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들이 착각한다 괴물 천재 피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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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유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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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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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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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끝은 없고, 시작만이 (5)

DUMMY

32화. 끝은 없고, 시작만이 (5)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혜진은 대학 도서관의 열람실 구석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국문과를 졸업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그녀가 학교 도서관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원래 있던 작가실의 메인 작가와 월급 문제로 한바탕 싸우고 쫓겨난 이후, 그나마 쥐꼬리 같던 월급마저 사라지자 어쩔 수 없이 커피값 안 드는 교내를 이용하는 것이다.


도서관 열람실에 죽치고 앉아 작품을 쓰고, 엎고, 투고하는 게 그녀의 하루 루틴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혜진은 거의 지정석이나 다름없는 자리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는데.


문득 한 남자가 복도에서 걸어 나와 두리번거리더니, 이쪽을 보고는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른 시간이라 주변에는 그녀를 제외하면 자리가 비어있었고, 남자는 이름은 모르지만 열람실에서 꽤 마주쳤던 사람이었다.


노트북 화면 너머로 그 모습을 보며 괜히 긴장하던 혜진은 곧, 그 뜻을 알아챘다.

이거 참, 보는 눈은 있어서.


혜진은 괜히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피식 웃었다.


이윽고 자리로 다가온 남자는 말 없이 그녀의 책상에 뭔가를 얹었다.


어디서 본 건 있는지, 따듯한 캔커피라도 사 온 건가 싶어 고개를 돌렸더니.


“뭐, 뭐에요 이거?”


남자가 얹은 건 거의 팔뚝만 한 크기의 벤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지금은 이게 필요하실 거 같아서요.”

“아··· 네. 자, 잘 먹을게요.”


그렇게 혜진이 당황 반, 고마움 반으로 고개를 숙이자, 남자도 이 상황이 어색한지 입가를 움찔하다가 입을 뗐다.


“그, 실례인 걸 알면서도 오다가다 조금씩 봤습니다. 드라마 쓰시는 것 같더라구요.”

“아, 네. 맞아요.”

“제가 드라마 연출 지망인데, 혹시 대본 한번 볼 수 있을까요?”


마침 머리를 식힐 타이밍이기도 했고, 무척이나 예의 있는 태도로 건네는 말에 혜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투고용으로 정리해둔 대본 1부를 챙겨 도서관을 잠시 빠져나온 혜진은, 낡은 자판기 앞에서 남자에게 대본을 내밀었다.


그러자 남자는 머리를 꾸벅 숙이며 대본을 받더니, 그 자리에 서서 눈꺼풀도 깜빡이지 않고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생판 모르는 남이지만, 누군가가 열정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대본을 봐준다는 것이 혜진은 은근 기분 좋았다.


마침내 얇은 종이 뭉치의 마지막 장이 넘어가고, 혜진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남자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전반적으로···.”


전반적으로?


“욕심이 너무 많네요.”

“뭐, 뭐라고요?”


처음 보는 사이에 시작부터 악평이라니?

기가 차서 되묻자, 남자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장르별 클리셰를 다 집어넣은 느낌이에요. 로코, 스릴러, 수사물, 힐링에, 휴머니즘까지 한큐에 다 하고 싶은 마음이 보인달까.”


그 말에 진혜진은 뒤통수에 열이 확 올랐다.


왕작가든 방송국 공모 담당자들이든, 그녀의 대본을 본 사람이라면 항상 단점으로 언급하곤 하는 부분을 콕 집긴 했다.

근데 그 사람들이야 전문가라 쳐도, 내가 지망생한테까지 이런 소릴 들어야 돼?


그녀는 눈을 부라리며 대꾸했다.


“그게 어때서요?! 내 작품인데 내 마음이지!”


그러자 남자도 지지 않고 눈을 빛내며 맞받아친다.


“그 마음을 시청자가 과연 쉽게 받아들일까요? 어제 장르 다르고 오늘 장르 다른데?”

“그래서 더 재밌는 거라구요! 로코라고 백날 연애질만 하면 어디 그게 재밌는 줄 알아요?!”

“네. 보통 그게 재밌어서 보죠. 뻔해도 싸우는 거 보면 다시 화해하는 것도 보고 싶은게 사람 마음 아닌가요?”

