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깡패가 너무 유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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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천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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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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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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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깡패 양아치

DUMMY

감방! 이곳은 누구라도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참담한 순간이었다. 부 감방장이 조롱하듯 첫 마디를 건넸다. 그러나 저승사자를 만난 듯 겁먹은 신입은 입술에 자물쇠를 채웠다.


“야, 이 새끼!!! 너 대답 똑바로 안 해? 너, 몇 살이야?”


감방은 나이나 이름이 소용없는 곳이었다. 바깥 세상처럼 도덕성이나 나이에 따른 경로사상을 기대했다가는 매를 곱으로 버는 일이었다.


“너 이 새끼! 첫날부터 죽을래?”


무릎을 고인 채 비스듬히 누워 분위기를 살피던 감방장이 답답하다는 듯 육두문자를 날렸다. 똑같은 재소자끼리 인권을 송두리째 빼앗는 언어 폭력이었다.


“마흔 세...살인데..요.”


겁을 잔뜩 먹은 탓에 주눅 들어 안으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였다.


“이 새끼 죄목은 뭐야?????”


‘죄목’은 감방 생활 내내 똥 냄새나는 더러운 ‘훈장’ 같은 것이었다. 분위기를 안다는 듯 대답을 못하고 얼굴만 붉힌 채 다시 머뭇거렸다.


“인마, 죄목이 뭐냐고? 이 새끼가 죽을라고 환장했나, 입 아프게 꼭 두 번씩 말을 하게 하고?”


부 감방장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머리채를 나꿔챘다. 신입은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그리곤 겁을 먹고 입을 열었다.


“간..통...이요.”


'간통??? '


'구석'(정우)은 단박에 알아듣지 못했다.


배우자 있는 연놈끼리 이불 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이런 새끼들은 피해자와 ‘합의’만 된다면 오늘 밤이라도 주섬주섬 관물을 챙겨서 나가는, '죄목'만 창피한 놈이었다.


전과(前科)가 전무하다는 이놈은 지옥에 떨어진 것처럼 유별나게 겁을 먹고 있었다.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울 때는 좋았지만, 이 순간은 뼈저리게 후회하는 얼굴이었다.


"너, 바람피우다가 어떻게 걸렸어?"


"그.. 여자가, 회사랑 집으로 찾아와서 내가 나갈 때까지 기다렸어요."


"바람피운 여자가 겁도 없이 집으로 찾아 와서 기다렸단 말이야?"


"그게, 제가 바빠서 전화를 안 하거나 못 받으면 여지 없이 경비실로 찾아 왔어요."


"오호라, 전화도 안 받고 잘못했네? 잘못했어. 너, 바람 피운 지 오래 됐어?"


"이제, 1년 2개월 지났는데요."


"하하, 요 새끼. 바람을 오래도 피웠네. 인마, 너는 두 가정을 박살 낸 거야. 만약, 네 와이프가 딴 남자와 1년 2개월이나 바람 피웠다고 생각해 봐라. 넌 미쳤지. 가만 있겠냐?"


"네, 잘못 했습니다."


"우리한테 잘못한 게 아니라, 네 와이프나 가족한테 잘못을 빌어야지. 용서 해 줄지 모르겠지만."


간통죄를 저지르고 감방에 들어오는 놈들은 가족과 배우자를 속인 잘못이 컸다. 그러나 '절도'나 '강도' '사기꾼'처럼 여러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었다. 단지 죄질이 다름에도 이놈들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는 것은 나중에 들어왔다는 잘못 때문이었다.


***


운방사 가는 오르막길, 낯선 승용차가 비스듬히 도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무슨 찬데, 저렇게 길을 막고 있는 것일까? 혹시 고장이라도 났나? 궁금증이 지워지기도 전, 뒷문을 열고 기와집에서 함께 생활했던 ‘인호’가 나왔다. 한때는 따르며 사이가 좋았던 두 살 아래 동생뻘이었다.


“형님!!!!!”


형님과 졸개들도 차에서 우르르 나왔다. '정우'가 나타나기를 길목에서 기다린 듯 했다. 어깨를 좌우로 흔들어 대며 가까이 오는 발걸음이 익지 않은 벼가 고개만 쳐 드는 것처럼 거만이 줄줄 흘렀다. 보고 싶지 않은 손님들이었다.


“형님! 찾느라고 고생 꽤나 했어요. 저기, 운방사에도 가 봤고.”


'정우'는 반갑지 않은 식구들 방문에 약간은 짜증이 났다.


“인마, 아무 상관도 없는 거기 절간은 뭐 하러 가?”


“구석이라고 했더니 ‘정우’로 이름을 바꿨다고, 스님이 말 해주더라고요.”


“그래, 이름 바꿨다. 3년이나 벌 받았으니, 이제는 속 차리고 '정우'로 착하게 살아야지. 누구한테 진 빚도 없고.”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지금껏 오야붕 회장님이 봐준 것이 얼마인데.”


