 역시 출가(出家) 전 어떤 사람이었을까? 커다란 궁금증이 들 만큼 부처님 제자란 직분을 잊고 잔칫날 분위기에 호응했다. 역시 세상을 크고 넓게 보는 젊은이다웠다.


이런 재미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정우는 자신 부모님 칠순잔치처럼 신 나게 노느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어느새 숯검댕을 지우고 자신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제서야 늘씬하고 잘생긴 스물여덟, 멀쩡한 청년으로 돌아왔다. 여러 가족과 동네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껏 분위기를 띄운 건 정식으로 인사하기 전 진면목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한 달 전, 수만리로 이사 온 ‘이정우’입니다. 동네 어르신들 앞에서 새파란 놈이 나이 얘기해서 죄송합니다만, 나이를 먹다 보면 누구나 이런저런 아픔을 겪게 됩니다.”


사람들은 ‘아픔을 겪었다는 정우 얘기’에 무슨 말을 할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신 나게 노래하며 유쾌하게 놀던 조금 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차차 아시겠지만, 저는 사정이 있어서 앞으로 이 동네서 살기로 했습니다. 굴러온 돌이라고 홀대 마시고 예쁘게 봐 주세요. 앞으로 마을 어르신 칠순잔치 사회는 제가 맡겠습니다.”


사람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정우는 답례로 마당에서 큰절을 올렸다. 장씨 어르신 칠순잔치 사회를 봐주고 대신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허허, 거참 젊은 사람이 입담도 좋고 모르는 노래가 없어서 가수가 따로 없구먼. 그 길로 나가도 되겠어?”


이구동성 칭찬이 자자했다.


“아저씨, 그러지 말고 우리랑 계속 놀아줘요.”


청소년인 손주, 손녀가 양손에 달라붙어서 졸라 댔다. 정우는 오늘 칠순을 맞은 장씨 어르신보다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와, 삼촌! 변진섭 아저씨만큼 노래 잘해요. 도연스님도 그렇고.”


정우나 도연스님이 노래하는 것을 처음 본 ‘용순이'도 깜짝 놀랐다.


“그래, 삼촌이 노래하고 춤은 좀 하지.”


“오호 참, 너는 언제나 예상을 빗나가는 놈이야. 네가 노는 거야 그렇다 쳐도 도연스님까지 불러내서 노래 시키는 것도 그렇고. 부처님께는 죄송한 일이다만, 공짜 밥은 아닌 듯해서 체면은 섰구나?”


‘파계승’을 보는 듯 지금껏 자리를 떠나지 않고 노래와 춤을 보았던 사형스님도 칭찬 성 비슷한 얘기를 했다.


“맞아요, 주지스님! 저한테 노래를 시킬거라곤 단 한순간 짐작도 못했습니다.”


민망했다는 듯 도연스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시킨다고 기다렸다는 듯 바로 나가서 하신 도연스님도 오십 보, 백 보예요. 대신 오랜 만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어 새롭고, 젊음이 좋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지금껏 여러 가지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던 보국스님도 한 말씀 거들었다.


“경전만 공부해야 될 불제자, 분수를 망각해서 죄송합니다.”


“어디 그것이 저한테 죄송할 일입니까? 이젠 탁발(托鉢)도 다니시고 두 배로 경전 하면 되는 일이지요.”


도연스님은 스님이면서도 세속의 노래와 춤을 춘 미미한 벌을 받았다. 민가로 탁발을 다니고, 경전 학습을 두 배로 하라고 하셨다. 그러나 후회하는 빛은 하나도 없었다. 가족이나 동네 사람들이 도연스님을 향하여 ‘멋지다’고 엄지 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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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도연스님과 연주 암 가는 길 24.09.17 14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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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변호인 24.09.15 207 8 12쪽
35 35화 막 내린 오야붕 +2 24.09.14 220 10 12쪽
34 34화 이모님!!! 24.09.13 251 10 12쪽
33 33화 운명 24.09.12 269 11 12쪽
32 32화 약장수, 딴따라! 24.09.11 268 7 12쪽
» 31화 이정우 입니다! +2 24.09.10 302 11 12쪽
30 30화 칠순잔치 +1 24.09.09 346 10 12쪽
29 29화 정우와 사형스님은 부자(父子)? 24.09.08 340 13 11쪽
28 28화 단감, 매실나무 24.09.07 372 12 12쪽
27 27화 잡념(雜念) 24.09.06 425 11 12쪽
26 26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4.09.05 432 10 12쪽
25 25화 용순이 실종 +1 24.09.04 410 13 12쪽
24 24화 박수무당은 아니지? +2 24.09.03 410 11 11쪽
23 23화 동가 숙(宿), 서가 식(食) +1 24.09.02 466 17 12쪽
22 22화 운방사 백중 +1 24.09.01 527 15 12쪽
21 21화 지리산 백사 +2 24.08.31 545 19 12쪽
20 20화 지리산 연주암 +1 24.08.30 589 15 12쪽
19 19화 깡패 양아치 +2 24.08.29 610 13 12쪽
18 18화 스님과 재소자 +1 24.08.28 646 14 11쪽
17 17화 회장님 제안 거절 +1 24.08.27 653 17 12쪽
16 16화 원석(原石), 정우 +1 24.08.26 694 18 12쪽
15 15화 서울 나들이 +1 24.08.25 718 19 11쪽
14 14화 오야붕 닮은 회장님 +1 24.08.24 759 17 12쪽
13 13화 망나니 ‘용순’이 아빠 +2 24.08.23 794 20 12쪽
12 12화 별의별 사람들 +1 24.08.22 798 18 12쪽
11 11화 탁발(托鉢) +1 24.08.21 877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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