“난 아니에요! 주연끼리 꽁냥거리는 걸 방해하는게 서브남주가 아니라 연쇄살인범이어야 직성이 풀린다구요!”

“하하하.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게 드라마에요! 말 안되는 걸 말 되게 써내는 게 작가인 거고!”


자신만만하게 외쳤지만, 말을 뱉고 나서 혜진은 속으로 후회했다.

데뷔를 해야 드라마 작가지.

번번이 공모전도 떨어지고, 제작사에서도 투고를 안 받아주는 자신이 드라마 작가가 맞긴 한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진이 조금 기가 죽을 무렵, 남자는 여전히 대본에 시선을 꽂은 채 말을 이었다.


“말 안되는 걸 말 되게 써내는 게 작가라.”

“···뭐, 왜요!”

“아뇨, 딱 그런 분인 것 같아서요. 이 대본도 말은 안 되는데, 엄청 재밌거든요.”

“하, 참! 그쪽은 얼마나 잘났길래 남의 작품 가지고··· 뭐, 뭐라구요?”


남자가 그제야 이쪽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재밌어요. 언젠가 한 번쯤 연출해보고 싶은 작품이네요.”

“···네? 재, 재밌다고요? 진짜로?”

“네. 처음 보는 스타일인데, 독특하지만 매력있네요. 본인 강점으로 쭉 밀고 나가도 될 것 같··· 아니다. 저도 지망생일 뿐인데, 방금 그건 신경 쓰지 마세요.”


순간 혜진의 명치께가 두근거렸다. 누군가 그녀의 캐릭터, 대사를 칭찬한 적은 있어도 작품의 정체성 자체를 긍정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처음이지만, 그건 무척이나 달콤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어쨌든,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장점이 충분히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 씬도 보고 싶은데, 혹시 2부도 있어요?”

“아, 아뇨. 그건 아직···”

“아쉽다. 그럼 1부라도 잠깐 빌려가도 될까요? 하나하나 구도를 좀 뜯어보고 싶은데.”


잠시 망설이던 혜진이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의 말이 이어진다.


“돌려드리러 올 때 2부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땐 커피, 아니, 밥이라도 한끼 살게요.”


남자는 그렇게 환하게 웃다가, 다시 대본에 시선을 꽂은 채 사라졌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를 다시 본 적은 없었고, 혹시 대본 도둑이었나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취직이라도 했겠지 생각하며 넘겼다.


몇 개월 뒤, 혜진은 제작사 투고를 통해 KDS에서 <죽일놈의 사랑>이란 작품으로 데뷔하자마자 신예 스타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그 일은 기억 뒤편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


볼품없는 자판기 앞에서, 미소 띤 얼굴로 손을 내밀었던 바로 그 남자가 혜진에게 똑같은 미소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피디 이진혁입니다.”


혜진은 홀린 듯 일어서서 그 손을 마주 잡았다.


“···작가 진혜진이에요.”



*



갓 나온 차를 한 모금 들이키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한껏 억눌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스타작가 진혜진이다. 비록 제작된 작품은 세 개뿐이지만, 그 세 작품 모두 그 해의 작품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한창 주가를 달리고 있는 신예 작가.


그동안은 신비주의를 고수해오다가, 최근작인 <민들레꽃 핀 자리에>가 작년 KDS 연기대상 작가상과 인기상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히 그 일로 드라마판도 한창 떠들썩했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나이 어린 사람이 포토월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으니.


실제로 보니 그보다도 더 나이가 어려 보인다. 많아 봐야 나보다 한두 살 어린 정도?


한창 온갖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을 텐데, 그런 사람이 먼저 날 보자고 할 줄이야.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구나.

전 작가님한테 따로 인사 드려야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그런데,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 테이블 건너편의 진혜진이 눈도 안 깜빡이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뭔가 벌써 밉보인 거라도 있나? 성격은 좀 있는 편이라던데.


비슷한 느낌을 감지한 듯, 전미주 작가가 살짝 당황하며 웃음기를 흘린다.


“그··· 편하게 얼굴이나 보자고 모인 자리니까, 우리 복잡하게 일 얘기 같은 건 하지 말고-”

“저 신작 들어가는데 관심 있어요?”


···뭐?

사레들릴 뻔한 걸 겨우 참아내고, 잘못 들었나 싶어서 되물었다.


“···예?”