무등산 형님 아래 팔목 범 문신 가득한 형님이었다. 정우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학교 앞 골목까지 찾아와 친구들과 어깨 싸움에 '묻어버린다'고 겁을 주기도 했었다.


“그래, 소림사 무공스님처럼 풀만 뜯어 먹는 절간 생활은 할만하냐?”


“마음은 편해요. 지금도 학교 갔다 오는 길이고.”


“인마, 학교서 꽉 채워 3년 동안 공부했으면 이젠 졸업해야지 또 무슨 학교를 다녀?”


형님은 교도소 감방을 학교라고 말하며 빈정댔다.


“그런 것이 있어요. 이젠 착하게 마음먹고 작물 키우며 시골에서 농사나 짓고 살려고요.”


“형님! 이모님도 같이 오겠다고 하는 걸, 오야붕 회장님이 저희들만 가라고 해서 우리만 왔어요. 영치금도 넉넉지 않아 생활비도 없을텐데 어디서 굶지나 않는지 모르겠다고, 이모님이 걱정 많이 해요.”


“인마, 한 여름철 겨울옷 입고 다니는 거지라도 요즘은 컵라면에 소주 먹고 살아. 낼모레가 밀레니엄인데, 젊은 놈이 돈 없다고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냐?”


“근데 형님,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얼굴 때깔은 좋아 보여요? 정우란 이름도 부잣집 아들처럼 약간은 있어 보이고.”


“그래. 아직은 단 한 가지 손에 쥔 것은 없다만, 욕심을 내려놓으니까 마음은 편하다. 부처님께 꼬박 삼일 동안 만 오천 배가 넘는 큰절도 했고.”


“부처님한테 큰절을 만 오천 번이나 했다고요?”


“그렇다니까? 꼬박 삼일 동안 했는데 종아리 허벅지가 알통이 박혀서 죽다가 살아났다.”


“그럼, 형님은 스님도 아니면서 절간에서 뭐하고 살건 데요?”


“한 달 전에 고추 모종하고 오이 모종 몇 포기 심어 놨는데 그거 따 먹고 살아야지 뭐.”


정우는 약간은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형님! 장난으로 물어 보는 거 아니에요.”


“인마, 나도 장난 아니야. 절간에 살면서 농사짓고, 겨울철이면 대웅전 마당 눈 치우고, 지게 지고 나무 해오고. 그렇게 살면 감방에서 콩밥 먹는 것 보다야 한결 낫지 않겠냐?”


인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지었다.


인생(人生)! 마음먹은 대로 계획대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었다. 심지어 한 시간 후 자신이 어떤 사고로 죽는다 해도 아무것도 모른 채 그 길을 달려가는 것이 인생이었다.


“밥은 먹었냐? 운방사, 절 밥 맛있는데.”


“풀떼기만 있는 절 밥을 어떻게 먹어요. 오는 길에 피자하고 치킨 배 터지게 먹고 왔어요. 형님 만나려면 잠복까지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해서.”


“근데, 나 여기 있다는 거 누가 꼰질렀냐?”


“지난번 출소 할 때 터미널에서 구례 가는 것 까지는 알고 있었고. 터미널 가서 택시 기사들 겁주고 족치면 사람 찾아내는 것, 우리들 전문이잖아요?”


“그래, 좋은 전문이다. 국가에서 내준 자격증이 없어서 탈이지.”


다시 형님이 승용차에서 나왔다.


“출소 후 착하게 살겠다는 구석이 네 마음 이해는 간다만, 우리랑 함께 가서 회장님께 말씀드리고 그 다음에 네 맘대로 해라.”


이 형님은 정우로 개명한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계속해서 '구석이' 라고 불렀다.


“형님! 그걸 지금 말씀이라고 하세요? 거기 가면 못 나오는 거 뻔히 알면서. 벌칙도 있을 테고?”


“인마, 이모님이 계시는데 다른 사람처럼 회장님이 원칙대로 하겠냐?”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지난번 출소 날 이모님한테도 이제는 떠나겠다고 얘기했고. 3년 징역까지 살았으니 이제 시골 절간에서 죽은 사람처럼 조용히 지내겠다고요.”


정우와 형님이 주고받는 얘기는 기찻길 나란히 뻗은 선로처럼 단 한치 좁혀짐 없는 평행선이었다. 그래선지 형님은 중간 중간 한숨을 쉬며 차 안으로 자리를 피했다. 그리곤 정우와 가까운 인호에게 설득해 보라고 눈짓을 했다.


그러나 인호는 형님 의도와 달리 정우가 하는 말끝마다 고개를 몇 차례씩 끄덕이는 폼 세가 오히려 설득 당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감방 가기 전에는 한 식구였기에 길거리서 치고받는 전쟁을 할 수는 없었다.