“3부까지 나온 제 신작, 곧 제작 들어갈 건데 연출 관심 있냐구요.”

“···조연출이요?”

“메인 연출이요, 감독! 듣자 하니 입봉 준비하고 있다던데?”


진혜진이 답답하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팔짱을 낀다. 그녀가 뱉은 말들이 머릿속에서 혼란스럽게 굴러다닌다.


···지금 나한테 감독 자리를 제안한 거야?

그 진혜진이? 고작 이제 입봉 준비하는 피디한테?


전미주 작가도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혜진과 이쪽을 번갈아 보더니, 슬그머니 의자에 등을 기대며 입꼬리를 올린다.


“···어머, 어머. 웬일이야···.”


소개팅 주선자 같은 웃음을 지으며 손으로 입을 가린다.

젠장,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하지만, 이미 나는 차기작이 정해진 거나 다름없는 상태다.


제안은 정말 눈물나게 고맙고, 구차해 보여도 혹시 킵이라도 해둘 수 있나 물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정말 부득이하게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게 확신을 주는 대본이 따로 있으니까.


나는 최대한 에둘러서 의사를 표현할까도 싶었으나, 진혜진 작가의 성격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왔기에, 굳게 마음을 먹고 입을 뗐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차기작으로 정해둔 대본이 있어서요. 다른 감독을 찾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 작가님 작품이면, 저보다 더 좋은 조건도 많을 거고요.”

“···뭐, 뭐라구요?”

“이 피디!?”


진혜진의 동공이 흔들리고, 전미주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다.

전 작가가 황급히 눈치를 보며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이, 이 피디. 그동안 사리분별 기가 막히게 하더니 이제 와서 왜 이래? 진혜진이야, 진혜진! 드라마 안 봤어?!”

“···아뇨, 전부 다 봤습니다. 작품성에 대중성까지 두 마리 토끼 다 잡는 대본 쓰시는 분이라는 것도 잘 알구요.”

“근데 왜?”

“···어쩔 수 없습니다. 꼭 이번에 제작 들어가야 하는 작품이 있어서요.”


그 말을 들었는지, 딱딱하게 얼굴을 굳힌 진혜진이 입술을 비틀며 묻는다.


“···하. 누구 대본인데요? 김정숙 작가님? 공영은 선배? 아니면, 은퇴한 박희경 작가님이 대본이라도 주셨어요?”

“맞아! 대체 누구 걸 받았길래 이쪽을 마다할 정도야?”


아직 작가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대답하면 전미주가 등짝이라도 후릴 것 같긴 했지만.


나는 딱히 숨길 것도 없어서, 5년 전에 받은 대본의 주인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이렇게라도 조금 오해를 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그러자 전미주는 별 해괴한 놈을 다 보겠다는 시선으로 날 쳐다봤고,


“크흠, 그···.”


진혜진 작가는 웬일인지 갑자기 콧잔등을 약간 붉히더니 내게 물었다.


“···그 대본, 지금 갖고 있어요?”

“네. 있습니다. 아, 보여드릴까요?”


작가 업계를 훤히 꿰고 있을 두 사람이라면, 혹시 작품을 보고 주인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얼른 낡은 대본을 꺼내 내밀었다.


그리고 몇 분이나 흘렀을까, 전미주는 대본만으론 잘 모르겠다며 갸우뚱거렸고, 진혜진은 알 수 없는 얼굴로 고개를 들더니 내게 시선을 던졌다.


“···꼭 이 대본이어야 하는 거에요? 만약 이 작가를 찾았는데, 막상 지금 다른 작품을 쓰고 있으면요? 그것도 더 재밌고 퀄리티도 좋은 대본이면 어떡할 거에요.”


꽤 특이한 질문이었는데, 거기다 대고 대뜸 이 대본이 성공할 것 같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고.


나는 잠시 입에서 단어를 굴리다가, 최대한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꼭 이 작품으로 갈 겁니다. 저한텐 시작과도 같은 대본이고, 미숙하긴 해도 정말 재밌는 작품이거든요.”


이 정도면 그래도 진심이 좀 전달됐나 싶었는데, 그걸 들은 진혜진의 고개가 아래로 푹 처박히더니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기 시작했다.


뭔 일인가 싶어 전미주에게 슬쩍 물어보니, 손짓하며 내게 속닥거린다.