***


다음에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헤어지려는 찰나, 얼굴도 모르는 막내 놈이 기다림에 지친 탓인지 사고를 쳤다. 정우는 그동안 감방 생활을 했던지라 새 식구가 된 막내 놈

괴팍함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인상 고약한 막내 놈이 주변 텃밭에서 놀던 암탉을 돌팔매질로 죽였다. 애기 주먹만한 돌멩이로 어찌나 정확하게 조준을 했는지, 십 여 마리 병아리를 데리고 다니며 평화롭게 놀던 어미를 곡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서 날개를 퍼덕거리며 죽게 만들었다.


감방 가기 전에도 승용차를 타고 빚쟁이를 만나러 시골 길을 달리던 중, 형님들이 고삐 달린 염소를 훔치는 것을 보았었다.


빚쟁이를 만나지 못하면 염소를 개소주 집에 팔아서 충당하겠다고 했었다. 그 때도 도둑놈을 가까이서 보는 듯 깜짝 놀랐었다. 헌데, 오늘은 눈 깜짝 않고 병아리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 닭을 돌팔매로 죽이는 ‘마귀’를 눈 앞에서 보았다.


힘없는 생명체를 다치게 하고 생명을 빼앗는 일은 지옥에 가야 하는 나쁜 일임을 감방 이나 절간 생활을 통하여 깨닫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절간에선 육식은 피하고 채식만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인마, 남의 집 닭을 그렇게 돌로 쳐 죽이면 어떡해!!! 이제 병아리는 어쩌라고?”


정우는 지금껏 참았던 화가 폭발했다. 마귀 같은 잔인함에 고함을 지르며 인정사정 없이 주먹질을 해 댔다.


정우 존재를 모르는 막내 놈 역시 맞고만 있지 않았다. 맞서서 주먹질을 했다.


“씨팔! 닭 한 마리 가지고 지랄이야! 닭 값, 물어 주면 될 거 아니야?”


잘못했다는 사과 대신 돌아오는 대답 역시 육두문자와 반말이었다.


“인마, 너는 그런 심보니까. 사람들한테 양아치 소리를 듣는 거야. 병아리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를 죽였는데, 주인한테 돈만 물어 준다고 해결 되냐? 이 병신아.”


정우는 길바닥에서 막내 놈과 육박전을 벌였다. 극도로 화가 났다. 식구와 주먹질을 하는 건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쌍방 생각이 하늘과 땅처럼 달랐다.


“인마, 한 때는 우리들 이상형이라고 했던 김두한 두목이 연장 쓰는 것 봤냐? 자고로 건달이란 싸워야 될 명분도 있어야 하고, 주먹으로 해야지. 심지어 말 못하는 닭을 돌멩이로? 지금 뭐 하는 짓이냐!!!”


막내 놈은 등치만 산만했지 정우 상대가 아니었다. 말 못하는 어미를 돌멩이로 쳐 죽였다는 죄책감도 있었을 것이라 짐작이 되었다. 병아리가 놀라서 뿔뿔이 흩어졌다.


더 큰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 서둘러 헤어져야만 했다. 그러나 막내 놈의 사력을 다한 주먹질에 눈가가 소복하게 부어올랐다. 함께 있을 때라면 이런 놈은 하극상(下剋上)으로 수족(手足)을 절단하는 날이었다.


주방스님께 계란을 얻어서 눈가를 비벼 댔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기와집 식구들과 주먹질을 했던지라 마음이 착찹했다. 끝까지 참을 걸, 욱하는 것이 올라와 먼저 주먹질 했다는 것이 후회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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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4.09.05 432 10 12쪽
25 25화 용순이 실종 +1 24.09.04 410 13 12쪽
24 24화 박수무당은 아니지? +2 24.09.03 409 11 11쪽
23 23화 동가 숙(宿), 서가 식(食) +1 24.09.02 466 17 12쪽
22 22화 운방사 백중 +1 24.09.01 527 15 12쪽
21 21화 지리산 백사 +2 24.08.31 545 19 12쪽
20 20화 지리산 연주암 +1 24.08.30 589 15 12쪽
» 19화 깡패 양아치 +2 24.08.29 610 13 12쪽
18 18화 스님과 재소자 +1 24.08.28 646 14 11쪽
17 17화 회장님 제안 거절 +1 24.08.27 653 17 12쪽
16 16화 원석(原石), 정우 +1 24.08.26 694 18 12쪽
15 15화 서울 나들이 +1 24.08.25 718 19 11쪽
14 14화 오야붕 닮은 회장님 +1 24.08.24 759 17 12쪽
13 13화 망나니 ‘용순’이 아빠 +2 24.08.23 794 20 12쪽
12 12화 별의별 사람들 +1 24.08.22 798 18 12쪽
11 11화 탁발(托鉢) +1 24.08.21 877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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