“···얘가 좀 특이하긴 해도 나처럼 감성적인 구석이 있어. 그러니 이 피디가 이해 좀 해.”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 중엔 워낙 특이한 사람도 많으니 이 정돈 애교 수준이긴 했다.


그렇게 냉수를 몇 잔이나 들이켠 후에야 정신을 차린 진혜진은, 헛기침과 함께 입술을 뗐다.


“···뭐, 좋아요. 이 사람을 그렇게 찾고 싶다면 어쩔 수 없죠. 마침 작가 에이전시 쪽으로 제가 아는 사람이 있으니, 좀 도와드릴게요.”

“네? 저, 정말입니까?”


뭐야? 생각보다 성격 좋은 사람인가?


“그럼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사연도 좀 기구한 거 같고. 충분히 도와드릴 수 있죠. 대신.”


진혜진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게 척 내민다.


“그쪽 번호 찍어요. 그리고 언제 어디서 찾게 될지 모르니, 제가 연락하면 바로바로 나오시구요.”

“네. 그럼요.”


진혜진 정도 되는 작가가 일을 도와주면 정말 천군만마나 다름없지.


나는 웃으며 얼른 내 번호를 찍었고, 휴대폰을 다시 받아 든 진혜진도 이내 해맑게 웃었다.



*



다시 연락하기까지는 최소 며칠 정도는 걸릴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진혜진 작가는 다음 날부터 내게 연락을 해왔다.


-근데 피디님. 제작사는 어디로 생각하고 있어요? 작가 쪽? 아니면, 방송국 자체 제작팀?


들뜬 목소리로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서 그렇게 묻는데, 이게 진짜 작가를 찾는데 필요한 정보인가 싶긴 했다.

그래도 일단 혹시 모르니 대답했다.


“아마 작가분 찾으면 얘기해봐야겠지만, 저는 일단 아담 픽쳐스라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곳 덕분에 대본을 다시 찾았거든요. 따로 계약은 안 되어 있지만 잔뼈 굵은 제작사라 실력도 나쁘지 않구요.”

-음. 뭐, 그래요. 그거야 투자 단계에서 확실히 결정하면 되는 거고. 그럼, 배우는요?

“···배우요?”

-네. 대본 보면서 대충 이 사람이다 떠오른 사람은 없어요?

“일단 순경 역에는 남혁진이나 이태주 같은 미소년 스타일이 생각나긴 했는데···”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질문하는 사항에는 대부분 성실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곰곰이 생각하는 듯 통화 건너편이 잠시 조용해지더니, 다시 활기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정도면 얼추 됐네요. 처음부터, 아주 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거니까 며칠만 기다려요. 그럼 내가 그 작가 무조건 찾아줄 테니까.

“아, 네. 정말 든든하네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일 끝나면 제가 크게 한번 대접하겠습니다.”

-두 번이요.

“네?”

-두 번. 아니, 세 번 대접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뚝 끊긴다.


들었던 대로 종잡을 수 없는 성격처럼 느껴지긴 하는데, 남일에 이렇게 발 벗고 나서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일단 고마운 마음부터 생긴다.

혹시 진혜진 작가에 대한 소문이 잘못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지.


어쨌든 이후로도 나는 틈날 때마다 진혜진과 종종 연락했고, 마침내 작가를 거의 찾은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을 즈음.


드라마 <백만 불짜리 결혼>의 종방연 날이 다가와,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저녁 시간에 맞춰 상암동의 고깃집으로 향했다.


바깥에서부터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에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니, 수십 석에 달하는 테이블을 가득 메운 제작진이 옆 사람과 재잘대며 술잔을 부딪친다.


“어, 진혁아! 여기, 여기! 네 자리 여깄다!”


안쪽에서 권태용 감독이 부르는 손짓에 이끌려 다가가자, 전 작가와 지 CP, 구영회 감독에 주연 배우들까지 앉은 테이블에 감독이 나를 덥석 앉힌다.


정신없이 인사를 나누며 연출부 애들이나 다른 배우들도 다 왔는지 하나씩 체크하던 찰나.


“마지막 CM 들어갔습니다!”


주성이 녀석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내부를 울리면서 소식을 알린다.


기대 어린 수십 쌍의 시선이 스크린에 꽂히는 가운데, 마침내 광고가 끝나고 16회, 최종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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